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2017년 06월 13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04월 01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15.28MB)
- ISBN 9791185153148
- 쪽수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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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옥스퍼드 거리의 물결
위인들의 집
수도원과 대성당
하원의사당
어느 런던 사람의 초상
옮긴이 해설
일상을 바꿀 힘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변화뿐이다
생각해보면 부두의 일상을 바꿀 힘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변화뿐이다. 예컨대 더 이상 보르도산 적포도주를 마시지 않는다거나 양모 대신 고무를 담요로 쓰기 시작한다고 가정해보자. 생산과 유통 체계 전반이 휘청휘청 흔들리고 새로운 적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중기를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항해 중인 선박을 불러들이는 것은 바로 우리, 다시 말해 우리의 취향과 유행과 요구다. 우리 몸이 그들의 주인인 셈이다. 신발, 모피, 가방, 난로, 기름, 라이스푸딩, 양초 등등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우리 앞에 대령된다. 우리 내부에서 새롭게 자라는 욕망이 무엇이고 거부감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무역은 초조하게 우리를 주시한다. 부둣가에 서서 정박한 선박의 화물칸에서 통이며 상자며 꾸러미를 들어 올리는 기중기를 바라보노라면 어떤 복잡하고 중요한 동물의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느껴진다.
런던 부두 / 25쪽
우리는 그저 우리 자신과 우리의 필요를 위해 건축을 한다
런던의 현대적 매력은 지속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런던은 사라짐을 목표로 세워진 도시다. 이 도시의 유리질, 투명성, 밀려드는 유색 회벽의 물결은 옛 건축가들과 그들의 후원자인 영국 귀족들이 원한 바와 다른 만족을 주고 그들이 꾀한 바와 다른 목표를 성취한다. 그들의 자부심에는 영속성에 대한 환상이 필요했다. 거꾸로 우리는 석재와 벽돌을 우리의 욕망만큼 덧없게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하며 자부심을 즐기는 듯하다. 우리는 후손들을 위해 건물을 짓지 않는다. 후손들이 구름 위에서 살지 땅속에서 살지 모르는 일이다. 그저 우리 자신과 우리의 필요를 위해 건축을 한다. 부수고 새로 지으면서 다시 또 부서지고 새로 지어질 것을 예상한다. 충동이 창조와 다산을 가능하게 한다. 발견을 격려하고 언제라도 발명에 나설 태세다.
옥스퍼드 거리의 물결 / 36쪽
존재의 의미를 여전히 숙고하고 여전히 사색하며 여전히 질문하는 곳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왕족보다 더 막강하고 위엄 있는 인물들도 아주 많다. 존재의 의미를 여전히 숙고하고 여전히 사색하며 여전히 질문하는 작고한 시인들이 이곳에 있다. “인생은 농담이다. 세상만사가 그렇게 가리킨다.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은 그것을 알고 있다.” 게이가 웃으며 말한다. 말끔히 면도하고 홍백의 가운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성직자가 성서의 지침을 백만 번째 읊조리는 동안 초서, 스펜서, 드라이든을 비롯한 모든 문인이 여전히 정신의 긴장을 팽팽히 당기고 경청하는 듯하다.
수도원과 대성당 / 65쪽
여기는 하원의사당이다. 여기서 세계의 운명이 바뀐다
속으로 이렇게 엄중히 되뇔 필요가 있다. ‘여기는 하원의사당이다. 여기서 세계의 운명이 바뀐다. 이 자리에서 글래드스턴과 파머스턴과 디즈레일리가 투쟁했다. 이 사람들이 우리를 통치한다. 우리는 매일 그들의 지시를 따른다. 우리의 지갑이 그들 손에 맡겨져 있다. 하이드파크에서 우리가 차량을 운전할 때 속도를 결정하는 것도 그들이고, 우리가 전쟁을 할지 평화를 지킬지 결정하는 것도 그들이다.’ 우리 스스로 자꾸 상기해야 한다. 그냥 봐서는 그들도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원의사당 / 75쪽
너무 깊이 들어가도 안 되고 너무 똑똑해도 안 되는 대화
사실 크로 부인이 원한 것은 친밀함이 아니었다. 부인은 대화를 원했다. 친밀함은 으레 침묵을 불러오기 마련이고 침묵이야말로 부인이 질색하는 바였다. 모름지기 대화가 이어져야 하고 대화는 보편적이면서 세상만사를 두루 다뤄야 했다. 너무 깊이 들어가도 안 되고 너무 똑똑해도 안 되는 것이, 이런 방향으로 멀리 가다 보면 틀림없이 누군가 소외감을 느끼고 입을 꾹 다문 채 자리에 앉아 찻잔만 만지작거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어느 런던 사람의 초상 / 91쪽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 런던을 산책하고 사색하며 런던에 대해 글을 쓴 런던 사람이다. 『밤과 낮』, 『제이콥의 방』, 『댈러웨이 부인』, 『파도』, 『세월』에 이르기까지 울프의 소설 상당수가 런던을 주제이자 무대로 삼는다. 특히 소설 『댈러웨이 부인』에서는 ‘런던, 6월의 이 순간’을 반기며 전쟁과 망자들이 혼령으로 떠도는 도시에서도 전후의 파티를 즐기는 눈부신 일렁임을 칭송한다. 이 책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는 댈러웨이 부인의 말 가운데 하나다. 런던 산책을 사랑한 만큼 버지니아 울프는 런던 산책에 관한 에세이를 잡지에 연재했는데, 그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속 런던 산책
소설을 쓸 만큼 이야기가 차오를 때까지 버지니아 울프는 무수한 시간들을 서평과 에세이와 편지와 일기로 촘촘히 채웠다. 버지니아 울프의 첫 공식 저술활동은 스물둘에 『가디언』지에 발표한 서평이었다. 그 이후로 울프는 신문과 잡지에 꾸준히 에세이를 기고했다. 서평과 에세이는 울프의 금전적 자산이자 문학적 자산이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버지니아 울프는 매일 글을 썼다. 그리고 매일 글을 쓰기 위해 독서와 산책을 거르지 않았다.
“런던은 보석 중의 보석…… 음악과 대화와 우정과 도시 풍경과 책과 출판과 설명할 수 없지만 중심이 되는 무엇, 이 모두가 이제 내 손 닿는 거리에 있다.”- 1924년 1월 9일
“런던은 쉴 새 없이 나를 매혹하고 자극하고 내게 극을 보여주고 이야기와 시를 들려준다. 두 다리로 부지런히 거리를 누비는 수고만 감내하면 아무것도 걸리적거릴 것 없다. 혼자 런던을 걷는 시간이 내게는 가장 큰 휴식이다.” - 1928년 5월 31일
▶ 오 멋진 배여, 어디를 향하는가
런던 부두에 관한 글은 런던의 돔 지붕과 첨탑과 웅장한 대저택으로 독자를 태워가며 런던의 기중기와 부두, 진흙과 하수도와 쓰레기장을 보여주고 쓰레기 폐기물을 포함한 모든 생산물에 용도가 부여되는 가차 없는 과정을 보여준다.
▶ 천 가지의 목소리가 아우성치는 옥스퍼드 거리
옥스퍼드 거리는 먹고살기 위한,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무심하고 무자비하게 넘실대는 거리의 파도에 화자들이 뱉어내는 천 가지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이 장을 통해 울프는 중간계급 소비자의 변덕과 욕구가 어떻게 냉혹한 시장의 힘을 추동하고 동시에 그것에 추동되는지 보여준다. 신발, 모피, 가방, 난로, 기름, 라이스푸딩, 양초 등등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우리 앞에 대령된다.
▶ 키츠도 산책하다 멈추고 이렇게 바라봤겠지
위인들의 집에 관한 글은 19세기 켄싱턴(어린 시절 울프가 살던 집도 이 지역에 있다)에 위치한 칼라일의 가옥을 서재, 책상, 초상화가 놓인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여성과 하인들의 ‘전쟁터’로 접근하며 ‘청결 온기를 위해 먼지 추위에 맞서’ 매일 싸우는 노예노동의 현장이었다고 전한다.
▶ 여기는 하원 의사당이다. 여기서 세계의 운명이 바뀐다
하원 의사당에 관한 글은 시끌벅적 왁자지껄 고성이 오가는 남성전용 클럽을 마치 디킨스 식으로 묘사한다. 못생기고 시시하고 평범한 당대의 구성원들이 사후에 대리석 동상으로 세워지는 걸 상상하기 힘들 정도라 한다.
[추천사]
“1930년대 런던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여섯 편의 에세이. 사랑하는 도시를 유람하는 울프의 통찰과 애정이 담겨 있다.” - 워싱턴포스트
작가정보
1882년 영국 런던에서 당대 저명한 학자이자 문필가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과 어머니 줄리아 프린셉 덕워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자 형제들처럼 공식 대학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서재에서 많은 책을 탐독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화가인 언니 버네사와 함께 블룸즈버리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신의 지식인, 예술가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주축이 되어 활동한 이 모임은 훗날 〈블룸즈버리 그룹〉으로 알려진다. 1912년 그룹의 일원이던 레너드 울프와 결혼했으며, 남편과 함께 호가스 출판사를 차려 T. S. 엘리엇과 E. M. 포스터의 작품 등을 출간하기도 했다. 1915년에 첫 소설 『출항』을 발표한 후 『밤과 낮』(1919)을 거쳐 실험적인 성격을 띤 『제이컵의 방』(1922)을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평론, 집필, 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 걸작으로 평가받는 『댈러웨이 부인』(1925), 『등대로』(1927), 『파도』(1931) 등의 소설들과 훗날 페미니즘의 필독서가 되다시피 한 『자기만의 방』(1929) 등을 발표했다.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시골집으로 피신했지만, 심해지는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다 이른 아침 강가로 나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문학과 영화의 학제간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직설법과 상상력이 교차하는 에세이를 즐겁게 읽고 힘들게 옮긴다. 옮긴 책으로,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지킬의 정원』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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