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과 광기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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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작가, 우리 시대 압도적 하드코어 소설가 백민석의 신작 장편 『교양과 광기의 일기』. 제목부터 독특한 이 소설은 40대 소설가인 ‘나’가 쓰는 ‘교양’의 일기와 광기 어린 한 10대 소년이 쓰는 ‘광기’의 일기가 일기장 앞뒷면에 번갈아 쓰인다는 구성의 환상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소설이다. 소설은 87일간의, 180개의 일기로 되어 있다.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이중성을 파고든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교양성’과 무법적이고 비현실적이고 충동적인 ‘이중성’ 중 늘 어느 한쪽만을 중심에 놓고 세상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비록 중심에선 밀려났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걸 소설로서 증명하려 한다. 작가가 직접 찍은 소설 안의 쿠바 사진과 중심에 대한 여러 사상가의 말은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
12월 23일
작가의 말
?빠지거나, 새 카메라를 사기 위해 아바나를 정처 없이 헤매거나, 호세 마르티 문화원 측으로부터 강연 원고를 퇴짜 맞는 것 정도다. 반면, ‘소년’의 세계는 다르다. ‘소년’은 ‘룰리의 숙녀들’의 백인 마스터를 폭행하고, ‘다나이스’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애쓰며, ‘나’와 같이 아바나를 떠나지 않으려고, ‘나’의 몸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저항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세계는 점점 좁혀지고, 겹쳐지고, 충돌한다. ‘소년’이 폭행했던 ‘룰리의 숙녀들’의 백인 마스터는 결국 “지난 10월부터 나타났고, 물 빠진 카고 반바지에 얼굴이 시커멓게 탄” 치노인 ‘나’를 알아본다. 호텔 내셔널의 연말 갈라쇼를 보던 ‘나’의 눈에도 ‘다나이스’가 보인다.
‘나’의 쿠바에서의 일정이 끝나가면서 이야기도 점점 끝으로 치닫는다. ‘소년’은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소년’의 광기의 세계와 마주하고도 무사할까? ‘다나이스’는 아버지를 찾게 될까? ‘나’와 ‘다나이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표지만 본 독자들은 영영 모를 것이다
이 소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중심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사상가들이 말해왔다. 이 소설은 그 말들에, 내 말을 덧붙이는 식으로 쓰였다. 중심은 세상에 질서를 가져와 세상을 더 살 만하게 만들었을지 몰라도, 중심에서 밀려난 많은 인간들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_작가의 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걸까. ‘나’는 뭐고 ‘소년’은 뭐고 ‘다나이스’는 뭐고 ‘백인 마스터’는 뭐고 ‘다나이스의 러시아인 아버지’는 뭐고 ‘보이지 않는 낚시꾼들’은 도대체 뭘 말하는 걸까? 왜 일기는 꼭 앞뒷면에 쓰여야 했을까? 중심에 서 있을 때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오래도록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었고, 자라면서 늘 그 중심에 대해서 들어왔다. 발단, 전개, 절정, 위기, 결말이라는 이야기의 형식과 중심 소재와 줄거리와 주제라는 이야기의 중심과 여러 시제와 인칭과 비유법들에 대해서. 중심이 있는 이야기는 소설의 세계에 질서를 가져와 소설을 더 살 만하게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소설의 중심에서 벗어난 많은 소설을 비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소설 읽을 시간도 없다”는 소리들 틈에서 생겨난 건지도 모르고, “얼토당토않은 내용”을 중심에 맞게 써서 책으로 내려는 소설들
작가정보
저자 : 백민석
저자 백민석은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소설 〈내가 사랑한 캔디〉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혀끝의 남자》, 《수림》,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내가 사랑한 캔디》, 《불쌍한 꼬마 한스》, 《목화밭 엽기전》, 《러셔》, 《죽은 올빼미 농장》, 《공포의 세기》, 《교양과 광기의 일기》, 에세이 《리플릿》, 《아바나의 시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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