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 연가
2017년 05월 17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03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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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59615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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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2. 일회용품, 그 불편한 진실
3. 어깨
4. 바지랑대
5. 워킹 스트리트 (Walking Street)
6. 흔들리는 노년(老年)
7. 도라지꽃
8. 흙수저, 그들만의 세상
9. 평상
10. 빈 의자
11. 바게트와 카스텔라
12. 전짓다리
13.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14. 허공(虛空)을 밟다
15. 동전은 필요없어요
16. 바퀴
17. 감나무의 비밀
18. 뚜껑
19. 토란, 동화를 꿈꾸게 하다
20. 지겹지 않으세요?
21. 똬리
22. 해우소(解憂所)
23. 함께 살아가는 어려움
24. 흐름을 스케치하다
25. 술집 앞 은행나무
26. 몸으로 하는 효도
27. 고샅
28. 고대왕국의 숨결을 느끼다
29. 까만 마스크
30. 그곳엔 우물이 있었네
31. 빵이 비웃다
32. 고향(故鄕)집 지키는 절구통
33. 상처를 읽다
34. 자연을 품은 도서관
35. 지붕
36. 외가에서
37. 잔액부족
38. 순(荀)
39. 자전거, 풍경이 되다
40. 소리의 다양한 얼굴
41. 푸른 성지(聖地)
42. 미역줄기
43. 마을회관
44. 포장
45. 뜨개질
46. 홀로서기
47. 과유불급(過猶不及)
48. 귀한 손
49. 참깨 한 알의 무게
50. 카페라테
동그라미를 그리다
하얀 도화지 위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아니, 그리다가 만다. 잠깐 생각에 잠긴다. 동그라미를 어디까지 그려야 할지 몰라서다. 동그라미의 첫 시작은 탄생(誕生)이니 동그라미의 끝은 사멸(死滅)일 수밖에 없다. 아직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나는 동그라미의 어느 부분에 서 있는 것일까. 심오한 생각에 잠긴다.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나이니 원의 지름에 위치하진 않을 것이다. 15도나 30도, 아니 어쩌면 45도까지 사멸 쪽으로 기울어진 건 아닐까. 그렇더라도 상관없다. 기울기는 어느 지점에서 진행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어서다. 삶의 동그라미는 탄생과 사멸이 만나야 완벽해진다. 하지만 동그라미의 끝과 끝이 만나는 지점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서 다행이다. 그 공간을 희망으로 채울 수 있어서다.
동그라미를 그리다 말고 왔던 길로 거슬러가 본다. 사십 대, 삼십 대, 이십 대, 십 대, 유년기까지 나름대로 위치를 정해 본다. 그리고 가만히 바라본다. 그것들은 제각기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 색깔뿐 아니라 길이도 다르다. 살아 있는 시간이 있는가 하면 죽어 있는 시간도 있다. 생생한 기억으로 재생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흐릿한 형체로 기억되는 부분도 있다.
지나온 발자취는 과거의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 봉인된다. 그건 한사람이 살아온 거대한 역사의 저장 공간이다. 역사는 위대한 나라, 위대한 영웅들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의 삶도 역사가 될 수 있다. 항아리의 뚜껑을 열고 그들을 깨워 의미를 부여했을 때 그것들은 살아나서 개인의 역사를 완성한다. 수필은 그 역사를 실현해 주는 행동철학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의 내용이 있다. 의미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어느 한순간과 사건들, 에피소드는 행복이 될 수도, 고통이 될 수도 있다. 감정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그건 한순간의 일이다. 시간이 개입하면 그것은 공기 속에 소멸(消滅)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장식했던 모든 건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다시 꺼내주지 않으면 그저 과거의 일일 뿐이다. 그렇게 쌓인 수많은 일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대단한 것일지라도 지나고 나면 그뿐이다.
글쓰기는 그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꽃을 피우게 하는 일이다. 특히 수필은 자신의 삶과 인생을 담는 그릇이라 했다. 자신의 현재를 뒷받침해 주었던 커다란 깨우침이나 울음이 자라던 날, 웃음이 팡팡 터지던 날에 밑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는 일이다.
나의 수필 쓰기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내는 일이었다. 병이 되기 전, 암 덩어리처럼 굳어지기 전에 응어리를 한 가닥 한 가닥 풀어헤쳐 맑은 햇살과 바람에 말리는 일이었다. 그 응어리 속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가족이 있었다. 어머니는 내게 아픔의 근원(根源)이었다. 툭 건드리면 울음이 쏟아질 것 같은 어머니의 삶은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어머니를 빼놓고 내 삶을 말하기는 힘들었다. 내 글 속에 어머니가 수없이 등장하는 이유다.
내게 어머니는 무조건 옳다. 앞뒤가 맞지 않고, 이치에 어긋나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얼토당토않은 일에 화를 내도 어머니는 내게 항상 옳다. 여태껏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머니의 희생을 진부한 언어, 신파적 표현으로 미화하고 싶진 않다. 진솔함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어머니의 한(恨)을 조금이라도 씻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어머니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지난 일에만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현재 발을 딛고 있는 생활 속 이야기들을 나는 수필 속에 담는다. 대개는 힘없고, 가난한 이웃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많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들의 모습과 그들의 삶이 눈에 더 잘 띈다. 어쩌면 내 삶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 쉽지 않다. 자신의 못난 부분과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진실을 말할 수는 없다. 내게 수필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더 매력을 느끼고 그 매력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되었다.
수필에 푹 빠져 살면서부터 내게는 시간개념이 달라졌다. 시간을 어떻게 쪼개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인가를 매일 생각한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이 내게는 황금시간이다. 그 시간은 온통 글쓰기에 전념한다. 생각을 모으기 위해 눈을 감고 수많은 곳을 둘러본다. 과거, 미래는 물론이고, 어디선가 본 풍경,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 등, 하나도 허투루 버릴 수가 없다. 모두가 소중한 삶들이고, 모두가 소중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평일 저녁에는 거의 매일 운동을 하러 다닌다. 가끔은 피곤한 몸이 운동을 못 하게 방해하기도 한다.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운동을 빠지라고 부추길 때가 있다. 그 순간의 갈등을 이기고 운동을 가는 날 나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건강한 글쓰기에는 건강한 몸과 마음이 필요조건이라는 생각에서다. 한곳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글을 쓰고 있는데도 글에 대해 목이 마르다. 아직도 한없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목마름은 앞으로 더 간절해질지도 모른다. 민얼굴을 세상에 내놓았으니 그에 대한 책임감을 벗어버릴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아직 채우지 못한 동그라미를 완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록 사멸에 훨씬 더 가까워진 동그라미지만 거기에는 희망이 있으니 두렵지 않다.
심오한 철학(哲學)과 폭넓은 지식, 넘치는 해학(諧謔)과 깊은 설득력이 있는 글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가슴에 잠깐 머물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으리라. 내 삶의 스승이며 글의 주체(主體)가 되어준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친다.
수필, 어머니의 전기(傳記)
이상렬/문학평론가
언어는 사물을 완벽하게 드러낼 수 없다는 숙명적 한계를 지닌다. 성서에 바벨탑 사건이 소개된다. 인간은 하늘 높이 탑을 쌓는다. 이것은 노동과 건축의 차원이 아닌, 신의 영역에 대한 침범을 의미한다. 신은 인간의 언어를 흩어버린다. 이 사건은 인간 언어의 유한성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따라서 실제와 언어는 다를 수밖에 없다. 애초에 어휘로 대상을 다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그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희망은 있다. 문학 장르 중, 글과 실재(實在)가 거리감을 느낄 수 없는 형식의 글이 수필이다. 나에 대해서, 내가 산 생애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글 속의 ‘나’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다. 실재와 어휘의 거리가 가장 근접한 글쓰기, 작가 장미숙의 수필이다. 생애에 대한 진술이라 더 그런 것일까. 자신이 걸어왔던 삶의 경험을 완전무결하게 표현해 주지 못하는 언어와 사투를 벌이면서 고독하게, 진실하게 생을 진술했다.
1. 어머니전기(傳記), 수필은 나의 어머니
수필은 작가 그대로를 반영(反映)한다. 작품 3~4편 정도를 읽으면 작가의 사상과 세계관이, 즉 심연(深淵)이 보인다. 작가가 작품 속에서 자신을 구현하든 아니든 글은 자신이 남긴 또 하나의 ‘나’라는 결과물을 의미한다. 작가는 수필이라는 ‘삶과 인생을 담는 그릇 속’으로 자신의 세계를 가두어 놓은 것 같지만, 독자는 읽는 순간 글을 통해 작가의 세계를 보게 된다. 따라서 작가의 수필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항아리 속에 봉인된 이야기’를 해제하고 ‘한 사람이 살아온 거대한 역사의 저장 공간’을 여는 행위다. 항아리와 저장 공간 안에는 많은 사연이 내포되어 있다. 연가가 흐르는 고추밭 이야기, 우물가에 쪼그리고 앉아 빨래하던 여인, 발그스름한 노을을 배경으로 허리를 수그리고 삽질을 하던 여인, 하루 아홉 시간 이상 일하는 어느 빵 가게 이야기, 절구통이 있어 따뜻한 고향 집 이야기, 미역 줄기처럼 보낸 청춘의 한때 고단한 이야기가 한 사람이 걸어온 역사의 곳간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중 정작 보관하고 싶었던 존재는 무엇이었나.
작가의 변(言)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나의 수필 쓰기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내는 일이었다. 병이 되기 전, 암 덩어리처럼 굳어지기 전에 응어리를 한 가닥 한 가닥 풀어헤쳐 맑은 햇살과 바람에 말리는 일이었다. 그 응어리 속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가족이 있었다. 어머니는 내게 아픔의 근원(根源)이었다. 툭 건드리면 울음이 쏟아질 것 같은 어머니의 인생은 내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어머니를 빼놓고 내 삶을 말하기는 힘들었다. 내 글 속에 어머니가 수없이 등장하는 이유다. … 내 삶의 스승이며 글의 주체(主體)가 되어준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친다.
작가의 인생 배후(背後)에 뭔가 믿을 구석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무엇이 작가를 세파와 망각의 세월로부터 지켜준 것일까. 어머니다. 장미숙은 자신의 긴 여정 속에 ‘어머니를 빼놓고는 내 삶을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것은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언어를 통해 궁극으로 꿈꾸는 건 어머니였다. ‘지구의 중심을 꽉 잡고 땅속 깊숙이 제 몸을 비틀며 생명을 이어가는 도라지’처럼 작품의 중심에, 모든 행간(行間)에 어머니와 어머니의 것과 어머니의 정신이 스며 있다. 하나하나가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를 지향한다. 장미숙 수필의 주인공은 어머니였다.
장미숙의 수필은 사모곡(思母曲)이다. 어찌할 수 없는 아버지의 병치레에 어머니는 속울음 속으로 자신을 숨겼다. 바람 잘 날 없는 전장 같은 가정사에 눌린 작가는 풀밭에 한 뼘 웃자란 잡초처럼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탁월한 사유의 힘도, 기민한 어휘의 능력도, 작
작가정보

저자 장미숙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서울시 서울사랑 수필공모전 최우수상
농민신문전원생활 수기공모 대상
2008년 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전국문예경연대회 대상
2009년 좋은생각 문예공모전 은상
2009년 천강문학상 수필 동상
2009년 순천향대학교 수필 최우수상
2010년 동서커피문학상 수필 은상
2010년 천강문학상 수필 우수상
2011년 시흥문학상 수필 우수상
2012년 근로자문화예술제 수필 은상
2012년 목포문학상 수필 본상
2014년 문학나무 젊은수필 선정작가
2015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2015년 농어촌문학상 수필 최우수상
2016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필 금상
에세이포레 문학회 회원, 에세이스트작가회 회원
이 상품의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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