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2016년 12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02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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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교차되는 기억의 편린들 013
이성理性과 광기狂氣 047
전쟁을 하다 079
나니와는 꿈속의 또 꿈 103
고니시 유키나가를 생포하라 145
사로병진작전의 귀결 185
전야 229
격돌, 노량해전 261
회의가 끝나 아들 다다쓰네는 물론이고 가신들의 좌장인 니이로 다다모토까지 다들 물러갔는데도 조카 도요히사만이 엉덩이를 붙이고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눈을 감고 뭔가를 깊이 궁리하는 안색이라, 적잖이 피곤했지만 요시히로는 잠자코 놔두었다. 아니, 함께 술이라도 한 잔하면서 노래라도 부르면 심란한 마음을 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냉큼 들었다. 어느새 도요히사에게 저도 모르게 이것저것 많이 의지하고 있나 보다. 그런 생각도 들어 요시히로는 쓴웃음을 입에 물었다.
사실, 고니시 유키나가 구원은 가신들 입장에선 선뜻 내키지 않고 상당히 마뜩찮을 일이었다. 적들의 반격 여지를 오이 자르듯 싹둑 잘라버리고 이제야 된장국 마시듯 순조롭게 철군하려니 했는데, 느닷없이 또 전투를 치러야 할 상황에 직면한데다 수전(水戰)이라고 하니 하 복장이 터진다 해도 나무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다 본국이 보낸 구원통지서에도 큰 전투를 치른 시마즈 가문은 배려 차원에서 일단 배제되어 있었다. 가신들도 이 점은 다 안다. 그래서 가문의 수장으로서 구원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고 본국에 미뤄도 누가 손가락질할 계제도 아니었다. 가신들에게 송구하고 미안한 마음이야 사실 가눌 길이 없었다.
그러나 고니시 유키나가 구원 문제는 가신들과 의논하여 내릴 평정(評定) 회의 이전에 이미 요시히로는 마음을 단단히 굳히고 있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직도 어제 일 같지만, 벌써 재작년 세밑의 일이 된 히데요시와의 마지막 만남. 그날 들었던, 공성전에서 최후를 각오한 다이묘 같은 그의 절박하면서도 비장한 목소리가 불현듯 되살아나 어제 오늘 귀청에서 내내 철포처럼 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자고 유언 같은 말을 들었던가. 고니시 유키나가가 봉쇄당해 있는 지금, 그 말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요시히로는 회의석상에서 휘하의 수하들을 향해 다이코를 알현하는 가신처럼 얼굴을 깊숙이 숙이며 일단 양해를 구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다들 도노, 도노, 하면서 펄쩍 뛰며 말렸으나 요시히로는 정말로 용서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라 한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
―다시 출병하려는데 나를 믿고 따라주지 않겠는가?
이번에도 귀신 무사시로 불리는 니이로 다다모토 같은 노장이 앞장서고 가신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을 거들었다.
―전쟁의 대미를 장식하는데 시마즈 가문이 선봉에 서야 당연하거늘. 주청 드려도 시원찮을 판국에 기회를 도리어 주시니 눈물겹게 고마운 일. 이 참에 젊은 것들은 좀 빠지고 역전의 용장들만 뭉쳐보자고요.
―어이쿠, 우리 영감님은 스모(相撲)도 혼자 하시려나. 그럼, 그건 스모가 아니지요. 전쟁도 마찬가지라고요……
장중한 의고의 문체로 빚어낸 객관과 성찰의 조선시선, 일본시선!
기존의 사색을 답습하지 않은 중립과 혁신의 서술이 감동의 장으로 안내하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기존의 전쟁물이나 영웅담과는 다르다, 라고.
지금까지 임진전쟁을 다룬 많은 작품에서 침공의 당사자에 대한 사색이 그것도 당사자의 시점에서 얼마나 많이 이루어졌는지를 돌이켜 보면, 이 작품 『노량-이순신 시마즈요시히로 숙명의 조우』는 자별한 소설로 손꼽는다 하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작품의 주요인물인 이순신과 시마즈 요시히로의 시선이 골고루 안배되어 당대를 고찰하는 점은 일방의 시각이 주는 감동과는 깊이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역사소설’이 가지는 미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당대를 고찰, 반추하여 현재를 성찰할 사색을 부여받는다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이 책은 매우 매력적이다. 일단 민족의 성웅이라 추앙받는 이순신의 시점으로만 일관되는 사색을 탈피하고 상대의 시점으로도 전쟁을 바라보게 만들어 쌍방 간의 균형을 통해 당대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기에 그러하다. 그 점 또한 서투르거나 미숙하지 않다. 실재성(實在性) 확보를 위한 저자의 분투가 읽다보면 가슴 저리도록 느껴진다. 이 책이 구축한 큰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어느 한 쪽의 시각, 즉 일방의 시점으로 당대를 고찰하는 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다양한 관점이나 일천하지 않는 안목이란 당대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때 덧붙여지는 법이다. 저자 허수정은 이 점에 있어선 대단히 신뢰적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유연한 역사인식은 이미 전작 『왕의 밀사』에서 충분히 드러난 바 있다.
이번 작품 『노량-이순신 시마즈요시히로 숙명의 조우』 역시, 한층 진일보된 사색의 결정판이라 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예컨대 임진전쟁의 종착점이 되는 ‘노량해전’을 향해 달리는 수많은 인물 군상의 역정을 통해 418년 전 그 갈등의 총합을 격정보다 강한 이성으로 끌어안는데 부족함이 없다. 당대에 있어서 문제적 ‘민중상’이라 할 수 있는 부역자(附逆者)의 묘사에도 격정과 분노 대신 이성과 냉철함을 택한다. 그래서 부역자의 사색은 오히려 당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장치로 작용되어 버린다. 다양한 관점과 깊이 있는 안목이 불러온 효과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독자가 이 책을 통해 당대의 깊은 사색을 엿보는 흔치 않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이 책은 다르다, 라고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까닭이다.
출판사 리뷰
1598년 11월 19일, 그날 두 영웅이 자웅을 겨루다!
한산도 명량대첩의 이순신-지금까지의 적들과는 다르다!
칠천량 사천전투 대승의 요시히로-지금까지의 적들과는 다르다!
전쟁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숨을 거두자 전쟁의 양상은 돌변하고 조명 연합군은 사로병진작전을 펼쳐 총 공격에 나선다. 그러나 사천성을 지키는 시마즈 요시히로의 부대에 의해 연합군이 대패하여 일본군은 순조롭게 철군하려는데, 순천예교성의 고니시 유키나가만 이순신과 진린 연합함대에 의해 봉쇄되어 있다. 고니시 유키나가는 사천의 시마즈 요시히로에게 구원을 요청, 마침내 임진전쟁을 종결짓는 대해전이 감행되는데……
노량해전은 임진전쟁의 대미를 장식하는 큰 전투다. 조명연합군의 사로병진작전에서부터 노량해전에 이르는 그 긴박했던 과정을 『노량-이순신 시마즈요시히로 숙명의 조우』는 실재성을 확보하면서 숨 가쁘게 그려낸다. 그것도 이순신의 시점 하나로 그 과정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해전의 한 쪽 당사자인 시마즈 요시히로의 시점과 구원을 요청한 고니시 유키나가의 시선도 적절히 안배해 입체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이분법적으로 하나를 영웅시하고 다른 하나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은 중립적 서술의 자세가 한층 돋보인다. 그래서 당대 일본 쪽 무장들의 시선이 자못 흥미롭다.
거기에다 일본 무장들의 묘사는 사소한 호칭 하나에서부터 당대의 현실성이 충실히 재현되어 있다. 실감 나는 영상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구축 시킨 실재성은 아주 놀랍다. 뿐 만인가, 소설의 특성인 상상의 공간을 마음껏 활용하면서도 허구가 사료에 크게 어긋나지 않도록 배치한 구성도 이채롭다.
예컨대 노량해전에 임하는 이순신의 정신세계에 고대의 사상가 묵자(墨子)를 연결시키는 의외성은 참신할 뿐만 아니라 일면 설득력이 있다. 기리시탄 다이묘란 역사적 사실 속에서 되살린 고니시 유키나가의 사색은 당대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매개의 하나로 구현된다. 시마즈 요시히로 앞에서 자신의 야망을 피력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말들 또한 낯선데도 절실히 무겁다. 이순신을 바라보는 시마즈 요시히로의 독백은 가히 치열하면서도 숙연하다. 민중에서 찾아낸 허구의 인물 역관과 부역자의 사색마저 현재를 반추해 보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치밀하면서도 장중하게 묘사되는 해전의 과정은 생생한 스펙터클로 보는 이를 크게 압도 시킨다. 그야말로 이 작품의 백미다!
바로 그러한 점들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418년 전의 노량해전, 그 대해전을 상투적이거나 진부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노량-이순신 시마즈요시히로 숙명의 조우』는 감히 말하건대 아주 새롭다. 노량해전이란 소재가 새롭다는 말이 아니다. 도리어 지금까지 많은 작품들이 이순신 장군이나 임진전쟁을 다루었기에 오히려 식상하게 느껴질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기존의 인식이나 패턴을 답습하지 않는다. 엄정한 시선, 치밀한 극적 구성, 유려하고 탄탄한 묘사와 보기 드물게도 일방적 관점을 지양(止揚)하고 다양한 관점에 따른 치열한 사색으로 당대를 실제처럼 재생한다. 그 경계선이 크고 깊고 넓게 느껴지는 것은 당대를 입체적으로 구현한 저자의 노력과 필력 때문이기도 하다. 덕분에 정적이면서도 격동적인 재미와 감동을 독자에게 속절없이 선사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말한다, 이 작품은 새롭다!
이제 독자인 당신은 이 출발점에서 달려 나가 경계선을 넘어 418년 전 그날, 그 당대의 폭풍 같은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당신의 사색 또한 당대와의 소통이다. 그렇다면 감동은 당신을 기꺼이 맞이할 것이다, 감히 말하건대.
책속으로 추가
눈앞의 어둠은 달빛과 별빛마저 자취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넓고 깊었다. 어쩐지 저 어둠을 여기 노량만이 아니라 저쪽 뭍에서도 만났다면 하늘과 바다, 나와 너, 아군과 적뿐만 아니라, 양반과 상것 같은 피아(彼我)도 오리무중(五里霧中) 식별할 수 없을 듯하였다. 그랬다면 백성들이 신명 내며 논갈이하게 될지도 몰랐다. 아니지, 어둠이 장막처럼 만휘군상(萬彙群象)을 가린 채 마치 태곳적처럼 그 자리에만 존재했다면 반상의 질서가 부서질지언정 논갈이로 나서야할 상것들도 그 속에서 허우적거렸을 공산도 컸겠다. 어떠한 불순물도 스며들기를 완강히 거부하여 장엄하도록 순연한 어둠은 그래서 무섭다.
피아를 구분시키지 않는 어둠이라면 나를 고찰하는 시선으로 타인을 연상시켜 버린다. 허나 연상하는 것은 실재(實在)가 아니다. 실재가 되려면 어둠의 장막을 찢어야 한다. 왜곡과 날조는 장막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그래, 묵자라면 눈앞의 저 어둠을 지옥 같은 이 세상의 근원이라 평하고 찢어버리기 위해 뛰어들었을 지도 몰랐다. 나도 저 어둠을 찢어야 한다…… 그런 생각이 어지럽게 난무하자 이순신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눈을 부릅뜨고 어금니도 악물었다. 지금은 적을 완파할 것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야 하는데 이 무슨 공허한 잡념인가 싶었다. 아니, 어둠 너머에만 신경을 곤두세웠으니 공허한 잡념이 혀를 내민 꼴이었다. 과도한 집념은 오히려 집착을 양산해 심신을 지치게 할 공산도 컸다. 지휘관으로서 주의할 일이었다.
다시금 마음을 추스르고 이순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배들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동면하는 곰처럼 웅크리고 있는 듯했다. 계절은 벌써 겨울의 문턱을 넘어섰다. 동짓달 추위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간간이 불어오는 북서풍은 화공의 측면에서 반가운 존재이나, 수많은 군졸들의 얼어붙은 몸을 생각하면 야속하다. 연민과 아픔이 칼바람처럼 가슴을 베는 듯싶었다. 허나 마음을 굳게 먹자. 이제 적들은 저 어둠의 장막을 찢고 거침없이 등장할 차례다.
작가정보

저자 허수정은 소설가. 부산에서 태어나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한국사뿐만 아니라, 일본사를 비롯해 동아시아사에 천착하고 있는 팩션작가이다.
전작 [왕의 밀사]를 통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유연한 역사 인식으로‘일본에서 본 조선’이라는 놀라운 시각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역사의 비중에 치우쳐 상대적으로 빈약한 국내 추리 장르의 수준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서로는 《바늘귀에 갇힌 낙타》 《천년제국》 《해월》 《소설 김대중》 《부용화》 《이방원 정도전 최후의 전쟁》 《일지매》 《왕의 밀사》 《제국의 역습》 《백안소녀 살인사건》 등 다수의 작품들이 있다.
이 상품의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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