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군인
2025년 12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2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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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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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문학에는 언제나 개인적 혼란과 시대적 불안이 교차한다. 포드는 소설가의 사명이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라 여겼기에,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인물상을 충실히 담아내고자 했다. 그는 20세기의 전쟁과 사회적 붕괴를 직접 목격하며 작가로서의 시선을 형성했고,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며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성의 붕괴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포드의 삶은 복잡한 연애 관계, 정신적 쇠약, 전쟁의 트라우마로 그의 작품 속 인물들처럼 불안정했다. 《훌륭한 군인》은 인간이 스스로를 속이면서도 진실을 갈망하는 모순된 존재임을 보여주는 자전적 고백과도 같다.
여기에 포드는 그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회화적 문체로 사랑하고 파멸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극적이고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덕분에 독자는 한순간의 치정극이 아닌, 문학, 미술, 역사가 어우러진 격조 높은 비극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훌륭한 군인》이 BBC와 《가디언》을 비롯해 영국의 각종 매체에서 필독서로 꼽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독자는 이 소설에서 단편적인 로맨스가 아닌, 20세기 초 영국이라는 한 시대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 자체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2부
3부
4부
작품 해설
포드 매덕스 포드 연보
■ 이렇게 슬픈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나우하임에서 애쉬버넘 부부와 9년이나 절친하게 지내왔다. 아니, 절친하다기보다 좋은 장갑이 손에 딱 맞듯이 그렇게 느슨하고 편하면서도 가깝게 지내왔다고나 할까. 아내와 나는 애쉬버넘 부부와 더할 수 없이 가까운 사이였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11쪽)
■ 영속성? 안정성? 그 우정이 사라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막 미뉴에트를 추기 시작한 그 길고 평온한 삶이 9년하고 6주의 마지막 나흘 동안에 와장창 사라졌다는 것이 너무 황당하다. 우리의 우정은 정말 미뉴에트 같았다. (14쪽)
■ 아내를 탓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어떻게 그런 것을 알았을까?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어찌 그토록 철저히 알고 있었을까? 그럴 시간이 전혀 없었을 텐데. (…) 나우하임과 그 인근에서 의사가 시킨 대로 나와 산책을 하면서 그녀는 어느 틈에 에드워드 애쉬버넘과 레오노라 사이에 끼어들어 그렇게 긴 협상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 오랜 세월 동안 에드워드와 레오노라가 둘만 있을 때는 서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인간은 대체 어떤 존재일까? (16~17쪽)
■ 에드워드가 단정해 보여서 위험했다면(진짜 바람둥이들이 대개 그렇다던데) 나 자신은 어떤가? 왜냐하면 나는
평생 한 번도 점잖지 못한 말을 꺼낸 적이 없고, 불순한 생각을 해본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바람을 피운 적도 없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땠는가? 이 전체가 웃기는 바보짓이었던가? 나는 환관이고, 정말 남자다운 남자, 살 권리가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아내를 쫓아다니는 사나운 종마들이란 말인가? /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어떤 규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성도덕처럼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그렇게 모든 것이 모호하다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인간 활동의 더 복잡한 문제에 대해 어떤 규율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그저 순간의 충동에 따라 행동하면 되는 것일까? 모든 것이 어두울 뿐이다. (20쪽)
■ 막상 도착해보니 이런 곳, 이곳 사람들에게는 정말 끔찍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평화 그 자체 같은 곳이었다. 금발을 굽이굽이 땋아 올린 레오노라는 집사와 하인과 하녀들을 대동한 채 웃음 띤 얼굴로 문 앞 계단에 서 있다가, 마치 내가 황급한 전보를 받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온 것이 아니라 15킬로미터쯤 떨어진 동
네에서 점심이라도 먹으러 온 듯 “잘 오셨어요” 했다. / 소녀는 사냥개들을 데리고 나간 듯했다. / 그리고 내 옆에 서 있는 가엾은 작자는 절대적이고 절망적이며 상상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표정이었다. (29~30쪽)
■ 그런데 그녀는 대체 누구를 위해 그렇게 웃어 보였던 걸까? 온천장 직원? 지나가는 사람들? 잘은 모르지만 어쨌든 나를 위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평생 그 어떤 경우에도, 거기 말고 다른 어디에서도 나에게 그처럼 놀리듯, 유혹하듯 웃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 그녀는 정말 수수께끼였다. (33쪽)
■ 사람들은 대체 대령의 어떤 면이 그렇게 좋았을까? 훌륭한 군인이라고들 했지만, 안팎을 다 봐도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레오노라는 그를 애타게 열애했고, 바닷물처럼 진하게 증오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상대방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었을까? / 우리 둘이 보고 있는 동안 그는 사람들에게 무슨 얘기를 했을까? 아, 맞다. 마치 영감이 떠오르듯 그가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훌륭한 군인들, 그런 유의 훌륭한 군인들은 모두 감상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군인들은 직업 자체가 용기, 충성심, 명예, 지조같이 거창한 말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친하게 지낸 9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그가 ‘좀 더 심각한 주제’에 대해 얘기했다는 인상을 주었다면 그것은 내 탓이다. 맨 마지막에 내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기 전에도 어쩌다 한 번 아주 늦은 밤에 대령은 감상적인 세계관이 엿보이는 발언을 하곤 했다. 좋은 여자는 우리를 구원으로 이끈다거나 모든 미덕 가운데 지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는데, 물론 아주 심각한 어조였지만 꾸며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37쪽)
■ 솔직히 우리가 뭘 하면서 그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9년이나 만났는데 뭘 했는지 전혀 모르겠으니 이상하지 않은가?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체스 말 같은 모양인데, 위에 난 구멍으로 나우하임의 네 가지 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상아 펜꽂이 하나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고 뭔가를 체험하거나 인간에 대해 더 알게 된 것도 아니다. (…) 이 세상에서 정직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사기꾼을 만나는 것 못지않게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45년이나 사람들과 살아 왔으면 인간에 대해 뭔가 알 만도 한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 이는 상당 부분 사람들을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대 문명인의 습관 때문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지켜봤지만 정말 기묘하고 미묘한 일이다. 우리는 각자 불완전하지만 확실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판단한다. (47쪽)
■ 하지만 그 가엾은 작자의 처지를 생각해보라. 난 그대에게 그 자의 처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부탁할 권리가 있다. 그렇게 운 나쁜 작자가 그렇게 무심하고 알 수 없는 운명에 시달려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 이야기는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전혀 없다. 나는 그렇게 말할 권리가 있다. 그자는 오랫동안 내 아내의 애인이었고, 그녀를 죽였으며, 내 삶의 모든 즐거움을 망쳐놓았기 때문이다. 먼 곳에 있는 말 없는 독자여, 어떤 성직자도 내게 독자 그대나 세상, 그자의 마음속에 그런 욕망과 광기를 심어놓은 신에게 그를 긍휼히 여겨달라는 부탁을 하지 못하게 막을 권리는 없다……. (62쪽)
■ 두 사람은 정말 지독하게 싸웠다. 지나쳐 보이지만 사실이다. 레오노라는 남편을 소리 없이 증오하고 그는 눈물로 잘못을 뉘우쳤을 것 같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여자를 밝히고 그 점을 부끄럽게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자기 계급의 특권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70쪽)
■ 아내에게 속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시겠지. 글쎄, 잘 모르겠다. 별 느낌이 없다고 할까. 지옥도 아니고, 그렇다고 천국도 아니니까 그 중간 단계겠지. 뭐라고 하더라? 연옥. 아니, 그렇지 않다, 실은 아무런 느낌도 없다. 그들은 모두 죽었고, 바라건대 연민의 샘을 열어주실 심판의 주님 앞에 나아갔기를…….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입장이 아니다. 그저 레오노라 같은 구교도들이 말하듯이, 오,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영원한 빛을 비춰주소서… 〔선한 이들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 선한 사람들? 나쁜 사람들?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내 생각에 그 둘은 신의 영원한 진노 속에 이 땅을 기어 다닌 가엾은 인간말짜들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82~83쪽)
■ 내가 이 이야기를 ‘애쉬버넘의 비극’이 아니라 가장 슬픈 이야기라고 부르는 것은, 그 내용이 슬프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불가피한 결말로 치닫게 하는 어떤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얘기를 들을 때 느껴지는 어떤 비장함도 없고, 인과응보나 숙명도 없다. 이 이야기에는 호수를 떠다니며 인간을 비참하고 불행하고 괴롭게 만
들거나 죽음으로 이끄는 화공선(火攻船)처럼, 삶을 살아가는 두 고결한 인간이 있을 뿐이다. 나는 지금도 에드워드와 레오노라가 고귀한 천성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들은 계속 타락해갔다. 왜 그랬을까? 무엇을 보여주려고 그랬을까? 모든 것이 암흑일 뿐이다. / 이 이야기에는 악당도 없다. (183쪽)
■ 애쉬버넘 비극의 대단원은 수많은 우행으로 얼룩져 있었다. 두 여자는 자기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고, 에드워드는 아주 분명한 노선을 취했지만 거의 매일 술에 절어 있었다. 하지만 취해 있든 깨어 있든 그는 사회와 가문의 전통에 따라 행동했다. 그래서 낸시 러포드를 인도에 보내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전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260쪽)
■ 세상은 에드워드를 원치 않았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의 소작인들, 총기협회, 술친구들은 그가 없어도 다 살게 되어 있었다. 그들 수백 명을 모아놓아도 에드워드가 고작 그런 자들 때문에 평생 고통받을 가치는 없었다. (279쪽)
* 영어로 쓰인 최고의 프랑스 소설. _존 로드커
*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 도서
* 《가디언》 선정 최고의 영문 소설 100선
* 〈옵서버〉 선정 가장 위대한 소설 100선
* 랜덤하우스 선정 20세기 영문 소설 100선
* 모던라이브러리 선정 최고의 영문 소설 100선
* BBC 선정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100선
* 피터 박스올 선정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이렇게 슬픈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품위와 도덕의 가면 뒤에 숨은 인간의 욕망과 붕괴
포드 매덕스 포드의 《훌륭한 군인》은 세련된 심리적인 묘사와 극적인 이야기로 “영어로 된 최고의 프랑스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근대 영문학의 걸작이다. 이 작품은 겉으로는 품위 있고 고상한 상류층 부부들의 교양 있는 우정 이야기인 듯 시작하지만, 점차 진실이 드러나며 도덕과 사랑, 신뢰가 한 겹씩 벗겨진다. 화자 존 다우얼은 심장병을 앓는 아내 플로렌스의 요양을 위해 독일 나우하임의 온천을 찾았다가, 그곳에서 매력적이고 신사다운 영국 군인 애쉬버넘 대령과 그의 아내 레오노라를 만나 9년간 친밀한 교류를 이어간다. 그러나 겉보기에 완벽하고 조화로웠던 네 사람의 관계 속에는 치명적인 비밀이 숨어 있었다. 다우얼은 레오노라를 통해 플로렌스는 애쉬버넘 대령과 9년간 불륜 관계였으며, 플로렌스가 극약을 먹고 자살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애쉬버넘 대령은 플로렌스뿐만 아니라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었으며, 레오노라는 남편의 끊임없는 외도와 위선으로 생긴 스트레스, 그가 벌인 도박으로 불어난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며 정신적으로 붕괴되어 있었다. 모든 진실이 드러난 뒤, 플로렌스의 자살과 애쉬버넘 대령의 몰락으로 한때 아름다웠던 우정은 완전한 파국을 맞는다. ‘훌륭한 군인’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가면 아래 숨은 한 인간의 부패와 허위를 드러내는 풍자였던 셈이다.
인간의 감정을 심층까지 해부하고 섬세하게 묘사한
포드 매덕스 포드의 20세기 영국 최고의 문제작
《훌륭한 군인》은 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소설이지만, 한편으로는 파격적인 이야기와 일반적인 도덕성을 지니지 못한 등장인물 때문에 출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대다수 비평가가 해석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에드워드 애쉬버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표면과 실제 행동이 판이하며, 그 행동의 여파가 일반적인 추측과 다르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극적인 사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도 “인형처럼 무심하고 경직되고 냉혹”한 태도를 품고 있으며, 이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태도와 본심이 어긋나 소통의 불가능 속으로 빠지고 만다. 이 작품은 “인간의 감정 중 가장 깊고 강렬하고 숭고한 것으로 그려지는 사랑이 얼마나 취약하고 맹목적이고 천박할 수 있는지, 인간 사회는 사랑이 살기에 얼마나 부적합한지, 우리의 의도와 욕망은 얼마나 철저히 짓밟히고 왜곡될 수 있는지 낱낱이”(291쪽) 보여준다. 포드는 시간과 진실, 기억과 인식이 교차하는 서사 구조를 통해 인간 이해의 한계를 드러낸다.
언뜻 난해해 보이는 이 작품의 이야기는 등장인물의 비극적 로맨스에서 벗어나 이 작품의 시대의 맥락을 고려하면 조금 더 뚜렷하게 읽어낼 수 있다. 산업혁명과 세계대전으로 인한 문명의 몰락, 여권신장으로 생겨난 새로운 남녀관계의 형성, 그토록 강건해 보였던 대영제국의 부침 등 20세기 초는 세계적으로 사회가 변화하는 격동의 시기였다. 애쉬버넘 대령은 영국의 봉건지주 계급의 온갖 특권을 누리며 정서적 아둔함이 체화된 인물인 반면, 레오노라는 영국 식민지 여기저기를 떠돌다 아일랜드에 정착한 가난한 지주의 딸로 살아왔기에 현실적인 감각이 민감한 인물이다. 애쉬버넘 대령이 레오노라와도, 얕은 지식과 육체적인 매력만으로 자기 계층에 들어오려 하는 플로렌스와도, 수녀원 학교를 나와 가톨릭의 도덕관을 지닌 낸시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파국을 맞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애쉬버넘 대령은 “새로운 여자를 만날 때마다 시야가 넓어지고 새로운 영토를 획득”한다고 여기는데(133쪽), 이는 여러 계층·영역을 정복하려는 영국 특권층의 식민주의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은 빅토리아 시대 도덕의 붕괴와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사회적 불안을 상징적으로 반영하며, 겉으로는 평화롭고 세련된 ‘벨 에포크’ 시대의 내면에 도사린 공허와 위선을 폭로한다. 《훌륭한 군인》은 인간의 도덕이 얼마나 쉽게 위선으로 변하고 사랑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격정적이면서도 기교적으로는 매우 정교한 비극이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단지 한 남자의 회고가 아니라, 문명 자체의 균열을 응시하는 근대인의 고백으로 읽힌다.
역사를 기록하는 소설가, 인간의 모순을 담다
섬세하고 회화적인 문체로 그린 20세기의 비극
포드의 문학에는 언제나 개인적 혼란과 시대적 불안이 교차한다. 포드는 소설가의 사명이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라 여겼기에,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인물상을 충실히 담아내고자 했다. 그는 20세기의 전쟁과 사회적 붕괴를 직접 목격하며 작가로서의 시선을 형성했고,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며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성의 붕괴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포드의 삶은 복잡한 연애 관계, 정신적 쇠약, 전쟁의 트라우마로 그의 작품 속 인물들처럼 불안정했다. 《훌륭한 군인》은 인간이 스스로를 속이면서도 진실을 갈망하는 모순된 존재임을 보여주는 자전적 고백과도 같다.
여기에 포드는 그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회화적 문체로 사랑하고 파멸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극적이고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덕분에 독자는 한순간의 치정극이 아닌, 문학, 미술, 역사가 어우러진 격조 높은 비극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훌륭한 군인》이 BBC와 《가디언》을 비롯해 영국의 각종 매체에서 필독서로 꼽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독자는 이 소설에서 단편적인 로맨스가 아닌, 20세기 초 영국이라는 한 시대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 자체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인물정보
포드 매덕스 포드 Ford Madox Ford, 1873~1939
독일 출신의 음악 평론가 프랜시스 헤퍼와, 영국의 화가이자 모델인 캐서린 매덕스 브라운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889년 아버지의 사망으로 외가에서 살면서 스윈번, 투르게네프, 로제티 등 빅토리아 시대 후기의 여러 작가와 화가를 접했다. 포드 매덕스 포드라는 이름은 그의 외할아버지의 이름에서 따왔다. 포드는 소설, 수필, 시, 비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집필 활동을 이어갔으며, 역사 소설 《다섯 번째 왕비》와 서부 전선에서 복무한 경험을 살려 쓴 《행진의 끝》 등 연작 소설로 유명세를 높였다. 포드는 소설가의 사명이 당대의 사회를 담아내는 일이라고 여기고, 시대상을 생생히 담아내는 역사적 의의가 큰 작품을 집필하고자 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미국에서 체류하며 많은 작가와 교유했고, 본인이 가진 문학계의 인맥을 활용해 문학 잡지 《잉글리쉬 리뷰》와 《트랜스애틀랜틱 리뷰》를 창간하고 어니스트 허밍웨이를 비롯한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출판하는 등 문학 출판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갔다. 이처럼 문학을 위해 백방으로 활동한 포드는 에즈라 파운드와 함께 20세기 문학의 대부로 칭송받는다. 1939년 프랑스 도빌에서 향년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원 영문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미국 오하이오주 켄트주립대학교 영문과에서 석·박사(박사 논문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간시 연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원광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여자만의 나라》 《여권의 옹호》 《트로이전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암초》 《경계 너머의 삶》 《순수의 시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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