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 연출하는 철학

뮤지컬로 읽는 예술과 철학의 대화

이우영 지음

북랩 2025년 12월 13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1월 1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선정한 14편의 뮤지컬을 현대 사회의 철학적 자화상으로 바라보며 분석한다. 뮤지컬은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는 무대가 아니다. 뮤지컬 무대는 그 시대의 철학적 고민이 연기와 음악으로 되살아나는 사유의 무대다. 관객은 화려한 조명과 선율 속에서 웃고 울지만, 그 감정의 저편에는 사회의 갈등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숨어 있다. 《레 미제라블》의 정의와 구원, 《헤드윅》의 정체성과 자유, 《시카고》의 미디어 권력, 《헤어스프레이》의 평등과 연대. 이 모든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철학의 언어로 노래한다.
이 책은 뮤지컬을 화려한 쇼가 아닌 철학적 예술로 읽는다. 뮤지컬은 언제나 사회적 갈등의 거울이자, 다양성과 공존의 무대였다. 재즈·록·오페라·힙합이 어우러지는 무대 위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하나의 합창으로 변주된다. 그 합창은 억눌린 존재의 고백이자, 인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울림이다. 무대 위에서 인간은 차이를 넘어 연결되고, 고독은 합창으로, 개인의 외침은 공동의 노래로 승화된다.
이 책은 뮤지컬을 통해 시대적 고민을 들여다보는 철학적 사유의 여정이자, 우리 시대의 예술과 철학의 만남을 기록한 한 편의 인문학적 무대이다. 철학과 예술, 사회를 잇는 새로운 교양서로서 공연예술 애호가뿐 아니라, 인문학과 철학, 문화 연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목차

프롤로그

1장 인종 갈등과 평등의 꿈 《Hairspray》
1. 1960년대 미국 사회와 인종 문제의 맥락
2. 캐릭터의 정체성과 전복적 서사
3.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소비사회와 이미지의 권력
4. 존 롤스: 정의론
5. 루소의 사회계약과 일반의지
6. 낸시 프레이저의 ‘인정의 정치’
7. 《Hairspray》의 음악적 동선

2장 혁명과 정의의 노래 《Les Misérables》
1. 19세기 프랑스 사회와 혁명의 맥락
2. 장 발장: 죄와 구원, 그리고 정의의 모색
3. 루소와 칸트의 자유와 계몽의 문제
4. 헤겔: 주인-노예 변증법
5. 마르크스와 계급투쟁
6. 팡틴: 산업 자본주의와 소외
7. 「레 미제라블」의 미학과 희망

3장 청춘의 상실 《Les Parapluies de Cherbourg(쉘부르의 우산)》
1. 영화의 경계를 허문 누벨바그
2. 알제리 전쟁과 집단 기억
3. 쉘부르의 기억과 공간
4. 음악의 시간성과 시간의 음악성: 송스루 뮤지컬의 미학

4장 이주민 갈등과 타자의 이해 《West Side Story》
1. 1950년대 미국 사회와 이민 갈등
2. 제트파와 샤크파: 정체성과 존엄을 둘러싼 갈등과 투쟁
3. 레비나스: 타자와 윤리적 응답
4. 데리다: 경계와 해체
5. 리듬과 화성: ‘문화 코드’의 충돌과 공존
6. 유럽 중심주의 양식과 브로드웨이적 어법

5장 풍자와 희극의 이면 《The Producers》
1. 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2. 아도르노: 문화산업의 맨얼굴

6장 억압과 금기의 파열음 《Spring Awakening》
1. 19세기 독일 사회와 청년의 억압
2. 사르트르: 실존과 불안
3. 푸코와 뒤르켐: 감시와 처벌
4. 뮤지컬적 하이퍼리얼리즘: 록 사운드와 내면의 분출
5. 사건과 철학의 접점: 권위, 성, 자유

7장 권력과 부패의 메커니즘 《Chicago》
1. 보드리야르: 시뮬라크르, 화려한 무대, 어두운 현실
2. 보르디외: 상징 자본
3. 한스 켈젠: 법과 정의의 분리
4.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대중문화와 산업
5. 지젝: 환상과 이데올로기

8장 인간 예수와 역사성 《Jesus Christ Superstar》
1. 록 오페라로 다시 태어난 성서
2. 불트만: 신화를 걷어낸 역사적 예수
3. 슈바이처: 역사적 예수의 비극적 인간성
4. 도스토옙스키: 제도와 권력의 틀을 넘어선 인간 예수
5. 막달라 마리아: 인간 예수를 드러내는 ‘육화’의 증거
6. 니체: 신의 죽음과 인간의 고뇌
7. 인간 예수와 오늘의 우리

9장 경계와 정체성의 노래 《Hedwig and the Angry Inch》
1. 냉전의 벽, 정체성의 균열
2. 장벽과 육체, 그리고 음악으로 쓰는 자서전
3. 플라톤 『향연』과 아리스토파네스 설화
4. 경계와 수행성의 미학:《헤드윅》의 젠더, 정체성, 그리고 비체(鼻涕)의 무대화
5. 몸과 제도의 정치, 상처와 자유의 실존

10장 흑인 음악의 빛과 어둠 《Dreamgirls》
1. 흑인 음악 산업과 모타운
2. 산업적 성공과 소외된 정체성
3.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철학적 해석
4. 흑인 음악과 음악적 동선: 소리로 움직이는 서사
5. 블로흐: 희망과 《Dreamgirls》의 미래성

11장 환상의 무대와 사회적 포용 《The Greatest Showman》
1. 19세기 미국의 쇼 비즈니스의 태동
2. 개성과 다양성에 대한 사상
3. Show란 무엇인가?
4.《위대한 쇼맨》의 고증 철폐: 팝 사운드와 하이퍼리얼리즘 미학
5. 정서적 현존성
6. 개별 서사에서 보편 담론으로
7. 경계 혼종성
8. 테마의 재귀와 내적 서사

12장 권력과 진실의 그림자 《Wicked》
1. 프레임과 진실
2. 아렌트와 데리다: 마법에 대한 철학적 해석
3. 차이를 넘어선 연대의 가치
4. 국가주의의 그림자
5. 그람시: 마녀사냥과 헤게모니

13장 영원과 갈망 《드라큘라》
1. 중세와 근대 사이의 그림자
2. 사이드: 오리엔탈리즘에 깃든 타자의 어둠
3. 기독교적 메타포, 인간과 드라큘라
4. 뮤지컬로 만들어 낸 구원론

14장 사랑, 그 비극적 필연 《로미오와 줄리엣》
1. 신화가 된 두 남녀
2. 사랑에 의한 비극: 운명의 문제
3. 프로이트: 에로스와 타나토스
4. 중세 혼인제도와 자유연애의 파격
5. 키르케고르: 죽음을 초월한 사랑

에필로그: 뮤지컬-현대적 사유의 자화상

책 속으로

흥미롭게도 뮤지컬은 이런 질문과 답변들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 던 경험과 여러 창작자들의 심도 깊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 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시카고(Chicago)》는 미디어와 권력이 어떻게 사람들의 판단을 좌지우지하는지 보여주고, 《쉘부 르의 우산》은 국가와 전쟁이 개인의 인생과 사랑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영상미에 반영되는지 탐닉할 수 있다. 한편 《위키드(Wicked) 》에서는 권력과 이데올로기의 작동 방식을 탐구한다. 이처럼 뮤 지컬은 노래와 춤으로 철학적 질문을 풀어내는, 가장 생생하고 감 각적인 철학의 장(場)이라고 할 수 있다.
(6쪽)

《Hairspray》는 뮤지컬 장르 특유의 화려한 음악과 춤, 그리고 유머 를 통해 무거운 주제를 대중적으로 풀어낸다. 이는 곧 뮤지컬의 사회적 기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춤과 노래는 단순 한 오락을 넘어, 관객에게 당대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직관적으로 깨닫 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한다.
(31쪽)

《레 미제라블》은 단순히 실패한 혁명의 기록을 무대 위에 올린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패배와 고통 속에서도 인간이 끝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서사이며, 억압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려는 인간 정 신의 선언이다. 마지막 합창에서 울려 퍼지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 (Reprise)〉는 죽은 자들의 목소리이자 미래 세대에게 전해지는 약속으로 기능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비극적 결말이 아 니라, 정의가 언제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열린 가능성으로 남는다는 믿음을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56쪽)

《Chicago》는 화려한 쇼뮤지컬의 형식을 빌려, 오히려 사회적 타 락과 권력의 메커니즘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범죄는 쇼가 되고, 법 은 퍼포먼스로 전락하며, 언론은 진실이 아니라 대중의 욕망을 충 족시키는 스펙터클을 생산한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는다. 정의 란 정말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단지 언론과 권력이 만들어 내는 허상에 불과한가?
(137쪽)

《Dreamgirls》는 단순한 쇼 비즈니스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흑인 음악이 세계적 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 동시에 정체성을 빼앗기 고, 산업의 도구로 전락하는 역설을 음악의 흐름 자체로 보여준다. 다 시 말해, 이 뮤지컬의 음악은 단순한 수록곡이 아니라 극의 구조를 이 끌고, 인물의 심리와 사회적 위치를 변화시키는 주체로 기능한다. 기 존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이 서사를 중심에 두고 음악을 보조 장치로 사용했다면, 《Dreamgirls》의 음악은 이야기의 원인(cause)이자 결과 (effect)이다. 즉 음악이 등장인물의 행위를 촉발하고, 그 음악의 스타 일 변화가 인물의 사회적 이동을 상징한다.
(186쪽)

인물정보

저자(글) 이우영

서울예술대학교 한국음악과 작곡 전공 졸업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재학 중,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서울예술단 상임단원을 역임하였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서 비교 음악철학을 주제로 문학석사를, 이어 컴퓨터/디지털 사운드 존재론 연구로 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무용예술단체 언엔딩(Unending)의 아트디렉터, 고전주의 음악그룹 모노클래즘(monoclasm)의 음반 프로듀서로서 피아노와 작곡, 편곡,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서울예술대학교, 총신대학교, 숭실대학교 등에서 컴퓨터 음악 작곡 및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였고, 명지전문대학 연극영상학과 초빙교수, 한양여자대학교 실용음악과 겸임교수로서 뮤지컬과 공연예술 분야 교과목을 지도하였다. 현재는 동명대학교 엔터테인먼트예술학과 조교수,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사운드 디자인, 대중음악 연구와 함께 뮤지컬의 철학과 미학적 해석을 주
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
학술 논문으로는 〈뮤지컬 ‘위대한 쇼맨’ 사운드 미학과 하이퍼리얼리즘〉, 〈김동률 스트링 편곡 고찰〉, 〈유브이(UV) ‘집행유애’가 함유한 사운드의 현상학〉, 〈문화예술교육사 제도의 문제점
고찰〉, 〈음악영재의 유럽 음악 중심주의에 관한 비판적 고찰〉등이 있으며, 주된 관심사는 공연과 예술철학, 디지털 예술론, 그리고 뮤지컬을 통한 사상사와 미학적 탐구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레미제라블》, 《위키드》, 《헤어스프레이》, 《시카고》, 《드림걸즈》 등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철학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분석하며, 뮤지컬이란 장르가 어떻게 대중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인문적 사유를 무대 위에 구현하는지를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