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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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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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조현병 같은 정신병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조 피에르 교수는 지금 전 세계가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자멸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각종 허위 정보와 음모론이 진실인 양 받아들여지고 과학적 탐구가 정치적 논쟁으로 변질되며 자명한 사실과 진실조차 의심”하는 극단적 불신 사회. 그야말로 민주주의는 개인의 믿음으로 인해 최대의 위기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상대 진영을 타자화, 심각하게는 악마화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초당적 협력은 사실상 멸종되었다. 정치 신념은 ‘사회적 자아’의 일부이기 때문에, 정치적 견해에 대한 공격은 곧 ‘나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한다. 저자의 지적처럼 “우리는 이제 대체할 만한 다른 관점을 고려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토대로 자기의 견해를 수정하기보다 자신이 믿는 걸 끝까지 고수하는 것”을 더 중시하게 되었다.
저자는 잘못된 믿음은 계급성, 정치성에서 기인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잘못된 믿음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우리의 뇌라는 결정적 출발점”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뇌가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며 어떻게 대립하는 믿음을 갖게 되는지, 나아가 “방어할 가치도 없는 신념”을 격렬하게 옹호하고 기어코 누군가의 목숨까지 빼앗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지, 이 세상의 어지러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얻게 될 것이다.
저자는 강조한다. 누구나 극단적 이념주의자가 될 수 있으며, 잘못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타자화하지 않고 그들 역시 불완전한 인간임을 인정하는 데서 이해와 관용, 연민이 시작된다고. 그것이 전 지구적 위기에 직면한 인류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이 책이 단순히 윤리적 외침이 아닌, 인지적 공감에서 비롯되는 지적인 여정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감사의 글
추천의 말
1장. 망상, 왜곡 그리고
잘못된 믿음이라니…… 맙소사!
1 망상
2 인지 왜곡
3 불신
ㆍ 증거 따져보기 | 믿음의 역설
2장. 지나친 자신감의 심리학
1 확률적 판단으로서의 믿음
2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건강한 거짓말들
ㆍ 나는 평균적인 사람보다 낫다 |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다 | 미래는 특히 나에게 좋을 것이다
3 잘못된 기억
4 더닝-크루거 효과
3장. 강화된 확증 편향
1 주변 두뇌
2 확증편향, 확증편향, 확증편향!
3 망상적 사고와 인터넷의 조우
4 강화된 확증편향
5 온라인상에서의 치열한 전쟁
4장. 의견 벼룩시장
1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잘못된 정보
2 의견 벼룩시장
3 진실의 붕괴,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
4 동기화된 추론과 정체성 방어
5 인식적 나태함 vs. 동기화된 정확성
5장. 허위 정보 산업
1 분산된 법적 책임
2 불신과 잘못된 정보
3 허위 정보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들
ㆍ 정보 전쟁 | 권위에 대한 불신 |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 | 허위 정보 비즈니스의 비밀
4 정치 선전과 진실 착각 효과
ㆍ 거짓 소방 호스 전략
5 탈진실 세계에서의 대안적 사실들
6장. 통제 불가능한 음모론들
1 평평한 지구론 신봉자들
2 음모론이 판치는 암흑기
3 음모론적 믿음의 심리학
4 다시 돌아온 불신과 허위 정보
ㆍ 아무도 믿지 말라 | 포퓰리즘적 사고방식 | 허위 정보과 돈의 흐름
5 하나가 가면 모두가 간다
7장. 헛소리에 속아 넘어가기
1 헛소리의 한 사례
2 헛소리, 헛소리꾼들 그리고 속는 사람들
3 과학적 헛소리와 유사 과학
4 대학 캠퍼스 내에서의 탈근대적인 헛소리
5 회피적 헛소리와 정치
6 헛소리 간파하기
8장. 분열된 국가들
1 타협의 여지가 없는 신념들
2 정체성 정치
3 감정적 양극화
ㆍ 파벌주의의 위험들
4 인종 정치
ㆍ 암묵적 편향 | 정체성 위협
5 좌파, 우파 그리고 중도
6 더 완벽한 결합
9장. 우리의 믿음이 우리는 아니다
1 진실을 찾는 이들
2 회의주의, 부정주의 그리고 기후 변화
ㆍ 순진한 현실주의와 소수의 법칙 | 기후 과학 vs. ‘빅 오일’
3 믿음의 불변성과 신성한 가치 · 가치, ㆍ 도덕 그리고 정체성 | 도덕적 상대주의 vs. 도덕적 절대주의
4 이념적 확신에 이르는 5단계
ㆍ 비신자들 | 중립적인 신자들 | 참된 신자들 | 행동주의자들 | 변절자들
10장. 탈진실 시대를 위한 처방
1 진단에서 치료까지
2 진실을 가리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원칙
ㆍ 지적 겸손 | 인지적 유연성 | 분석적 사고
3 진실, 정의 그리고 더 나은 내일
ㆍ 교육 개혁 | 콘텐츠 조정, 공개적인 비판 그리고 검열 | 민중의 소리는 신의 소리
4 상호 존중과 협력은 가능한가
5 만일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참고문헌
개인이 아주 중요한 확률을 알고 있든 그렇지 않든, 증거의 무게보다는 증거의 강도를 그리고 기저율(base rate)보다는 선택적인 개인 관찰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이런 설명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는 1장에서 언급한 ‘망상적 사고’ 및 ‘순진한 현실주의’처럼 성급한 결론에 이르는 추론 스타일과 폭이 좁은 주관적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과 동일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정도의 차이라는 걸 잊지 말라. 망상과 망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오류에 더 취약할 수도 있겠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우리 모두 어느 정도 공유하는 보편적인 취약점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도박사의 오류는 ‘심각한 도박사’들 사이에서 일종의 인식적 오류로 자주 나타나는 걸로 알려졌지만, 덜 심각한 일반 도박사들은 물론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서도 여전히 나타날 수 있다. _56p.
더닝-크루거 효과는 행동경제학, 긍정적 환상, 기억의 불완전성과 함께 우리가 믿는 것들에 대한 자신감의 상당 부분이 근거 없는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강력히 일깨워준다. 과신은 순간적으로 우리 자신을 더 나아 보이게 해줄 수도 있지만, 그보다 우리가 무지 속에 서 자기기만에 빠지기 쉽다는 걸 인정하고, 그 인식을 토대로 자존감을 키우는 편이 더 낫다. 실제로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모르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이는 전문가든 아니든 우리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겸손을 몸에 익히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의 전문성 개념에 더 가까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신에 대한 카너먼의 말을 상기해보라. 그는 지나친 자신감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술 지팡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더닝은 더 나은 답을 내놓았다. 사람들에게 “난 모르겠어요”라고 말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 모르겠다. _76p.
확증편향은 ‘진실’보다는 트루시니스, 즉 ‘믿고 싶은 진실’을 더 좋아하는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빠른 사고’에 더 가깝다. 그 결과, 우리의 관심은 기존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로 향하게 되며 기존 믿음에 반하는 정보는 외면하게 된다. 그런데 동기화된 추론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보다 합리적이고 신중한 과정으로,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정보를 소화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통제해 이미 믿고 있는 바를 정당화하려 하고 또 우리가 속한 이념 집단이 기대하는 믿음에 부합되는 행동을 하려 한다. 따라서 동기화된 추론은 단순히 정보와 우리 뇌 간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정보와 뇌 그리고 우리가 속한 이념 집단 간의 삼각관계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사회적·문화적 인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_146p.
오늘날 무질서한 의견 벼룩시장에는 서로 상충하는 정보와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어떤 믿음이든 그걸 뒷받침해줄 ‘증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확증편향과 동기화된 추론을 통해 뻔뻔하게 잘못된 정보를 선택해 믿음과 사실이 서로 충돌하는 걸 피하고 오히려 반대 진영을 잘못된 정보를 믿는 자들이라고 조롱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바 쿤다가 말한 이른바 ‘객관성의 환상’을 유지할 수 있다. 요컨대 우리는 사실을 이용해 우리의 믿음을 쌓는 게 아니라, 진위와 관계없이 정보를 이용해 우리와 우리가 속한 사회 집단이 이미 갖고 있는 믿음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사이트나 신뢰도와 정치적 편향에 따라 언론 매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가이드, 약탈적 저널의 명단조차도 ‘편향되었다’라는 이유로 무시당할 수 있듯 과학 전문가의 의견과 과학계의 합의조차도 단번에 외면될 수 있다. _149p.
내가 들은 큐아논 지지자들의 이야기, 특히 세세한 큐아논 교리까지 꿰차고 있는 문자 그대로 열렬한 큐아논 신자들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이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상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해고되거나 집 안에 갇힌 채, 큐아논이라는 온라인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었고, 그러면서 자신의 예전 삶과 인간관계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갔다. 젠슨의 변호인은 자기 의뢰인의 몰락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쩌면 중년의 위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큐아논 메시지가 자신의 평범한 삶을 고귀한 목표를 가진 숭고한 삶으로 끌어올려준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는 인터넷상에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 빠져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국회의사당으로 와 자신이 ‘진정한 애국자’임을 증명하려 한 것입니다." _251~252p.
우리는 지금의 음모론 암흑기를 오래된 ‘편집증적 극단주의’가 더 극단적으로 나가면서 생긴 결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두 음모론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달라진 게 있다면, 그건 음모론적 믿음에 빠지기 쉬운 심리적 나약함을 악화시키는 사회적 · 구조적 요인들이 합쳐져 초대형 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통제와 확실성, 특이성에 대한 심리적 욕구가 비대해진 전 세계적 위기 말이다. 권위 있는 정보 출처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사람들이 널리 퍼진 잘못된 정보와 고의적인 허위 정보에 빠지기 쉬워졌다. 또한 반체제적 세계관을 가진,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은 강요된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구원을 찾으려 몸부림친다. 그리고 정치 지도자들이 분노한 군중을 선동하기 위해 음모론을 이용한다는 걸 알지 못한 채, 무작정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결에 끌린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는 잘못된 믿음과 음모론에 근거해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지 않는다. 그런 사회는 음모론적 믿음 때문에 민주주의의 기반이 무너지거나 세상 사람들이 죽어가게 내버려두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여기에 있다. _252~253p.
진보와 보수는 서로 다른 파장의 부도덕성에 시선을 맞추는 듯하다. 보수주의자의 눈에, 진보주의자는 ‘뭐든 허용되는’ 도덕 체계를 갖고 있어서 아무리 기이하고 타락한 행동도 포용과 다양성을 위해서라면 다 허용되어야 한다고 믿는 걸로 보인다. 반면에 진보주의자의 눈에는, 보수주의자는 특히 억압받는 집단에 대해 기본적인 도덕적 연민조차 없고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무고한 사람은 가난 속에 고통받는 현실을 보며 왜곡된 즐거움을 느끼는 걸로 보인다. 하이트의 경우, 정치적 차이를 이러한 관점에서 보게 되면서 진보주의자이자 민주당 지지자로서 가졌던 ‘자신의 도덕적 열정’을 잃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우파의 인종차별주의와 좌파의 ‘피해자 의식 및 피해자 중심 사고’ 모두 미국 정치의 분열을 더 심화시킨다고 보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한다. _380p.
★★★★★ “감정이 사실을 압도하고 알고리즘이 편향을 증폭시키는 시대에, 명료하고 논리적이면서도 인간적이고 따뜻한 이 책은, 진실을 위한 싸움이 외부 세계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뇌 속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통렬하게 일깨운다. 뇌과학자로서, 더없이 동의한다.” _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 김경일 교수, 정재승 교수 강력 추천! ★
★ 〈뉴욕타임스〉, 〈가디언〉, CNN, BBC 등 유수 언론이 주목한 조 피에르 교수의 첫 도서!
“우리가 보는 세상은 ‘진실’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 그린 세계다”
‘빠른 사고’가 만드는 확신의 함정
잘못된 믿음의 형성은 단순히 ‘무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고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인지 편향의 결과다.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경험적 판단 규칙(휴리스틱)이 작동한다. 이런 ‘빠른 사고’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지만, 동시에 현실을 왜곡하는 인식적 함정을 낳기도 한다. 모두 우리가 세상을 효율적으로 해석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지적 단축키’인 셈이다.
빠른 사고는 자동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적 판단에 기반하고, 느린 사고는 신중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담당한다. 이상적으로는 두 시스템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빠른 사고가 느린 사고를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판단 오류가 발생한다. 정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즉각적인 인상에 의존해 결론을 내리며, 이는 잘못된 믿음으로 이어진다. ‘도박사의 오류’처럼 연속된 사건이 독립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라고 착각한다. 이는 인간이 확률보다 패턴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인지 편향은 특정 집단에 국한되지 않으며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 취약성이다. 특히, 과신(overconfidence)은 그중에서도 강력한 편향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를 실제보다 훨씬 넓게 착각하고,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확신을 갖는다.
결국 잘못된 믿음의 핵심은 순진한 현실주의, 과도한 자신감, 확증 편향, 동기화된 추론, 불신, 그리고 잘못된 정보 노출이 서로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인지적 연쇄작용이다. 우리는 진실보다 ‘믿고 싶은 진실’을 선택하고, 자신이 옳다는 확신 속에서 불편한 근거를 배제한다. 잘못된 믿음이란 단지 특정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시스템 전체가 지닌 구조적 한계의 결과다.
“구글은 우리의 믿음을 어떻게 설계하는가”
집단 망상과 인터넷의 조우, 새로운 ‘디지털 집단’의 탄생
우리는 언제든 ‘주변 두뇌’, 즉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즉시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지식은 머릿속이 아니라 손끝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우리는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근거 없는 자신감과 확신을 키워간다. 이런 현상은 이른바 ‘구글 망상’이라 불린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이 인간의 인지적 성향을 정교하게 이용한다. 클릭 수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 속에서 알고리즘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정보만 끊임없이 추천하며, 그 결과 우리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 불리는 디지털 감옥에 갇힌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만 반복해서 듣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안에서 우리는 점점 더 확신에 찬 세계관을 구축하고 나와 의견이 다른 타인의 의견을 ‘잘못된 것’으로 치부한다.
결국 이념적으로 닮은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신념을 증폭시키며, 전통적인 가족이나 지역 공동체의 경계가 새로운 ‘디지털 집단’으로 대체된 것이다. 우리가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때 단지 우리의 뇌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탐색하는 정보 환경 자체가 함께 작용한다. 그렇게 진실은 점점 더 멀어지고, 우리는 점점 더 확신에 찬 자기만의 질서를 믿게 된다.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신을 현금화’하는 허위 정보의 최상위 포식자들
정보 생태계의 꼭대기에는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냉소를 퍼뜨려 돈과 권력을 끌어모으는 포식자들이 있다. 이들은 협력보다 분열을 선호하는 정치 지형, ‘내가 옳다’는 자기기만, 반대 진영을 무지로 규정하는 편향을 자극한다. 그 결과, 사회는 하나였던 합의의 장에서 떨어져나가고 민주주의의 기반은 약화되며 과학적 근거가 밀려난 자리에 위험한 결정이 뒤따를 수 있다.
누구를 믿고 무엇을 의심할지의 판단은 정보 제공자의 신뢰성과 전문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달려 있다. 그러나 확증편향과 동기화된 추론은 이 평가를 왜곡하여, 사람들을 “모든 것을 믿어버리는 순진함”과 “아무도 믿지 않는 편집적 불신”이라는 양극단으로 몰아넣는다. 특히 언론, 정부, 의료 등 전통적 지식 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수록 그 공백은 고의적 허위 정보가 메우고, 불신은 다시 거짓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된다.
허위 정보의 최상위 포식자들은 금전적 · 정치적 이익을 위해 권위 있는 지식 기관을 깎아내리고 거짓을 ‘설계’한다. 중간층의 ‘프로슈머’는 그 거짓을 소비하며 재가공해 유통하고, 맨 아래의 대중은 ‘먹잇감’으로서 허위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 · 전파한다. 결국 수익 모델은 단순하다. 가짜 뉴스는 진짜보다 더 멀리, 더 빠르게 퍼진다는 속성을 이용해 주목을 끌고 전문가와 제도를 불신하게 만든다. 자신을 ‘진짜 전문가’로 포장해 기적의 치료제, 생존 키트 등을 팔거나 클릭과 광고를 통해 돈을 번다. 이들은 그야말로 ‘불신을 현금화’하며, 우리는 그 먹이사슬 속에서 진실의 가치가 거래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음모론은 어떻게 삶의 빈틈을 차지하고 충성과 애국의 수단이 되었는가”
진영의 언어가 된 헛소리들
거창한 비밀이 평범한 설명보다 더 매혹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음모론은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서사로 바꾸고,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지금의 음모론 붐은 단지 상상력의 문제가 아니다. 권위 있는 기관과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수록 사람들은 공포와 혼란을 견디기 위해 더 강렬한 설명을 찾는다. 이제 음모론은 개인의 머릿속 신념을 넘어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 그리고 알고리즘이 증폭하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팬데믹, 전쟁, 경제 불안처럼 세상을 뒤흔드는 위기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같은 질문을 쏟아내게 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3C, 즉 통제(control), 확실성(certainty), 종결(closure)을 원한다. 그러나 우연과 복잡성으로 가득한 세상은 그런 욕구를 쉽게 채워주지 않는다. 그때 ‘보이지 않는 배후’나 ‘숨겨진 설계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불안을 다스리는 심리적 진통제가 된다. 여기에 남들과 다른 ‘진짜 진실’을 알고 있다는 ‘특이성 욕구’가 더해지면, 음모론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소속감과 정체성을 제공하는 세계가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인지는 여러 함정에 빠진다. 앞서 말했던 인간의 인지적 특성에 저자는 한 가지 요소를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바로 ‘헛소리에 속아 넘어가기 쉬운 성향’이다. 그럴듯한 말투나 과학적 용어, 근거 없는 통계가 등장하면 내용의 진위보다 ‘그럴듯함’에 먼저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헛소리는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가 되며, “특정 공동체 안에서 용인되고 심지어 권장되는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작동”한다. 정치 집단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런 헛소리를 일종의 ‘정체성 언어’로 사용한다. 단순한 정보 소비가 아니라 “나는 이 집단의 일부다”라는 선언이며, 그것이 다시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한다.
결과적으로 헛소리는 단순한 오정보가 아니라 ‘소속’과 ‘충성’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현대 정치의 미디어 환경은 이 헛소리에 이상적으로 맞춰져 있다. 짧은 문장, 강렬한 이미지, 분노를 유발하는 메시지가 클릭과 시청률을 높이고, 그 클릭 수가 곧 영향력으로 환산된다. 그래서 정치적 헛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선거의 언어이자 플랫폼의 통화이며 진영을 구분하는 신호다. 우리는 더 이상 논리를 듣지 않고, 진영의 언어를 듣는다.
“진실은 빠르지 않지만 끝내 도착한다”
진실, 정의,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찾기 위해
그렇다면 이 거대한 착각과 혼란의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이 제시하는 ‘진실을 가려내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다. 스스로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지적 겸손), 새로운 증거 앞에서 믿음을 수정하며(인지적 유연성), 직감보다 근거에 귀 기울이는 능력(분석적 사고). 이 세 가지가 거짓과 헛소리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다.
잘못된 정보를 단속하거나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탈진실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은 진실을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주장에 대한 책임’이라는 형태의 정의를 공동체적 가치로 회복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이들이 사회적 ·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시에, 정보 소비자들 스스로가 자신이 접하는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하고, ‘좋아요’보다 ‘생각해보기’를 선택하는 자율적 문화도 자리 잡아야 한다. 거짓의 확산을 막는 일은 단순히 콘텐츠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판단력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성과 합리성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이행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진실뿐만 아니라 진실을 함께 추구하는 ‘집단적 사고의 언어’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분노가 아니라 연민과 존중, 그리고 공동체적 사고의 회복이다. 서로 다른 의견 속에서도 협력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더 큰 선의를 향해 함께 나아가려는 의지. 그것이 진실과 정의를 다시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되돌리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결국 진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함께 살아남는 편’이 되어야 한다.
인물정보
Joe Pierre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정신과 의사이자 법의학 자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정신병적 장애를 치료하고 있으며, 특히 ‘망상’ 장애 같은 신념 · 믿음에 관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성을 연구 중이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배니티 페어〉, 〈슬레이트〉 등에 소개되었으며,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하인드 더 커브〉에도 출연한 바 있다. 또한 CNN, BBC, NPR, 바이스 뉴스에 출연했으며 그의 블로그 ‘Psych Unseen’은 3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경희대 영문과 졸업 후 집필 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년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하였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테슬라 모터스》, 《인공지능 혁명 2030》, 《유튜브 컬처》, 《창조하는 뇌》, 《필 잭슨의 일레븐 링즈》, 《당신의 뇌 나이》, 《네 안의 늑대에 맞서라》 등의 역서가 있으며, 저서로는 《왕초보 영어회화 누워서 말문 트기》, 《기본을 다시 잡아주는 영문법 국민 교과서》, 《1분 영어 회화》, 《친절쟁이 영어 첫걸음》, 《초보탈출 독학 영어 첫걸음》이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지심리학자.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지심리학 분야의 석학인 아트 마크먼 교수의 지도하에 인간의 판단, 의사결정, 문제해결 그리고 창의성에 관해 연구했다. 각종 교육기관,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왕성하게 강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어쩌다 어른〉, 〈세바시〉,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등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저서로 《부의 심리학》, 《적절한 좌절》,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마음의 지혜》, 《적정한 삶》, 《지혜의 심리학》,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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