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2025년 11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5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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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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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리나 임블러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왔고, 이 책의 출간으로 에드 용, 사이 몽고메리, 메가 마줌다르 등 유수의 기성 작가들이 한목소리로 “놀라운 작가가 등장했다” “세대를 대표하는 재능을 지녔다” “기적적이고 초월적이다”라며 극찬했다.
저자는 《뉴욕타임스》《애틀랜틱》《캐터펄트》 등 다양한 매체에 에세이와 르포를 발표했다. 백인 남성 중심의 과학 및 환경보호 분야에서 활동하며 기존의 연구, 서사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퀴어, 혼혈, 넌바이너리로서의 정체성과, 이민자 가정의 배경을 지니고 바닷속 생명의 신비를 탐구하며, 다층적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을 연결한다. 사브리나 임블러는 이 책에서 특히 적대적이거나 외딴 환경에 사는 열 가지 바다 생물(금붕어, 문어, 철갑상어, 향유고래, 설인게, 왕털갯지렁이, 나비고기, 살파, 갑오징어, 불사해파리)을 중심에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엮는다.
해양생물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묘사하며, 가족, 공동체, 돌봄의 급진적인 모델을 발견한다. 해양생물은 우리가 가늠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지만, 그것은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낼 뿐이다. 심해의 설인게(yeti crab)는 수심 2000미터에 작용하는 약 200기압이 넘는 압력에도 짓눌리지 않는다. 영원히 어둠에 잠겨 빛이 스미지 않는, 바다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무광층의 지대에서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깊고 차가운 물속에 그렇게 풍요로운 생명이 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100쪽) 태양으로부터 수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심해의 바위에 빽빽하게 붙어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연구한 끝에, 과학자들은 세균을 비롯한 여러 미생물이 ‘분출공의 화학에너지[저자의 표현으로는, 지구 내부의 열과 화학]’를 흡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사실에 적잖이 혼란스러워했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태양광을 이용한 직간접적 에너지 생산’이라는 과학의 통념과 ‘생명이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관한 핵심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사브리나 임블러는 “풀과 삼나무가 햇빛을 영양분으로 바꾸도록 진화했듯이 심해 세균은 유독한 기체의 에너지를 자신만의 영양분으로 바꾸도록 진화했다”(101쪽)라고 말하며, “생명은 늘 새롭게 시작할 장소를 찾아낸다”라는 발견을 공유한다. 저자의 깨달음은, 위기에 처한 공동체는 늘 서로를 찾아내고 “어둠 속에서 함께 반짝거릴 방법을 새롭게 발명할 것”(112쪽)이라는 성찰로 나아간다.
과학적 기록과 자기 고백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이 책은, 당신만의 빛을 발견하는 여정을 선사할 것이다. 혹은 우리 각자가 지닌 어둠과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변형)을 발견할 수 있는 단초를 찾게 할 수도 있다. 레이철 E. 그로스(『버자이너』 저자)가 말했듯, 이 책은 분명 “촉수로 당신을 움켜쥐고 새로운 깊이로 끌어당길 것이다. 이 책을 읽고서 변화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2장 어머니와 굶는 문어
3장 할머니와 철갑상어
4장 향유고래 그리는 법
5장 순수한 삶
6장 모래 공격자를 조심하라
7장 잡종
8장 우리는 떼 짓는다
9장 갑오징어처럼 변신하기
10장 영원한 우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문어는 분명 배고팠을 것이다. 문어는 자신이 사냥하거나, 먹거나, 스트레칭이라도 하려고 불침번 장소를 벗어났다가는 새끼들이 부화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았을까? 이것이 의인화임은 알지만, 그래도 나는 의식을 가진 생명체가 희망과 비슷한 무엇 없이 4년 반을 굶을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_36쪽
어머니가 백인이 되고 싶어 하면서 자랐다면, 나는 날씬해지고 싶어 하면서 자랐다. 가끔은 만약 내가 반만 중국인이 아니라 전부 중국인이었다면 날씬함은 자연히 따라오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이 집착을 병이라고 여긴 적은 없었다. 섭식장애는 백인 여성의 문제라는 것이 모든 영화와 잡지와 임상 논문이 말하는 바였으니까. 나는 내 뼈가 얼마나 굵은지 보려고 거울 앞에서 허벅지 뒤쪽 살을 움켜잡았고, 내 뼈가 어머니 뼈보다 굵으면 내 백인성을 탓했다. _40~41쪽
설인게의 환경이 우리에게는 살 수 없는 곳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우리가 딱하게 여길 일이 전혀 아니다. 압력은 게를 짓누르지 않고, 어둠은 게를 숨 막히게 하지 않는다. 설령 그 삶이 우리에게는 이상하거나 불쾌해 보이더라도 설인게는 자신이 사는 삶에 딱 어울린다. 눈 없는 게에게 태양이 무슨 소용인가? 게는 필요한 것을 다 갖고 있다. _95쪽
화학합성이라는 알맞은 이름이 붙은 이 과정은 해저에서 화학물질을 뿜어내는 용암의 갈라진 틈이 어떻게 그곳 생명의 독자적인 생존 양식을 뒷받침하는지 설명해 준다. 풀과 삼나무가 햇빛을 영양분으로 바꾸도록 진화했듯이 심해 세균은 유독한 기체의 에너지를 자신만의 영양분으로 바꾸도록 진화했다.
열수분출공은 생명이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관한 과학의 핵심 개념 중 많은 것을 혁신했다. 해저의 희한한 생물들이 해수면 근처에서 죽은 물고기의 살점, 즉 태양과 접촉하는 사회의 찌꺼기를 먹고 산다고 보았던 과학자들의 가정은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 생물들은 그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만들어 냈다. _101쪽
2019년, 해양학자 킴 마티니(Kim Martini)는 가요의 사연을 근본적으로 재평가하도록 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로레나〉를 시청한 뒤에 그 여성과 그 벌레의 관련성을 즉각 알아차렸다. 마티니는 해양과학자들이 보는 블로그 딥 시 뉴스(Deep Sea News)에 글을 써서 그 이름을 재고하자고 요청했다. “보빗은 강간과 가정폭력을 저지른 범죄자의 이름으로 그런 이름이 어디에서든 불멸로 남아선 안 됩니다.” 마티니는 이렇게 말하며 왕털갯지렁이의 덜 알려진 별명 중 하나인 ‘모래 공격자’라는 이름을 쓰자고 제안했다. _125~126쪽
아니, 나는 그 남자들을 비난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그들의 통제를 넘어선 체제에 의해 주입된 것이라고 봄으로써 그들을 용서해 주려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소속된 거의 모든 체제는 잔인하다. 그 속에서 우리의 의무는 너무 자주 잘못을 저지르는 제멋대로의 법 체제로부터 독립된 도덕적 중추를 갖추고 스스로 그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복잡한 뇌를 가진 생물로서 물려받은 숙제다. 복잡한 뇌에는 사랑이나 섹스나 차에서 더듬는 것 같은 불가해한 즐거움이 따르지만 또한 감정이입의 의무, 누가 비틀거리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의무도 따른다. _137~138쪽
나는 소속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는 데는 관심 없다. 어쩌면 이것은 성인기에 두 번 커밍아웃 한 부작용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스스로에 대해 무언가 해결되었다고 느끼기를 바라지 않는다. 혼혈로서 내 경험은 고정된 게 아니라 늘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중국인과 백인 사이에서, 갈망과 짜증 사이에서, 자긍심과 죄책감 사이에서. 나는 혼혈인 내가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존재할지 상상하고 싶다. 나의 혼혈성을 명사가 아니라 동명사로 생각하고 싶다. 내가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 상상하고 싶다. _147쪽
살파는 환상적인 생물이다. 충분히 깊게 잠수해서 보면 어떤 살파는 심지어 빛난다. 해변에서 살파는 투명 젤리로 된 구슬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약동하는 사슬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 사슬은 뱀처럼 구불거리거나 달팽이 껍데기처럼 비비 꼬일 수 있다. 사슬은 동일한 살파 수백 개가 한 줄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다. 클론 하나하나가 서로 구분되는 원통형 개체이지만, 그래도 클론들이 모인 군체 전체가 하나로 붙어서 하나로 움직이는 하나의 살파인 셈이다. 많은 사슬이 최대 6미터까지 자라고, 거대한 석영 팔찌처럼 바닷속을 떠다닌다. 따라서 살파에게 개체의 정체성이란 혼란스러운 것이니, 살파는 자아 개념이 복수로만 존재하는 생물이다. _169쪽
그것은 일종의 소통일까? 만약 그렇다면 뭐라고 말하는 것일까? 하지만 과학자들은 암컷 갑오징어가 다른 개체를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것, 그래서 팔을 휘두르다가도 특정 신호를 받으면 멈춘다는 것, 그 특정 신호가 스플라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스플라치가 다른 개체의 공격을 예방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고, 마치 게이들끼리의 묵례처럼 안전과 동질성을 확인하는 물리적 신호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것을 일종의 사랑 언어로 본다. 네가 스플라치 한다면 나도 스플라치 할게. _197~198쪽
해파리 생물학자 리베카 헬름(Rebecca Helm)은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커튼원양해파리 같은 몇몇 해파리를 찢어발기는 것은 도리어 산란을 촉진하는 짓이라는 것이다. 해파리 대학살을 꾀한 조치가 오히려 육신 없는 난교를 일으킬 수 있으니 해파리의 알과 정자가 회오리처럼 동시에 죄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 모든 생식세포가 만나서 배아가 되고, 배아는 가라앉아서 바닥에 자리 잡은 뒤 폴립으로 자라며, 폴립은 수백 마리의 클론을 생산하고, 그 클론 각각이 또 수백 마리의 해파리를 생산한다. _232~233쪽
이성애자 여성으로 살(려고 노력하)다가 자신이 퀴어임을 깨닫고 “두 번째 사춘기”를 겪었다는 임블러는 더 나아가 넌바이너리(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 성 구별에 속하지 않는다는 뜻)로 자신을 정체화한다[그래서 이 책의 원서에서는 자신을 “그녀(she/her)”라는 대명사 대신 “그들(they/them)”로써 지칭한다]. 많은 혼란과 실수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세상 속 위치를 알아 가는 과정이 삶의 큰 줄기였던 만큼 해양생물들에게서도 어떻게 그들이 적대적 환경에서 자신을 바꾸고 적응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_옮긴이의 말, 241쪽
퀴어, 혼혈, 넌바이너리, 과학 저널리스트가
장르를 재창조한 매혹적이고도 도발적인 데뷔작
2022 《타임》 《피플》 선정 최고의 논픽션
2022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도서상(과학기술 부문) 수상작
2022 《반스앤노블》 《셸프어웨어니스》 《와이어드》 선정 최고의 책
《뉴욕타임스》《사이언스》《뉴요커》《워싱턴포스트》《사이언티픽아메리칸》 주요 매체 극찬
바다는 모든 신비 속에서 퀴어스럽다
나는 털투성이, 퀴어 인간, 만지면 따듯하고 부드러운 존재
어떻게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 상상하고 싶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함께 반짝거릴 방법을 새롭게 발명할 것이다
사브리나 임블러의 눈은 인간의 관점으로 극히 가혹한 환경에 사는 해양생물들에 머무르며, 인간과 비인간의 특성을 중첩한다. 심해의 한 어미 문어[그라넬레도네 보레오파키피카(Graneledone boreopacifica)]는 일생 동안 단 한 번 주어지는 번식의 기회에서 후손의 생존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4년 반을 굶는가 하면(2장 「어머니와 굶는 문어」), 이론적으로 생명 활동이 불가능한 장소에서 도도하게 살아가는 생물도 있다. 그중 설인게는 생명에 대한 개념을 바꾼 대표적인 동물이다.(5장 「순수한 삶」) 비교적 최근까지도 과학자들은 모든 생명이 직간접적으로 태양광에 의존한다고 생각했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당을 만들고, 다른 모든 생물은 식물을 직접 먹거나 식물을 먹는 생물을 먹음으로써 생명을 유지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설인게는 햇빛이 전혀 닿지 않는 무광층인 심해에서 지구 내부에서 뿜는 열기와 에너지만을 먹고 지낸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생명의 존재에 대한 과학의 개념을 다시 쓰는 순간이었다.
몸이 투명해 언뜻 해파리처럼 보이는 살파(salp)는 여러 마리가 사슬처럼 모여 한 개체를 이루는 동물이다.(8장 「우리는 떼 짓는다」) 자아 개념이 복수로만 존재하는 살파에게 개체의 정체성이란 모호하다. 살파는 필요에 따라 군체 생활과 단독 생활을 오가며 산다. 이따금 바람과 지구의 자전으로 식물성플랑크톤이 폭증하면 이를 먹이로 하는 살파 수십억 마리가 자신을 복제해 바다를 뒤덮기도 한다. 엄지만 한 살파 무리가 무려 10만 제곱킬로미터 면적을 점령할 정도로 불어난다.
저자는 인간에게 익숙한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비인간의 생태를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그리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자기 서사와 고백으로 나아간다. 문어를 바라보며 나아간 ‘신체성’의 고백이 그렇고 “나는 시스젠더 남성이 아닌 사람과 데이트하면서부터 퀴어의 몸들을 즐기게 되었고, 우리가 이처럼 무한히 창의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빚어낸다는 사실을 즐기게 되었다. …… 아마도 나는 언제나 내 몸과, 내 몸이 바라는 바와, 내가 내 몸에게 바라는 바와 타협하면서 살아갈 것이다.”(52쪽), 설인게를 바라보며 나아간 ‘공동체’에 관한 성찰이 그렇다. “인정하건대 내가 애착을 느끼는 부분은 그런 장소의 미스터리, 미스터리가 그런 장소를 성스럽게 만든다는 점, 그리고 애초에 우리가 이해할 운명이 아닌 그 불가능하고 일렁거리는 삶의 방식이다”.(112쪽) 살파와 다이크 행진을 겹쳐 본 다음 고백은 어떠한가? “우리 몸들이 광장의 돌바닥을 가로질러 흘러들고, 우리는 우리 중 몇몇이-용감한 사람, 감상적인 사람, 특별히 세균에 내성이 있는 사람이-뜨거운 열광을 식히기 위해서 상의를 벗고 분수에 뛰어드는 모습을 구경한다. 그곳에서, 물속에서 우리는 서로 물을 튕기고, 키스하고, 끌어안는다. 우리의 부드러운 부분이란 부분은 죄다 흔들면서 마지막으로 하나의 떼로서 함께 약동한 뒤 조금씩 나뉘어서 각자의 길로 흘러간다.”(175쪽)
신체는 어떤 방향으로든
변형되고 성장하는 존재
우리는 더 야생적이고, 더 장엄하며, 더 풍요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것이다
“갯민숭달팽이는 머리처럼 보이는 돌기를 댕강 떨어뜨리고, 게는 집게발을 희생하며, 도마뱀붙이는 잘린 채로도 꿈틀거리는 꼬리를 떨어뜨려서 자신이 탈출하는 동안 미끼가 되게 한다. 뱀은 죽은 척하고, 나비는 잎으로 가장하며, 문어는 먹물을 뿜는다. 이런 적응은 놀랍고 그래서 우리는 이런 동물을 특별하다고 여기지만 그래도 만약 포식자의 끝없는 위협이 없었다면 애초에 이런 적응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135쪽)
자연계의 생존 전략과 인간의 정체성 형성 사이의 놀라운 유사성을 저자는 예리한 관찰로 포착해 낸다. 해양생물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돌아보는 이 여정은, 자연의 경이를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독자의 “마음을 미어지게 만든다”(니콜 정). 혼혈, 퀴어, 인종 정체성과 넌바이너리 성정체성, 이민자 가족인 배경 등 여러 정체성을 엮으며 이제껏 본 적 없는 “사브리나 임블러만의 지적 소통 방식”(메가 마줌다르)으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중국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는 열두 살 때 처음으로 자신의 혼혈 정체성을 인식한 이후, 인종에 대한 고민을 이어 간다. 중국계 이민자로서, 끊임없이 ‘어떤 혈통에서 왔는지’ 설명해야 하는 자신의 위치에 의문을 품는다.
성정체성의 여정은 더욱 복합적으로 펼쳐진다. 성인기 초반의 혼란스러운 관계들과 대학 시절의 자유분방한 경험들을 거치며, 때로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도 한다. 기억의 단절과 불확실한 동의의 경계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진정한 연결과 자기 이해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동의와 비동의, 즐거움과 의무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탐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퀴어로, 그리고 넌바이너리로 재정의해 나간다.
바다의 퀴어스러운 신비
인간 존재의 유동적 경계
“트라우마는 재생의 여러 촉매 중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촉매다. 불사해파리의 재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 사실을 안다. 한 연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래서 “회춘을 유도하기” 위한 고문 방법을 갖가지로 개발해 두었다. 해파리에게 트라우마를 안기는 표준 기법 중 하나는 무색의 염인 염화세슘 용액에 생물체를 담그는 것이다. 그 대안은 이른바 바늘 요법으로, 스테인리스스틸 바늘로 해파리의 진득한 우산을 마구 찌르는 것이다.”(225쪽)
이 책은 해양생물학과 자전적 성찰이 경이롭게 융합된 여정으로, 고정된 정체성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권한다. 저자는 나비고기의 혼종성, 살파의 집단적 자아 등 바다 생물의 극적인 자기 희생 혹은 적응을 통해 우리 자신의 유동적 존재 방식을 비추어 본다.
특히 트라우마를 재생과 변형의 원동력으로 재해석하는 저자의 시선은, 상처와 고통이 단순한 결핍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혼혈, 퀴어, 이민자의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는 공감의 바다를,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타자를 이해하는 새로운 렌즈, 나아가 상처와 어둠을 재창조와 변형의 기회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선사한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부서지고, 재생하며,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심해처럼 깊은 통찰을 담았다.
[추천사]
과학적 지식과 인간사의 연결성을 사려 깊게 조사해, 열 가지 바다 생물로 비춘 삶을 유기적으로 엮어 냈다. 저자는 바다 생물들을 통해 가족, 정체성, 생존에 대한 우리의 상상을 얼마만큼 열어 보일 수 있는지 섬세하게 살핀다.
- 《타임》 ‘2022년 10대 논픽션’ 서평에서
해양생물학에 관한 생생한 산문과 사려 깊고도 내밀한 회고록이 혼합되어 있다. 임블러는 캘리포니아 교외에서의 삶에 적응하고 그것을 넘어 성장하기 위한 자신의 투쟁과 그가 사랑하는 생물들의 이야기 사이의 연결 고리를 그리며 개인 서사를 기록한다.
- 《와이어드》 ‘2022년 최고의 책 12’ 서평에서
린네식 분류법에서부터 해변에 밀려온 투구게의 껍데기까지, 모든 주제에서 매혹적이고도 절절한 의미를 끌어내는 재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과 감정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인간화에 기대지 않는다. 일부 독자는 은유의 한쪽(과학적 기록, 혹은 자기 고백적 서사)에 열렬한 찬사를 보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하나가 다른 하나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의 매혹적이고도 신비로운 ‘세계’, 우리의 매혹적이고도 신비로운 ‘자아’. 저자는 이 둘을 연결하며 더 많은 것을 드러낸다.
- 《뉴욕타임스》 ‘올해 가장 기대되는 책’ 서평에서
예술이 과학과 결합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잔인한 솔직함과 우아한 은유로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는 오늘날 우리가 발 딛고 선 곳과 진정으로 포용적인 세계 사이를 연결해 그 간격을 극명히 드러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책은] 그 구멍을 메운다. 또한 예술과 과학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미래의 윤곽을 그린다.
- 《사이언스》
해양생물학, 문화비평, 그리고 회고록이 이 감각적인 글에서 혼합되었다. ‘순식간에’ 외모를 변신하는 갑오징어처럼, 이 책은 변화무쌍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임블러는 과도하게 인간화하지 않고 ‘대안적인 생활 방식’을 살아가는 생물들에게 주의를 기울인다. 매우 윤리적이다.
- 《뉴요커》
거의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인 세계를 묘사하는 능력이 천부적이다. 심해를 통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상상하는 데 참조할 무수한 존재 방식을 제안하는 그의 글쓰기 방식에서, 위안과 희망 모두를 발견할 수 있다.
- 《워싱턴포스트》
저자의 삶을 심해를 통해 굴절시킨 부드럽고 명료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수중 동물들의 신비로운 삶에 대한 매혹적인 묘사는 종종 육지에서의 삶에 대한 탐구의 관문으로 작용한다. 자줏빛 어미 문어의 굶주림, 설인게(키와 푸라비다)의 활기차지만 일시적인 해저 공동체, 갑오징어의 지속적인 변신에 대한 묘사는 억지스러운 인간 중심적 은유가 아니라, 가족과 인종, 젠더와 성정체성, 관계에 대한 탐구의 출발점으로 작동한다. 이토록 우아한 종 간 분석은 ‘복잡한 두뇌를 지닌 생물’로서의 기쁨과 책임을 조명한다.
- 《사이언티픽아메리칸》
매혹적인 데뷔작이다. 과학 저널리스트 사브리나 임블러는 지구에서 가장 척박한 곳에 사는 신비한 바다 생물에 빛을 비추고, 생물들과 저자 자신 사이에서 적응과 생존에 관한 유사성을 도출한다. 과학 저널리즘과 솔직한 개인적 계시를 균형 있게 조화시키는 임블러의 능력은 인상적이며, 반짝이는 서정성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퍼블리셔스위클리》
[옮긴이의 말]
세상 사람들이 해변에 좌초한 고래에게 집중하고 감정이입을 할 때 그 옆에 조용히 밀려와 누워 있는 살파를 궁금해하는 이 시선은 이 책의 가장 아름답고 귀중한 특징이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책 서가에 꽂혀야 할까, 문학 서가에 꽂혀야 할까? 십진분류법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든 결정해야 할 테지만…… 이 답은 나도 정말로 모르겠다. 해양생물을 소개하는 과학책과 일종의 성장담에 해당하는 자전적 회고록이 교차하는 지점이야말로 이 책이 놓인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교차는 범위를 줄이는 교집합이 아니라 넓히는 합집합이므로, 바라건대 양쪽의 독자 모두가 이 속에서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평소 객관적 서술이 과학 저널리즘의 금과옥조라고 여겼던 과학책 독자는 그 믿음이 기분 좋게 전복되는 경험을 할 테고, 개인의 정체성 탐색과 성장의 고백적 기록을 즐겨 읽었던 독자는 그 탐색이 내면으로 향하기는커녕 바깥으로 또한 자연으로 확장되어서 심지어 다른 종의 생물을 들여다보는 일에서도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나/우리와 다른 존재’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연민이 삶을 끝끝내 살게 하는 동기이자 과학 저널리즘의 자세이기도 하다는 임블러의 메시지가 중요할 뿐, 분류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인물정보
Sabrina Imbler
작가이자 과학 저널리스트. 직원 공동 소유 미디어 플랫폼 《디펙터(Defector)》의 전담 작가로 활동하며, 생물과 자연 세계에 관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데뷔작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도서상(과학기술 부문)을 수상했으며, 소책자 『다이크(지질학)[Dyke(geology)]』은 미국 국립도서재단 과학+문학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현재 브루클린에서 파트너, 고양이 두 마리, 물고기 한 무리와 함께 지낸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더 야생적이고 장엄하며 풍요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영원히 바꿀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과학책과 회고록 사이에서 두 장르 모두를 아름답게 재창조”하며, “이 책을 읽고서 변화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 누구와도 다른 자신만의 지적 소통 방식을 만들어 낸, 놀라운 작가의 등장을 알리는 작품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편집팀장을 지냈고, 현재 과학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행동』『명랑한 은둔자』 『문버드』 『내 안의 물고기』 등이 있다.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제2회 롯데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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