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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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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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자꾸 나에게 다가오는 걸까.
겁도 없이, 가면도 없이,
그렇게 향긋한 과일 냄새를 온몸에 가득 묻히고서.”
한낮의 햇살같이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소설에 처음 등장하는 인물은 삼십대의 젊은 농부 을주다. 남쪽에는 붉고 우람한 침식 바위가, 북쪽에는 옥녀산이라 불리는 산이 솟아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딸기 농장을 운영하며 지내는 을주의 기쁨은 함께 생활하는 도베르만 성견 오복이와의 산책 시간이다. 오늘 역시 농사일을 마치고 오복이와 같이 해변을 거닐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럭의 시동 장치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아 마음이 타들어가고, 한참을 끙끙거린 끝에 겨우 트럭이 움직이며 어두운 해변가를 벗어난다. 물론 을주에게 이 정도의 실패는 실패라고 이름 붙이기도 민망한 자잘한 것이다. 고향인 이곳으로 오기 전 서울에서 웹 디자이너로 일하며 일찍이 회사생활의 쓴맛을 맛보았고, 그보다 더 어릴 적엔 촉망받는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다 소년체전 준결승전에서 상대의 강력한 돌려 차기에 패배한 경험이 있다.
그래도 을주에게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또다른 기쁨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짝사랑 상대 둘희의 존재이다. 옥녀산 삼층집에 사는 비밀스러운 외지인인 둘희는 재작년 겨울에 한 남자가 절벽에서 추락해 죽은 사건과 관련되었다고 여겨지며 마을 사람들의 은근하고도 지대한 관심을 받는 인물로, 꿀떡처럼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사연 많은 뉘앙스를 잔뜩 풍기며 을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을주는 해변에서 둘희와 몇 번의 우연한 만남을 거치며 조금씩 관계가 진전되어간다고 느끼던 중 돌연 자신과 오복이를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하는 둘희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남몰래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다. 둘희의 외면과 냉담으로 시름시름 앓던 을주는 도저히 이렇게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당사자의 은신처로 돌진하기로 마음먹”(19쪽)는다.
둘희가 있는 곳, 그러니까 수상한 외지인들이 시시때때로 드나들며 마을 사람들의 궁금증과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곳, 그곳은 〈욕+받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방송이 생중계되는 현장이다. 프로그램명 그대로 모니터 너머의 사람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온갖 욕을 듣는 방송. 그나마 나은 점이라면 욕을 듣는 대가로 이른바 ‘상생 지원금’이라는 이름의 돈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방송을 총괄하는 팀장이 바로 둘희이다. 회사의 또다른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방송의 목적은 이것이다. “자기네 회사는 돈이면 다 된다는 이 썩어빠진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일종의 혐오 노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전염성이 강한 혐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욕받이 백신을 맞아 면역력을 키우자는 건데, 진짜 목적은 그렇게 남의 아픈 데를 찌르며 비웃지 말자는 거라고.”(332쪽)
을주로서는 그 허울 좋은 명분이 전혀 납득되지 않지만, 둘희를 만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녀가 일하는 바로 그 현장으로 가는 것뿐이기에 스스로 욕받이가 되어 출연하기로 결심한다. 어린 시절 태권도 선수로 생활하며 다져진 맷집과 특유의 낙천성, 그리고 둘희를 향한 깊은 사랑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
바다와 달이 서로를 잡아당기는 듯한 구성과 재구성의 형식
그간의 관습과 상식을 뒤엎는 김멜라식 독보적인 글쓰기
둘희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보기 위해, 다시 만나 “왜 우릴 모른 척해요? 오복이랑 나! 사람이 그렇게 변덕스러워도 되는 거예요?”(398쪽)라고 묻기 위해 옥녀산 삼층집으로 향하는 을주의 계획이 착착 진행되는 동안, 한편에서는 둘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둘희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이십대 초반에 영화 〈더없이 오래 사는 따개비〉를 보고 매료되어 그 작품을 만든 영화감독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영화감독의 이름은 한기연, “공학도 출신에 뒤늦게 데뷔한 이력과 계단 위에 올라선 듯한 큰 키, 좀처럼 웃지 않는”(111쪽) 태도로 사람들의 주목을 끈 인물이다. 무엇보다 사회를 들썩이게 한 굵직한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이미 가정이 있는 한 국회의원과의 열애설이 난 데 이어 데뷔작 〈배부른 구름〉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추문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둘희는 한기연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아니 오히려 그 과격하고 부당한 평가를 연료 삼아 자신의 애정을 키워나간다. 애정의 방식은, 가히 한기연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자료를 팬 사이트에 아카이빙하는 것. 그렇게 한기연을 향한 마음 하나를 간직한 채 이십대를 통과하던 중, 흠모의 대상으로부터 믿기지 않는 연락을 받는다. “난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141쪽)라는 연락을. 팬 사이트에 비밀 댓글로 달린 그 문장을 숱하게 곱씹던 둘희는 그것을 계기로 한기연과 만남을 갖고 예정된 수순처럼 그녀와 연인이 된다.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사랑의 모양이 특별한 것은, 한기연이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세상에 변화를 일으”(195쪽)키려는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강력한 태풍도 결국 소멸해버리는 것처럼, 한기연은 거센 풍속과 폭우로 세상에 변화를 일으킨 다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한시적인 영화를 만들 거라 했다. 한기연에게 영화란 불확실한 가능성을 끈질기게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몰두와 헌신이 너로 하여금 ‘사랑’을 믿게 했다. 사랑, 영화, 태풍…… 그 맹목에 어떤 이름을 붙이든 너에겐 같은 모양, 같은 뜻이었다. 비록 영화나 태풍이나 모두 한순간의 소요에 그칠 뿐이라 해도 너는 한기연을 따라 그 이상의 종착점까지 가보고 싶었다.(같은 쪽)
그간의 관습과 상식을 뒤엎을 수 있는 영화, 그 전복의 꿈을 실현하는 일에 둘희도 의욕적으로 참여하지만 기존 질서에 틈을 만들어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두 사람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점차 지쳐가고, 견고했던 관계에도 자연스레 균열이 생겨난다. 흥미로운 점은 한기연과의 과거 이야기가 현재 둘희의 시점에서 새롭게, 완전히 재구성되어 쓰인다는 것이다. 둘희 스스로를 ‘너’라고 부르면서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쓰는 것, 한기연과 관련된 온갖 자료-인터뷰, 메일, 판결문 등-를 적극적으로 가져와 쓰는 것, 그리하여 사실보다 허구를 더 핍진하게 쓰는 것. 소설에서 말하는바, “인간은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걸 이야기로 만”(498쪽)드는 거라면 이 열렬한 다시 쓰기를 통해 둘희는 어디에 가닿고자 하는 것일까? 둘희의 이야기가 진전되면서 소설 안에 감춰져 있던 복잡하고 거대한 구조가 서서히 드러나고, 바로 이 지점에서 『리듬 난바다』는 다른 어떤 소설과도 구분되는 독특한 형질을 획득한다.
나는 당시의 자료를 찾아보며 그때 일을 재구성하고 있어. 아니, 재구성이란 표현은 맞지 않겠지. 차라리 나는 그 기록들을 찢고 조각내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로 새롭게 지어내려는 거야.(128쪽)
을주와 둘희, 둘희와 한기연, 각
7물 … 85
1물 … 99
2물 … 153
8물 … 201
3물 … 223
9물 … 263
4물 … 281
10물 … 325
11물 … 377
12물 … 407
5물 … 457
13물 … 481
물흐름 … 513
1물 … 535
작가의 말 … 563
첫사랑이었다.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고, 사는 게 얼마나 지옥 같은지 마주앉아 도란도란 말을 주고받고 싶고, 또 한편으론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사랑이라면, 그 시절 을주는 그 언니들을 사랑했다.(14쪽)
인간이 가족을 이루고 동식물을 기르며 끊임없이 보살필 대상을 만드는 건 그만큼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삶을 버텨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책임을 떠맡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다른 존재와 묶이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내팽개치고 싶을 만큼 사는 게 혹독했고 나날이 피폐했다. 살아가기 위해선 아무렇게나 벗어던질 수 없는 강력한 참을성의 동기가 있어야 했다.(37쪽)
을주가 좋아했던 바다의 말은 또 있었다. 난바다와 든바다. 땅과 멀리 떨어진 바다는 ‘난바다’, 가까운 바다는 ‘든바다’였다. 어릴 때 을주는 혼자 갯바위에 앉아 노란 햇빛을 보며 ‘바다 바다, 해다 해다’ 중얼거렸다. 저 커다란 물도 ‘때’가 있으니 내게도 ‘때’가 올 거라고. 언젠가 이 외로움도 난바다처럼 멀어질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바다 바다, 비다 비다, 해다 해다’, 리듬에 맞춰 소리 내면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 좀 싱거워졌다.(76쪽)
너의 일부는 찢기고 멍들겠지만, 그 아픔의 길을 통해 또다른 빛이 떠오르고 있다고. 너의 몸이 늙고 쇠약해지는 동시에 너의 꿈은 점점 더 힘차고 선명해지고 있다고. 그러니 부디 너에게 덮쳐오는 미움과 증오를 똑같이 반복하지 말라고. 그 앙갚음의 고리를 끊어버릴 단단하고 빛나는 칼을 손에 쥐라고. 엎드려 신음하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을, 너를 부르는 소리를 따라가라고. 설령 그 행로 끝에 상처투성이 너 자신을 보게 되더라도, 너는 한기연이 있는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140~141쪽)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나의 젊음이 나를 또 어디로 이끌고 갈지 몰라 두려웠지.(141쪽)
그래, 아직도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거야.(146쪽)
너는 한기연에게 너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줘도 될지 고민한다. 한기연에게 번호를 알려달라는 말은 감히 꺼낼 수 없지만, 너의 연락처를 알려준 뒤 한기연의 연락을 기다리는 건 평생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180쪽)
나는 나를 향한 당신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지. 사랑은 아무리 두 사람이 열렬히 주고받는다 해도 언제나 그 사랑을 보며 감탄해줄 또다른 시선이 필요하니까.(230쪽)
누가 골똘히 정성을 쏟는 걸 보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초점이 흐려지는 게 을주의 약점이었다.(352~353쪽)
하우스에서 그 질문에 답할 때 을주는 이상한 고양감을 느꼈다. 꼬깃꼬깃 접혀 있던 을주의 자존감이 어렵게 펴지더니 어느새 딸기 잎 사이를 날아다니는 배추흰나비처럼 가볍게 팔랑거렸다.
이게 나야. 이게 내 모습이야. 당신들은 이런 나를 받아들여야 해, 있는 그대로. 아무 조건도 선택지도 없이, 나의 모습 그대로를 공기처럼 들이마시고 계절처럼 받아들여야 해.(369쪽)
수백이든 수천이든, 익명의 사람들이 어떤 말을 떠들든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할 테지만, 단 한 사람의 무심한 시선에는 치명상을 입으리란 걸 을주는 진작 예감했다.(371쪽)
세월이 흘러 기억이 흐려지면 지금 이 순간도 하나의 이야기가 될까. 반복해 떠올리고 더 자주 되뇌면서 사실보다 허구에 가까운 한 편의 영화가 될까.(498쪽)
“이토록 가득하고 맹렬한, 만조의 감정을 본 적 없다.”
_송섬별(번역가)
“세상의 모든 더러운 말을 모아 파도의 아름다운 리듬으로 돌려주는 일.
『리듬 난바다』는 바로 그 일을 해낸다.
이렇게나 속된 동시에 이렇게나 숭고한 방식으로.”
_인아영(문학평론가)
젊은작가상 대상,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상에 빛나는 김멜라 신작 장편
‘난바다’라는 말을 생각합니다. 난바다는 ‘먼바다’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땅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아니라 바다를 뒤로한 채 배를 타고 멀리 갔던 사람의 ‘나온 바다’입니다. 저는 이 말에서 한 시절을 지나온 사람의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소설을 길어오겠다고 나선 바다에서 저는 시간과 사람의 힘에 흠뻑 젖었습니다. 눈감으면 아른거리는 물결과 빛살만으로도 넘치게 받아온 듯합니다. 문득 소설도 바다처럼 자기의 흐름대로 흐를 뿐 못내 휩쓸리고 허우적거린 것은 제 마음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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