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대한민국 식량의 미래

남재작 지음
김영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5년 11월 12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0월 28일 출간

(개의 리뷰)
( 0% 의 구매자)
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33.30MB)   |  약 24.1만 자
ISBN 9791173324079
지원기기 교보eBook App, PC e서재, 리더기, 웹뷰어
교보eBook App 듣기(TTS) 가능
TTS 란?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입니다.
  • 전자책의 편집 상태에 따라 본문의 흐름과 다르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습니다.
  • 이미지 형태로 제작된 전자책 (예 : ZIP 파일)은 TTS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소득공제
소장
정가 : 17,000원

쿠폰적용가 15,300

10% 할인 | 5%P 적립

이 상품은 배송되지 않는 디지털 상품이며,
교보eBook앱이나 웹뷰어에서 바로 이용가능합니다.

카드&결제 혜택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416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200원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이제 식량은 산업이자 안보이며, 동시에 기후이자 복지의 문제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농업 정책 전문가인 남재작 소장(한국정밀농업연구소)이 전 세계적 현안인 ‘식량안보’를 우리 농업을 중심에 두고 풀어냈다. 농업의 역사부터 생물다양성 위기, 한국의 농지 제도부터 선진국의 식량 정책까지, 우리 시대의 식량 문제를 가장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전작 ≪식량위기 대한민국≫이 기후변화와 식량난을 긴밀히 엮어내면서 ‘식량안보’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면, 이번 책은 그사이 나빠진 기후 및 식량 불안정성 데이터를 새롭게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따져 묻는다.
저자는 지금처럼 ‘식량자급률’을 높이거나 쌀 수입을 막는 정책만으로는 우리의 식량안보를 지킬 수 없으며, 우리 식량 생산의 기반인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금의 소농 중심의 농업 정책은 한계에 이르렀고, 농지의 규모화·집적화 없이는 청년농의 유입도, 혁신 기술의 도입도 어렵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일상이 된 기후재난과 우리 농촌이 맞닥뜨린 초고령화, 인구 감소 등을 상수로 두고 비상한 상황에 맞게 식량안보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머리말
프롤로그: 질문은 식탁 위에서 시작된다

1부 식량위기의 시작
1 성장의 한계에서 행성의 경계까지
농업의 기원│녹색혁명의 빛과 그림자│ 침묵의 봄│성장의 한계│과속하는 문명│작은 변화, 큰 붕괴: 티핑 포인트

2 맹렬해진 기후위기   
기후 둔감성│예상보다 빠른 변화│뉴노멀│지구가 보내는 경고음│물 위기의 시대│물 전쟁의 서막│죄수의 딜레마: 국경을 넘는 물 분쟁│산불, 폭우, 가뭄│이미 늦어버린 기후위기 대응?

3 생물다양성 위기   
생물다양성과 식량 생산│제왕나비, 생태계의 경고등│사라지는 꿀벌, 사라지는 세계│생태계의 리듬이 어긋날 때│위태로운 균형│소비자와 생물다양성│토종의 다양성 문제│생물다양성 공시│세상은 연결되어 있다

2부 위태로운 식량안보
4 기후플레이션   
식량위기의 새로운 얼굴│여름 배추│사과는 수입될까?│영국의 스파클링 와인│기후와 물가
│기후가 작물에 미치는 영향│식단 변화와 건강│지속 가능성을 위한 식단│카르텔이 필요한 농업

5 다시 커지는 식량위기   
식량 시스템의 이해│글로벌 식량위기│심각해지는 식량 불안정 지표│2050년, 얼마의 식량이 더 필요한가?│필리핀의 쌀 위기│일본, 레이와 쌀 소동│식량안보의 4대 전략 축

6 식량의 지정학   
기후가 만든 토양, 토양이 결정한 농업│토양과 문명│식량의 불균형│중국의 식량 딜레마│멕시코: 식량안보의 복잡성│싱가포르의 식량산업│ 일본 농업의 변신│ 한국의 위치는?

3부 한국의 식량안보
7 식량위기의 그림자   
녹색혁명과 쌀 과잉│식량자급률은 높아질 수 없다│붕괴하는 농촌│취약성을 드러낸 공급망│ 식량위기의 복합성

8 토지와 농지 제도   
농지 확장의 시대와 한계│인클로저 운동과 농업의 근대화│과전에서 ‘경자유전’ 헌법까지│동아시아의 농지개혁│일본의 농지 규모화│유럽의 농지 통합│ 농지 규모와 생산성│ 한국 농업 규모화 정책의 역사│ [잠깐 읽기_한국 농업의 변천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농경지│ 농지에 막힌 혁신

4부 한국의 식량산업 그리고 미래
9 대한민국의 식량안보   
사과는 시작일 뿐│쌀의 딜레마│[잠깐 읽기_양봉의 불편한 진실]│ 식량자급률과 식량안보의 비용│통계의 왜곡│유통은 결과일 뿐!│ 거꾸로 간 한국 농업│ 스마트한 농업은 없다│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만들지 않는다│미래를 잃은 통계, 방향을 잃은 농업

10 농업은 미래산업   
70년의 구조, K-농업의 착시│종자 산업: 미래 농업의 씨앗│쌀 품종의 다양성과 전략│고시히카리, 80년 왕좌의 비밀│신동진, 한국 쌀의 미래를 묻다│ 로열티 프리에 멈춰 선 종자 산업│ 글로벌 농업 혁신 사례│ 농민 통합 조직, 가능성과 한계│ 한국 농업의 미래?│ 한국 농업은 성장할 것인가?

11 식량의 미래   
한국 농업, 다시 성장할 수 있을까?│ 농업 혁신의 과제들│ 세대 간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식량안보│ 세 번째 웨이브, 수출│문샷 씽킹: 식품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 농민의 농업, 산업으로서의 농업│ 소농,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가교│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마지막 질문

에필로그
감사의 말씀

화보 도판 출처
찾아보기

2022년 기준, 한국의 식량안보 점수는 70.2점으로 113개국 중 39위다. 가용성 부문에서 11위를 기록했다. 식량 자체는 충분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경제성(51위)과, 품질 및 안전성(50위)이다. 식량은 부족하지 않지만 가격이 높고, 영양과 식품 안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은 미흡하다는 의미다. -15면

우리는 흔히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면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모든 물건을 집에서 만들어야 안전하다고 믿는 것처럼. 하지만 특정 작물에 편중된 높은 자급률은 오히려 리스크를 키우기도 한다. 한국의 쌀 자급률은 높지만, 이상기후가 한 차례라도 찾아오면 공급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24면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건설한 11개의 댐은 2019년 이후 하류 6000만 명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2019년, 상류에 충분한 강수량이 있었음에도 하류 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중국이 상반기에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댐을 열고 물을 대규모로 방류했지만, 우기에는 수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71면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는 우리나라에서 금지하는 과실파리가 없어 별다른 열처리 없이 수입된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나라의 오렌지는 과실파리 발생 지역으로 분류되어 수입 전에 열처리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일의 맛과 식감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 시장에서는 맛과 식감에서 훨씬 경쟁력을 지닌 미국산 오렌지만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129면

2025년 초 기준 한국의 종합 생활물가는 146개국 중 25위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나타낸다. 하지만 식료품 분야에 국한하면 세계 6위까지 상승한다. 품목별로는 사과, 바나나, 오렌지, 감자가 세계 1위, 소고기와 양파가 2위, 토마토가 3위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농축산물이 세계 최고가 수준이며, 계란(35위)과 수입 맥주(32위)만이 예외적으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142면

전 세계 경작 가능한 토지의 약 50%가 농업에 사용되는데, 이 중 77%가 축산업을 위한 사료 재배와 방목지다. 그런데 축산업이 공급하는 전체 칼로리는 인류가 소비하는 총 칼로리의 18%에 불과하다. 농업용 물의 41%도 사료 작물 생산에 쓰인다. -148면

개방형 식량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이다. 국제 무역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식품을 들여올 수 있어 식단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자국의 경쟁력 있는 작물에 생산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농업 생산성도 향상된다. -161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곡물을 비축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세계 비축량의 69%에 해당하는 옥수수, 60%의 쌀, 51%의 밀, 37%의 대두를 보유 중이다. 2023년에는 러시아와 협정을 체결해 유대인 자치주 접경지역에 1억 5900만 달러 규모의 곡물 물류 허브를 건설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향후 12년간 7000만 톤의 곡물을 수입하기 위한 260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212면

식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싱가포르는, 170여 개국에 걸친 다변화된 식량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했다. 동시에, 윌마와 올람 같은 글로벌 식품 기업들이 본사를 유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금융 지원, 인프라 제공, 해외 인수합병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아끼지 않았다. -220-221면

니가타의 접근법은 단순한 방역이 아니었다. 그들은 도열병을 완전히 없애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이 ‘적당히’ 퍼지도록 여지를 남겨두었다. 병을 적당히 허용해 확산을 억제하면서도 병원균이 진화해 ‘슈퍼 도열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전략이었다. -335면

2000년대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대표 쌀 품종을 브랜드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진’이 ‘참동진’으로 바뀌는 것은 단순한 교체가 아니라 브랜드의 단절을 의미한다. 외형도, 밥맛도 거의 동일하지만 이름은 달라진다. 이로 인한 혼란은 농민뿐 아니라 유통업체와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338면

1990년대, 한국 농업은 전례 없는 국가적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시작은 1992년 ‘농어촌구조개선대책’이었다. 당시 농림부 전체 예산은 5조 원 남짓이었지만, 이 대책에는 무려 10년간 42조 원이 책정되었다. 곧이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농산물 시장 개방이 불가피해지자, 정부는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달래기 위해 다시 100조 원이 넘는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다. -364면

치솟는 물가, 초고령화, 농업 인구 감소 …
지금의 농업으로, 우리의 밥상을 지킬 수 있을까?

《식량위기 대한민국》 남재작 소장이 제안하는
식량안보 전략과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

대한민국 식량의 미래

“이제 식량은 산업이자 안보이며, 동시에 기후이자 복지의 문제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농업 정책 전문가인 남재작 소장(한국정밀농업연구소)이 전 세계적 현안인 ‘식량안보’를 우리 농업을 중심에 두고 풀어냈다. 농업의 역사부터 생물다양성 위기, 한국의 농지 제도부터 선진국의 식량 정책까지, 우리 시대의 식량 문제를 가장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전작 ≪식량위기 대한민국≫이 기후변화와 식량난을 긴밀히 엮어내면서 ‘식량안보’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면, 이번 책은 그사이 나빠진 기후 및 식량 불안정성 데이터를 새롭게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따져 묻는다.
저자는 지금처럼 ‘식량자급률’을 높이거나 쌀 수입을 막는 정책만으로는 우리의 식량안보를 지킬 수 없으며, 우리 식량 생산의 기반인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금의 소농 중심의 농업 정책은 한계에 이르렀고, 농지의 규모화·집적화 없이는 청년농의 유입도, 혁신 기술의 도입도 어렵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일상이 된 기후재난과 우리 농촌이 맞닥뜨린 초고령화, 인구 감소 등을 상수로 두고 비상한 상황에 맞게 식량안보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식량 문제에 관한 흔한 오해를 바로잡는 10가지 물음)와 함께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농업의 역사와 문명의 발전, 녹색혁명 이후의 기후위기, 같은 수계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물 분쟁, 생물다양성 붕괴를 다룬다. 2부에서는 기후플레이션과 필리핀과 일본의 쌀 위기, 식량의 지정학 등을 분석하며 우리 농업이 서 있는 위태로운 현주소를 확인한다. 3부에서는 한국이 처한 식량위기의 특수성을 설명하면서, 한국 농업의 농지 제도와 유통 문제, 왜곡된 통계 구조를 비판적으로 다룬다. 4부에서는 우리 쌀 품종을 비롯한 종자 산업의 중요성, 글로벌 농업 혁신 사례, 식량안보의 입법화 등의 주제를 다루며 우리 농업이 다시 성장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제시한다.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왜 비쌀까?

‘식량안보’라니, 지금이 전시 상황도 아니고 길거리에 굶주리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이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느냐고 물을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식량안보지수가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그렇게 낮은 이유 중 하나가 ‘높은 물가’ 때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식량안보지수GFSI는 가용성(식량의 양), 경제성(식량의 가격), 품질과 안정성, 지속 가능성 네 가지를 기준으로 각국의 식량 상태를 평가한다. 한국은 2022년 기준으로 가용성 부문에서 11위, 경제성과 품질 및 안전성에서 50위권이다(본문 15면 참조). 식량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지만, 가격이 매우 높고 질은 낮다. 국가별 생활물가 자료를 제공하는 플랫폼 ‘넴베오’ 발표는 더 충격적인데, 2025년 초 기준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세계 6위다.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와 사과, 감자를 먹고, 두 번째로 비싼 소고기와 양파를 구매한다. 이런 높은 식료품값이 지속하면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커지고, 소득이 낮은 가구는 불균형한 식단에 질 낮은 음식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사과 한 봉지를 살지 말지’를 두고 고민하고, 누군가에게는 학교 급식이 하루 중 유일한 식사일 수 있다.”
물론 높은 식료품 물가는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기후플레이션의 영향이 크다. 가뭄, 홍수, 폭염, 병해충 증가 등 작황을 불안정하게 하는 기후 때문에 우리나라의 고랭지 배추나 부사(사과 품종) 농가도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한국의 높은 농산물 물가는 단순히 기후변화 영향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저자는 그 원인을 한국 농업의 구조적 특수성에서 찾는다. 영세한 농가 규모, 낮은 기계화율, 그리고 소농 보호 중심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농산물 가격을 높이고,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식량안보’를 다루면서도, 그 출발점을 한국 농업의 개혁에서부터 잡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농지의 규모화·집약화가 필요한 이유

저자는 우리 농업의 최우선 과제는 농지의 규모화와 집약화라고 강조한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세기 중반 이후 농업에서 생산성 향상은 대부분 집중되고 규모화된 토지에서 비롯했다. 농업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술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 트랙터가 돌 수 있는 여유,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 연속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1960년대 이후 눈에 띄는 생산성 향상을 이뤘는데, “그 가운데 49%는 경영 규모 확대와 기술 도입 덕분”이었다. 오늘날 농업 강국인 유럽의 주요 국가들을 살펴보면, 경영체당 평균 경지면적(2020~2022년)이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네덜란드 41.4헥타르, 독일은 61헥타르, 덴마크 83헥타르, 프랑스 45헥타르로, 이들 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인 1962년 공동농업정책(CAP)을 통해 농지 규모를 2~5배 이상 늘렸다. 우리와 농업 구조가 비슷한 일본도 경영체별로 분산되어 있던 농지를 뒤늦게 재조정하여, 2000년에 1.6헥타르에서 2024년 현재 3.6헥타르까지 키웠다. 이 사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반면 한국의 농가당 경작면적은 1980년 1헥타르에서 2023년 1.5헥타르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농가 70%가 1헥타르 미만, 농산물 매출은 연 1000만 원도 안 된다. 첨단기술을 현장에 도입해서 생산성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크지만, 저자의 지적처럼 “스마트농업, 자율주행 농기계, 농업 로봇, AI, 이 모든 기술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한편, 한국의 유통구조가 흔히 농산물의 가격을 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곤 하지만, 저자가 보이에는 이 역시 규모화된 농가가 부족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영세한 다수 농가의 농산물을 수확ㆍ포장ㆍ운반하려면 유통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복잡한 유통단계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저자는 “인접 농지를 통합하는 경영체에 인센티브를 주고 농지 교환ㆍ조정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 또한 “10헥타르 이상 경영체와 이들의 집적도를 추적하고, 디지털 농지지도를 구축하는” 방안 등을 통해 한국 농업도 규모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업은 미래산업이 될 수 있을까

우리 농업의 또 다른 핵심 과제는 “농업을 글로벌 시장에서 버텨낼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일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 농업은 “정부 주도의 소득보전형 농업”이었다고 비판한다. 식량안보의 보루가 되어야 할 농업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한 채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날 선 비판이다. 저자는 지난 30년간의 한국 농업을 ‘농업 상실의 시대’로 규정한다. 실제로 1992년 ‘농어촌구조개선대책’을 시작으로 농업 부문에 10년간 42조 원이 투입됐고,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에는 100조 원이 넘는 대응 예산이 추가되며 수많은 지원 정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 기간에 농가소득은 도시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고, 식량자급률은 떨어졌으며, 농민의 고령화와 이탈은 심화했다. 농지 가격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 청년농의 진입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많은 농민이 당연하다는 듯이 “정부의 보조금과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농사 계획을 세우고” 있고, 공공기관이 종자는 물론 미생물 제제, 농기계와 기술까지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민간의 사업 모델은 약화되었다.
그러는 사이 각국의 농식품 기업들은 민간 주도, 품질 표준화, 장기적 투자와 브랜드 전략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세계로 뻗어 나갔다. 미국의 베리 전문 농식품 기업 ‘애그로비전’은 남·북반구 여러 나라에 산지를 확보하여 연중 베리류를 생산하며 농장에서 유통까지 수직형 통합 모델을 구축했고, 뉴질랜드 농민이 직접 설립한 협동조합형 주식회사 ‘제스프리’는 품종 개발·브랜딩·마케팅을 통합해 세계 키위 시장을 장악했다. 2023~2024년 매출은 25억 달러로, 한국 전체 농식품 수출액의 25%에 맞먹는다. 저자는 농업의 성장 동력은 보조금이 아니라 경영과 혁신의 자율성에서 나온다고 비판한다. 정부는 혁신을 촉진하는 ‘조정자’로 물러서고, 민간이 실험도 하고 실패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경쟁력 있는 농식품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저자는 농업을 더 이상 “좁은 땅에서 작물이나 키우는” 전통 산업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말고, 미래산업으로서의 잠재력에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오늘날 농업은 생명공학, 대체식품, 스마트농업, 고도화된 물류, 국제 협력까지를 아우르는 복합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가) 설계는 미국에서 하고 제조는 아시아의 파운드리에서 맡는 방식처럼, 식품의 경우에도 기술은 선진국에서 개발하고, 생산은 한국과 같은 발효·플랜트 강국에서 담당”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만약 “한국이 동북아 곡물 허브를 구축하고, 그 곡물을 활용해 바이오파운드리 단지를 조성한다면, 농식품 강국을 넘어 새로운 미래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대담한 발상이다.
또한, 저자는 “지속 가능한 농업 경영 주체”를 만들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법인 단체경영체가 청년농을 고용하는 모델이 한 가지 방안일 수 있다. “청년이 빚을 내어 소농으로 진입하기보다는, 먼저 법인형 단체경영체에 고용되어 기술과 경험을 쌓고 점진적으로 독립하는 구조”다. “청년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제공되고, 그 과정에서 숙련도가 올라가며, 필요 시 독립을 위한 농지 접근과 자금 지원으로 독립을 가능하게” 하는 지원책이다.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지역 농업도 활력을 되찾고,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오늘날 전 세계는 기후변화, 물 고갈, 토양 유실,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식량안보의 불안정성에 직면해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해외 농업 투자와 새로운 식량 운송 거점 확보(중국), 글로벌 식량 기업 본사 유치(싱가포르의 올람그룹과 윌마 인터내셔널), 다양한 입법 활동을 통해 발 빠르게 식량안보를 준비 중이다. 다음번 위기는 “준비되지 않은 시스템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해외 사례를 검토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네 가지 식량안보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밀가루, 식용유, 사료까지 포함한 다층적 비축 체계가 필요하다. 쌀·밀·콩 등 핵심 작물을 안보 자산으로 관리하고, 공공비축뿐 아니라 민간 재고도 감시할 수 있는 통합 모니터링 체계도 준비해야 한다. 둘째, 위성·AI·물류 데이터를 통합한 식량 정보망과 예측 역량을 강화해 실시간으로 글로벌 흐름을 감지해야 한다. “전 세계 농작물의 생산량 추정, 수출입 동향, 주요국의 정책 변화, 해상 물류의 병목까지 글로벌 식량 흐름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감각기관’이 필요하다.” 셋째, 가격 보장과 공공급식, 로컬푸드, 식품 바우처 등을 통해 식량을 공공재로 관리해야 한다. 식량은 안보이자 복지의 문제이다. 넷째, 모든 수입을 몇몇 국가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다양한 공급 루트를 확보하고 농업 ODA·국제기구 협력을 확대하는 국제 협력과 수입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종자, 농기계, 식품가공, 유통, 스마트농업 기술까지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187~192면)
이런 식량안보 전략의 실행력을 높여주려면 ‘법’이 필수다. 저자는 평시의 수급 안정부터 위기 대응, 복지 연계까지 포괄하는 법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식량·농업·농촌기본법’과 ‘식량공급 긴급조치법’을 통해 평시와 비상시의 대응 체계를 분리했고, 프랑스는 ‘기후와 회복탄력성법’ 속에 식량자급 목표를 포함시켜 기후정책과 식량정책을 하나로 묶었다. 중국은 2024년 ‘식량안보 보장법’을 제정해 생산·유통·비축·복지까지 전 주기를 관리한다.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 식량안보는 더 이상 정책의 선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켜야 할 법적 책무로 여겨지고 있다.

기후위기, 초고령화, 농업 인구 감소… 지금의 농업으로, 우리의 밥상을 지킬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 공동체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며, 한국 농업이 스스로 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때로는 온정주의적 농업관을 매섭게 비판하지만, 그 바탕에는 우리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려는 진심이 담겨 있다. 식량안보에는 큰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그 비용을 지금의 농업 구조를 유지하는 데 쓸지, 지속 가능한 농업 구조로 전환하는 데 쓸지 고민도 필요하다. 지금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세계와의 식량안보 경쟁에서 영영 뒤처질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노력과 정책이 필요한지 “더 나은 농업의 미래를 향한 대화”를 시작해봐도 좋을 것이다.

인물정보

저자(글)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 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및 농림식품과학기술위원회 위원. 농촌진흥청 연구자를 거쳐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사업에 다수 참여한 농업 ODA(공적개발원조) 전문가로 개발도상국의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농촌개발사업을 기획했고, IPCC 제4차 보고서 승인 회의와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에 한국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위기, 식량대란, 식량주권의 문제를 ‘휘발성 이슈’로 소비되지 않게 노력하며, 여러 전문가와 함께 한국의 식량안보와 지속 가능한 농업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농업지식채널 짓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식량위기 대한민국》 《기후대란》 《대전환 시대 농정혁신의 길》(공저) 등이 있다.

이 상품의 총서

Klover리뷰 (0)

Klover리뷰 안내
Klover(Kyobo-lover)는 교보를 애용해 주시는 고객님들이 남겨주신 평점과 감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보문고의 리뷰 서비스입니다.
1.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평점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 리워드는 5,000원 이상 eBook, 오디오북, 동영상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은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 운영 원칙 안내
Klover리뷰를 통한 리뷰를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공간인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부탁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 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문장수집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 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 입니다. 교보eBook 앱에서 도서 열람 후 문장 하이라이트 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 수집 등록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리워드는 5,000원 이상 eBook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문장수집 등록 시 제공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 / 오디오북·동영상 상품/주문취소/환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교보eBook 첫 방문을 환영 합니다!

    신규가입 혜택 지급이 완료 되었습니다.

    바로 사용 가능한 교보e캐시 1,000원 (유효기간 7일)
    지금 바로 교보eBook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보세요!

    교보e캐시 1,000원
    TOP
    신간 알림 안내
    대한민국 식량의 미래 웹툰 신간 알림이 신청되었습니다.
    신간 알림 안내
    대한민국 식량의 미래 웹툰 신간 알림이 취소되었습니다.
    리뷰작성
    •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최초1회)
    • 리워드 제외 상품 : 마이 > 라이브러리 > Klover리뷰 > 리워드 안내 참고
    • 콘텐츠 다운로드 또는 바로보기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
    감성 태그

    가장 와 닿는 하나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사진 첨부(선택) 0 / 5

    총 5MB 이하로 jpg,jpeg,png 파일만 업로드 가능합니다.

    신고/차단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신고 내용은 이용약관 및 정책에 의해 처리됩니다.

    허위 신고일 경우, 신고자의 서비스 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어 신중하게 신고해주세요.


    이 글을 작성한 작성자의 모든 글은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문장수집 작성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eBook 문장수집은 웹에서 직접 타이핑 가능하나, 모바일 앱에서 도서를 열람하여 문장을 드래그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P.
    대한민국 식량의 미래
    저자 모두보기
    저자(글)
    낭독자 모두보기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프리미엄 이용권입니다.
    선물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결제완료
    e캐시 원 결제 계속 하시겠습니까?
    교보 e캐시 간편 결제
    sam 열람권 선물하기
    • 보유 권수 / 선물할 권수
      0권 / 1
    • 받는사람 이름
      받는사람 휴대전화
    • 구매한 이용권의 대한 잔여권수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 열람권은 1인당 1권씩 선물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이 ‘미등록’ 상태일 경우에만 ‘열람권 선물내역’화면에서 선물취소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의 등록유효기간은 14일 입니다.
      (상대방이 기한내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소멸됩니다.)
    • 무제한 이용권일 경우 열람권 선물이 불가합니다.
    이 상품의 총서 전체보기
    네이버 책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네이버 책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
    구글바이액션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구글바이액션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