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다, 고치다, 지키다
2025년 12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0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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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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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누구나 존중받는, ‘모두의 학교’는 어떻게 가능할까
학교에는 누가 있을까? 선생님과 학생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학교는 100여 개의 직종이 얽혀 돌아가는 노동 현장이다. 교육공무직이라 불리는 이들만 약 17만 명, 그 밖에 비정규직 강사 등을 포함하면 약 36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학교를 일터로 삼아 살아간다. 역시 36만 명에 달하는 교사의 숫자와 맞먹는 규모다. ‘일하는 사람들’ 없이는 학교가 단 하루도 굴러갈 리 없는데,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교실 안에만 머물러 있다.
이 책은 교실 안팎의 다양한 노동 현장으로 향한다. 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취재하며 기록해 온 작가 희정이 이번에는 '학교'를 찾아, 우리가 늘 마주치면서도 보지 못하고 매일 스쳐 지나면서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한 ‘학교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렇게 교사와 학생 외에도 많은 이들의 노동과 헌신으로 돌아가는 '모두의 학교'를 재구성한다.
1부 | 선생님도 선생님이에요?
① 누구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_정태영 사서교사
② 돌봄이라는 이름의 수업 _최은희 돌봄전담사
③ 식단표가 식판에 담기기까지 _이희원 영양사
④ 학교가 끝나고 난 뒤 _김누리 방과후수업 강사
⑤ 우리 그린 히어로, 선생님 _이향자 보건교사
*선생님도 선생님이에요?
2부 | 학교, 어디에서 일하세요?
⑥ 성실로 타인을 지키는 사람 _이덕영 학교보안관
⑦ 쉬워 보인다면 잘하고 있는 겁니다 _양윤숙 교무실무사
⑧ K-급식의 동상이몽 _박화자 조리실무사
⑨ 저절로 고쳐지는 건 없다 _정훈록 시설기동보수반 기사
*학교, 어디에서 일하세요?
3부 | 좋은 일 하시네요
⑩ 한 사람이 되어 줄게 _이성은 학교사회복지사
⑪ 아이들은 밉지 않은 색이다 _정성희 미술치료사
⑫ 도전하는 일을 23년째 _김미연 특수교사
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연습 _나현진 특수교육실무사
*좋은 일 하시네요
촬영 후기_ 셔터를 누르며 되살아난 마음들
배움의 공간이라는 학교는 골조를 올리고 기둥을 세우고 창틀을 끼운 실제의 건축물이다. 건물이 세워진 후에는 칠하고 닦고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획을 세우고 살림을 꾸려야 한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 또한 그릇의 형태를 정하고 내용물을 결정하는 숱한 기획과 계획, 분담과 협력, 수행과 실행이 있어야 가능하다. ‘배우다’라는 말은 ‘일하다’라는 말을 필요로 한다. 학교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문 6쪽 (들어가며 _배우다, 가르치다, 일하다)
묻는다고 답할 수 있는 문제인가 싶지만, 교육청은 돌봄교실 운영에 관해 계속 물어 온다. 돌봄교실 이용 학생들의 요일·시간대별 인원, 귀가 현황 등도 돌봄전담사가 일상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내용이다. 돌봄교실 수요는 지자체 교육청의 큰 관심사다. 몇몇 시·도 교육청은 돌봄교실 대기 수요 ‘제로화’를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작고 귀여운 간식-한입 크기의 팬케이크와 흰 우유 등-을 하나 장만하는 일만 하더라도 간식비를 공지하고, 지원 대상을 추리고, 예산을 짜고, 수납하고 처리하는 등 숱한 업무가 따라온다. 돌봄은 노동이다. 그러나 돌봄교실 안에서 ‘돌봄하는 이’의 노동은 고려되지 않는다.
본문 52쪽 (2장: 돌봄이라는 이름의 수업 _최은희 돌봄전담사)
“식생활 습관을 지도하는 것도 영양사의 역할인데, 그게 수업에서만 이뤄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먹기 싫은 반찬을 조금씩 먹도록 권유하고, 낯선 음식을 접해 보도록 만드는 일도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적정량을 먹는 거, 내가 먹은 음식은 책임지고 치우는 거. 이런 게 식생활 예절인 거죠.”
이런 교육은 영양사 혼자 팔 걷어붙이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배식 시간은 짧고, 식당에는 혈기 넘치는 학생 수백 명이 있다. 영양사 한 명이 배식 지도를 감당할 수 없다. 학급 담당 교사들의 손을 빌려야 하지만, 이마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시간은 부족하고, 학생들에게 말 한마디 건네는 일은 고사하고 웃어 줄 여유조차 없을 때가 많다고 했다.
본문 71쪽 (3장: 식단표가 식판에 담기기까지 _이희원 영양사)
“아이들은 사소하게 다친 걸로도 많이 와요. 가위질하다가 베이거나, 넘어져 다치거나. 그러고 보니 요즘은 모기 물린 것 때문에 많이 오네요.”
“생각보다 자주 찾아오네요?”
“예전에는 ‘뭐 이런 거 가지고도 오지?’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그저 아파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아이들은 ‘모기 물려서 아팠어요’ 말하고, ‘가려웠겠다’ 하며 관심을 받는 그 따뜻한 손길이 좋은 거예요. 어제는 모기 물려서 오고, 오늘은 멍들었다고 또 와요. 진짜 아파서 올까요? 아니요. 그 아이는 사랑을 받고 싶어서 오는 거예요. 그럼 사랑을 줘야죠.”
본문 104~105쪽 (5장: 우리 그린 히어로, 선생님 _이향자 보건교사)
그러고 보면 “그 선생님은 선생님이 아니야.”라는 말은 너무도 강력한 교육이다.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누가 선생님이고, 누가 선생님이 아닌지. 그런 구분이 어떤 권한과 권리를 나누는지도. 학생들은 학교에서 ‘비/정규’의 차이를 배우고, 이것이 단순한 고용 형태를 넘어 사회적지위와 신분의 문제임을 직감한다. 이 감각은, 교단에서 하는 어떤 말보다 더 강하게 다가온다. 사서교사의 바람이 안타깝게도, 평등을 꿈꾸는 이상은 아직 우리의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학교라는 일터에서 배움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전해 준 배움이 학교라는 공간을 채운다. 선생님은 선생님이다.
본문 124~125쪽 (1부 발문: 선생님도 선생님이에요?)
자리를 잠시라도 비울 수 없는 그의 입장을 더듬어 본다. 나에게 이 문을 종일 홀로 지키라고 한다면 그 압박감이 어떨지 짐작해 본다. 내가 지키는 자리에 수백 명 어린이의 안전이 달려 있다면, 화장실마저 종종걸음으로 가야 하겠지. 그 시간마저 단축하기 위해 보통 경비실 바로 옆에는 자그마한 화장실이 붙어 있다.
본문 134쪽 (6장: 성실로 타인을 지키는 사람 _이덕영 학교보안관)
하는 일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니 고충도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일을 쉽다고 생각할까? 중요하지 않은 일? 필수적이지 않은 일? 아니다. 바로 우리가 잘 모르는 일이다. (…) 멀티플레이어가 되길 요구받는데, 세상은 그 일이 쉽다고만 단정 짓는다. 그러나 다들 내심 알고 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쉬워 보이는 일이 있을 뿐이다.
본문 161~162쪽 (7장: 쉬워 보인다면 잘하고 있는 겁니다 _양윤숙 교무실무사)
지금 급식실은 일할 사람이 없어 진통을 겪고 있다. 인원 충원을 말하지만, 결원이 생겨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급식실 조리사를 하겠다고 지원하는 이가 없고, 들어와도 금세 떠난다. 일이 힘들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가 된 것이다. 실제로 조리실무사 결원율이 20퍼센트를 넘어섰다. 열 명이 일해야 하는 곳에서 여덟 명이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서울의 경우, 조리실무사 한 명이 139명의 식사를 도맡는다).
박화자는 오랫동안 자신이 해 온 일이 아무도 반기지 않는 천덕꾸러기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 교육청은 이들의 고됨과 씁쓸함을 자동화와 인공지능이라는 말로 대체하려고 한다. 사람이 부족하면 기계를 사용한다. 기계는 하얗게 가스가 찰 폐도 없고, 시큰거리는 손목도 없으니까. 그렇지만 누군가를 먹이는 일이 기계로 대체되기 용이한 단순 업무로 여겨져도 괜찮은 걸까?
본문 183~184쪽 (8장: K-급식의 동상이몽 _박화자 조리실무사)
조리사도, 실무사도, 보수반 사람도, 그러니까 학교에서 일하지만 교사는 아닌 사람들은 모두 카네이션을 받은 경험을 소중하게 꺼내 놓았다. 학생들이 카네이션을 선물해 준 순간은 학교에서 일하길 잘했다 싶은 귀한 기억 중 하나였다. 이들은 스승의날 받은 카네이션 조화를 자신이 ‘학교 구성원’임을 인정받은 표식처럼 여겼다. 그래서 ‘선생님’도 아닌 자신에게 카네이션을 준 학생을 오래 기억했다.
학교에서 수년을 일했지만 졸업식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종무식을 마친 교직원들이 회식을 갈 때도 자신들은 남아 급식실 청소를 해야 하는 일을 서러워하면서도, 스승의날 받은 카네이션 하나로 서러운 기억을 잊었다. 학교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고마운 학생들이라는 말에 나도 크게 동의했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했다. 집단의 소속감이나 성원권이 꽃 한 송이로 갈릴 순 없는 일이라고.
본문 206~207쪽 (2부 발문: 학교, 어디에서 일하세요?)
“하와이에서 30년 동안 추적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저소득층, 취약계층 자녀들 가운데 사회에 잘 적응한 이들을 역추적해서 그들이 성장한 배경을 분석한 거예요. 연구 결과는 ‘딱 한 사람’을 가리켰어요. ‘나한텐 나를 무조건 믿어 주고 응원해 주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그 한 사람이 되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그게 제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안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본문 228쪽 (10장: 한 사람이 되어 줄게 _이성은 학교사회복지사)
아이의 성장이 과연 세상에는 어떤 의미일까. 아이더러 바뀌라고 하는 세상은 정작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이 질문은 계속해서 김미연의 주변을 맴돈다. 그 질문을 던지던 끝에, 김미연은 세상을 바꾸는 데 함께하기로 했다. 우리가 왜 장애 학생과 함께해야 하느냐고 묻는 건 통합학급의 아이들만이 아니다.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지역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했다는 소식이 이따금 들려온다. 무릎까지 꿇고 주민들을 설득하던 장애 학생 부모들의 모습에 잠시 반향이 일다가도 곧 사그라든다. ‘왜 공존해야 하죠?’라는 질문의 답은 우리 모두가 찾아야 한다.
본문 264쪽 (12장: 도전하는 일을 23년째 _김미연 특수교사)
좋은 사람들이 학교에 가려면 그들 자신도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하지만 학교 급식실에서는 폐에 흰 가스가 차고, 시설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은 재계약의 부담에 쫓겨 높은 나무에서 떨어진다. 독한 세정 약품이 작업용 토시 사이로 흘러 들어가 화상을 입는다. 일하는 이들에게 학교는 그리 안전한 곳이 아니다. 학교 구성원들의 ‘안녕’을 물어야 할 때다. 다양한 풀과 어우러져 지낼 때 안녕할 수 있는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존중이 필요하다. 교육은 교실 안팎을 가리지 않고, “평등한 일터에서 평등한 교육이 가능하니까”.
본문 292~293쪽 (3부 발문: 좋은 일 하시네요)
교과서 너머, 배움과 가르침의 의미를 되묻는
‘일터로서의 학교’를 조명하다
학교를 왜 가야 할까? 학생이라면 배우러, 교사라면 가르치러 가겠지만,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지는 여전히 빈칸으로 남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일이 무의미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는 저자의 말에 반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자 희정은 ‘배우다’라는 말의 빈틈을 파고든다. 학교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면, 우선 배움의 토대가 꾸려져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학교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아이들에게 밥을 챙겨 먹여야 하고, 보살핌이 필요한 마음을 헤아려 주어야 한다. 고장난 시설을 고쳐야 하고, 위험으로부터 지켜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일’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학교는 배움터이기 전에 일터다.
학교에는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날의 학교를 가능하게 하면서도 정작 존재조차 잘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현장이 있다.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은 무려 36만 명에 달한다. 교육공무직과 기타 비정규직을 포함한 수치다. 역시 36만 명에 이르는 교사와 맞먹는 숫자지만, 이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조명되지 못한다. 학교에서 우리는 누구나 기본적인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배우지만 교과서 속 가르침은 막상 학교 현장에서부터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학교가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또 다른 이유 아닐까? 배움이 공허해지지 않으려면, 가르침이 교과서를 넘어 학교 곳곳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는 학교의 그늘에서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기록노동자 희정이 13명의 인터뷰이를 찾아가 이들의 보람과 애환이 섞인 ‘일터로서의 학교’를 재조명한다. 이들에게 학교는 그저 생계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학교를 “다른 어떤 장소와도 다르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학교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아이들에게 배우기도 하면서 삶을 꾸려 나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학교에 간다. 일하러.
이 책은 단순한 노동의 기록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진정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이승윤 교수 추천사) 깊은 물음을 독자에게 던진다.
급식실·보건실·도서관부터 행정·방과후교실·특수학급까지,
학교라는 마을을 보살펴 온 노동의 흔적을 살피다
학교에는 100여 개의 직종이 있다. 학교 안팎의 온갖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교무실무사, 자리를 비우기 조심스러워 화장실조차 조급히 다녀오는 학교보안관, 종일 연기를 마시고 수챗구멍을 후비며 매일같이 1인당 100인분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조리실무사 등이다. 보건교사나 방과후교실 강사처럼 직접 수업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모두 ‘선생님이면서도 선생님이 아닌’ 신세다.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일지언정, 어른들은 이것이 “단순한 고용 형태를 넘어 사회적지위와 신분의 문제”임을 안다.
저자 희정은 이러한 현실을 의문시한다. “선생님은 선생님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가 만난 인터뷰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배움을 나누고 있었다.” 배움의 터전을 가꾸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열악한 환경과 대우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물론 힘에 부칠 때도 부지기수다. 인터뷰 현장을 촬영한 사진작가 김희지가 새삼 깨달은 것처럼, “자기 일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정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인정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이들의 일을 쉽다고 여긴다. 도서관에 앉아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다며 사서교사를 부러워하고 식단표를 보면서 입맛만 다신다. 하지만 누구나 내심 알고 있듯,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쉬워 보이는 일이 있을 뿐이다.”
책을 골라 구매하고 분류하여 비치해 두는 사서교사의 기본 업무만 하더라도 아이들의 접근성과 관심사를 일일이 알아 두어야 하는 일이고, 영양사의 업무 또한 음식이 식판에 담기기까지 수많은 서류 작업과 예산 책정, 도구 및 재료 검수, 레시피 개발 등의 품이 드는 일이다(2023년도 조사에 따르면 ‘매일같이 초과근무를 한다’고 응답한 영양사가 절반에 가까웠다). 아이들의 영양 균형과 식습관 교육 또한 고려 사항이다.
심지어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경계가 애매한 일들이 자주, 과도하게 맡겨진다. 이 책에 소개된 거의 모든 직종에서 그렇다. 꼭 필요한 인력 수요를 부족한 공급으로 간신히 메꾸는 실정인 데다가, 근무환경이 제대로 규정조차 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조리실무사의 경우 민간보다도 일이 고되다는 악명 탓에, 이미 결원율이 20퍼센트를 넘는다.
평소에 우리는 이러한 노동을 당연한 배경처럼 여기지만, 만일 이들의 노고가 사라진다면 당장 곤란함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카네이션 한 송이가 권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우리가 바라는 학교, 함께할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선생님도 선생님이에요?” “학교, 어디에서 일하세요?” “좋은 일 하시네요”로 구성된 각 부의 제목은 학교 노동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맞닥뜨리는 말들이다. 저자는 이 말들을 화두 삼아,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그림자 노동’의 현실을 풀어헤친다. 각 부의 끝에는 이 말들에 관한 저자의 단상이 실려 있다. 13명의 인터뷰이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동시에 저자의 문제의식을 하나씩 곱씹다 보면, 이 책을 관통하는 물음과 마주치게 된다. ‘학교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는 곧 우리 사회가 어떤 곳이어야 하느냐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만난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스승의날 학생들에게 카네이션을 받은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저자는 “과거의 내가 무심코 스쳐가 버린 것을 기억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고 같이 고마워하면서도, “집단의 소속감이나 성원권이 꽃 한 송이로 갈릴 순 없는 일”임을 아프게 지적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학교에는 좋은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학교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그저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살이를 가르치는 곳이 바로 학교다. 그러므로 고용 형태가 곧 지위 고하의 표식이 되는 학교, 아이들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될 수 없는 학교, 다양한 존중보다 높은 시험 점수만을 요구하는 학교는 건강하지 않다.
이 책은 학교를 지탱하는 가려진 손들을 비춤으로써 학교를 둘러싼 논의의 지평을 넓힌다. 교육은 교과서와 커리큘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안전하게 교문을 열고, 따뜻한 급식을 준비하고, 보건실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수많은 손길이 모일 때 학교는 비로소 배움의 공간이 된다.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는 그 손길에 담긴 마음을, 손끝의 온기를 기록한 책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바라는 학교는, 당신이 살고 싶은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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