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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박지훈 지음
생각의힘

2025년 11월 11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1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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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31.30MB)   |  약 13.4만 자
ISBN 97911948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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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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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일이 곧 밥벌이였던 저자 박지훈이 “책에 포위됐던, 때론 포박당했던” 시절을 더듬어 회상하는 독서 에세이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를 선보인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일간지 출판 담당 기자의 일상을 생생히 보여주고, 사물사물 눈에 밟히는 문장들도 함께 전한다. 총 34개의 꼭지에서 문학부터 사회과학, 경제경영, 철학, 역사, 과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알록달록 다채로운 책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책은 매주 수백 권의 책을 마주하던 출판 담당 기자의 첫 에세이인 동시에, 책과 삶이 서로를 비추며 남긴 독서 기록이자, 세상 모든 책을 향한 절절한 연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에서 건져 올린 위로와 뜨끈한 사유의 불씨를 독자와 나누며 책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을 건넨다. 책에서 시작된 불을 책으로 끄며 살아온 독서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머리에

1부
독서에도 길이 있다면
-이동진의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그때 그 불빛은 어디로 갔을까
-트린 주안 투안의 《마우나케아의 어떤 밤》

고래가 삼킨 시간 속에서 우리는
-수전 올리언의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김연수의 《7번국도 Revisited》

작별 인사를 할 리는 없겠지만
-프란스 드 발의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빛을 향하는 책
-호프 자런의 《랩 걸》

완벽하진 않더라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면
-은유의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사랑할 순 없지만 사랑해야 하는
-이승우의 《사랑의 생애》

고양이가 되지 못해 미안해
-진고로호의 《엄마가 물고기를 낳았어》

굿나잇, 에브리바디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그래봤자 일, 그래도 일
-김호의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음악이 흐른 자리는 마르지 않는다
-존 파웰의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남의 돈 벌기가 어디 쉬운가
-한승태의 《퀴닝》

그는 갈매나무가 되었을까
-안도현의 《백석 평전》

좋은 질문엔 답이 없다
-아리사 H. 오의 《왜 그 아이들은 한국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나》

나를 키운 엄마의 밥상, 세상의 음식
-윤대녕의 《칼과 입술》

이름이라는 사랑의 뿌리
-줌파 라히리의 《이름 뒤에 숨은 사랑》


2부
동그라미 공동체를 향해서
-아누 파르타넨의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하여 말하지 말라
-피터 카타파노ㆍ로즈마리 갈런드-톰슨의 《우리에 관하여》

2,500만 년이 흘러 다시 만난다면
-이낙원의 《우리는 영원하지 않아서》

호모 사피엔스의 거울엔 항상 전쟁의 얼굴이
-김동춘의 《전쟁과 사회》

존엄하게, 합리적 불일치를 향해
-아비지트 배너지ㆍ에스테르 뒤플로의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오은영이 될 수 없는 부모들에게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양육가설》

언어를 불순하게, 개인을 위대하게
-고종석의 《감염된 언어》

내 안에 새로운 사회가 있는가
-김규항의 《자본주의 세미나》

대한민국 부동산 판타지의 시작
-한종수ㆍ강희용의 《강남의 탄생》

민주주의의 꽃을 꺾는 상상
-토드 로즈의 《집단 착각》

차가운 온정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윌리엄 맥어스킬의 《냉정한 이타주의자》

사랑의 완성이 결혼인 것만은 아니겠지만
-옥혜숙ㆍ이상헌의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보이지 않더라도 들릴 수 있게, 느낄 수 있게
-김승섭의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문미순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영원한 이별이 사라진다면
-미치오 카쿠의 《인류의 미래》

누구나 시작은 잿더미에서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출판 담당 기자로 일한 시기는 2017년 1월부터 2020년 6월까지였다. 출판 기자는 매주 나오는 신간 가운데 ‘금주의 책’이겠거니 싶은 작품들을 골라 독자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는데, 처음 몇 달은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아무리 꼼꼼히 읽어도 그 내용을 요약하는 일은 버겁기만 했고, 여기에 뾰족한 논평을 보태는 일은 언감생심일 때가 많았다. 그 시절 내가 쓴 서평을 찾아 읽는다면 문장 곳곳에 묻어나는 진한 구상유취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일같이 능력치의 바닥이 어디인지 확인하던 시절이었지만 그때의 일은 내게 엄청난 즐거움을 주었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직장 생활의 열반, 그 자체를 경험했다고나 할까. 독서가 곧 밥벌이가 된 희귀한 경험을 한다는 것이 주는 만족감도 컸다.
_15쪽

대학에 진학해 마음 둘 곳이 없던 내가 밤낮으로 머문 곳은 학교의 도서관이었다. 제대로 된 도서관 하나 없던 지방에서 상경한 내게 그곳은 광활한 별천지였다. 제 몸의 상처를 할짝할짝 핥는 짐승처럼 도서관 구석진 자리에서 야금야금 책을 읽었다. 제페토 할아버지를 찾아 고래의 뱃속으로 들어간 피노키오의 심정으로 책의 동굴 속을 헤매면서 내게 간절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찾았던 것 같다. 그 시절 도서관은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나만의 요새였다. 미국 〈뉴요커〉 전속 작가 수전 올리언의 논픽션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에 적힌 다음과 같은 대목처럼 말이다.
_34~35쪽

“사랑해야 한다”라는 평범한 문장이 선사하는 어마어마한 울림은 이 작품을 끝까지 읽은 독자만이 누릴 수 있는 감동이다. “사랑해야 한다”라는 문장, 여기에는 목적어가 없다. 조금 뜬금없이 등장한 듯한, 바로 앞 문장과 약간의 거리가 느껴지는, 그러나 이 간극 덕분에 아득한 감흥을 자아내는, 동시에 사랑 그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게 이 문장이다. 한데 사랑이란 대체 무엇일까. 사랑의 생로병사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이승우의 소설 《사랑의 생애》가 천착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가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 그 사랑은 아주 둘레가 넓은 광의의 사랑이지만, 이 작품에서 다루는 사랑은 연인 사이에 뜨겁게 불타올랐다가 차갑게 허물어지는 그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첫머리에서 이 작품을 다음과 같이 규정해놓았다. “문학적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랑에 관한 탐사 보고서”(4쪽)라고.
_82~83쪽

우리 엄마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내가 없는 고향에서 높은 가지에 앉은 새를 보면서, 길섶에 핀 꽃을 보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면서 물고기가 돼 바다로 떠나버린 아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엄마는 지금도 에너제틱하다. 동네 노인들을 살피는 복지사 활동을 하고, 뒤늦게 농사일에 뛰어들었고, 가끔씩 바다에 나가 조개를 캐고, 무슨 내용인진 모르겠으나 시골에서 열리는 각종 강연에 강사로도 자주 선다. 인생의 전성기는 예순부터라고 하던데 나의 60대도 저럴 수 있을까 싶다.
세월이 흘러 엄마의 삶이 ‘우리 엄마’답지 못한 상황이 오면, 그러다가 엄마가 세상을 떠나버리면 나는 어떻게 될까 상상해보곤 한다. 그렇게 풍수지탄의 뜻을 곱씹는 때가 오면, 생명은 특정한 시공간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는, 생명은 모든 순간과 공간에 존재한다는 들뢰즈의 말을 자주 떠올릴 것 같다. 가령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라는 책을 보면 “생명은 도처에 존재한다”면서 이런 설명이 따라붙어 있다.
_97~98쪽

“좋은 책은 무엇인가” 묻는다면, 많은 답변을 늘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을 흔들거나, 생각을 자극하거나,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이 좋은 책이라고. 좋은 질문이 담기거나 좋은 답이 실린 책, 혹은 그 둘을 모두 가진 것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은 무엇이고 좋은 답은 어떤 것일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질문이 훌륭할수록 답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답이 없더라도 생각할 무언가를 무더기로 던져주는 것도 때론 좋은 책의 조건이 되는 셈이다. 독자는 이런 책을 보면 독서 이후 찾아오는 온갖 질문들을 사유의 광맥으로 삼게 된다. 《왜 그 아이들은 한국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나》가 국내에 소개된 게 2019년이었고 당시 나는 이 작품이 그해를 대표할 ‘올해의 책’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_157쪽

현주는 코너에 몰린 장애인의 삶을 전하는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아이였다. 나는 현주네 가족의 팍팍한 삶이 담긴 자료를 살핀 뒤 현주의 어머니인 희경(가명) 씨를 인터뷰했다(희경 씨 역시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으로, 혼자 현주를 양육하고 있었다). 그는 자녀의 ‘상태’를 임신했을 때부터 알았다고 했는데, 이 말을 듣자마자 대뜸 내 입에선 이런 질문이 튀어나왔다.
“아이를 지울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깊은 정적이 흐른 뒤에야 희경 씨는 짧게 답했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내 질문이 크게 잘못됐음을 느낀 것은 며칠이 흐른 뒤였다. 은연중 현주의 삶을 가치 없고 무망한 인생이라 간주한 것이다. 왜 저런 실수를 저질렀던 걸까. 어쩌다 나는 저따위 못된 질문을 내뱉는 사람이 돼버린 것일까.
_191~192쪽

지랄도 풍년인 백년하청의 정치판을 보면서 종종 하는 상상이 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뒤숭숭한 소란의 배경엔 항상 선거가 있으니 차라리 선거 제도를 없애버리면 어떨까. 국회의원도, 시도지사도, 심지어 대통령도 제비뽑기로 뽑으면 안 되는 걸까.
미친 소리로 들리겠지만 실제로 추첨제를 가미한 선출 제도를 통해 망가진 민주주의를 되살리자는 의견은 이름 있는 사상가나 학자들이 드문드문 내놨던 주장이다. 가령 일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은 《일본 정신의 기원》에서 복수의 후보자를 뽑은 뒤 추첨을 통해 대표자를 가리자고 했다. 그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제도가 아니라고 봤고, 선거만으로 대표자를 뽑는 방식은 부르주아 독재를 가리는 양두구육의 포장지라고 주장했다.
_271쪽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도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를 AI로 부활시키려는 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진영의 작품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엄마. 내겐 쓰고 읽을 수는 있으나 부를 수는 없는 단어다.”(나, 94쪽)
그 사람을 만질 수도, 볼 수도 없고 심지어 호명할 권리마저 사라지는 것. 그것이 바로 죽음이기에 우린 죽음 앞에서 항상 아득한 무력감을 느낀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같은 소설이 나오는 것도 이렇듯 가없는 슬픔을 극복할 방법을 어떻게든 찾고 싶어서일 것이고.
하지만 죽음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거운 의미가 미래엔 달라질지도 모른다. 불멸이나 영생은 더는 전설이나 신화, 소설에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과학에 얼마쯤 관심이 있다면 대드봇의 존재도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세상의 발전 속도는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이고, 심지어 이런 말을 하는 이도 있다. 1,000번째 생일을 맞을 최초의 인류는 이미 세상에 살고 있다고. 과학이라는 마술 지팡이가 인류의 앞날을 크게 바꿔 놓고 있으니 먼 훗날엔 생로병사 네 글자로 요약되는 인간의 생애도 완전히 그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_328~329쪽

★곽아람(〈조선일보〉 출판팀장·《공부의 위로》 저자) 추천


출판 담당 기자의 첫 독서 에세이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다.”

독서가 곧 밥벌이였던 사람이 있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기자 생활 가운데, 문화부에서 출판 분야를 담당한 때를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꼽는 박지훈이 “책에 포위됐던, 때론 포박당했던” 시절을 더듬어 회상하는 독서 에세이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를 선보인다. 숱한 문장들을 눈과 마음에 이고 지고 살아온 저자가 이제껏 마주한 책 세계를 한 권에 담았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일간지 출판 담당 기자의 일상을 생생히 보여주고, 사물사물 눈에 밟히는 문장들도 함께 전한다. 신문기자로서 박지훈의 눈은 매섭고도 살뜰하게 세상 구석구석을 향하는데, 그때마다 그의 “마음을 휘감았던” 책 속 문장들이 경이로운 힘을 발휘한다. 책을 읽는 우리 또한 그 힘에 이끌려, 발 디딘 땅에서 한 뼘 벗어나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더 큰 세계’를 꿈꾸게 된다.
시종일관 찬찬하면서도 뚝심 있게 아름다운 그의 글은 여러 대목에서 독자를 멈추어 서게 한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아니한 온기와 객쩍음과 다정한 믿음을 건넨다. 그리하여 책 속 문장은 그 안에 머물지 않고 종내 독자의 일상과 연결된다. 가까워지고, 커다래지고, 어떤 마음을 주고받는다. “책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기꺼이 손에 들 책이 출간되었다. 일렁이는 세상 속에서 붙잡아온 아른거리는 문장들이 독자들을 찾는다.

출판 기자로 일한 경험이 내게 어떤 유산을 남겼노라고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내게도 지성이라는 게 있다면 거기에 엷은 무늬를 새겼을 거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확실한 게 있다면 그 시절을 통과하면서 내가 책을 더 사랑하게 됐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고나 할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새삼 깨닫는 게 있다.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책을 읽을 때마다 야릇한 조바심을 느끼곤 한다. A라는 책을 읽으면서 B라는 책이 보고 싶어 마음이 바빠지고, 어느 순간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C라는 책을 장바구니에 담는 식으로. 아무튼 나는 내 이런 습관이 참 마음에 든다. _21쪽


‘직업’에서 ‘삶의 방식’으로,
눈도 마음도 동하게 하는 단 한 권을 찾아서

출판 담당 기자로 일하던 시절, 저자의 일상을 복기하자면 이렇다. 한 주에 문화부 사무실 책상에 쏟아지던 신간은 200권 안팎이었다. 그는 이를 “성경 속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으로 가다가 받아먹었다는 하늘에서 떨어진 만나”(15쪽)에 비유한다. 신간이 가득 담겨 불룩해진 에코백을 들고 집으로 향하던 퇴근길에는 묘한 포만감을 느꼈지만, 머지않아 깊은 숙고의 시간에 잠긴다. 총 2개 면에 ‘금주의 책’으로 비중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책은 많아야 서너 권에 불과했던 까닭이다. 저자는 “시의성과 깊이, 저자의 이름값과 출판 시장에서 가지는 의미 등을 두루 살펴 ‘결선’에 오를 책을 선별”했다. 그러고 나면 주마간산 수준으로 책들을 훑어본 뒤, ‘최종작’을 선정해 읽고 읽고 또 읽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문학으로 기운 독서 취향을 가졌던 저자에게 이 모든 일은 처음에는 그저 ‘직업’이었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열독만이 내가 지켜야 할 직업윤리였다”(16쪽)고 말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삶의 방식’이 되었다는 고백이 뒤를 잇는다. 《랩 걸》의 호프 자런이 “우주의 비밀을 움켜쥐고 푸른 새벽을 맞았을 때 느낀 감흥”은 영영 마주하지 못할지언정, 그의 마음을 호리고 또 홀리는 책과 만나는 순간이 무시로 찾아왔고 그때마다 일의 기쁨이 배가되었다. 물론 세상 모든 직업인이 그러하듯, 고뇌와 좌절 또한 툭하면 문을 두드렸다. 그는 “솔직히 말해 요즘 세상에 일간지 서평 코너를 찾아 읽는 독자가 얼마나 되겠는가”(17쪽)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책과 만났을 때 용솟음치는 환희가 훨씬 더 컸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매주 쏟아지는 온갖 장르의 신간을 아주 빨리, 출판사들이 동봉한 살뜰한 보도자료와 함께, 심지어 공짜로 받아보는 이는 많지 않다. 사무실에 쌓이는 신간들을 통해 나는 매번 저자들이 벌인 고군분투의 흔적을 발견하곤 했다. 크고 작은 흠집이 있더라도, 그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모든 책엔 하나같이 저자의 노고와 진심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 그것들은 어딘가를 향해 끝없이 자맥질하다가 최후에 터지는 해녀들의 숨비소리 같았다. _66쪽


책에서 시작된 불을
책으로 끄며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

독자보다 먼저 원고를 읽고 추천사를 쓴 《공부의 위로》의 저자 곽아람의 말마따나, 이 책은 “교양서 독자들에겐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만족감을, 문학 독자들에겐 서사와 문장을 즐기는 기쁨을” 안긴다. 직장인으로서 품은 고민은 〈그래봤자 일, 그래도 일〉〈동그라미 공동체를 향해서〉 등에서 풀어냈고, 언론인으로서의 경험은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하여 말라지 말라〉〈호모 사피엔스의 거울엔 항상 전쟁의 얼굴이〉 등에 여과 없이 녹여냈다. 부모가 되어 비로소 알게 된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관해서는 〈고양이가 되지 못해 미안해〉〈나를 키운 엄마의 밥상, 세상의 음식〉 등에서 논한다. 총 34개의 꼭지에서 문학부터 사회과학, 경제경영, 철학, 역사, 과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알록달록 다채로운 책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적재적소에 따라붙는 ‘꼬리 잇는 책’들이다. 저자는 한 꼭지 안에서 한 권의 주제 책을 선정해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한때 다독을 넘어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남독의 수준까지 간 적이 있다”(335쪽)는 말을 방증이라도 하듯 한 책에서 다른 책으로 절묘하게 꼬리를 잇는다. 마치 “네가 이 책을 재미나게 읽었다면, 이 책 또한 마음에 꼭 들 것이다” 말하며 제목도 저자도 몰랐던, 그러나 이상하게 낯설거나 성기지 않은 책을 가슴팍에 폭 안겨주는 것만 같다.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충실한 안내자를 따라가며 독자들의 책장과 장바구니는 한층 풍성하고 다양해질 것이다.
이 책은 매주 수백 권의 책을 마주하던 출판 담당 기자의 첫 에세이인 동시에, 책과 삶이 서로를 비추며 남긴 독서 기록이자, 세상 모든 책을 향한 가슴 절절한 연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에서 건져 올린 위로와 뜨끈한 사유의 불씨를 독자와 나누며 책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을 건넨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펼치는 순간 불이 붙어 읽어나가는 동안 재가 되어버리는 책”을 만난 경험이 있으리라. 저자는 바로 이 타오르고 사라져도 다시 시작되는 독서의 이야기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

펼치는 순간 불이 붙어 읽어나가는 동안 재가 되어버리는 책, 그런 작품을 만난다면 그다음 이어질 일은 뻔하다. 대형 산불이 나면 불로 불을 끄는 맞불의 방화선(防火線)을 구축해야 하는 것처럼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_336쪽

인물정보

저자(글) 박지훈

스물다섯 살 때 신문사에 입사해 20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
사회부, 문화부, 종교부에서 일했는데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문화부에서 출판 분야를 담당한 때였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경남 남해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선 국문학을 전공했다.
아내와 딸이 있고 고양이와 강아지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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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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