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인워터
2025년 11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9월 15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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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417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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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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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카니쿨라 디 안나 - 53
3부 마을들의 삶 - 115
4부 물의 인류학 - 159
옮긴이의 말 - 379
칼을 자루 끝까지 밀어넣듯 그대의 꿀 바구니 끝까지, 그녀의 광석 안으로-아니면
죽음을? 왜냐하면 그래
그녀 안에서 헤엄치는 건 얼마나 부드러운 일이겠는가
남자와 여자의 비밀스러운 수영 하지만 (아니) 그때
밤의 가죽은 그 위로 단단해진다 (아니) 그때 붕대는
노인 냄새로 딱딱하게 굳는다 (아니) 그때
그릇은 검게 변한다 꽃봉오리도 소년도 여자도 태양도 없다
포자도 (아니) 전혀 (아니) 없다
신도 단단한 지주인 무도 그대 앞에서
주먹 움켜쥐지 않을 때는.
_13쪽, 「단편 1」 중에서
내게 말해줘.
당신은 본 적이 있는지.
나무 하나하나가 하나의 단어이자 한때.
볼리비아 위에 뜬 한 점의 구름이었고.
산들이 한 칸의 낡은 화물열차 안에 한때.
몸을 웅크리고 있던 시절 신의 숲을 뜻하는.
그 단어를.
_136쪽, 「신의 숲을 지나는 길에 있는 마을」 전문
물은 당신이 붙잡을 수 없는 무언가다. 남자들이 그러하듯. 나는 시도해보았다. 아버지, 오빠, 연인, 진실한 친구들, 굶주린 유령들과 신, 그 모두가 하나씩 차례대로 내 손을 빠져나갔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인류학자들이 이질적인 문화와의 마주침에서 ‘정상적인 위험’이라고 부르는 게 바로 그것인지도.
_ 163쪽
나는 배낭에 양말, 휴대용 물통, 연필, 공책 세 권을 챙겼다. 지도는 가져가지 않았는데, 어차피 읽을 줄도 모르니까-왜 흐르는 물에 인장을 찍는단 말인가? 결국 여행의 유일한 규칙은 이것이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마라. 새로운 길로 가라.
_172쪽
순례자들은 걸으면서 문제에 대한 답을 알아낸 사람들이었다. 길 위에서 당신은 앞으로 생각할 수 있고, 뒤로도 생각할 수 있으며, 기억할 것들의 목록을 만들었다가 집에 돌아가 그것들을 말해줄 수도 있다.
_179쪽
하지만 그중 한 명이 몸을 더 가까이 숙인다. 두려움이 나를 뒤흔든다. 우리가 이제 막 건네지려 할 때 가끔 그런 것처럼. 당신의 행동은 단순하다. 당신은 내 두 손paws을 붙잡고 내 가슴 위로 교차시킨다: 내가 성스러운 도시를 방문했으며 그곳의 물을, 여러 종류의 물을 맛본 사람이라는 징표로.
_267~268쪽
나는 아버지에게 ‘여자’가 아니었다. 나는 계단 중간에서 걸음을 멈췄다. 열두 살이나 열세 살이었을 무렵의 어느 밤이 떠올랐다. 똑같은 계단을 내려가다가 나는 아버지가 부엌에서 어머니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아, 걔는 그들처럼 되진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서는 일종의 광채가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그런 광채를 느낀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왜냐하면 머지않아 나는, 경악스럽게도, 그들처럼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한문 격언이 이르듯, “어느 이른 아침, 구유에 피가 고여 있었다”.
_270쪽
욕망하는 것과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 그중 뭐가 더 단순할까? 여자는 단순한 이야기를 할 줄 몰라,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글쎄 비디오테이프에서 보이는 건 이렇다. 당신은 욕망이 또다른 영혼의 완전히 어두운 나라로, 절벽이 갑자기 끊겨버리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본다. 그 위로 차가운 빛이 달빛처럼 내린다.
_281쪽
토요일 오전 6시 30분 수영함.
새벽에 맺힌, 호수 위에 걸린 진주처럼 차가운 작은 이슬. 물은 어둡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왕국의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수영하는 사람이 이상하고 하얀 손들의 움직임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그의 앞으로 비스듬히 빛줄기가 이어진다. 아래로 금빛 가로대가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밑바닥에서 기둥 같은 자세로 붉은 수초가 몸을 흔든다. 수영하는 사람이 헤엄쳐서 들어가는 지혜의 느린 무아지경 상태는 얼마나 느린지
_362쪽
『플레인워터』의 가장 뚜렷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와 산문이 서로 경계를 허물며 교차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시집이나 산문집에서는 형식의 구분이 독서 경험의 틀을 규정하지만, 앤 카슨은 이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린다. 카슨은 「밈네르모스: 브레인섹스 그림」에서 기원전 7세기 서정시인 밈네르모스의 작품세계를 탐구하지만 전통적인 학문적 분석 틀을 따르지 않는다. 그는 파편으로만 남아 있는 밈네르모스의 시를 가져와 자신이 새로 쓴 시를 병치한다. 또 여기에는 밈네르모스의 시에 대한 논문적 성격의 에세이와 시인과 가상의 인터뷰 세 편이 뒤따른다. 이처럼 서로 다른 형식이 맞닿을 때 독자는 경계 바깥의 언어가 지닌 낯선 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카슨의 문학은 이러한 혼합적 구성 속에서 시와 산문이라는 전통적 범주를 넘어선다.
고전학자로서의 훈련을 받은 카슨은 작품 전반에서 고대의 인물과 개념을 끊임없이 호출하며, 그것을 현대적 삶의 정황 속에 비추어본다. 그는 단순히 고전 텍스트를 해설하거나 인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의 서사와 대화시키는 방식으로 새롭게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예컨대 「카니쿨라 디 안나」에서 카슨은 현대 페루자의 현상학 학회를 배경으로, 르네상스 화가 페루지노와 현대의 화자, 그리고 고대 사상가들의 흔적을 한 무대에 겹쳐놓는다. 이 서로 다른 시공간과 인물들이 교차하는 장면 속에서, 고전적 개념은 단순히 회상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삶과 긴밀히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카슨은 이렇게 고전을 재현하거나 단순히 반복하지 않고, 다시 몸을 부여하고 재상상함으로써 현대적 주제를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고대와 현대는 서로의 거울이자 반향으로 작동하며, 독자는 그 공명 속에서 카슨 문학의 독창적 힘을 경험하게 된다.
*
『플레인워터』에 수록된 작품들 사이에는 일관된 줄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려는 독자 앞에서 『플레인워터』는 “물처럼 스르르 빠져나가버린다”(옮긴이의 말). 카슨이 말하듯, “물은 당신이 붙잡을 수 없는 무언가다”.
이렇듯 서로 이질적이고 잘 붙잡히지 않는 작품들이지만 여전히 작품들 사이를 공명하는 모티프들이 있다. 이 모티프들은 작품마다 다르게 변주되면서도 반복적으로 되살아나, 모음집 전체에 일종의 잔향과 리듬을 형성한다. 카슨은 이를 통해 독자가 각 작품을 독립적으로 읽으면서도, 책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울림판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
『플레인워터』 전반에는 ‘알 수 있음’과 ‘알 수 없음’의 경계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깔려 있다. 예컨대 「밈네르모스: 브레인섹스 그림」에서 고대 시인의 목소리는 파편으로 남은 시나 가상 인터뷰를 통해 파편적으로만 재구성될 뿐이다. 독자는 이 틈새와 단절 속에서 진실과 의미가 결코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순례와 여행의 과정을 기록한 「물의 인류학」에서도 이러한 구도는 반복된다. 여기서 순례는 “물이 목마름으로 여행을 떠나듯 질문이 대답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믿음하에” 행해진 무엇이다. 즉,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문 그 자체이며 “『플레인워터』에 실린 모든 글은 대답보다는 질문으로 넘쳐난다”(옮긴이의 말).
「물의 인류학」에는 “깨우침은 쓸모없다”라는 문장이 수차례 반복된다. 이는 인식론적 불완전성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반영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문장에는 역접과 함께 여정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깨우침은 쓸모없지만 그것의 몇몇 원칙은 그렇지 않다” “깨우침은 쓸모없지만 나는 두 다리를 움직이며 사자와 함께 서둘러 나아가고 있다” “깨우침은 쓸모없지만, 나는 한 방에 목표 대상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 결국 카슨은 대답을 향하는 질문의 여정이 직선적인 것이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방황이며 그 방황 자체가 중요한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플레인워터』에는 깊은 상실의 정서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사라지거나 잃어버린 남성의 형상-아버지, 형제, 연인-이며, 이 부재는 단순한 결핍을 넘어 화자의 정체성 자체를 흔드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카슨이 그리는 애도는 멈춘 상태나 완결된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물처럼 끊임없이 흘러넘치고, 정체성을 잠식하며, 끝내 채워지지 않는 공백을 드러낸다. 애도의 경험은 고정된 서사가 아니라 늘 미끄러지고 흩어지는 감각으로, 독자는 그 흔들림 속에서 화자의 내면을 마주한다.
이러한 상실의 감각은 곧 욕망의 문제로 이어진다. 「물의 인류학」에서 순례자는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종교적 헌신이 아니라, 부재한 존재를 향한 갈망 때문에 길 위에 오른다. 그 여정 속에서 물에 대한 갈증은 곧 사라진 이를 향한 욕망의 은유가 되며, 잡히지 않고 흘러가는 물은 붙잡을 수 없는 사랑과 기억의 본질을 드러낸다.
인물정보
1950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시인, 에세이스트, 번역가이자 고전학자이다. ‘생업으로 고대 그리스어를 가르친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앤 카슨은 서점에서 윌리스 반스톤이 번역한 『사포 시 전집』을 보고 고대문학에 마음을 빼앗겼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선생님이 점심시간마다 틈틈이 가르쳐준 고대 그리스어로 고전을 읽기 시작하며 사포,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등 수천 년 전 시인들을 벗으로 삼았다. 이후 토론토대학에 진학해 고대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현재까지도 프린스턴, 맥길, 코넬 등 여러 대학에서 고대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카슨은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고대와 현대문학, 시와 산문을 한데 아우르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꾸준히 개척해왔으며 현재 세계문학을 이끄는 문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A. M. 클라인 상, 맥아더 펠로우십, 구겐하임 펠로우십, 그리핀시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T. S. 엘리엇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안기도 했다. 2020년에는 “고전 연구로 혁신적인 시학을 구축하고 현시대를 인식하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아스투리아스공상을 수상했다.
서강대학교 종교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했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해 시인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하얀 사슴 연못』 『초자연적 3D 프린팅』 『세상의 모든 최대화』, 옮긴 책으로 『짧은 이야기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에로스, 달콤씁쓸한』 『패터슨』 『모비 딕』 『바닷가에서』 『폭풍의 언덕』 『위대한 개츠비』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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