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
2025년 11월 04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0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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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171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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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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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신민 작가 인터뷰
배은조는 항상 두꺼운 외투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그 옷은 배은조의 끝없는 인내심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애 스스로 지어 입은 건 아니었다. 세상이 그 애에게 내어준 옷감이 그것뿐이었다. (8~9쪽)
스물이란 떠들 일이 많은 나이였다. 뒤돌아본 세계도 정면으로 마주한 세계도 손에 잡힐 듯 가까워서 뭐든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때였다. (11쪽)
이렇게나 폭력적인 포옹을 배은조는 얼마나 많이 당했을까.
내 마음은 여전히 차가웠다. 송지희의 등을 가만히 쓸어주면서 이런 상상을 했다. 이 사람이 내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허리를 꽉 말아 쥐고, 날카로운 칼로 단번에 가슴팍을 꿰뚫은 뒤, 오래오래 그녀의 안쪽을 헤집는 상상을. 정열에 취한 연인처럼 서로 달라붙어서 말이다. 그 상상에 얼마나 몰두했는지 내 손은 날붙이가 된 것 같았다. 싸늘하고, 뾰족하고, 대상을 단숨에 찌르기에 알맞은 것. 손가락 끝에서 요동치는 송지희를 느꼈다. 드러내고 드러내는 그녀의 장기들이 꺼떡거렸다. 그것들은 서로를 밀쳐내면서 내게서 도망치려 했다. (49~50쪽)
아빠가 자기 옷에 불을 붙였어. 내가 얼른 수건을 적셔 왔어. 불꽃이 붙은 티셔츠 앞면을 수건으로 내리쳤어. 아빠가 비틀거리면서 벽에 등을 기댔어. 엄마가 소화기를 가져왔는데 손이 떨려서 밸브를 못 열더라. 다행히 불이 꺼졌어. 그런데도 손이 멈추지 않는 거야. 아빠를 때릴 수 있다니. 계속 팔을 휘두르는데 하나도 아프지가 않았어. 신기하지. 철퍽철퍽. 젖은 수건 휘두르는 감각. 그거 이상하다. 점토 칠 때랑 달라. 리듬도 없고, 강약도 없고, 내려치고 들어올리기 전에 수건이 아빠 몸에 휘감기는 느낌만 있어. 그런데 영 시원하지가 않아. 꿈에서 뭔가를 때릴 때처럼 말이야. 아빠는 가만히 맞고 있더라. 아빠 얼굴이 시뻘겋게 부어올랐어. 눈을 감더라고. 그러니까 씨발. 욕이 막 나오는 거야. 감히. 이렇게 끝내려고 해? 조금 맞았다고 없던 일로 만들려고 해? 나는 더 할 수 있었어. 진. 신진. 있잖아. 들어 봐. 나는 더 할 수 있었다고. 그때 엄마가 내 팔을 잡더라. 그러고는 말하는 거야. 아파. 아파. 은조야. 아빠 아파. 이상하지 않아? 맞는 건 아빠인데 왜 엄마가 아파하지? 우리 다 죽을 뻔했는데 왜 엄마만 울고 있지? (65~66쪽)
배은조의 손은 기름기로 번들거렸다. 그 손에서 태어나는 것들. 눈과 코, 입과 귀, 주름과 근육들, 근사한 조각들. 배은조의 팔은 상완과 하완의 근육이 알맞게 잡혀 강인해 보였다. 조각이 부드러워질수록 조각가는 단단해졌다. 광기에 가까운 열정. 불길 속에 놓인 차가운 몸. 아름다움을 아는 눈. 얼른 그것을 만나고 싶어서 서두르는 손. 조준점을 향해 정확한 궤도로 나아가는 탄환. 바람을 뚫는 열렬한 마음. 서로가 아닌 모든 것을 초라하게 만드는 힘. 그런 사랑 앞에서는 감히 질투도 나지 않았다. (78쪽)
죽음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 어떤 날은 그 명제에서 기품을 발견했고, 어떤 날은 기만을 발견했다. 나와 깊고 빠듯하게 연결된 사람이 어느 저녁 그 자신의 의지로 밧줄을 내릴 수 있다는 것. 대상을 붙잡는 힘이 끊길 때 반동은 건너편의 사람이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더없이 차가운 현실. 그런 죽음은 너무나 빤하고 흔해서 이 세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매서운 약속하에 사람들은 마저 살아갔다. 겁에 질려 웅크리다가도, 그들은 여전히 해가 뜨면 눈을 떴다. 밤이 오면 눈을 감았다.
모든 울음은 개별적이었다. 누군가의 것과 맞닿으면 그대로 튕겨 나갔다. 상실의 세계는 일방으로 뻗은 길이었다. 한 번에 한 사람만 걸을 수 있는 곳. (92~93쪽)
“모든 울음은 개별적이었다”
추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 사람이 동일한 양의 빛과 어둠을 맛보는 1년 중 단 하루.
사멸하는 동시에 분열하는 서사가 비춘 상실의 낮과 회복의 밤
2024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에 단편소설 〈첫 포옹〉이 당선되며 “과거에는 하나였으나 지금은 작은 감정의 흔적도 찾을 수 없이 사멸하는 동시에 분열하는” 서사를 개성 있는 문체로 추출해내며 주목을 받은 신민 작가의 신작 《추분》이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로 출간된다.
포켓몬GO를 켜놓고 한 바퀴에 8000보, 두 바퀴면 1만 6000보, 하루 약 7킬로미터의 호수 공원을 속죄하듯 걷던 '신진'은 자신과 보폭을 맞춰 걷는 고라파덕 '죠'를 멀거니 바라본다. 오리너구리를 닮은 귀여운 외형과 달리 심한 두통에 머리를 쥐고 걷는다는 고라파덕을 두고 “애석하다”라는 낯간지러운 표현을 잘도 했던 배은조. 아무것도 남지 않은 구덩이의 표정을 잘도 짓던 배은조. 신진은 늘 덤덤하고 잔잔했던 은조의 장례식장에서 그녀의 룸메이트이자 "자신과 달리" 은조의 '구덩이'를 제 것처럼 가져다 쓴 여자 송지희를 만난다. 그녀를 죽이고 싶은 순수한 악의를 숨긴 채 송지희를 끌어안은 진은 “이 사람이 내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허리를 꽉 말아 쥐고, 날카로운 칼로 단번에 가슴팍을 꿰뚫은 뒤, 오래오래 그녀의 안쪽을 헤집는 상상”을 더하여 차가워진 마음으로 생각한다. “이렇게나 폭력적인 포옹을 배은조는 얼마나 많이 당했을까.”
그렇게 관이 닫히고 영결식이 끝나 바싹 태워진 은조가 희고 부드러워져 돌아왔을 때, 어디선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어나. 고개 들어. 눈 돌리지 마.” 그러자 진은 불붙은 살갗이 익어가고, 근육이 타고, 내장이 뭉근하게 녹아내리고 마침내 공중으로 흩어지는 죽음의 모든 것을 느끼게 되고, 잠든 배은조에게서 떨어져 나온 의식이 진에게 달라붙게 되는데…….
《추분》은 24절기 중 하나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묘한 날”을 일컫는다. 그 묘한 날 배은조가 죽고 상실의 세계에 빠질 수밖에 없던 진은 “한 번에 한 사람만 걸을 수 있는” 그곳을 하염없이 헤맨다. 정처 없는 걸음은 애석하지만, 동글동글한 외모와 달리 심한 두통에 시달리는 고라파덕 죠와 함께인 진은 곧 알게 될 것이다. 애석하다는 것은 “슬프고 불쌍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어딘가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도 있다는 걸. 낮이 있기에 밤이 있고,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는 것처럼 상실과 회복 또한 맞닿아 있다는 것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의 고통을 들고 다니려면” “짐을 추리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추분》을 읽는 단 하루라도 필요한 상실과 필요한 회복을 적당히 추려보는 시간을 맛보길 바란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1 50편에 이어 시즌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 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 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가장 완벽한 주행》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
김서해 《라비우와 링과》
임선우 《0000》
듀 나 《바리》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한정현 《사랑과 연합 0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천희란 《작가의 말》
정보라 《창문》
이주란 《그때는》
김보영 《헤픈 것이다》
이주혜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정대건 《부오니시모, 나폴리》
김희재 《화성과 창의의 시도》
단 요 《담장 너머 버베나》
문보영 《어떤 새의 이름을 아는 슬픈 너》
박서련 《몸몸》
금정연 《모두 일요일이야》
박이강 《잡 인터뷰》
김나현 《예감의 우주》
김화진 《개구리가 되고 싶어》
권김현영 《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
배명은 《계화의 여름》
이두온 《돈 안 쓰면 죽는 병》
김지연 《새해 연습》
조우리 《사서 고생》
예소연 《소란한 속삭임》
이장욱 《초인의 세계》
성해나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장진영 《김용호》
이연숙 《아빠 소설》
서이제 《바보 같은 춤을 추자》
권희진 《일단 믿는 마음》
정이현 《사는 사람》
함윤이 《소도둑 성장기》
백세희 《바르셀로나의 유서》
이현석 《고백의 시대》
김홍 《곰-사냥-인간》
김유나 《공》
권혜영 《그냥 두세요》
박지영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
신민 《추분》
이미상 《셀붕이의 도》
이 상품의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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