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는 내가 아니다
2025년 10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9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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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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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폴 클리브는 전업 작가가 된 후 10여 편의 장르소설을 집필하며 프랑스 생모르도서전 범죄소설상을 수상하고 뉴질랜드 최고의 범죄소설상 나이오 마쉬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들은 20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에드거상, 배리상, 에드거 앨런 포상의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3개 대륙의 평단과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소설 배경이 되는 그의 고향 크라이스트처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일곱 번째는 내가 아니다》는 낮에는 어눌한 청소부, 밤에는 살인을 일삼는 연쇄 살인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를 배경으로 일곱 건의 살인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은 범죄자 조와, 그를 관찰하는 선량한 동료 샐리의 시점이 교차되는 소설이다. 흔히 그려진 냉혹한 살인범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찌질하고 오만한 주인공, 중반 이후 독자의 허를 찌르고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는 스토리의 변곡점, 범죄자를 응징하고픈 독자의 보편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장면들, 그리고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서스펜스까지, 식상한 구석이 단 하나도 없는 스릴러 《일곱 번째는 내가 아니다》는 왜 지금 다양한 나라에서 영상화되고 다시 읽히는지를 충분히 납득시키는 세련된 작품이다.
냉장고에 맥주가 한 병 더 있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의자에 편히 기대앉아 두 발을 식탁 위에 올리고는 신발을 벗을까 말까 고민한다. 그 기분을 아는가? 무더운 날 직장에서 종일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 맥주를 들고 의자에 앉아 식탁에 다리를 올린 채 신발을 벗을 때의 그 기분.
천국이 따로 없다.
위층에서 안젤라가 샤워하는 소리를 들으며 올해 최고의 맥주를 가볍게 홀짝인다. 5분에 걸쳐 두 번째 병을 비우고 나니 배가 고프다. 다시 냉장고를 열자 식은 피자 한 조각이 눈에 띈다. 안 될 거 없다. 다이어트 중도 아니고.
다시 의자에 앉아 식탁에 발을 올린다. 신발을 벗으면 이 피자도 맥주처럼 천국을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피자를 급하게 먹어 치운 뒤 서류 가방을 집어 들고 위층으로 올라간다. 침실 스테레오에서 익숙한 노래가 요란하게 흘러나온다. 제목이 뭐더라? 제목도 가수도 모르지만 침대에 서류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몇 시간은 이 멜로디가 귓전에 맴돌 것 같다. 서류 가방 옆에 앉아 신문을 꺼낸다. 1면에 요즘 잘 팔리는 기사가 실려 있다. 이런 기사 중 절반은 신문사가 판매 부수를 늘리려고 지어낸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수요가 분명 있으니 말이다.
샤워기의 물소리가 잦아들지만 무시하고 계속 신문을 읽는다.
온 도시를 떨게 한 어떤 남자에 관한 기사다. 여자들을 죽이고 고문한 살인마에 관한 기사. 영화로 만들기 딱 좋은 소재다. 몇 분 뒤 안젤라가 하얀 수증기와 로션 냄새에 휩싸인 채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면서 욕실에서 나온다.
나는 신문을 내려놓고 미소를 짓는다.
안젤라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다. “당신 누구야?”
-7~8쪽
만신창이가 된 나는 자포자기로 가장 대담한 일을 감행했다. ‘자백’을 하러 경찰서를 찾아간 것이다.
그날 나를 담당한 경찰은 슈뢰더 형사였다. 그와의 첫 대면이었다. 그를 만난 지 몇 초 만에 두려움은 사라졌다. 내가 그곳의 어떤 경찰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았다. 시체를 태워 내 DNA를 제거했고 타고 남은 시체는 강물에 던져 모든 게 씻겨 내려갔다. 나는 내가 한 사후 처리에 확신이 있었다. 지금 같으면 절대 안 할 짓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날 나는 두 경찰의 안내를 받아 작은 취조실에 앉았다.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인 취조실은 바깥이 내다보이는 창문이 하나도 없었고 껌과 땀 냄새가 났다. 한가운데에 나무 탁자 한 개와 의자 두 개가 있고 화분이나 그림 따위는 없이 거울만 딱 하나 있었다. 의자는 앞다리가 약간 짧아 몸이 계속 앞으로 미끄러지는 바람에 상당히 불편했고, 탁자 위에는 녹음기가 놓여 있었다. 지금은 내가 일주일에 한 번 청소하는 곳이다.
나는 취조실에서 몇 달 전 살해된 여자를 죽인 범인이 나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어떤 여자 말씀인가요?
아시잖아요. 보상금이 걸린 여자요.
남자였는데요, 선생님.
네, 제가 그 남자를 죽였어요. 이제 돈을 주시겠어요?
자백의 진실성에 대한 경찰의 의심을 사는 건 어렵지 않았다.
_53~54쪽
일곱 장의 사진 중 네 번째 사진 속 여자다. 이제는 이름과 얼굴을 알지만 이곳에 사진이 붙기 전까지 나는 4번 여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6주 전 그녀의 사진이 붙은 뒤로 나는 매일 잠깐씩 멈춰 서서 그 여자의 이목구비를 바라본다. 다니엘라 워커. 금발에 미인이다. 확실히 내 취향이긴 하지만 내가 죽이지는 않았다. 다니엘라의 눈동자는 죽은 뒤에도 은은한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였다. 사망 전 사진과 사후 사진을 보니 그랬다. 처음에 슈뢰더 형사는 이 사진들 때문에 내가 회의실에 들어오는 걸 꺼렸지만 얼마 뒤부터는 잊어버렸는지 상관하지 않는 건지 그냥 내버려둔다.죽기 몇 년 전 일상을 찍은 사진에서 다니엘라 워커는 행복한 30대로 보인다. 카메라를 향해 몸을 돌리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인데 머리칼이 어깨 위로 반짝이며 흘러내린다. 입술은 미소를 띠며 벌어져 있다. 다니엘라의 사진은 회의실 벽에 붙은 뒤로 매일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냐고? 그녀를 죽인 놈이 내게 누명을 씌웠기 때문이다. 놈은 겁이 많은 게 분명하다. 오죽하면 자기만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날 이용했겠는가!
- 57~58쪽
그렇다고 오늘 밤 누굴 죽일 건 아니다. 내가 늘 살인 충동에 시달리는 짐승은 아니다. 누군가를 죽일 핑계를 찾으면서 어린 시절의 공격성을 마구 분출하고 다니지도 않는다.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인 테드 번디나 제프리 다머처럼 이름을 떨치고 싶어 안달 난 놈도 아니다. 번디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과 끝난 뒤에도 추종자를 거느렸고 사형 선고를 받고 나서 결혼까지 한 괴짜였다. 서른 명이 넘게 죽였지만 결국 붙잡힌 패배자이기도 하다. 나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고 결혼하고 싶지도 않다.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면 존 레논을 너무 사랑해 총으로 쏘아 죽인 채프먼처럼 유명한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특별한 취미가 있을 뿐 평범한 조다. 나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환청이 들리지도 않는다. 신이나 사탄이나 이웃집 개를 위해 살인을 하지도 않는다. 종교도 없다.
나는 그저 나 자신을 위해 사람을 죽인다. 그뿐이다. 복잡할 건 하나도 없다. 나는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들이 허락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좋다. 이 세상에는 30억에서 40억 명의 여성이 있다. 그러니 한두 달에 한 명씩 죽이는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다 관점의 문제다.
- 60쪽
엄마가 내 귓바퀴를 또 탁 때린다. “엄마한테 말대꾸하지 마.”
“말대꾸하는 거 아니에요, 엄마. 그냥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말한 것뿐이에요.”
엄마는 또 손을 올렸다가 내가 얼른 사과하자 화가 가라앉는지 손을 내린다. “미트로프를 만들었단다, 조. 미트로프야.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잖니.”
“매번 말해줄 필요 없어요.”
“무슨 말이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가져온 꾸러미를 열고 꽃다발을 꺼내 엄마에게 건넨다. 이번에는 가시가 없는 꽃이다. (중략) 나는 괜찮을 것 같다고 하고는 엄마를 위해 가져온 게 또 있다고 말한다.
“그래?”
초콜릿 한 상자를 꺼내 엄마에게 건넨다.
“나를 독살하려는 거니, 조? 안 그래도 콜레스테롤이 높은데 설탕을 먹이려고?”
아, 제발 좀. “그냥 잘해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그럼 초콜릿 같은 건 사 오지 마. 그게 잘해주는 거야.” 엄마가 짜증 난 표정으로 말한다.
“그렇지만 콜라에도 설탕이 들었잖아요.”
“지금 엄마한테 잘난 척하는 거니?”
“그럴 리가요.”
엄마가 내게 초콜릿 상자를 던진다. 상자 모서리가 이마에 부딪혀 잠시 눈앞에 별이 번쩍인다. 부딪친 곳을 문질러보니 작은 자국이 생겼지만 피는 나지 않는다.
“네 저녁이 다 식었구나. 나는 먼저 먹었다.”
나는 엄마가 저녁을 차리는 동안 초콜릿을 가방에 다시 넣는다.
저녁을 데워주겠다는 말이 없지만 부탁할 엄두가 나지 않아 직접 데우려고 전자레인지로 다가간다.
“네가 늦게 와서 식은 거야. 내 전기로 데울 생각은 하지 마라.”
- 104~106쪽
시키는 대로 가서 나무에 기대선다. 멜리사가 핸드백을 뒤져 수갑을 꺼낸다. 맙소사. 멜리사가 수갑을 내 쪽으로 툭 던지지만 나는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주워요.”
“왜요?”
멜리사가 내 음경에 총을 겨누자 나는 수갑을 집어 든다.
“왼쪽 손목에 수갑 한쪽을 차요.”
“뭘 하려고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불알을 쏠 거예요.”
나는 내 손목에 차가운 금속 쇠고랑을 내리쳐 채운다. 톱니가 제자리에 걸리면서 딸깍 소리가 난다.
“드러누워서 양팔을 위로 해서 나무를 두른 다음 반대쪽 손목에도 수갑 채워요.”
“정말로요?”
“정말로요.”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때요.”
“짜증나게 하지 말고 그냥 하지 그래요.”
시키는 대로 한다. 바닥에 드러누우니 등에 풀이 닿아 간지럽다. 자세가 몹시 불편하지만 멜리사는 신경도 안 쓸 것이다. 두 팔을 위로 뻗어 나무를 감싸 안은 뒤 반대쪽 손목에도 수갑을 채운다. 멜리사는 내게 총을 겨눈 채 나무를 빙 돌며 확인하고는 내가 느슨하게 채운 수갑을 더 꽉 채운다. 수갑이 손목뼈를 꽉 눌러 아프지만 앓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아픈 티를 낼 순 없다. 그렇다.
나는 진짜 사나이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진짜 사나이.
_203~204쪽
외톨이, 백인, 이런 범죄는 대부분 인종을 넘나들지 않으므로 피해자는 모두 백인 여성이다. 30대 초반. 살인이 모두 밤에 벌어지는 걸 보면 낮에는 일을 하는 게 분명하다. 다만 하찮고 단순한 직업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은 그런 하찮은 일을 하기에는 너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엄마나 이모 등 자신을 좌지우지하는 여자와 함께 산다.
멜리사도 나에게 군림하는 엄마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글을 쓴 사람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건데 다 헛소리다.
그 여자에게 직접 맞서지는 못해 전이 작용을 통해 다른 여자들을 살해함으로써 그녀에게 복수한다. 범인이 원하는 것은 섹스가 아니라 지배하고 군림하는 힘이고 섹스를 무기로서 사용한다. 훔쳐보는 관음증 관련 전과나 절도 전과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음으로 내가 다중 인격도 아니고 정신 이상도 아니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그래도 하나는 맞췄다.
강간하고 살해하고 싶은 충동이 끊임없이 들었다면 그렇게 띄엄띄엄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은 대부분 한 달 정도 간격을 두고 벌어졌다. 범인이 살인과 무관한 다른 죄로 체포되었다가 풀려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떨 때는 일주일 간격으로 벌어졌다. 피해자들이 협조한 걸 보면 무기로 위협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피해자가 남편이나 파트너와 집에 함께 있을 때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걸 보아 범인이 다른 남성과 마주칠 위험을 피하려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계획적인 면이 부족해 피해자를 결박할 때는 사전에 준비한 도구가 아닌 현장에서 눈에 띄는 물건을 가져다 쓴다. 범행을 거듭할수록 변태적 성향이 심해지고 있다. 살해 계획은 한참 전부터 세운다. 피해자의 얼굴을 가리고 피해자의 사진을 엎어놓는 것은 피해자를 비인격화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죽인 뒤가 아니라 죽이기 전에 피해자의 얼굴을 가리는 것은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좌지우지하는 여자를 죽이는 상상을 하기 위해서다. 속옷이나 보석 등 현장의 물건을 전리품으로 챙겨 범행을 저지른 순간을 되새기는 듯하다.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고 양심이 없으며 피해자를 실재하는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묘지를 계속 감시해야 한다. 범인이 후회해서가 아니라 범행을 되새기기 위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 전화해 제보를 하거나 목격자 진술을 할 수도 있다. 또는 경찰이 자주 가는 술집에 드나들면서 경찰들과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보고서는 이어서 강간은 섹스를 무기로 삼는 폭력 범죄라고 주장한다. 섹스는 권력과 통제력을 과시하고 상대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나는 정말 보고서에 나온 이유로 피해자들의 얼굴을 가렸을까? 그들을 비인격화하고 다른 누군가로 상상하기 위해서였을까? 잘 모르겠다. 묘지 이야기는 맞다. 실제로 가볼까 고민했지만 경찰이 감시 중이란 걸 알았으니 이제 가지 않을 것이다.
_241~242쪽
★ 한국 드라마화 확정 ★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 ★
★ 전 세계 300만 부 베스트셀러 ★
★ 독일 아마존 스릴러 1위 ★
“내가 읽은 스릴러 중 최고의 오프닝 챕터”_독자 리뷰
“내가 청소한 작품들은 항상 완벽했다.
그런데 누가 내 작품에 장난질을 치고 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느린 조’의 특별한 야간 업무
주인공 ‘조’는 청소부다. 그의 삶은 경찰서를 청소하는 주간 업무와 사람들을 지우는 ‘야간 업무’가 단순한 이중주를 이룬다. 조는 그 삶에서 모든 것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 일곱 명의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를 떠들썩하게 만든 악명 높은 연쇄 살인마 크라이스트처치 카버가 바로 그다. 하지만 사실은 일곱 명이 아니라 여섯 명이다. 그중 한 건은 자신의 작업이 아니었기에 그는 모방범을 찾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저지른 나머지 여섯 건의 살인죄까지 모방범에게 뒤집어씌울 작정이다. 경찰은 이미 여러 번 따돌렸고, 낮에는 멍청한 청소부 연기를 하며 수사 진행 상황을 완벽히 따라잡고 있다. 하지만 자꾸 어떤 여자들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그에게 집착하는 강압적인 어머니와, 그를 죽은 남동생과 동일시하는 직장 동료 샐리까지. 그리고 폭력으로 점철된 그의 삶을 이해해줄 것 같은 환상적인 여성 멜리사가 나타나면서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을 맞이하는데…….
“조금만 ‘멍청한 연기’를 하면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도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걸.
살인은 사실 관점의 문제다.”
주인공 ‘조’는 자신이 경찰의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만만한 살인자다. 경찰서의 청소부로 일하며 대화를 녹취하고 사건 파일을 훔쳐 수사 진행 상황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낮에는 느릿한 말투로 모자란 지능을 꾸며내는 탓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무해한 청소부지만, 밤에는 닥치는 대로 차량을 훔쳐 타고 범죄를 저지르면서 전지전능한 신이 된 듯 자아도취에 빠진다.
《일곱 번째는 내가 아니다》는 조의 1인칭 시점을 택하고 있지만 범죄를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범죄자의 시각이 얼마나 착각과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조는 자신이 재미로 사람을 죽일 뿐 그 외의 이유는 없다고 말하지만 실은 강압적인 양육자 아래서 자란 탓에 힘의 우위를 과시하고 싶어 하고, 경찰의 수사 보고서는 이미 범인의 심리를 정확히 추론하고 있다. 조가 노인이나 장애인, 동성애자 등 소수자를 혐오하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고 상대적 우월감을 누리려는 행동이며, 여성과 동등한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탓에 호의나 연민을 쉽게 이성적 접근으로 착각하곤 한다. 작가는 이러한 조의 왜곡된 내면과 자아를 적나라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예리하게 꼬집는다.
소설은 중반에 이르러 완전한 전환점을 맞는다. 조보다 더욱 잔혹한 상대가 나타나면서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흘러가는 중후반부의 이야기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스릴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독자로 하여금 제3자의 시점에서 범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하는 《일곱 번째는 내가 아니다》는 의도된 역설과 은은한 블랙코미디가 전반에 깔려 있어 지금껏 스릴러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재미로 다가올 것이다.
소설 속 또 하나의 새로운 캐릭터,
아름답고 잔혹한 고담시 크라이스트처치
작가 폴 클리브는 인터뷰에서 “그림엽서에 나올 듯 아름다운 풍경 이면에 고담시 같은 어둠이 도사린 크라이스트처치를 하나의 등장인물로 만드는 게 좋다”고 밝혔다. 소설 속에서 풍광이 아름답지만 치안은 최악인 도시로 그려지는 크라이스트처치는 폴 클리브의 소설 대부분에 배경으로 등장한다. 소설 속 크라이스트처치는 빈집털이와 차량 절도가 셀 수 없고 성추행과 소매치기는 검거를 포기하다시피 한 곳이다. 조가 노린 피해자들 역시 노인, 성 노동자, 장애인 등 사회적으로 안전망이 취약한 곳에 놓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조와 대비되는 선량한 인물인 샐리의 말처럼 범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민은 선량하고 친절하며, 수사에 최선을 다하는 경찰은 언제나 선이 악보다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선적이고 곧은 전개와 간결한 문장으로 페이지가 숨 쉴 틈 없이 넘어가는 이 소설은 빠르게 읽히지만 의외의 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우리 사회가 범죄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한발 앞서 그들을 파악하기 위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를 체험적으로 보여주는 《일곱 번째는 내가 아니다》는 단순한 범죄소설의 스릴을 넘어 다층적인 메시지를 남긴다.
인물정보
1974년에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태어났다. 폴 클리브는 크라이스트처치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하나의 캐릭터처럼 다루는 작가다. 평소 크라이스트처치를 배경 삼아 글을 쓰고 유럽을 오가며 활동한다. 10편 이상의 범죄 소설을 출간했으며, 2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br />폴 클리브는 각기 다른 작품으로 뉴질랜드의 최고 범죄 소설상 나이오마쉬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으며, 뉴질랜드 국내 외에도 다양한 지역의 범죄소설상의 섭렵했다. 프랑스 생모르 도서전에서는 올해의 범죄소설상을 수상했으며, 미국의 에드거상과 배리상, 에드거 앨런 포 상 최종후보, 호주의 네드 켈리상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고 있다. <br />그의 첫 소설인 《일곱 번째는 내가 아니다》는 2006년 랜덤하우스에서 출간된 뒤 이듬해 독일 아마존에서 1위를 기록하며 그해 가장 많이 팔린 스릴러소설이 되었다. 또한 호주의 범죄소설상 네드 켈리상 최종후보에도 올랐다. 이후 〈다크 시티: 더 클리너〉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2024년 아마존 프라임에서 인기리에 방영된다. <br />폴 클리브는 자신의 소설 대부분의 배경이 되는 크라이스트처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엽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배경 이면에 이 도시를 뉴질랜드의 살인 수도 고담시처럼 만드는 어두운 분위기가 존재한다. 나는 크라이스트처치를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로 만드는 게 좋다.”《일곱 번째는 내가 아니다》의 속편인 《희생자 조》는 2014년 에드거 앨런 포 범죄소설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다큐와 애니메이션, 외화 등 영상물을 번역하다가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출판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너의 여름을 빌려줘』, 『나는 샤라 휠러와 키스했다』, 『게팅 하이』, 『다시 인생을 아이처럼 살 수 있다면』, 『온 파이어』, 『어떻게 공부할지 막막한 너에게』, 『부의 원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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