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을 위한 화용론

루미너리북스 교육출판 에디팅 팀 지음

루미너리북스 2025년 10월 1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언어는 단순히 문법 규칙에 따라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실제 상황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에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넘어서는 복잡한 층위가 존재한다. 화용론은 바로 이런 언어 사용의 실제적 측면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같은 표현이라도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창문 좀 열어줄래?"라는 말이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정중한 요청이 되고, "날씨 참 좋네"라는 말이 빈정거림이 될 수 있는 것도 화용론이 다루는 영역이다. 이 책은 그동안 대학 과정에서만 다뤄졌던 화용론의 핵심 개념들을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문법과 어휘를 아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화용론의 이론적 토대는 20세기 후반 철학자와 언어학자들의 획기적인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오스틴의 화행이론은 언어가 단순히 사실을 기술하는 도구가 아니라 행위를 수행하는 수단임을 보여주었다. 약속, 사과, 명령, 축하 같은 일상적 언어 행위들이 실제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라이스는 사람들이 대화할 때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협력의 원리와 네 가지 대화 격률을 제시하여 의사소통의 숨겨진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브라운과 레빈슨의 공손이론은 왜 우리가 돌려서 말하고 완곡하게 표현하는지, 체면과 사회적 관계가 언어 사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스퍼버와 윌슨의 관련성이론은 사람들이 어떻게 맥락을 활용하여 화자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는지 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러한 이론들은 모두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언어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도구들이다.

화용론은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작동한다. 가족 간의 대화에서 나타나는 은근한 눈치와 배려, 친구들과의 농담에 숨겨진 친밀감 표현,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예의와 존중, 온라인에서의 새로운 소통 방식까지 모두 화용론의 영역이다. 특히 다문화 사회가 되면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에서 화용론적 지식은 더욱 중요해졌다. 같은 행동이라도 문화에 따라 예의가 되기도 하고 무례가 되기도 한다. 또한 언어 습득과 교육 현장에서도 화용론적 능력 개발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을 만들 수 있어도 상황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의사소통은 실패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치매 같은 질환에서 나타나는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화용론적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화용론 연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챗봇이나 음성 인식 시스템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려면 단순히 문법과 어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상황을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상대방의 의도를 추론하는 화용론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전통적인 화용론 이론부터 최신 연구 동향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독자들이 언어라는 도구를 더 깊이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복잡해 보이는 이론들을 일상생활의 구체적 사례와 함께 설명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언어의 표면 아래 숨겨진 풍부한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평범했던 일상 대화가 얼마나 정교하고 치밀한 소통의 예술인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진정한 언어 능력은 바로 이런 화용론적 감각에서 시작된다.

목차

1. 화용론의 세계
2. 맥락의 힘
3. 지시와 가리키기
4. 숨겨진 전제들
5. 함의의 미로
6. 말로 행동하기
7. 숨은 의도 찾기
8. 협력의 원리
9. 대화의 규칙들
10. 말하지 않고 전하기
11. 관련성의 추구
12. 예의의 과학
13. 공손 전략의 기술
14. 체면과 위협
15. 담화의 신호등
16. 정보의 배치
17. 화제와 초점
18. 추론의 마술
19. 언어를 보는 눈
20. 마음과 언어
21. 사회 속의 언어
22. 문화를 넘나드는 말
23. 아이들의 화용론
24. 언어의 병리학
25. 디지털 시대의 화용론

인물정보

저자(글) 루미너리북스 교육출판 에디팅 팀

루미너리북스 교육 출판 에디팅 팀은 전문 교육 콘텐츠 기획자와 편집자들로 구성되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양질의 교육 도서를 제작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각 분야별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며, 특히 고등학생을 위한 대학 과목 선행학습 시리즈와 같은 혁신적인 교육 도서를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