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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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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9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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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7.81MB)   |  약 34.9만 자
ISBN 979119352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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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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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혁명적 시대이다. 기술, 정보, 세계화, 정체성이 모두 흔들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세계는 극심하게 대립하고 분열하는 중이다.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가, 아니면 혼란 속에 퇴보하고 있는 것인가? 모두가 궁금한 이 질문에 오늘의 세계를 설명해 주는 CNN의 간판 국제 정세 프로그램 〈파리드 자카리아 GPS〉 진행자이자 미국 최고의 국제 정치 전문가인 파리드 자카리아가 근대 400년의 역사적 통찰을 통해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을 10년에 걸쳐 집필했다.
1부에서는 자유주의와 사회 체제 혁신의 원형을 만들어 낸 16세기 네덜란드 혁명에서부터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 혁명, 산업 혁명, 미국 혁명 등 근대를 관통한 서구의 정치경제 혁명사를 소상하게 서술하면서 세계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1부가 역사의 종적 분석이라면, 2부는 바로 지금 오늘의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 대한 횡단면적 분석이 이어진다. 지구촌 전체가 동시에 겪고 있는 세계화 혁명, 정보 혁명, 정체성 혁명, 지정학적 혁명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고 또 반동의 역풍을 맞이하면서 오늘의 세계를 형성하게 되었는지를 파헤치는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이 빛난다.
미국 출간 직후 아마존 역사, 정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강력한 역사적 통찰’, ‘왜 어떤 나라는 성공하고 어떤 나라는 실패하는지 알려 주는 사상가’라는 극찬을 받았다.
들어가는 말 · 다양한 형태의 혁명들
혁명이라는 말의 기원 | 국제 정치의 근본적 재편 | 변화와 그에 따른 불만 | 좌파와 우파의 기원

| 1부 | 무엇이 한 시대를 혁명적으로 만들었는가

1 최초의 자유주의 혁명, 네덜란드
허접한 상인 공화국, 베네치아 | 최초의 세계화 주역, 스페인과 포르투갈 |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창조했다 | 종교개혁의 역할 | 세계 최초의 자유주의 혁명 | 해군력으로 이룬 팍스 홀랜디카 | 가장 위대한 보물, 금융 시스템 | 파괴적 혁신의 혜택 | 분권화된 최초의 근대적 공화국 | 자유주의 사상에 대한 반발과 역풍 | 영국에서 기사회생한 자유주의
2 온건했으나 진정으로 혁명적인 명예혁명, 영국
평등주의적인 영국의 정치 구조 | 근대화를 이끈 경제 구조 | 개혁에서 혁명으로 | 돌아온 절대주의 | 정체성 정치와 초당적 협력 | 몰락의 함정에 빠진 네덜란드 | 자본주의의 세계적 확산 | 낙관주의자들의 휘그 사관
3 분열과 혼란을 남긴 혁명, 프랑스
잘못 꼬여 버린 혁명 | 급진주의의 대두 | 비운의 자유주의자 라파예트 | 극단적 포퓰리스트 로베스피에르 | 독재자이자 황제 나폴레옹 | 오래된 술병에 담긴 새 포도주 | 자유라고 불리는 고독 | 군사화된 민족주의의 위험 | 실패로 끝난 국가 통제주의 | 프랑스 혁명의 폭력적 유산 | 화산처럼 일어난 잇따른 혁명 | 프랑스 혁명을 삼킨 영국의 산업 혁명
4 혁명의 모태이자 전 세계를 근대화한 산업 혁명
기술 혁신이 이룬 일상생활의 변화 | 여가의 발명 | 산업화로 촉발된 여성 해방 | 음울한 사탄의 공장 | 러다이트와 자유주의자 | 혁명을 막기 위한 개혁 | 배가 부르면 혁명도 없다 | 자유방임적 좌파, 반시장적 우파 | 곡물법으로 인한 정당의 분열 | 수정궁인가, 원형감옥인가 | 새로운 정치, 오래된 상처 | 대영 제국의 승리
5 미국의 산업화로 이룬 변화, 미국 혁명
미국은 어떻게 산업화되었나 | 미국의 극적인 변신 | 사회주의가 설 자리는 없었다 | 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정치 | 인류를 금 십자가에 못박지 말라 | 1896년의 정치 구도 재편 | 마지막 진보적 공화당원 | 현대 미국의 탄생

| 2부 | 혁명적 힘과 반발이 불러온 현대의 혁명

6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 세계화 혁명
세계화의 본격화 |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다 | 국제주의의 탄생 | 무역 전쟁과 무력 전쟁 | 세계화의 종말과 관세 | 재탄생한 세계화와 새로운 경제 질서 | 교통 기술 혁명, 제트기의 시대 | 경기 침체에 대한 신자유주의 개혁 | 초고속으로 치달은 세계화 | 세계화에 대한 불만의 기원 | 차이나 쇼크인가, 세계화 쇼크인가 | 충격에 대한 이해 | 1990년대 경제 호황의 파산 | 세계화에 대한 급격한 기류 변화
7 모두가 고독한 왕이 된 세상, 정보 혁명
〈젯슨 가족〉은 틀렸다 | 모든 사람을 왕으로 만든 세상 | 나 홀로 볼링하기 | ‘어떤 곳’인가, ‘아무 곳’인가 | 세상의 절반은 어떻게 사는가 | 새로운 인쇄기, 소셜 미디어 | 오래된 부족주의, 새로운 네트워크 | 로봇이 (아직은)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 이유 | 생명공학의 혁명 | 디스토피아를 넘어서
8 두려움과 불안이 이끈 정체성 혁명
사회적 욕구의 단계 이론 | 좌파의 분열 | 미국의 반체제 문화 운동 | 유럽의 거센 세속화 물결 | 사회 변화와 침묵하는 다수 | 이름 없는 문제, 페미니즘 운동 | 새로운 대각성 운동 | 떠오르는 제3의 길 | 불안정한 중도 노선 | 유럽의 티핑 포인트 | 문화적 분열 | 미국의 정치적 부족주의 | 사회 불안의 상징 이민 문제 | 신은 죽었고 우리가 그를 죽였다 | 극단적 변화가 두려운 보수 | 문화 전쟁이 만든 기묘한 동맹
9 지정학적 긴장과 상호 의존성 사이, 지정학적 이중 혁명
팍스 아메리카나의 기원 | 주변부 국가의 부상 | 중국의 부상과 야망 | 질서를 깨뜨리려는 훼방꾼 러시아 | 너무 강하거나 너무 약하거나 | 위험에 처한 독재 정권 | 서구의 사상적 패권에 대한 두려움 | 자유롭지도, 국제적이지도, 질서정연하지도 | 국내외의 반자유주의적 민주주의
맺음말 · 풍요와 자유의 대가, 고독과 상실감의 시대
격변의 시대, 어떻게 할 것인가 | 자유에 대한 믿음

정치는 수천 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인간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정치의 외형은 변했지만 권력 투쟁과 권력의 행사라는 정치의 핵심적 관심사는 변하지 않았다. -16쪽

우리 시대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의미에서 혁명적 시대이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극적이고 급진적 변화를 볼 수 있다. 안정적이고 익숙해 보였던 국제 체제는 이제 떠오르는 중국과 실지 회복을 노리는 러시아의 도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4쪽

현대사는 과거와 폭넓고 근본적인 단절을 여러 번 겪었다. 그 중 일부는 계몽주의와 같은 지적인 것이었고, 다른 일부는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것이었다. 실제로 세계는 1차, 2차, 3차, 그리고 현재 4차에 이르는 수많은 산업 혁명을 거쳤다. -25쪽

무엇이 한 시대를 혁명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혁명적 시대에 예측 가능한 다른 결말이 있을까?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어떻게 끝날까? 이 책에서 내가 답하고자 하는 몇 가지 질문이다. 나는 과거 혁명의 시대를 되돌아보고 혁명의 기원과 그 여파를 이해한 다음 현 시대를 살펴봄으로써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 한다. -32쪽

기술, 경제, 정체성이라는 이 세 가지 혁명적 힘은 거의 늘 반발과 역풍을 불러일으켜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낸다. 인간은 그토록 많은 변화를 그렇게 빨리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전 시대부터 이어져 온 낡은 정치는 때로 이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정치인은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고 새로운 연합을 찾는 등 변화에 적응하려고 동분서주한다. 그 결과는 ‘개혁과 현대화’ 또는 ‘탄압과 반란’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결과가 결합된 폭발성 있는 조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37쪽

1588년 네덜란드 공화국the Dutch Republic(또는 연방이라고 알려짐)이 수립되면서 네덜란드는 약 200년간 지속된 성공적인 사회, 경제, 정치 질서를 만들어 냈고,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 반열에 올랐다. -49쪽

경제 사학자 앵거스 매디슨Angus Madison은 기술과 노동 생산성 면에서 세계의 선두 주자라는 기준에서 볼 때 “지난 4세기 동안 세계를 선도한 국가는 단 세 나라뿐이었다”라고 주장했다. 1890년경부터 그 선두 국가는 미국이었으며, 19세기 대부분의 기간은 영국이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네덜란드가 최고의 주인공이었다”라고 매디슨은 주장했다. -50쪽

이 첫 번째 세계화 혁명은 그 후에 나타난 세계화 혁명과 마찬가지로 기술 혁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정복자들은 원주민보다 훨씬 뛰어난 해군 및 군사 기술을 자랑했다. 예를 들어 이들은 3~4개의 돛대에 500톤 이상의 적재 용량을 가진 대형 무장 상선과 함께 쉽게 조종할 수 있는 소형 범선을 발명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이런 선박 제조 기술을 정확한 천문 항법과 결합하여 장거리 항해를 가능하게 했다. 중국은 수 세기 전에 이미 첨단 해군 기술을 개발했지만, 1500년대 초에 이르러 이들 원양 항해용 함대를 모두 파괴하고 내륙 국가로 돌아섰다. 원양에서 유럽인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57쪽

스페인의 모델은 하향식 통치와 강력한 억압을 기반으로 했고, 무역보다는 영토 확장과 부의 착취에 더 중점을 두었다. 네덜란드 혁명의 승리는 낡은 힘의 논리가 경제적 기술적 정교함에 자리를 내어준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이러한 후자의 특성은 권력이 절대왕정의 궁정을 넘어 일반 시민에게로 분산된 사회에서 더욱 융성했다. -69쪽

사실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중심지로서 도시라는 개념 자체가 네덜란드에서 비롯되었을 개연성이 크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였다. 네덜란드는 당시로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도시화를 이루었으며, 1622년에는 인구의 최대 56퍼센트가 중소 도시와 도회지에 거주했다. (반면에 한 세기가 지난 후 프랑스의 경우 그 수치는 8퍼센트에 불과했다.) 암스테르담은 무엇보다 무역과 투자로 이룬 상업적 부를 바탕으로, 증권거래소뿐 아니라 운하용 선박을 이용한 대중교통과 비교적 깨끗한 상수도, 범죄를 억제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공공 가로등 시스템 등을 완비해서 최초의 근대적 도시로 변모했다. -76쪽

경제 사학자들은 인류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두 가지 ‘분화分化, divergence’를 이야기한다. 1600년대 영국과 네덜란드가 이룬 경제 기적을 ‘소분기Little Divergence’라고 하는데, 북해의 두 나라가 다른 유럽 국가가 겪고 있던 침체에서 벗어난 것을 가리킨다. 이후 19세기에 유럽의 경제적, 기술적, 지정학적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대분기Great Divergence’가 있었다. 대분기로 인해 서구 국가 대부분이 다른 지역의 국가들보다 앞서게 되었고, 전 세계 강대국을 굴복시킬 수 있었다. 대분기는 산업화가 진행 중이던 영국이 주도했다. -109쪽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무엇보다도 프랑스 혁명은 광범위한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변화로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몇몇 정치 지도자에 의해 강요된 혁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 준다. 프랑스 지도자들은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국가에 하향식 법령을 통해 근대화와 계몽주의를 강요하려 했다. -123쪽

역사를 통틀어 우리는 포퓰리즘 독재자를 과소평가하는 보수주의 엘리트들을 여러 차례 보았다. 이들은 권력을 넘겨주지 않은 채 그를 단순한 허수아비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거의 항상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시에예스의 도움으로 정부를 장악한 나폴레옹은 곧 과거의 정치적 동업자들에게 등을 돌려 15년간의 독재 통치를 시작했고, 이후에는 유럽 대부분을 정복하는 제국주의적 통치에 나섰다. 나폴레옹은 아마도 19세기 전체에서 가장 정력적이고 오만하며 야심 찬 인물이었을 것이다. -141쪽

개혁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정치와 경제 모델로 19세기 전 세계의 근대화 추진 세력에게 영감을 준 나라는 프랑스가 아니라 바로 영국이었다. 다시 한 번 홉스봄이 이를 가장 잘 표현했다. “(영국의) 산업 혁명이 (프랑스의) 정치 혁명을 삼켜 버렸다. –173쪽

영국의 인구는 자연 증가와 함께 기회를 찾아 영국으로 온 이민자로 인해 급격히 증가했다. 1801년 영국의 첫 인구 조사에서는 인구가 1000만 명을 조금 넘었다. 한 세기 후 인구는 3배 이상 증가하여 3000만 명을 돌파했다. -182쪽

만연한 소비주의는 영국 노동자들의 혁명적 경향을 억누르는 데 거의 확실히 기여했다. 1950년대 미국의 중산층이 자동차를 사거나 TV를 보느라 공산주의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처럼, 한 세기 전 영국인 대부분은 석탄 난로를 즐기고 싸구려 삼류 소설을 읽느라 혁명에 나설 틈이 없었다. -206쪽

루스벨트는 여러 면에서 갑자기 사회를 장악한 신흥 부유층 사업가의 허풍과 비윤리적 행동에 실망한 유럽의 귀족과 닮았다. 루스벨트 가문이 속했던 뉴욕의 구舊엘리트들 사이에서는 특권적 지위가 대중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동반한다는 집단적 이해가 존재했다. 이 계층의 많은 사람은 자본주의의 파괴적 본질과 정부가 대중을 도와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254쪽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새로운 종류의 기술 가속화가 시작되었다. 2차 산업 혁명the Second Industrial Revolution으로 불리는 이 시기에는 사회의 주요 연료였던 석탄을 석유가 대체했고, 자동차가 철도를 대신하게 되었다. 1차 산업 혁명 당시 미국이 영국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면, 2차 산업 혁명에서 미국은 새로운 산업화의 진원지였다. 텍사스 간헐 유정의 거대한 검은 분수부터 대중적인 모델-T 자동차를 생산하는 디트로이트 공장의 윙윙거리는 소음과 정밀 기계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256쪽

민주적 자본주의와 권위주의적 공산주의 중 어느 것이 사회에 적합한 모델인가? 이 논쟁은 20세기가 끝날 무렵에 종결되었다. 공산주의는 패배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유방임적 자본주의가 승리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학자 셰리 버먼Sheri Berman의 주장처럼 자유 시장 자본주의와 중앙 집권적 국가 계획 경제 중 어느 한쪽이 아니라 두 가지가 혼합된 형태로 이 싸움이 해결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오늘날 선진 산업 국가는 모두 자본주의와 1900년대 초 유럽과 미국의 사회 민주주의 정당이 주장했던 대부분의 복지 국가 제도를 결합하고 있다. –262쪽

수천 년 동안 인류는 농사, 순례, 정복, 상거래, 관광 등 다양한 목적으로 새로운 땅, 사람, 시장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19세기에 산업화가 시작되고 나서야 전 세계가 실질적으로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모험가는 오랫동안 영광과 부를 찾아 바다를 누볐지만, 1800년대에 이르러서야 글로벌 공급망이 국지적 무역을 실질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271쪽

테러리즘이 정치적 의사 표현에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 후반이 되어서였다. 1878년부터 서구 세계 전역에서 유명인사에 대한 암살 및 암살 미수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1892년부터 1901년까지 오스트리아 황후, 이탈리아 국왕, 스페인 총리, 프랑스와 미국 대통령 등 5명의 군주 또는 국가원수가 암살당했다. 역사가는 나중에 이 시기를 “암살의 10년”이라고 부르게 된다. -278쪽

전 세계에서 1억 명이 페이스북Facebook을 사용하게 되기까지는 거의 4년이 걸렸으나,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같은 수치를 달성하는 데는 2년이 조금 넘게 걸렸으며,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챗GPT가 사용자 1억 명을 확보하는 데는 단 2개월이 걸렸다. -325쪽

‘큰 정부 대 작은 정부’의 논쟁에 초점을 맞추었던 기존의 좌우 대립은 이제 존엄성, 지위, 존중 등에 대한 논점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우리의 본질을 규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그 정의를 더 넓은 사회적 정치적 영역에서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두고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369쪽

1960년대와 1970년대는 20세기 들어 가장 빠르고 급진적인 정체성 혁명을 겪었다. 1968년 서구 세계는 세계화와 기술 발전이 가져온 전후의 경제 호황 덕분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전쟁과 기아의 공포를 겪지 않고 성인이 된 젊은이는 기성 엘리트가 지배하는 사회에 불만을 품게 되었다. 그들은 개인의 권리와 시민권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비전, 그리고 역사적으로 소외된 사람에게까지 확대된 시민권을 염원했다. -376쪽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유럽의 중도 세력은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는 경제 정책에는 견해가 달랐지만 유럽 통합과 이민 확대를 지지하는 데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통합과 이민이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합의는 깨졌다. 역사적으로 내려온 좌우 분열은 무역이나 이민 같은 사안에 개방적 정치와 폐쇄적 정치 사이의 새로운 분열로 대체되었다. 세계화 시대에 보호 무역주의가 부상하고 급격한 기술 변화의 시기에 신러다이트 운동neo-Luddism이 등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포퓰리스트 민족주의는 새로운 불안감을 이용해 정체성 혁명으로부터 동력을 끌어냈다. 이러한 포퓰리즘이 정치의 주류로 스며들면서 전통적 계급 구분이 무너졌다. -408쪽

정당 소속감이 개인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뿌리 깊게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제 정당을 바꾸는 것은 자신의 부족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417쪽

첫 번째는 15세기부터 시작된 유럽 국가의 부상이었다. 이 혁명은 상업과 자본주의, 세계 무역과 강대국 외교, 과학과 산업에서의 혁명 등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세계를 만들어 냈다. 이는 또한 서구 세계 국가의 장기적 우위와 전 세계 대부분의 비서구 국가의 식민지화 및 피지배로 이어졌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두 번째 거대한 패권 이동은 미국의 부상이었다. -431쪽

우리는 탈미국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의 국력이 급격히 쇠퇴했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는 그다음 순위 국가인 중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이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점유율은 2008년 이후에도 놀라울 만큼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다른 국가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회복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미국은 그다음 상위 10개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한다. -446쪽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이전의 미미한 국제적 위상을 결코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일본과 달리 중국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지 않았고, 자신이 저지른 역사적 과오의 제약도 받지 않았다. 중국이 경제의 주요 부문을 장악하고 해당 분야에서 대부분 자급자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시 주석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Made in China 2025’(중국제조中國製造 2025의 영문 표기_옮긴이) 발표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 조치와 바이든의 기술 이전 금지 조치가 있기 훨씬 전인 2015년에 나왔다. -463쪽

이 책의 주제는 끊임없는 작용과 반작용 즉 진보와 그에 대한 반발이다. 여기에 소개된 네덜란드, 영국, 미국의 사례처럼 지속적 번영을 이룩한 가장 성공적인 혁명조차 심각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혁명의 실패는 급진적 변화에 대한 공포로 이어졌고, 오늘날까지 그 그림자를 드리우며 현대판 보수주의의 기원이 되었다. -486쪽

남아 있는 가장 큰 과제는 그 여정에 도덕적 의미를 불어넣고, 한때 종교가 그랬던 것처럼 자부심과 목적의식을 부여하여 마음의 빈 구멍을 메우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 같은 곳에서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나 파시스트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한 가지 이유는 종교, 전통, 공동체와 같은 사회의 오래된 요소가 변화의 폭풍 속에서 배가 전복되지 않도록 하는 평형수平衡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510쪽

현대 사회의 문제를 풀어가는
거대한 역사 스토리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는 한마디로 강력한 책이다. 이 한 권으로 우리는 오늘날의 갈라진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 끊임없는 일상의 혁명과 거센 역풍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오늘 우리는 극심한 혼돈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도전받고 있으며 극심한 양극화로 사회는 깊이 분열한 듯 보인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정보·세계화 혁명의 속도 앞에 익숙했던 기존의 정체성은 흔들린다. 이 모든 상황에서도 역사는 과연 진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도 선뜻 장담하기 어려운 이 거시적 질문에 최고의 국제 정치 전문가이자 사상가인 파리드 자카리아가 근대 400년의 역사적 통찰을 통해 답을 내놓았다.
파리드 자카리아는 《포린어페어스》 편집장, 《타임》과 《뉴스위크》의 국제판을 거쳐 CNN의 국제 시사 프로그램 〈파리드 자카리아 GPS〉를 진행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공공지식인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국제 문제에 대한 통찰력 있는 논평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그는 미국 지식 사회에서 ‘맥락의 대가’라고도 불린다. 웬만한 국가의 외교 장관보다 넓은 네트워크로 국제 사회의 현안을 파악하고 문제의 기원과 전개 과정을 역사·경제·정치·문화의 흐름이라는 큰 틀에서 해석하는 탁월한 안목 때문이다.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는 저자의 강점이 고스란히 담긴, 10년에 걸쳐 집필한 야심작이다. 오늘날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가게 되었는가, 현대 세계를 형성한 동력은 무엇인가, 격동적인 변화의 힘과 익숙한 구질서로 회귀하고자 하는 역풍이 극적으로 충돌하는 이 혼돈의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헤쳐 나갈 것인가. 이 책은 우리 시대가 직면한 가장 큰 질문에 담대하게 도전한다.

400년에 걸친
혁명과 역풍의 변증법

1부에서는 네덜란드 혁명,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 혁명, 미국 혁명, 산업 혁명 등 20세기 이전의 혁명을 다룬다. 지나온 변화 과정에 대한 고찰이다. 네덜란드 혁명은 종교개혁과 금융 및 해상 무역이 결합해 근대 최초의 자유주의 실험을 하였으나, 종교 갈등과 대외 전쟁이라는 역풍을 불렀다. 명예혁명은 유혈 사태 없이 입헌주의를 확립했지만 정치 참여의 협소성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프랑스 혁명은 자유·평등의 기치를 들었으나 공포 정치와 나폴레옹 제국으로 이어졌고, 산업 혁명은 기계화와 도시화를 통해 생활을 혁신했지만 노동 착취와 계급 갈등의 격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미국 혁명은 근대 민주 공화국의 모델을 세웠으나 동시에 노예제와 인종 차별, 내전이라는 모순을 안겼다. 이처럼 모든 혁명은 진보와 역풍이 동시에 나타나는 변증법적 과정이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의 1부는 또한 기존 역사서에서 각각의 개별 혁명사로 취급했던 숱한 혁명의 역사를 한 줄로 꿰듯이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지적 쾌감을 준다. 예컨대 최초의 근대적 자유주의 혁명이었던 네덜란드 혁명은 비록 역풍에 좌절되지만 지역 자치에 근간을 둔 민주적 정치 체제, 기술과 제도의 혁신, 종교와 사상의 자유, 주식회사 제도와 대항해 등의 진보적 성과를 영국으로 이전해 명예혁명을 성공시키고 산업 혁명의 사회적 토대를 만든다.

수십 년에 걸친 분쟁 끝에 1688년의 명예혁명으로 영국은 종교적, 정치적 갈등이 완화되었다. 정치적 안정 덕분에 영국은 국익에 중점을 둔 실용적 나라로서 국가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그 비결은 영국 사회를 더욱 강력한 새로운 융합체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준 네덜란드의 사상과 제도의 채택이었다. -105쪽

반면 프랑스 혁명은 인권, 자유, 평등을 내세운 대단히 진보적인 역사적 운동이었지만, 자치와 혁신보다 위로부터의 혁명을 급격히 추구하다가 대중으로부터 일어난 큰 역풍에 의해 좌절되고 만다. 프랑스 혁명의 실패는 왕정복고를 가져오지만, 식민지 미국은 이 백래시를 이용해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전쟁에 승리한다. 독립한 미국은 네덜란드와 영국으로 이어진 자치와 공화주의, 기술과 제도의 혁신, 개방과 포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산업 혁명을 성공시키고 20세기 최강대국으로 성장한다.

2부에서는 현대 세계를 규정하는 네 가지 혁명을 조망한다. 첫째, 세계화 혁명은 자본, 상품, 아이디어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하여 한국 같은 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외환 위기·양극화·보호 무역주의라는 역풍을 동반했다. 둘째, 정보 혁명은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로 지식과 참여를 민주화했으나 동시에 혐오, 음모론, 민주주의의 분열을 확산시켰다. 셋째, 정체성 혁명이 광범위하게 자리잡았다. 정체성 혁명은 인종, 성별, 종교, 지역 등 소속 의식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현상을 뜻한다. 이는 민주주의적 권리 확대라는 진보를 이끌었지만, 젠더 갈등과 극심한 문화 전쟁이라는 역풍을 낳았다. 넷째, 지정학 혁명은 냉전 후 일극 체제가 무너지고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 부상하며 다극 체제와 영토 분쟁이 돌아온 현상이다. 이는 신흥국의 자신감을 키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대결이라는 불안정성을 가져왔다.
이 책은 이렇게 1부의 역사적 혁명과 2부의 현대 혁명을 나란히 배치해, 독자들이 과거의 혁명과 급속한 변화가 일상이 되어 버린 오늘날의 세상을 통합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왜 어떤 나라는 발전하지만
어떤 나라는 후퇴하는가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반발과 역풍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역사의 진보를 지속할 것인가’이다. 극심한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대다수 대중의 바람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 말하자면 퇴보하지 않는 역사의 발전일 것이다. 저자는 ‘혁명Revolution’이란 단어에는 본디 ‘급속하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과 함께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 하는 반작용’이라는 두 가지 뜻이 다 내포되어 있음을 상기시키며 논지를 전개한다.

왜 한 단어에 거의 정반대의 두 가지 정의가 있을까? 이 영어 단어는 ’되돌리다‘는 뜻의 라틴어 ‘레볼베르revolvere’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는 ‘회전하다revolve’뿐 아니라 왕이나 체제에 대한 충성을 ‘되돌리다’라는 개념에서 발전한 ‘반란revolt’이라는 단어도 낳았다. -23쪽

물리학에서 작용 반작용의 법칙(뉴턴 역학 제3법칙)이 있듯이 모든 혁명의 급진적 변화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반작용인 역풍 즉 ‘백래시’를 수반한다. 기술과 경제가 발전하면 대중의 정체성이 변하고, 변화된 정체성은 정치와 사회의 혁신을 요구한다. 역사의 진보를 만드는 힘이다. 그런데 역사에는 항상 이러한 변화에서 단기적으로 뒤처지거나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모욕당했다는 강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질서정연했던 과거의 황금기를 동경하면서 반발을 표출한다. 화약과 대포의 시대가 열렸음에도 귀족은 기사도를 그리워했고, 러다이트는 산업화의 미래를 막으려고 기계를 부수었다. 많은 사람이 보편적 인권 발달의 수혜를 누리지만, 성 정체성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민족주의와 인종주의가 높아 가는 오늘의 현실 또한 예외가 아니다.
어떤 역사는 진보의 궤적을 따라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반면에 어떤 나라는 잠깐의 영광 이후 역풍에 휩쓸려 표류하고 낡은 과거로 후퇴한다. 결국 기술과 경제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 진보의 힘은 자연스럽게 창출되지만, 그에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반발과 역풍을 어떻게 관리하고 통합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 준다.

16세기 네덜란드 혁명부터
21세기 정체성 혁명까지

근대 400년 역사의 거시적 고찰과 현대 사회의 문제를 심도 깊게 분석한 파리드 자카리아는 “자유와 존엄, 자율성은 인류가 되돌릴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한다. 혁명은 언제나 역풍을 낳지만, 그 역풍은 역사가 거둔 진보를 되돌리지는 못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결국 오늘의 세계가 부딪힌 혼란과 갈등에 대한 저자의 권고는 역사가 밟아 온 진보의 길에서 후퇴하지 않되, 변화 속도가 높아지는 데 비례해 고조되는 역풍에 대한 적절한 관리와 수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급격한 변화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속도 조절과 포용, 제도의 복원, 균형 있는 지정학 관리가 함께 요구된다. 자유방임적 세계화나 기술 신봉은 위험하지만 폐쇄와 퇴행 역시 답이 아니다. 사회적 안전망과 분배의 보완, 민주주의 제도의 존중, 강대국 경쟁 속 신중한 외교가 필요하다.
이데올로기적 거대 담론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현대인은 기술 발달과 세계의 연결망으로 수많은 콘텐츠와 문화예술 작품을 왕조 시대의 어느 군주보다도 풍부하게 누리지만 공동체에서는 멀어지고 개별로 흩어지는 다원화 사회에서 ‘고독한 왕’이 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서 오는 백래시를 어떻게 사회로 통합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이다.

소셜 미디어는 점점 더 많은 온라인 연결을 촉진했으나 미국인들은 점점 더 외로워졌다. 친한 친구가 10명 이상이라고 답한 미국 남성의 비율은 1990년 40퍼센트에서 2021년 15퍼센트로 감소했다. 놀랍게도 친한 친구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3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증가했다. -333쪽

현대 사회의 제반 문제 중에서도 저자가 큰 공을 들인 것은 정체성 혁명이다. 과거와 같은 진영 논리는 이제 좌우 어느 쪽도 설득하지 못한다. 문화, 취향, 정체성에 대한 개개인의 강력한 지향이 이데올로기를 압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체성 혁명은 여러 혁명 중 하나이지만, 대중의 생각과 지향을 바꿈으로써 사회 변화를 요구하게 하는 결정적 힘이기도 하다. 저자는 1부에서 종교개혁·도시화·상업화가 결합한 북해권(네덜란드·영국)의 경험을 초기 형태의 ‘정체성 혁명’으로 간주한다. 봉건적 신분·영주 충성에서 벗어나, 시민/국민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자기 규정이 태동한 것이다. 많은 백래시에도 불구하고 이 거대한 정체성의 발전을 결코 뒤로 되돌리지는 못했음을 역사는 입증한다.
2부에서 고찰하는 현대 세계에서의 정체성 혁명은 한층 복잡하고 다원화된 모습이다. 민권·여성·성소수자 운동, 세속화, 대중고등교육·이민 확대, 그리고 오늘의 정보 혁명·세계화가 겹치면서 정치의 좌표가 생활 양식·도덕·문화 전선으로 이동하며 이 변화가 ‘문화 전쟁’의 토대가 된다. 문화 전쟁과 정체성 혁명은 트럼프 2기 집권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 정권의 등장, 최근 한국 사회가 경험한 세대 및 성 대결 구도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혁명과 역풍이
가장 압축적으로 교차하는 한국 사회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는 진보에 대한 역풍으로 트럼프 2기 집권을 앞둔 시점에 출간되어 미국 사회에 큰 파문을 던졌지만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 또한 그에 못지않다.
한국은 세계화와 정보 혁명의 최대 수혜국이자 최대의 충격을 경험한 나라이다. 압축 성장을 통해 선진국이 되었지만 외환 위기, 불평등, 청년 실업과 지역 소멸 같은 역풍이 거세다. 정보 혁명은 K-콘텐츠와 촛불 집회를 가능하게 했지만 온라인 혐오와 세대·젠더 갈등도 증폭시켰다. 지정학 혁명은 미·중 패권 경쟁과 북핵 위기가 한반도에 직접적으로 투사되면서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첨예한 지정학적 실험장으로 만들었다. 정체성 혁명 역시 한국 정치에서 세대·젠더·지역 갈등으로 날카롭게 드러났다.
저자의 분석 틀을 빌리면 “한국은 혁명과 역풍이 가장 압축적으로 교차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이 지난 400년 동안 경험한 역사의 진보와 백래시의 변증법적 관계를 한 세기가 채 안 되는 기간에 우리는 모두 겪어야 했다. 한국은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안고 무겁게 전진하는 사회인 것이다.
가장 복잡해 보이는 지금이 어쩌면 과거를 돌이켜 보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는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 독자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면서 거대한 역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미래를 헤쳐 나갈 지혜를 모색하는, 600쪽이라는 긴 호흡의 휴식을 제공할 것이다.

인물정보

저자(글) 파리드 자카리아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 정치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의 최연소 편집장과 《뉴스위크》 편집장을 역임하며 권위 있는 미 시사 주간지 《네이션》이 ‘차세대 키신저’로 지목할 만큼 국제 정치에 대한 탁월한 안목으로 주목받았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외교 정책 자문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며, 현재 CNN의 간판 국제 정세 프로그램인 〈파리드 자카리아 GPS〉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흔들리는 세계의 축》 《자유의 미래》, 《From Wealth to Power(부에서 권력으로)》, 《The American Encounter(미국과의 조우)》 등이 있으며 공저로 《코로나 이후의 세상》 《21세기 패자는 중국인가》가 있다.

번역 김종수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 경제부장,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코람코자산신탁 사장을 거쳐 현재 바람길 네트웍스 대표로 있다.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와 《경제가 민주화를 만났을 때》에 공저자로 참여했고,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숫자에 약한 사람을 위한 우아한 생존전략》, 《미국이 몰락하는 날》, 《승자독식》, 《기쁨 없는 경제》, 《팩트를 알면 두렵지 않다》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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