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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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37497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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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하천 체계 42
땅 거래 71
유일한 아담 79
채석장 91
소중한 저주 121
몇 나라들이 있었다 137
어핑턴의 하얀 소 떼 147
아득한 들판에서 175
에메랄드 빛깔 푸른색 238
그 소년의 이름은 데이비드였다 375
조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394
감사의 말 411
작품 해설 413
작가 연보 419
아들이 폭풍우가 친 오후에 내게 희미한 몸짓을 했을 때, 그는 자신이 언제까지나 부분적으로는 생쥐일 거라고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5년이 지나면 천식에서 자유로워질 거라고 내가 5년 전에 말했던 걸 잊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잊지 않았지만, 나의 말이 맞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5년 전 자신에게 말해 주었던 걸 매일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이제 막 지나간 폭풍우 속에서 숨을 쌕쌕거리고 헐떡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것을 기억했다. 그러나 단지 어린 시절의 그가 앞으로 언젠가는 더 이상 생쥐가 아닐 거라고 믿게 하기 위해 내가 그런 말을 했던 것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35쪽)
‘하천’이라는 단어가 인쇄된 연푸른 수역의 윤곽은 흔해 보이면서도 살짝 뒤틀린 인간 심장 모양이었다. 지도에서 이 윤곽을 처음 알아보았을 때, 대략 타원 형태인 황갈색 수역을 보면서 내가 왜 살짝 뒤틀린 인간 심장을 생각했는지 자문했다. 나는 살짝 뒤틀린 것이든 흔한 모습이든 간에 내가 인간 심장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내가 목격한 것 중 살짝 뒤틀린 심장 형태에 가장 가까운 건 1946년에 직판 장신구 개인 유한 회사에서 발행된 카탈로그에 실린 금 장신구 선(線) 그림의 일부로, 그것은 점점 가늘어지는 특정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43쪽)
요즘 그 사진들을 볼 때마다 호주 초원의 남방 한계선 위 상공에 있었을 때 동생이 혼란스러웠을지, 혹은 그 비행기 조종사가 비행기를 공중에서 옆으로 기울이거나 심지어는 거꾸로 뒤집히도록 몰아서 동생을 즐겁게 하거나 겁주려 했을지, 혹은 동생이 호주의 초원이 분명히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곳의 상공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보았을 풍경에 단순히 렌즈를 들이대고 찍었던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 사진을 볼 때 때로는 모든 것이 연푸른색인 장소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때로는 모든 것이 검푸른 색인 장소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때로는 모든 것이 황갈색인 장소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떤 때는 불가능할 정도로 우월한 시점에서 검푸른 물을, 그리고 검푸른 물의 아득한 곳에서 미국의 끝없이 펼쳐진 황갈색 초원과 끝없이 펼쳐진 연푸른색 하늘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70쪽)
우리 가운데 꿈을 꾼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우리는 판단했다. 그렇다면, 누가 꿈을 꾸었는가? 혹시, 우리 신들 가운데 하나인가? 그러나 그 어떤 신도 우리를 거의 속일 만한 환상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낼 만큼 실제를 그토록 잘 알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75쪽)
그 문제에서 월도 워크숍은 트라피스트 수도원보다 더 엄격하다.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은 적어도 수어는 써도 되지만, 월도 워크숍의 작가들은 산문 픽션 집필을 제외한 다른 어떤 소통 수단도 허용되지 않는다. 월도 작가들은 함께 지내는 일주일 동안 몇 개의 메시지를 교환하든 상관없지만, 모든 메시지는 산문 픽션으로 암호화되어야 한다. 다른 어떤 종류의 메시지도 허용되지 않는다. 의도치 않게 메시지를 받는 것까지 금지된다. 만일 한 작가가 다른 작가의 눈길을 우연히 가로챈다면, 그 두 사람은 즉시 각자의 분리된 집필 책상으로 가서 눈길 이면에 놓인 것이나 눈길로부터 읽어 낼 수 있는 것보다 몇 배 더 정교하고 미묘한 픽션 한 편을 서로에게 써 주어야 한다. (94쪽)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 끝에 이 지점에 이르면 나는 2020년경의 장면을 상상해 보곤 했다. 때는 일요일 오후였다. 나와 무언가 비슷한 어떤 사람, 자신이 가장 바랐던 일을 성취하지 못한 남자가 우울한 황혼 속에서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앞에 서 있었다. 자신은 알지 못하지만, 그는 우연히도 40년 전 잿빛 일요일 오후에 집필된 특정한 책의 마지막 한 권을 갖고 있는 지구상의 마지막 사람이었다. 바로 그 사람은 그날 오후 책장에서 그 책을 찾기 여러 해 전, 언젠가 그 책을 실제로 읽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여전히 그 책에 관한 특정한 무언가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124쪽)
그 남자는 한때 내 책에서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할 수 없다. 그는 책장 어느 부분에 내 얇은 책을 꽂아 놓았는지 기억할 수 없다. 그 남자는 다시 잔을 채우고 21세기의 비싼 독물을 계속해서 홀짝인다. 그는 자신이 망각했다는 사실의 중요성을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제 내 글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수많은 일요일 오후에 나는 내 글을 서류철 안에 놓아 둔다. 내가 상상하기 어려운 원고 더미 속에서 결국 회색이 되어 버릴 것을 차마 쓸 수 없다.(131쪽)
나는 타인들에게 픽션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고 돈을 받는 사람은, 인원에 관계없이, 그 타인들 앞에서 이전에 집필되지 않은 픽션 작품 전체를 쓸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작품의 각 문장을 현재 서술한 대로 서술하도록 촉발한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연구실에서 이런저런 학생들에게 때때로 말했다. 그런 다음 종이 한 장에 문장 하나를 썼다. 그런 다음 그 문장을 학생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었다. 그런 다음 그 문장은 내 마음속 이미지의 세세한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고 학생에게 설명했다. 그 이미지는 내가 마음속에서 최근에 처음 본 이미지이거나 마음속에서 뜸하게 보는 이미지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자주 보는 이미지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내가 쓰기 시작한 이미지는 강렬한 감정으로 마음속의 다른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176~177쪽)
나는 그 영국 사람의 책을 책장에 다시 꽂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런 다음 그 책을 더 이상 간직하고 싶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런 다음 더 이상 간직하고 싶지 않은 책은 이제 막 언급된 책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런 다음 그날로부터 거의 2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세월 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의 등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거의 20년간 내가 읽은 모든 책과 다 읽은 날짜를 열거해 둔 공책의 도움을 받아 그 책들을 찾았다. 각 책의 등을 들여다보면서 책에서 하나 이상의 단어를 기억해 내려고 애썼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그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속에 나타났던 하나 이상의 이미지를 기억해 내려고 애썼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그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하나 이상의 감정을 기억해 내려고 애썼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책을 읽었던 아침이나 오후나 저녁 시간에 관한 하나 이상의 세부 사항 또는 책을 읽는 동안 있었던 장소에 관한 하나 이상의 세부 사항을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어떤 책의 등을 응시하는 동안 바로 위에 언급된 그 어떤 것도 기억해 내지 못하면, 그 책을 책장에서 치워 버렸다.(190~191쪽)
이제 막 언급된 결정을 내리고 얼마 후,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시를 쓰는 한 자신은 헬베티아의 거주민이라고(그리고, 당연히, 그 나라에서 시를 발표한 시인이라고) 결정했다. 그 결정을 내린 얼마 후 다시, 스스로를 시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자작시의 어느 단어나 구절을 생각하는 한 자신은 헬베티아의 거주민이라고 결정했다. 그 결정을 내린 얼마 후 다시, 시의 어떤 단어나 구절을 쓰는 동안 또는 이후에 그런 단어나 구절을 읽는 동안 마음속에 나타나는 어떤 이미지는 헬베티아의 사람이나 장소나 사물의 이미지라고 결정했다.
그는 매일 저녁 시를 쓰기 시작했다. 완성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행이 헬베티아의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한 사람의 최근 시집의 일부가 된다는 걸 인식하고는, 이전보다 더 시에 정성을 들였다.(329쪽)
사랑하는 조카야, 나는 글쓰기란 비가시적 존재들이 가시적 존재를 매개로 하여 서로를 인식하게 되는 결과를 자아내는 일종의 기적이라고 희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인식 작용이 상호적으로 일어난다고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이런저런 인사들이 가까이 있는 현전이라고 때로 느끼기도 하지만, 그녀가 내 존재 가능성을 상상이라도 해 보았다고 추정할 근거는 전혀 없다.
오래전 어느 날, 이런 생각 때문에 다소 우울했을 때, 나는 네게 첫 번째 편지를 썼다. 나는 다음의 단순한 제안을 따름으로써 고립에서 벗어날 길을 찾았던 것이다. 글쓰기가 이전에 작가나 독자가 상상할 수 없었던 인사를 존재하게 한다면, 비록 내 글이 어떤 책의 일부가 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내 글쓰기를 통해 완전히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감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는지는 너와 나만이 알고 있고, 내가 말했던 대로, 이것이 나의 마지막 편지다. 비록 내가 거의 알지 못하더라도, 이 글에서 뭔가 좋은 결과가 나기를 나는 계속 희망한다. (407~408쪽)
▶ 일흔여덟 살의 이 노벨상 경쟁자는 마치 시계공처럼 글을 쓴다. 각각의 문장이 미세하게 다듬어진 톱니 같고, 각각의 책은 정교한 기계 같다. ─ 《오스트레일리언 북 리뷰》
▶ 제럴드 머네인은 오스트레일리아가 이제까지 배출한 작가들 중 가장 독창적이다. ─ 《오스트레일리언》
▶ 마르셀 프루스트와 마찬가지로, 그가 추구하고 분류하는 이미지들의 구체성은 그 자체만의 쾌락을 가져다준다. 그의 글쓰기가 자아내는 효과는 이미지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생각이 인간의 마음속에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 《가디언》
■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간과 세상의 끝,
문학이라는 사고(思考)의 지형을 맴도는 걸작
한 이름 없는 작가는 자신의 책장을 살피며 수십 년 후의 미래, 말하자면 2020년에 자신의 집에 서 있는 한 모르는 남자를 상상한다. 수년 전에 그 남자는 작가의 아직 집필되지 않은 소설책들을 샀지만, 그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미래의 화자인 작가는 서글프게 말한다. “나는 알고 있다, 이제 내 글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소중한 저주」 중에서)
제럴드 머네인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실로 독특한 경험이다. 그가 다루는 소재들은 모두 지극히 지역적이고 개인적인 것들이다. 그는 자신의 부모와 그들의 가족,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공간의 지형과 위치와 방향을 해부학적으로 꼼꼼하게 기록한다. 「하천 체계」, 「몇 나라들이 있었다」, 「에메랄드 빛깔 푸른색」, 「소중한 저주」 같은 작품들에서 그런 기록들은 주인공이자 화자의 내면의 지형으로 이어진다. 머네인이 궁극적으로 그려 내고자 하는 것은 인간 내면의 풍경, 곧 ‘마음의 지형’이다.
머네인의 ‘픽션’(그는 장편 소설이나 단편 소설 같은 단어보다 ‘픽션’이라는 말을 고집한다.)은 ‘실재’하는 장소들과 맞닿아 있고 같은 좌표를 공유하고 있으나 실은 다른 차원, 즉 ‘마음의 지형’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담았다는 점에서 실로 독특하다. 문예 창작 교수로서의 경험을 그린 「아득한 들판에서」의 화자는 실제 지도와 마음속 이미지를 그려 낸 도해 사이의 유사성을 이렇게 표현한다.
“내 마음은 이미지와 감정으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나는 내 마음을 많은 해 동안 연구해 왔고 그 안에서 이미지와 감정만을 발견했다고, 내 마음의 도해는 이미지가 작은 소도시로 표시되고 감정이 소도시 사이의 풀이 무성한 전원 지대를 지나가는 도로로 표시된 방대하고 정교한 지도와 닮았을 거라고, 나는 이어 말했다.”
■ 의식의 흐름과 이미지의 좌표를 따르는 고독한 여행자
머네인은 1939년 호주 멜버른의 교외 도시인 코버그에서 태어났다. 가톨릭 교육을 받았고, 열여덟 살에는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이 주 후에 학교를 자퇴했으며, 몇 년 후에는 가톨릭 신앙을 완전히 잃었다. 그러나 그는 가톨릭 신앙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세계 이외의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머네인에게 “일상적 세계와 이상적 세계는 상호적 긴장 속에서 유예되고 서로 존재하도록 지탱한다.”(J. M. 쿳시)
이 소설집의 화자로 등장하는 이름 없는 남성은 단조로운 어조로 평범한 일상과 독서와 글쓰기와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독백처럼 늘어놓는다. 마치 ‘의식의 흐름’이나 ‘자유 연상’처럼 보이는 머네인의 픽션은 사실 정교한 패턴과 리듬을 갖추고 있다. 혼잣말처럼 이어지는 느리고 반복적이며 특정한 플롯을 갖추지 않은 서술은 이 같은 패턴과 리듬을 통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닌 기억과 인상, 이미지를 환기한다.
예를 들어, 「하천 체계」에서 화자는 한 수역을 설명하면서, 현재 위치까지 다다르기 위해 거쳐 왔던 지형과 방향을 자세히 설명한다. 두 개의 수역 중 한 수역은 뒤틀린 심장 모양을 연상시키고, 그것은 어린 시절 고모의 방에서 들여다보았던 장신구 카탈로그 속 목걸이 펜던트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두 수역이 연결된 전체 모양은 처진 콧수염을 떠올리게 하며, 그런 콧수염을 지녔던 아버지의 아버지와 연관된 이야기로 연결된다. 얼핏 여러 갈래로 흘러가는 물처럼 정처 없이 전개되는 듯 느껴지는 서술은 이런 이미지의 겹침과 연상, 그리고 그에 연결된 사건과 기억에 의해 느슨한 통일성과 고유한 패턴을 갖춘 화자의 마음속 풍경을 드러낸다.
지형과 풍경이 끊임없이 변화하듯이, 화자의 마음속 지형과 풍경 또한 고정되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아득한 들판에서」 첫 부분에서 화자가 학생에게 설명하듯이, 그가 하나의 이미지에 대해 쓰고 있을 때 또 다른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그것의 연결성과 확장성이 그 세세한 모습을 서술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머네인에게 글쓰기란 마음속 이미지들과 그것 사이의 연결성, 그리고 그것이 자아내는 감정들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 아득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이상 속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작품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이십 대 초반까지 그의 삶을 지배한 가톨릭 신앙, 첫사랑과 스쳐 간 여성들에 대한 기억, 경마, 독서와 글쓰기, 평생을 살았던 멜버른과 변두리의 외롭고 황폐한 지형, 은둔자적 삶과 ‘여성 현전’에 대한 욕망 사이의 진동을 담고 있다. 자신이 ‘진정한 픽션’이라고 부르는 ‘마음의 보고서’를 쓰는 머네인은 자신의 작품이 지닌 특이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런 방식의 픽션을 제대로 읽어 줄 ‘이상적 독자’를 기대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첫 작품 집필할 때의 경험을 언급하면서 독서와 글쓰기는 무한히 복잡하고 다채로운 경험이라는 걸 알기에, 자신은 도저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픽션을 쓸 수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그것이 독자에게서 등을 돌리는 글쓰기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머네인의 화자의 이상적 독자는 실재하는 사람이 아닌 ‘이미지 사람’이며, 그중에서도 그가 ‘마음속 얼굴,’ ‘여성 현전’이라고 부르는 존재다. 「조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의 화자가 말하듯이 “글쓰기란 비가시적 존재들이 가시적 존재를 매개로 하여 서로를 인식하게 되는 결과를 자아내는 일종의 기적”이지만, 그의 전언이 그녀에게 가닿고 그녀의 전언이 그에게 도달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머네인의 화자들은 수십 년 후에는 완전히 잊힐 수도 있을 그들의 글의 운명을 슬퍼하고(「소중한 저주」), 글을 쓰기 위해서 자신과 자기 글의 독자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고(「채석장」),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음에도 자신이 홀로 좁은 방에 사는 독신이라고 상상한다. 「조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자신이 사는 농장과 같은 위도에 위치한 어느 섬에 사는 한 여인이 써 보냈을 법한 전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화자의 모습은 슬프고 처연하다. 그럼에도 화자가 존재하지 않는 조카에게 일련의 글을 써서 고립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듯이, 그리고 그것을 통해 무언가 좋은 결과가 생겨나기를 기대하듯이 머네인은 머나먼 곳의 독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다가가는 독자에게 전통적 픽션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전통적 문학이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숭엄함을 선보인다.
머네인의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골고루 담고 있는 『소중한 저주』는 머네인이 구성하는 이처럼 독특하고 독립된 세계, 몽환적인 특유의 문체가 가진 리듬과 운율에 익숙해지고, 작가로서 그의 변화를 추적하며, 문체와 창작법의 특징을 탐구하기 가장 좋은 작품집이다.
인물정보

1939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의 교외 도시인 코버그에서 출생한 소설가,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뉴욕 타임스》는 그를 일컬어 “생존 한 영문학 작가 중 가장 위대하면서 가장 덜 알려진 작가”라고 평하기도 했다. 멜버른 교외에서 거의 일생을 살았고 빅토리아주 밖을 여행한 적도 거의 없다. 머네인은 자신이 여행을 자주 하지 않고 한 곳에 머무르는 이유가 사물의 표면만을 훑기보다는 깊이 응시하고, 주변 대상들의 패턴을 인지하기 원해서라고 말한다. 가톨릭 교육을 받았고, 열여덟 살에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석 달 뒤 자퇴했고 몇 년 후에는 가톨릭 신앙을 완전히 잃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교사 자격증을 딴 다음 1960년에서 1968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고, 1969년에 멜버른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4년 첫 소설 『태머리스크 로』를 발표했으며, 1980년 프란 고등 교육 대학에서 문예 창작 강사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교사, 편집자, 전업 주부로 일하며 남는 시간에 글을 썼다. 1995년에 교수직에서 은퇴했다. 은퇴 시까지 일곱 권의 책을 출간했고, 그 이후 2005년 발표한 에세이집을 제외하고 십사 년 간의 긴 침묵의 시간을 보내다가 2009년에 다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호주 예술원의 은퇴자 기금을 받았고, 패트릭 화이트 문학상, 멜버른 문학상, 애들레이드 축제 혁신 문학상, 빅토리아 주지사 문학 상 등을 받았다. 『평원』, 『국경 지대』, 『내륙』, 『책의 역사』 등 아홉 권의 장편 소설을 펴냈고, 대표 소설집 『소중한 저주』 외 세 편의 소설집과 두 편의 에세이, 한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서식스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 『눈먼 암살자』, 『오릭스와 크레이크』, 『도덕적 혼란』, 『숲속의 늙은 아이들』, 조지 오웰의 전기인 『오웰<br />의 코』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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