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타의 눈물
2025년 10월 17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9월 17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PDF (30.63MB) | 204 쪽
- ISBN 9791172248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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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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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한계가 아니라 삶을 이어가는 힘이다!
사랑과 절망, 희망과 결핍 속에서
끊임없이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묻는
서찬임 소설집 『로타의 눈물』
우리는 모두 여성에게서 나왔다. 여성이 없으면 인류는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여성은 태어나서 무엇으로 사는가? 서찬임은 소설을 통해 여성의 성, 일, 죽음, 그리고 사랑을 탐구한다.
이 소설집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한국인 사업가와 조선족 현지처 사이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온 여성, 유부남과 연애하며 도마뱀 두 마리를 기르는 여성, 자신을 창조한 박사를 사랑하게 된 휴머노이드 로봇 여성, 사고로 신체 장애를 갖게 되고 직장에서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여성, 불상을 만드는 조각가를 사랑한 비구니, 불분명한 신분을 가지고 살며 한국의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조선족 여성, 치매를 앓다 생을 마친 늙은 어머니와 그의 장녀.
소설의 주인공인 이들은 저마다의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지금 이 시대, 혹은 가까운 과거나 미래 여성들의 진짜 삶이다. 여성은 무엇으로 사는지, 여성 자신에게 여성으로서의 삶이란 무엇인지, 소설 속 여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젤리팜
로타의 눈물
유리구두
목리
캡슐타운
새의 귀환
사실 나는 중국에 있었을 때만 해도 작지만 통통했다. 가슴에 살이 오르고 엉덩이가 제법 토실해지자 동네 총각들과 아저씨들의 눈빛이 변했다. 첫 생리를 시작하면서 통증과 생물적 현상이 생겼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이상하면서도 동물적인 욕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랬던 내가, 아빠의 나라로 와서 이 나라 여성들이 추구하는 다이어트를 한 것처럼 뼈만 남은 꼴이 됐던 것이다. 이국으로 건너오려고 설친 밤만큼 이국에서의 밤은 편하지 않았다. 한 번도 잠다운 잠을 자지 못한 내 몰골은 퀭해 보였을 것이다.
나는 요원을 잡기로 마음을 굳히고 요원에게 잘 만한 곳을 물었다. 요원은 민박집이나 모텔을 추천하다가 아무래도 그런 곳에 혼자 재우기가 그렇다며, 괜찮다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머물면서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에 실소할 뻔했다. 고마움과 미안함의 표시로 절을 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선다는 몸짓으로 요원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아갔다. 요원의 뒷모습은 군살 하나 없는 삼각자처럼 어깨가 쩍 벌어졌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요원의 다리는 전봇대처럼 길었다. 요원은 한 번씩 내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면서 자신의 오피스텔로 갔다. 네 개의 비밀번호로 오피스텔은 쉽게 열렸다. 나는 그가 짚는 번호를 외웠다.
p. 20
나는 송을 내버려둔 채 그녀의 말을 다 들었다. 다은이 대견했고 고마웠다. 송은 다은 엄마가 다시 주워 현관에 내놓은 검은 봉지에 발이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봉지는 입을 벌리며 갖가지 신발을 토해냈다. 집 현관에 들어설 땐 눈여겨보지 못한 수십 켤레의 구두가 내 신발과 뒤섞여버렸다. 진주알 구두와 유리구두도 보였다. 나는 그날 신고 간 신발을 내버려두고 유리구두를 집어 들었다. 다은의 불편한 발을 감싸안았을 투명한 구두를 신기한 듯 만지자 다은이 말했다.
“신어보세요.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언젠가 과장님 발을 본 적이 있어요. 저만큼은 아니지만 힘들어 보였어요. 과장님이나 저나 불편한 세상을 두 발로 꿋꿋하게 걷고 살아야 한다는 건 똑같다고 생각했죠. 이 유리구두는 수액을 채취해 특수 약품으로 처리해 만들어서 어떤 발이라도 아프지 않게 한답니다.”
생각보다 높지도, 딱딱하지도 않았다. 꼭 들어맞는 것이 그녀의 말대로 특별한 것 같았다. 유리처럼 투명해 보이지만 말랑하고 촉촉하여 아기 고무신 느낌이다. 나는 문득 아기 때 찍은 사진이 떠올랐다. 시골집 작은 마루에 동무랑 나란히 앉혀놓고 부모님이 찍어주었던 사진에는 하얗고 조그만 고무신을 신은 귀여운 발이 있었다. 인생이 오십 년을 훌쩍 건너뛰어버린 것 같아 아찔했다.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다은은 유리구두를 신고 가도록 했다.
p. 114
“차를 마셔봐. 좋은 차야. 정신을 맑게 하지.”
“믿었는데… 돌아갈 데가 없어요.”
“돌아가.”
풍경 소리가 가볍게 두 사람 사이를 갈랐다.
“틀렸어요, 모든 게.”
여자의 가느다란 목이 숙여지며 머리가 툭 떨어졌다.
“내가 뭐 좋다고.”
남자의 말에, 여자의 속눈썹 끝에 물기가 어렸다.
남자는 떨어지는 물방울을 물끄러미 보면서 여자와의 처음을 떠올렸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장애인용 차량을 보리사 주차장에 세워두고 대숲의 가파른 오솔길을 걸었다. 불편한 걸음이라 오르막에선 숨이 가빴다. 땀이 이마를 타고 관자놀이를 지나 귀 앞까지 흘렀다. 절에 닿자 서산으로 석양이 붉게 물들어 산사를 태워버릴 것 같았다. 하오의 경내는 절간의 고즈넉한 지루함을 더하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탑돌이를 하고 있는 비구니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광륭사에서 보았던 미륵보다 현현했고, 아내가 비밀스럽게 소유했던 소묘보다 더 추상적이었다. 탑 둘레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뒤뚱거리며 걷는 그의 그림자를 비구니는 조심스럽게 비켜주었다.
주지스님의 반대에도 여자는 그의 모델이 되기로 약속했다. 아주 어릴 적 엄마의 성보다는 부처님의 성이 나을 거라는 친척을 따라 절에 왔을 때 울지도 않고 따르던 것처럼, 그녀는 반가사유상의 모델이 되어주면 평생소원을 이룰 것 같다고 한 그의 말을 그저 받아주었다.
그의 컨테이너로 왔을 때 그녀가 비구니라는 것을 깜빡하고 안을 뻔했다. 소묘는 쉽지 않았다. 소녀에서 한 번도 여자가 되지 않고 스님으로 살아왔기에 여자의 몸은 남자의 눈길이 닿을 때마다 날을 세웠다. 밋밋한 가슴과 가느다란 팔다리가 마치 버드나무에 갓 피어오른 새싹처럼 떨었다. 밤늦도록 이어진 소묘 때문에 두 사람은 피곤했다. 여자가 괴었던 팔목을 흔들었을 때 남자는 주머니에서 무명베를 꺼냈다. 벌겋게 금이 간 손과 손목,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던 남자의 숨결이 뜨거워졌다. 여자는 커다란 불덩이라도 삼킨 사람처럼 몸이 붉게 물들었다. 남자는 참을 수 없는 격정 때문에 여자의 속살을 열고 말았다.
p.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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