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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사람들

세계문학전집 270
헨리 제임스 지음 | 윤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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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9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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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8.46MB)   |  약 39.1만 자
ISBN 979114161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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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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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대서양 양안을 오가며 활약하다 영국인으로 귀화한 이듬해인 1916년 세상을 떠난 ‘국제적 작가’이자 ‘코즈모폴리턴’ 헨리 제임스.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세밀히 묘사하는 ‘심리적 사실주의’의 대표 작가로, 문학의 주제와 형식에서 대담한 실험을 시도해 모더니즘으로의 본격적인 이행을 예고한 그는 『여인의 초상』 『비둘기의 날개』 『대사들』 등의 장편은 물론, 수많은 중단편, 희곡, 여행기, 수필, 평론을 쓰며 방대한 작품세계를 구축해냈다.
그의 작가 이력상 중기에 해당하는 1886년 발표한 『보스턴 사람들』은 당대 한창 전개되던 여성참정권 운동을 주요 소재로 하여 다양한 사상과 세력이 경합하던 미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구현한 대작이다. 남부 출신으로 보수적 성향을 지닌 변호사 배질 랜섬, 그의 먼 친척으로 여성운동에 투신한 올리브 챈슬러가 젊고 아름다운 연설가 버리나 태런트를 두고 경쟁하는, 즉 한 여자를 두고 남자와 여자가 경쟁하는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파격적이다. 버리나를 차지하려는 배질과 올리브가 치열히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여성운동가, 언론인, 최면치료사, 의사, 강연 기획자 등 각양각색의 인물이 등장하고 얽히면서 사회개혁 운동을 둘러싼 천태만상이 펼쳐진다. 여성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해방과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분투에 주목한 헨리 제임스는 이 소설을 통해 특유의 치밀하고 집요한 심리묘사와 신랄한 풍자로 인물들의 내적 외적 동기와 욕망을 낱낱이 해부하며 1870~1880년대 미국 사회를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출간 당시에는 평가가 엇갈렸으나, 『보스턴 사람들』은 전통적 성역할과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퀴어한 욕망을 다뤘다는 점에서 오늘날 시대를 앞선 통찰이 담긴 작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헨리 제임스의 문학과 젠더 연구에 오랫동안 열중해온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윤조원 교수의 충실한 번역과 주석, 그리고 상세한 해설은 한동안 저평가된 논쟁적인 작품 『보스턴 사람들』을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제대로 음미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제1권 _7 / 제2권 _265 / 제3권 _491

해설 | 퀴어한 사랑과 실패의 드라마 _641
헨리 제임스 연보 _671

최근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통과해 고객을 구하고 있는 남자에게는 두어 가지 가치 있는 일반화된 관념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가장 단순한 인간 구분법으로, 매사를 어렵게 받아들이는 사람과 매사를 수월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챈슬러 양이 첫번째 부류임을 재빨리 알아챘다. 그녀의 섬세한 표정에서 그런 기색이 역력히 드러났기에 그녀와 채 스무 마디도 주고받기 전에 그는 막연한 측은지심을 느꼈다. (…) 연초록빛 눈동자, 날카로운 이목구비, 신경질적인 태도를 지닌 이 창백한 아가씨는 눈에 띄게 병적이었다. _20쪽

배질 랜섬이 실제로 인지한 건 챈슬러 양이 전형적인 노처녀라는 점이었다. 이는 그녀의 특성이자 운명이었다. 이보다 더 분명한 표현은 없었다. 우연히 비혼 상태인 여성이 있는가 하면, 비혼을 선택하는 여성도 있다. 하지만 올리브 챈슬러는 그녀의 존재가 함축하는 모든 의미에서 비혼이었다. 셸리가 서정시인인 것처럼, 8월이 무더운 것처럼 그녀는 비혼의 노처녀였다. 그녀를 만나러 왔을 때 그는(스스로도 말했듯이) 그녀가 자기보다 어린 것이 분명한데도 그녀가 근본적으로 독신이라는 까닭에 나이들었다고 여겼다. _30쪽

“인류의 발전에 관심이 없으신가요?” 챈슬러 양이 말을 이었다.
“모르겠습니다-발전을 본 적이 없어서요. 좀 보여주실 겁니까?”
“발전을 향한 진지한 노력은 보여드릴 수 있어요.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예요. 하지만 당신이 그럴 만한 대상인지는 모르겠어요.”
“아주 보스턴스러운 건가요? 보고 싶군요.” 배질 랜섬이 말했다. _33쪽

그래, 뭔가를 하겠어 하고 올리브 챈슬러는 혼잣말했다. 항상 그녀 앞에 있던 그 두려운 암흑의 형상에 빛을 비추기 위해 뭔가를 할 것이며-그 형상은 여성들의 불행이었다-때로는 그에 맞서는 성전聖戰을 이끌기 위해 자기가 태어난 것 같기도 했다. 여성들의 불행! 말없이 고통받는 그들의 목소리가 언제나 그녀의 귓가에 울렸고, 태초부터 그들이 흘려온 눈물의 바다가 그녀의 눈을 통해 쏟아져 흐르는 듯했다. 억압의 세월이 그들을 짓눌러왔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가 고문당하고 십자가에 못박히는 삶을 살았을 따름이다. 그들은 그녀의 자매, 그녀의 가족이었고, 구원의 날이 드디어 밝은 것이었다. 이것만이 성스러운 대의였고, 이것이 바로 위대한, 정의로운 혁명이었다. 그것이 승리를 거두어야 했다. _56~57쪽

천성적으로 그녀가 해야 하는 일은 우스꽝스러운 명분으로 사람들을 전향시키는 일이 아니라, 그 매혹적인 목소리를 발산하며 저 거리낌없는 싱그러운 태도로 서서 파도를 가르고 솟아나는 요정처럼 땋아내린 머릿단을 찰랑이면서, 다가오는 사람들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것, 그리고 기쁨을 줌으로써 행복해지는 것이었을 테니까. 태런트 양의 인격을 특이하게 공허한 것으로 만드는 이런 해석의 의미를 랜섬이 알고 있었는지 어떤지 나는 모른다. 그는 그녀가 사랑스러운 만큼 순진하다고, 또 훌륭한 능력을 가졌으나 형편없는 음악을 강제로 노래하게 된 성악가 같은 처지라고 믿는 데 만족했다. 실로 그녀는 그 형편없는 음악마저도 얼마나 아름답게 들리도록 만들었던가! _92~93쪽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나에게 약속해요!”-이 말이 버리나의 놀란 가슴에서 거듭 메아리칠 때, 버리지 씨는 다시 기습 태세로 돌아와 어느 날 저녁에 연설을 들을 수 있는지 날짜라도 잡아주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올리브의 지령이 놀라울 까닭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그런 분위기는 감지하고 있었다. 누가 물어보기라도 했다면 언제라도 그녀는 챈슬러 양이 자기가 결혼하길 원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 올리브가 말해버림으로써 언어가 되자 새삼 엄숙해졌고, 그 짧고 격정적인 대화는 갑자기 미래를 엿보기라도 한 듯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초조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 미래가 마음에 드는 운명을 그려 보일지라도 그것은 좀 무서운 일이었다. _196~197쪽

그녀의 기질은 다행스럽게도, 잠시 신성한 생각을 접하면-올리브는 언제나 그 신성한 생각을 열린 함에 담긴 보석을 반짝 비추며 내밀듯 그녀에게 내보이려 했다-불붙어 타올랐고, 말주변이 부족한 친구의 입에서 말을 받아 마법 같은 목소리로 그녀 자신을 변화시켜 다시 순수하고 어린 시빌이 되었다. 그러면 올리브는, 버리나의 부드러운 음성이 없다면 그녀의 성전聖戰에 가톨릭교도가 성유聖油라 부르는 달콤함이 치명적으로 부재하리란 것을, 반면에 그녀 자신이 후방을 단속하지 않으면 통계와 논리의 차원에서 버리나가 너무나 취약한 존재가 되리란 것을 느꼈다. 요컨대 함께 있으면 두 사람은 완전할 것이고, 모든 것을 가질 것이며, 함께 승리할 것이었다. _228쪽

그가 철저한 보수주의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보수주의자로 사는 게 사람을 그토록 공격적이고 무자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몰랐다. 그녀는 보수주의자가 그저 기존 세상에 안주하는, 우쭐대고 고집 세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이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랜섬 씨는 기존 세상에도, 그녀가 바라는 세상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 생각에 누구든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할 때 지켜야 할 선을 넘는 악담을 그는 자기편일 법한 몇몇 사람에게도 거리낌없이 해댔다. 잠시 후 그녀는 그와 언쟁하기를 그만두었고, 그가 무슨 일을 겪었기에 이렇게 빙퉁그러졌는지 궁금해했다. 아마 인생에서 뭔가 꼬였던 모양이다-어떤 불운을 겪는 바람에 세상을 온통 색안경 끼고 보게 되었으리라. _468쪽

“(…) 한 세대 전체가 여성화됐어요. 남성적 기조가 세상에서 사라져갑니다. 이 시대가 여성적이고 과민하고 신경질적이고 수다스럽고 빈말이나 하는 시대라고요. 공허한 구호, 거짓된 섬세함, 과장된 우려, 응석받이 감수성으로 가득한 시대라서, 우리가 서둘러 경계하지 않으면 그 어느 때보다도 유약하고 시시하고 우쭐대는 사람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판칠 겁니다. 남자다운 성격, 과감히 부딪치고 인내하는 능력, 현실을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 세상을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 천지만물이 아주 오묘하고 또 아주 저급한 부분도 섞여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이야말로 제가 지켜내고 싶은 것입니다. (…)” _478~479쪽

“(…) 당장 눈에 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생각해선 안 돼요.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한참 멀리까지 가고 나서야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느낄 수 있어요. 내가 여기서 돌아보니 보여요. 내가 젊었을 땐 우리 사회가 반도 깨어나지 않았었다는 게 보여요.”
“우리 사회를 깨어나게 한 건 다른 누구보다도 당신이세요. 그래서 저희가 경의를 표하는 거예요, 버즈아이 양!” 버리나가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외쳤다. _567~568쪽

“아, 이제 후련해요!” 그들이 거리에 나서자 버리나가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후련하다면서도 후드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곧 깨달았다. 염려스러운 일이지만, 그 눈물은 그녀가 이제 막 시작할 참인, 천생연분과는 거리가 먼 이 결혼생활에서 그녀가 흘리게 될 마지막 눈물이 아니었다. _640쪽

국제적 주제에 몰두하던 헨리 제임스가
미국의 현실을 집중적으로 다룬 실험작이자 문제작

생애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낸데다 투르게네프, 플로베르, 졸라, 도데, 엘리엇과 같은 유럽 작가들과 교유한 헨리 제임스는 미국과의 끈도 놓지 않고 두 대륙을 오가며 국제적 명성을 떨친 작가다. 신비주의에 경도되면서 미국 제도권의 기독교식 교육에 회의를 품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어려서부터 런던, 파리, 제네바, 본 등 유럽 각국의 도시를 옮겨다니며 여러 언어와 예술·문화에 대한 감수성을 자연스레 익혔다. 하버드대 법과대학에 입학하지만 열 달 만에 그만두고 창작에 전념해온 그는, 삼십대 초반 본격적인 장편소설 『로더릭 허드슨』을 발표한 직후 파리에 이어 런던으로 이주함으로써 일대 전기를 맞이한다. 1876년 런던에 정착한 이후로 발표한 「데이지 밀러」 『유럽인들』 『여인의 초상』 등을 통해 영국과 미국에서 호평받으며 인기 작가로 등극한 것이다. 작가 이력상 초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에 그는 주로 신생국(미국)과 구세계(유럽)의 문화 차이, 전통과 인습의 무게 같은 주제들을 사실적인 필치로 형상화해냈다.
한편, 1882년 한 해 동안 어머니와 아버지를 차례로 여읜 헨리 제임스는 집안일을 처리하기 위해 미국에 머무르며 한동안 떠나 있던 고국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관조할 기회를 얻었다. 급격한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발전 속에서 여러 사회개혁을 향한 열망이 들끓던 당대의 면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특히 그는 남북전쟁(1861~1865)의 결과로 해방된 노예들처럼, 가부장제적 억압과 속박에서 벗어나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목소리를 높였던 여성들의 참정권 운동에 주목했다. 그리고 자신이 “매우 미국적인 이야기를 쓸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시도이자 “뉴잉글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여성 간 우정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로 『보스턴 사람들』을 착상해, 이 소설을 1885년 2월 〈센추리 매거진〉에 연재하기 시작했고, 1886년 2월 연재를 마치고 당월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보스턴 사람들』은 국제적 주제에 한참 몰두했던 그가 미국이 당면한 현실을 충실히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야심작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당시 장황하다거나 여성운동가를 희화화한다는 등의 비판을 받으며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했고, 헨리 제임스가 필생의 과업으로 삼고 1907년부터 자신의 작품을 24권으로 집대성한 ‘뉴욕판 선집’에 포함되지 않은 탓에 20세기 중반까지 비교적 중요치 않은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가는 『보스턴 사람들』을 두고, 선집에 “눈에 띄게 누락된” 작품이라며 “그럭저럭 충실하고 괜찮은”데도 “어떤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면서 애정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찍이 노예제 폐지 운동, 여성참정권 운동, 금주 운동 같은 각종 사회개혁 운동의 거점 역할을 한 도시 보스턴을 주무대로 한 이 소설은 도시를 대표하는 올리브와 버리나, 그리고 이 둘을 위시한 사람들을 외부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남부인 배질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성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한집에 사는 올리브와 버리나의 경우처럼, 정서적 유대관계에 있는 두 독신 여성이 남성의 개입이나 재정적 지원 없이 동거하는 것을 칭하는 ‘보스턴 결혼Boston marriage’은 이 소설을 계기로 더욱 널리 회자되었다. 『보스턴 사람들』은 19세기 후반의 여성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기에 페미니즘 문학비평이 성장한 1980년대 이후 미국문학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고, 버리나를 독점하려는 올리브의 퀴어한 욕망, 그 욕망을 대놓고 드러내지 못한 채 겪는 고통과 좌절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퀴어 담론이 활발해진 2000년대 이후로는 더욱 주목받았다. 이처럼 출간된 지 10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재해석을 끊임없이 자극해온 이 작품은 페미니즘과 젠더, 퀴어와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논의를 촉발하며 여전히 유효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버리나에 대한 올리브의 애착, 버리나를 향한 배질의 구애
페미니즘과 반反페미니즘을 상징하는 두 갈래의 로맨스

미국 남부 미시시피 출신의 잘생기고 매력적인 청년 배질 랜섬.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그는, 패전 이후 재산과 노예를 모두 잃고 집안이 몰락하자 뉴욕으로 올라와 변호사 개업을 하려 한다. 배질의 먼 친척으로 사명감을 갖고 여성운동에 뛰어든 올리브 챈슬러는 그의 이주 소식을 접하고는 친족의 도리를 다하고자 보스턴의 자기 집으로 방문해달라고 그를 초대한다. 이렇게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식사하며 나눈 대화로 서로 생각하는 바가 아주 다르다는 걸 금방 깨닫지만, 올리브는 마침 당일 저녁에 열린 모임에 배질을 데려간다. 원로 여성운동가 버즈아이 양의 거처에서 열린 그 모임에서 아름다운 빨간 머리 소녀 버리나 태런트의 연설을 접한 두 사람은 모두 그녀에게 매료되고 만다. 보수적인 배질은 여성해방을 촉구하는 연설의 내용 자체에는 공감하지 않지만 버리나의 미모와 목소리에 사로잡힌다. 버리나의 연설에 깊이 감화된 올리브는 자신의 여정에 동행할 적임자라 직감하고 그녀를 자기 집에 찾아오라고 청한다. 올리브는 함께 여성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자며 버리나를 설득하고, 외동딸인 버리나를 이용해 부와 명예를 쟁취하려 꿈꿔왔던 부모를 매수하는 과정을 거쳐 버리나와 동거하게 된다. 마침내 두 여성은 역사를 공부하고 유럽에 건너가 견문을 넓히며 여성해방 운동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한 작업에 몰입한다. 한편, 배질은 뉴욕의 변호사 사무실로 돌아가 일하지만 일은 순탄히 풀리지 않는다. 그는 다시 보스턴을 방문해 버리나의 안내로 하버드대 교정을 거닐며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를 누린다. 이를 계기로 배질은 버리나를 한층 더 사랑하고 집착하게 되는데, 버리나는 올리브가 알면 충격을 받을까 싶어 이 만남을 비밀에 부친다. 이후 버리나를 차지하려는 올리브와 배질의 갈등과 경쟁은 나날이 격화되고 마는데……


젠더 질서의 변화에 대한 선구적 통찰이 담긴
퀴어한 사랑과 정치의 소설

이 소설에서 헨리 제임스는 진보적 지식인이면서 특권의식을 지닌 전형적인 보스턴 사람 올리브와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적 세계관을 지닌 남부인 배질이 버리나를 사이에 두고 마치 ‘제2의 남북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각축하는 양상을 보여주며 이야기 전체에 걸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친척지간인 이 둘의 관계에서는 남북전쟁 이후에도 지속되었던 남부와 북부 사이의 갈등과 반목, 남부의 현실주의와 북부의 이상주의가 두루 읽힌다. 순교자적 열정으로 여성운동에 헌신하는 올리브는 배질의 눈에 “병적인 노처녀”로 비치는데, 이는 당시 여성운동가를 백안시하던 사회의 통념, 반페미니즘적 여성관을 반영한다. 스스로 결혼할 생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사교적이어서 여러 남성에게 청혼을 받는 버리나가 결혼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버리나에게 품은 애정을 대놓고 드러내지 못하고 번뇌하는 올리브에게서는 동성애적 욕망과 함께, 여성이 가부장적 남성에게 종속되지 않기를, 관습적 결혼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의를 위한 공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진다. 이렇게 기존 질서에서 확연히 벗어난 인물인 올리브를 등장시켜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규범적 인식에 의문을 표한다는 점에서 『보스턴 사람들』은 급진적이고 획기적이다.
이 소설은 여성참정권 운동에 뛰어든 이들의 열정과 한계는 물론 이 운동을 폄하하고 심지어 저지하려 하는, 여성을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 묶어두고 통제하려는 반동적 시선을 함께 문제시한다. 더불어 여성운동에 무관심하거나 비웃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 개혁을 열망하는 시류에 편승해 사리사욕을 취하려는 이들도 아울러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가지각색의 인물을 특유의 집요하리만치 세밀한 묘사,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인 필치로 형상화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이야기 중간에 불쑥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가 하면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듯하다가도 거리를 두곤 하는 서술자는, 관찰자이자 기록자 역할을 하면서 생경함과 기묘한 감흥을 유발하곤 한다. 특히 『보스턴 사람들』과 관련해 “여성의 상황, 성별에 관한 정서의 쇠락, 여성측에서 겪는 동요”가 미국의 “사회적 삶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독특한 지점”이라고 기록했던 헨리 제임스답게 일찍이 노예해방에 힘썼던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버즈아이 양, 여성의 참정권 획득과 금주에 대한 강연을 하러 다니는 현실적인 여성운동 지도자 패린더 여사, 중성적 외모를 지닌 냉소적인 여의사 닥터 프랜스, 올리브의 언니로 세속적이고 여성운동에 공감하지 못하는 루나 부인 등, 제각기 특징 있는 여성 인물들을 등장시켜 서로 다른 입장과 관점을 지닌 그들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퀴어한 사랑’을 다룬 『보스턴 사람들』은 영감의 원천이 되어, 〈전망 좋은 방〉 〈모리스〉로 유명한 감독이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각본가 제임스 아이보리에 의해 1984년 영화화되기도 했다. 배우 버네사 레드그레이브와 크리스토퍼 리브가 각각 올리브와 배질로 분한 이 영화는, 2019년 4K 복원판으로 다시금 공개되어 새로운 세대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보스턴 사람들』은 영미권 소설 중에서 젠더정치를 획기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2016년 중국, 2022년 타이완에 소개되었고, 2024년 한국에도 초역되었다. 이렇게 늦게나마 번역·출간됨으로써 헨리 제임스 작품세계에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또다른 면모와 색다른 매력을 새로이 발견하게 해주는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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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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