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질 행성에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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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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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수 없는 곳에 대해 쓰기로 했다. 심해나 우주, 마음 같은. 다 쓰고 나면 그걸 바탕으로 시를 쓰겠다고 했다. 그러면 전부 가본 것 같은 마음이 될 거라고.
그런 이야기를 했다.
거짓말이다.
심해에 다녀와서 쓰고 싶다 나는. 가라앉고 또 가라앉아, 빛도 없이. 차갑게 멈춘. 그런 마음을 쓰고 싶어서.
_「심해의 사랑」 부분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끊임없는 탐구”(문학평론가 조대한, 해설)에 골몰하는 신진용이 첫번째로 주목하는 공간은 바로 심해다. 1부 ‘심해는 또다른 우주’는 인간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드넓은 해저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도달한 바다 밑바닥에서 화자는 “빛도 없이. 차갑게 멈춘” “천 배로 짓눌린, 일억 개가 넘는 마음”(「심해의 사랑」)을 발견한다. 수압을 견디며 살아가는 심해 생물들처럼, 마음들은 무언가에 짓눌린 채로 “해구의 밑바닥에”(「마음시」) 혹은 “어둡고 느린 아래 하늘에”(「바다라는 하늘」) 방치되어 있다. 이때의 마음은 “천사”를 물속에 가라앉게 할 만큼 밀도가 높고 무거운데, 마음을 버리지 못해 결국 썩어버린 천사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사랑을 “할”(「섬 이야기」) 예정인 천사로 강조된다는 점에서, ‘사랑’은 마음을 붙잡아두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듯하다. 이어 ‘너’와 함께 “해변에 매일 죽어 있는” 것을 목격하곤 “사랑이라고 부르기로”(「바다에 가지 않고도」) 결심하면서, 시적 화자에게 있어서 사랑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태도가 된다.
이어지는 2부 ‘두 사람을 위한 행성’에서는 심해와 유사한 공간으로서 우주가 다뤄진다. 시집의 제목이 속해 있는 시이자 2부를 여는 시 「우주의 사랑」 속 화자는 “아직 살아 있지 않을 그러나 살아 있게 될” 누군가를 향해 편지를 쓰고 있다. 그에 따르면, 행성은 “강한 중력에 이끌린 마음들이 하나로 단단하게 뭉쳐”져 생겨난 집합체이다.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우주에서 “오래될” 예정이며 어쩌면 “없어진” 것과 다름없는 불안정한 행성의 미래를 짊어진 채, 화자는 행성을 이루는 구성 물질인 ‘마음’에 관해 끈질기게 탐구한다. 그러던 그는 당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직면한다.
수십 년도 더 전에, 당신은 물었습니다. 마음이 중력을 발생시킨다면. 마음이 다른 마음을 끌어당겨 결국 하나로 합쳐진다면. 하나로 합쳐진 마음이 더욱 강한 중력을 발생시킨다면.
이 모든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
어째서 우리의 마음은 하나가 아닙니까.
_「다시, 우주의 사랑」 부분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본문을 보충하는 각주에 따르면 편지의 수ㆍ발신자가 스위스의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1898~1974)”라는 점이다. 츠비키가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우주에 분명히 존재하는 미지의 물질을 최초로 감지해 1933년 ‘암흑 물질’이라고 명명했다는 사실, 그리고 위 시(편지)에 같은 연도가 적혀 있는 점을 나란히 두고 보면 우주에는 “마음과 마음이 합쳐져 하나의 마음이 될 수 없게 하는” 방해 물질이 존재한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허구와 현실이 절묘하게 교차되는 가운데, ‘마음’은 점차 현실의 구체적인 대상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통용된다. 예컨대 “블랙홀”은 “스스로의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내부로 함몰되”(「블랙홀」)는 마음이며, “삼십만 년 전, 지금의 유카탄반도 칙술루브 지역에”(「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떨어진 운석의 이름은 ‘마음’이다.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마음 얽힘 현상”(「마음시」)은 ‘양자 얽힘’ 이론을 떠오르게 한다.
이 밖에도 시인은 각주를 통해 수많은 학자와 학계를 시에 연관시켜 실제 사실과 무관한 허구의 맥락을 부여한다. 이는 시집 바깥의 시공간을 평행 우주처럼 공유하는 새로운 시세계를 창조하려는 시도이자, 시집의 전체적인 개연성을 끌어올리는 필수적인 장치이다. 일반적으로 각주는 본문에서 불충분하게 다뤄진 내용을 보충하거나 전문 용어를 설명하는 용도로 쓰이지만, 이 시집에서는 시 안에 현실과의 접점을 부여해 다층적인 해석이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능청스럽고도 정교한 이 상상력은 3부 ‘응답 같은 건 없었다고’에 이르러 ‘신’을 호명해낸다. 과학과 비과학의 기묘한 공존 속에서, 신은 “시 창작 수업”을 이끄는 교수이자(「종교시」) 영화 속 주인공이며(「종교 영화」), 좀비를 연기하는 배우가 되었다가(「좀비 영화」) 신체 일부를 기계화한 ‘기계 좀비’로 끊임없이 변모한다(「기계 좀비의 신」). 시인이 직접 연작시라고 밝힌 「기계 푸들의 신이 있었다」 「신앙시」 「불신앙」에서는 세상을 떠난 반려견으로 암시되기도 한다.
신이었던 것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나는 따로 떨어져 걸었다 아내가 나보다 조금 앞서 갔다
신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아내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고
다른 신을 섬기게 되면 좀 나을 거야
나는 아무도 없는 뒤를 돌아보며 답했다
그날 우리는 둘 다 빨리 잠들었다 절대 잠들지 못할 것 같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결국
_「불신앙」 부분
읽는 사람의 신념에 따라 다르게 읽힐 3부의 시편들은 “그러한 가상의 존재를 믿으며 살아가는 일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해설) 헤아려보도록 이끈다.
4부 ‘슬픈우울한절망한사랑하는’에는 마찬가지로 가상의 존재인 ‘코코로’가 등장한다. 동명의 시 「코코로」 일곱 편이 4부 전체를 구성하는 가운데, 주인공인 코코로는 “인간 사냥꾼”이거나 “프로그래밍된 데이터 인격”, 혹은 “고분자무기하이브리드 심장”을 장착한 “비/인격체”로 그려진다. 인간이 동물의 일종으로서 가축화되는 디스토피아, 모든 감정이 망가져 “우울이 분진으로 날리”는 환상의 도시, ‘인간 혁명’에 성공한 인간이 다시 비인간을 지배하게 된 세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중첩되는 가운데 마음을 향한 끈질긴 탐구가 계속된다. 이 세계는 “깊고 진한 슬픔”을 마약처럼 투약하며, “지독하게아픈마음”이 폭우처럼 쏟아지는 곳이다. 인간에겐 “슬픈우울한불안한절망한 마음뿐”이고, “사랑, 이별, 죽음”은 “도시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만큼 강한 위력”을 갖는다. “사랑하는 마음의 사용 연한은” 다른 마음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짧은 편이나, 절망의 도시에서 인간을 구제해줄 묘약은 오로지 그것뿐인 듯하다.
코코로는 시리도록 고독한 눈길로 인간을 찬찬히 살폈다. 슬픔도 우울도 불안도 절망도, 그 무엇도 없이 평화로웠다. 어떻게 인간이 이럴 수 있는 것일까. 코코로는 몸을 열고 낡은 사랑을 꺼냈다. 인간을 작동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코코로는 사랑을 조작했다. 인간의 동공이 열리며 인간 안으로 어둠이 쏟아져 들어왔다. 코코로는 다시 한번 사랑을 조작했다. 인간이 작동을 시작했다. 불길이 확 피어올랐다.
_「코코로」 부분
사랑으로 불타오른 인간에게서 새어 나온 “흰 연기가 응결되어 눈처럼 내”리고, 그 눈은 5부 ‘눈 속에 묻혀 있던
1부 심해는 또다른 우주
심해의 사랑/ 마음시/ 나는 나무의 가지가 모두 다른 방향으로 뻗
어 있지만 결국 나무는 위를 향한다는 사실과 그 나무 위에 앉아 있던 수백 마리의 새떼가 이유 없이 한순간에 날아오르는 모습과 이제 나무에는 단 하나의 이파리도 남아 있지 않다는 슬픔과 짙은 비행운과 비행운을 따라 날아가는 새떼와 실은 이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천사가 의도적으로 남긴 흔적이라는 생각에 대해 너에게/ 섬 이야기/ 레인메이커/ 바다라는 하늘/ 바다라는 하늘/ 바다시/ 바다에 가지 않고도
2부 두 사람만을 위한 행성
우주의 사랑/ 다시, 우주의 사랑/ 블랙홀/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열 개의 마음/ 반중력적인/ 우주에서 온 색채/ 미래적인/ 마음시/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스페이스 오디세이/ 워프/ 성간 비행/ 인공 항성/ 팽창과 수축
3부 응답 같은 건 없었다고
종교시/ 종교시/ 종교 영화/ 좀비 영화/ 기계 좀비의 신/ 기계 푸들의 신이 있었다/ 신앙시/ 불신앙/ 마음시/ 리인카네이션/ DIY
4부 슬픈우울한불안한절망한사랑하는
코코로/ 코코로/ 코코로/ 코코로/ 코코로/ 코코로/ 코코로
5부 눈 속에 묻혀 있던 것
❄/ ❅/ ❆/ ❉/ ❋
6부 단 한 사람과
함께 쓰는 백 행의 시
해설|마음에 대한 시적 증명 _조대한(문학평론가)
심해에 다녀와서 쓰고 싶다 나는. 가라앉고 또 가라앉아, 빛도 없이. 차갑게 멈춘. 그런 마음을 쓰고 싶어서. 그런데 알아? 바다 밑바닥은 멈춰 있는 것처럼 느리지만 멈춰 있지는 않대. 그래. 정확히는 그런 마음을 쓰고 싶다. 느리게 멀리까지 흘러가는. 너는 생각하겠지. 적당한 마음만 골라 쓰고 있구나, 아직도
_「심해의 사랑」에서
천사들은 호흡을 멈췄다. 더는 마음을 흡수하지 않았다. 날개를 벌렸고, 마침내 일제히 떠올랐다. 깊고 어두운 천국이 세차게 출렁거렸다. 와중에도 사랑할 천사는 홀로 느리게 떠올랐다. 사랑할 천사는 점차로 멀어지는 천국을 내려다보았다. 천국을 떠나 어디로 갈 수 있을까.
_「섬 이야기」에서
밑바닥까지. 바다는 깊고 어둡고. 아름다워서. 그 속에 천국 따위는 없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려가고 싶다. 밑바닥까지. 빛도 구름도 없이. 바닷속의 천국을 생각한다. 할 수 없다. 구름 너머의 천국을 생각한다. 빛과 구름으로 가득찬.
_「바다라는 하늘」에서
죽은 것을 묻어주는 일상을 우리는 살았다. 아무래도 이름이 있어야겠다. 죽은 것을 묻어둔 자리가 자꾸만 파도에 지워지는 걸 보며 네가 말했다. 우리는 해변에 매일 죽어 있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사실 나는 마음이라고 불렀으면 했다.)
_「바다에 가지 않고도」에서
오래될 행성에서 씁니다. (오래된 행성이라고 쓰지 않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행성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읽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혹은 무엇입니까. 누구이든 무엇이든, 질문드립니다. 알고 계십니까. 행성은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강한 중력에 이끌린 마음들이 하나로 단단하게 뭉쳐지고 또 뭉쳐진 끝에 행성이 되고 만다는 것을.
_「우주의 사랑」에서
마음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최소 단위다.
마음은 중력을 발생시킨다.
마음은 다른 마음을 끌어당기고, 마음들은 하나로 합쳐진다.
_「다시, 우주의 사랑」에서
이것은 시인지 소설인지 뭔지 모를 글을 쓰는 데 천착하다 망상 장애를 앓게 된 시인인지 소설가인지 뭔지 모를 사람의 시인지 소설인지 뭔지 모를 글이다. 혹은 시인인지 소설가인지 뭔지 모를 그 사람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처럼, 탐험 일지일 수도 있다.
_「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에서
눈치채셨겠지만, 당신은 당신이 만난 외계 종족과 협력해 다른 모든 외계 종족들의 마음을 빼앗아야만 합니다. 네? 너무 무리한 조건 아니냐고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지구로 돌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_「열 개의 마음」에서
나는 우리만의 우주를 창조하고 싶다 나는 그 우주에 두 사람만을 위한 행성을 만들고 싶다 수십억 개쯤 나는 그 행성들 중 하나에 두 사람이 함께 태어나게 하겠다 서로만 사랑하다 죽을 수 있도록 그럼 나는 그 두 사람을 저주하겠다 서로 사랑하다 죽지 않으면 다른 행성에서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이고 수십억 번이라도 반복시키겠다 사랑할 때까지
_「시뮬레이션」에서
우주선을 건조할 것이다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고 먼지와 가스를 끌어모으는 기능을 넣을 것이다 거기에 죽은 너를 태워 보낼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주선은 먼지와 가스에 뒤덮일 것이고 그렇게 별이 생겨날 것이다
그 별에 너의 이름을 붙일 것이다
_「인공 항성」에서
사랑하는 마음이란 본디 이런 것일까. 코코로는 마음을 열었다. 다 타버린 사랑이 재로 날렸다. 코코로는 쓸쓸해진 마음을 폐기했다. 새 마음을 꺼냈다. 마지막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_「코코로」에서
눈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우리는 나가지 않기로 했다.
저런 눈발을 뚫고 가는 사람은 눈 속에 뭘 묻으러 가는 사람뿐이야.
_「❆」에서
연인은 백 행으로 된 한 편의 시를 쓰고 있다.
연인은 한 행으로 된 백 편의 시를 쓰고 있다.
둘은 다른 것이다.
다르지만 같은 것이다.
두 사람이니까.
_「함께 쓰는 백 행의 시」에서
◎신진용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1. 등단 이후 출간되는 첫 시집입니다. 그간 미처 하지 못했던, 혹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으셨을 듯한데요. 이번 시집을 엮는 소회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 중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씩 골라 담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시를 쓰면서 그 두 가지가 점점 일치되어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재밌었지만 어쩐지 조금 슬프기도 한 경험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하고 싶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야기만이 남았고, 그 하나의 이야기를 조금 길게 늘여 썼을 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2. 부별로 테마가 또렷하게 나뉘고 있어요. 심해와 우주,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계관이 등장하는 가운데 그 중심을 꿰뚫는 시어가 있다면 ‘마음’인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어떤 마음에 관해 쓰고 싶으셨나요?
처음에는 ‘모든 마음’에 대해 쓰고 싶었지만, 쓰다보니 ‘어떤 마음’에 대해서만 쓸 수 있었고,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특정한 마음이 아닌 ‘마음에 대한 태도’였습니다. 슬픈 마음이든, 기쁜 마음이든, 사랑하는 마음이든, 중요한 것은 결코 당연하지 않은 그 마음을 계속 애쓰고 노력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3. 제목인 ‘없어질 행성에서 씁니다’라는 문장은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땅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떻게 제목으로 채택하게 되었는지 들려주세요.
‘없어질 행성에서, 그보다 더 빠르게 없어질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없어져가야 할지’를 생각하며 쓴 문장입니다. 없어질 것을 계속 생각하다보니 외려 이곳에서 너와 함께 ‘있어야겠다’는 결심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그 결심의 시작인 ‘없어질(행성에서 씁니다)’을 제목으로 택하게 되었습니다.
4. 4부를 이루는 일곱 편의 시에 공통적으로 ‘코코로’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5부에서는 소복하게 쌓인 눈송이를 특수문자로 형상화해주셨지요. 독특한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1~3부를 거쳐온 독자들이 후반부에 이르러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특별히 의도하신 바가 있을까요?
어릴 적부터 만화나 게임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 SF적 세계관을 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4부에서는 무수히 많은 ‘코코로(=마음)’가 무수히 많은 ‘마음’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앞선 심해나 우주와는 다른 좀더 구체적인 가상의 세계를 통해 풀어냈습니다. 그렇게 1부에서 4부까지는 상이한 테마를 통해 각기 다른 이야기를 여행하는(마치 각기 다른 별을 여행하는 것처럼요) 듯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5부는 앞의 이야기들을 좀더 수렴시킨 것이랄까요? 시에 썼듯이 눈은 반복되고 마음도 반복될 것이니, 이 시집의 끝이 모든 이야기의 끝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시집을 읽는 이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으면 하는 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부탁드려요.
「기계 푸들의 신이 있었다」입니다. 저는 시를 쓸 때 지나치게 개인적인 요소는 배제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이 시만큼은 처음부터 제가 기르는 강아지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저희 강아지는 노견이고 아픈 곳이 많아 항상 이별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데, ‘얘가 죽으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 속에서 쓰게 된 시입니다. 애정을 담아 쓴 시가 꼭 좋은 시인 것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제가 저희 강아지를 사랑하듯 이 시를 편애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시집을 끝까지 읽으셔도 제가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온전히는 아실 수 없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이 시집을 읽는 당신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도 저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를 읽는 동안 어느 한순간, 잠시나마 우리가 닿았다는 반가운 착각을 느끼신다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
이번 계절에 가장 기쁜 일은 당신과 산딸기를 나눠 먹은 것이었어요.
충분히 기쁜 일이었나요.
기쁨은 중요하지 않아요. 항상 부족한 건 슬픔이에요.
2025년 9월
신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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