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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 최윤영 옮김
엘리

2025년 09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8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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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30.69MB)   |  약 11.1만 자
ISBN 9791191247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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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언어의 바다에 잠겨 세계의 ‘사이’를 유영하는
우리 시대 가장 낯설고 매혹적인 작가

전미도서상 · 괴테 메달 · 클라이스트상 · 레싱상 ·
아델베르트-폰-샤미소상 · 군조 신인 문학상 · 아쿠타가와상 ·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 요미우리 문학상 등 수상 작가

다와다 요코의 이름을 문학사에 알린 대표작
에세이와 픽션이 뒤얽힌 『영혼 없는 작가』 개역 증보판 출간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는 이중 언어 작가. 얼핏 범상해 보이는 세계의 기호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해독해 나가는 유심한 관찰자. 모(국)어와 외국어의 문턱을 넘어 다니며 몸의 감각으로 낯선 언어의 세계를 유영하는 유목민. 엄격하고 절제된 사유로 신화적 상상의 안팎을 넘나드는 샤먼. 4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다와다 요코를 설명하는 인상 깊은 수식어들이다. 그의 이름을 문학사에 알린 대표작이자, 언어와 세계에 대한 작가 고유의 사유가 집약되어 있는 『영혼 없는 작가』 개역 증보판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영혼 없는 작가』는 2011년 독문학자 최윤영 교수의 기획 및 번역으로 처음 출간되었으나 오랫동안 절판 상태로 있었던 『영혼 없는 작가』 초판본의 개역 증보판이다. 초판본에는 열네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이번 새로운 판본에는 ‘다와다 유니버스’의 중요한 조각 아홉 편이 추가되었다. 전체 스물세 편의 글은 다와다 요코가 독일어로 처음 쓴 『유럽이 시작하는 곳』(1991), 『부적』(1996), 『해외의 혀들 그리고 번역』(2002) 등 세 권에서 다와다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단편들을 가려 뽑았으며, 그중에서도 몽환적이고 에세이적인 사유가 돋보이는 초기 대표작 『부적』 열여섯 편은 전부 번역해 실었다. 최윤영 교수는 이번 개역 증보판을 작업하며 새로운 단편들을 번역하는 작업과 함께 기존 번역문도 전면적으로 다시 손질했으며, 다와다 요코의 세계를 개괄하는 해설도 제공해 독자에게 풍성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주었다.
유럽이 시작하는 곳
- 유럽이 시작하는 곳

부적
- 엄마말에서 말엄마로
- 영혼 없는 작가
-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 독일 수수께끼
- 통조림 속의 낯선 것
- “사실 아무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지만 유럽은 존재하지 않는다”
- 부적
- 전철에서 책 읽기
- 책 속의 책: 사전 마을
- 사랑의 광물학
- 로포텐에서 쓴 메모들
- 고트하르트의 배 속에서
- 일곱 어머니의 일곱 이야기
- 일요일-쉬는 날, 소의 날
- 귀신들의 소리
- 번역가의 문 또는 첼란이 일본어를 읽는다
- 나무에 대해서

해외의 혀들 그리고 번역
- 글자들의 음악
- 가지
- 심부름꾼
- 빈 병
- 이격자
- 판 이야기

옮긴이의 말

모스크바는 나에게는 결코 도착할 수 없는 도시였다. 내가 세 살이었을 때 모스크바 예술 극단이 처음으로 도쿄에 와 공연을 했다. 우리 부모님은 체호프의 〈세 자매〉 입장권을 사기 위해서 한 달 치 월급의 절반을 썼다.
세 자매 중 하나인 이리나가 그 유명한 대사 “모스크바로, 모스크바로, 모스크바로……”를 말했을 때, 이 목소리는 우리 부모님 귀에 깊숙이 박혀서 그 이후로 부모님의 입에서도 가끔 튀어나왔다. 세 자매도 모스크바에는 끝내 다다르지 못했다. 이 도시는 무대 뒤편에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과 그 꿈의 도시 사이에 놓여 있었던 것은 시베리아가 아니라 극장의 무대였던 것이다.
어쨌든, 그 당시 종종 일거리가 없는 실업자 신세였던 우리 부모님은 이 말을 가끔 인용했다. 아버지가 출판사를 설립하겠다는 비현실적인 계획을 말하면 어머니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모스크바로, 모스크바로, 모스크바로……” 어머니가 마치 다시 한 번 어린아이가 될 수 있기나 한 듯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 이번에는 아버지가 똑같은 말을 했다. 나는 물론 부모님이 무슨 뜻으로 이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 말이 뭔가 불가능하다는 것과 상관이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모스크바라는 말은 항상 세 번 반복되었기 때문에 나는 이것이 마법의 말이 아니라 도시 이름이라는 것을 몰랐다.
-- 21~22쪽, 「유럽이 시작하는 곳」

나는 나에게 언어를 선물해준, 독일어로 여성 명사인 타자기를 말엄마라고 부른다. 사실 이 타자기로는 타자기 안과 그 몸 위에 지니고 있는 부호들만 쓸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쓴다는 것이 나에게는 이 부호들을 반복한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쳐 나는 새로운 언어에 입양될 수 있었다. 물론 사무실에서 쓴 것은 모두 업무상의 편지들뿐이고 시는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타자기를 칠 때 종종 큰 기쁨을 느꼈다. 글자를 하나 누르면 바로 그 글자가 종이 위에 나타난다. 하얀 바탕 위에 검정 글씨로, 비밀스럽게. 새 말엄마를 갖게 되면 유년 시절을 다시 한 번 겪을 수 있다. 유년 시절에는 단어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럼으로써 모든 단어가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이 삶은 단어를 문장 내의 의미에서 해방시켜준다. 심지어 어떤 단어들은 너무나 생명력이 넘쳐 마치 신화 속의 인물처럼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펼쳐 나갈 수 있다.
-- 46쪽, 「엄마말에서 말엄마로」

영혼은 비행기처럼 빨리 날 수 없다는 것을 인디언에 관해 쓴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때 영혼을 잃어버리고 영혼이 없는 채로 목적지에 도착한다. 심지어 시베리아 열차도 영혼이 날아가는 것보다 빨리 간다. 나는 처음 유럽에 올 때 시베리아 기차를 타고 오면서 내 영혼을 잃어버렸다. 그다음에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갔을 때 내 영혼은 유럽으로 가는 길 어딘가에 있었다. 나는 내 영혼을 잡을 수 없었다. 다시 유럽에 올 때 내 영혼은 일본으로 가는 길에 있었다. 그다음에는 몇 번 비행기를 타고 오고 가고 했는데 내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그것이 여행자에게 영혼이 없는 이유다.
-- 58쪽, 「영혼 없는 작가」

눈앞의 절에서 기도 소리가 들려왔다. 주의 깊게 들어보니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울렸다. 절 안으로 들어갔더니 거기에는 앉아서 기도하는 스님 딱 한 명밖에 없었다. 그의 몸속에서 여러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숨을 돌린 그는 마치 양탄자를 펴듯 깊은 목소리를 새로 펼쳤다. 그러면 그 양탄자 위로 다른 여러 목소리들이 나타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목소리들이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움직였다. 자기 자신의 울림체를 갖지 않은 모든 이야기꾼들에게 울림체를 주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울림체를 갖고 있지 않은, 예를 들어 죽은 사람들은 스님의 목소리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리게 할 수 있었다.
그때 나도 목소리 양탄자를 만들려고 해보았다. 완전하게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목소리를 내자 동시에 울리는 주변의 목소리들을 처음으로 분명하게 들었다. 나는 말을 하면서 이 주변의 소리에 주의를 기울였다. 주의 깊게 듣는 자리에 이야기가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의 깊게 들음으로써 이야기가 생겨났다.
어쩌면 입이 아니고 귀가 이야기하는 기관이 맞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왜 햄릿 아버지의 입이 아니라 귀에 독을 부었겠는가? 세계로부터 인간을 단절하기 위해서는 입이 아니라 귀부터 파괴해야 한다.
-- 63~64쪽, 「영혼 없는 작가」

“자, 이제 중세도시에 도착했습니다.” 여행 가이드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이 도시가 중세 땐 실제로 존재했지만 오늘날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내 질문에 가이드는 다소 놀란 듯했지만 곧바로 바른 답을 내놓았다. “이 중세도시가 아직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스스로 알아내셔야 해요. 어쨌든 이 도시는 마치 중세를 연출한 무대 세트 같아요.”
“무대 세트”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중세를 한때 존재했다가 영원히 사라진 과거의 시대로는 상상할 수 없었다. 오히려 중세는 반복해서 무대에 올려지는 연극처럼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어떤 것이었고, 매번 새롭게 재현되는 무엇이었다.
-- 67쪽,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 독일 수수께끼」

내 입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단어들은 내 감정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나는 모어에도 내 마음과 딱 맞아떨어지는 단어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낯선 외국에서 살기 시작할 때까지 그것을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가끔 나는 모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구역질이 났다. 그 사람들은 착착 준비해 척척 내뱉는 말 이외의 다른 것은 생각하거나 느끼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 83쪽, 「통조림 속의 낯선 것」

생물 선생님은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주름”이란 옆에서 가해지는 압력으로 인해 생긴, 물결 모양으로 겹겹이 층을 이룬, 암석의 압축 현상이라고. 그 수업은 슬라이드와 함께 진행되었다. 모래, 사암, 이암, 석회암, 소금 등으로 이루어진 지층이 스크린 위에 나타났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형성된 주름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고, 예를 들면 직립 주름, 비스듬한 주름, 누운 주름, 버섯형 주름, 가방형 주름 등이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몇몇 학생이 크게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인간의 피부에도 암석층이 존재하나요? 그렇지 않으면 주름이 왜 생기겠어요? 선생님은 우리 몸이 정말 그렇게 암석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훨씬 더 아름다웠을 거라고 대답했다. 암석의 주름 형성은 나이와 상관이 없고 지표 아래에서의 삶의 형식이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기 때문이라고.
-- 145쪽, 「사랑의 광물학」

어쩌면 어떤 귀신들이 공기 중에 특별한 떨림을 불어넣었을 수 있다. 내 몸은 이 쓰레기들을 질료화하기 위해 사용된 것일 뿐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때조차 나는 문장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낼 수 있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고 상상한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문학을 쓰는 것이 한층 더 큰 위안이 된다. 적어도 문학에서 나는 무언가 의미 있는 사명을 전달하겠다는 의도를 갖지 않는다. 문학의 단어들은 그저 하나의 그물망을 만들고 이 망은 떨림의 쓰레기들을 잡아낸다.
쓰레기-단어들은 마치 유성처럼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다. 유성들은 일단 떨어지면 더 이상 별자리에 속하지 않는다. 이제는 그저 파편들, 단편들, 조각들일 뿐이다. 한 그물망 안에 있는 조각들 사이에는 부조화가 지배한다. 사실 나는 이전에 별자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르지만 이 망 안에서 스스로 새로운 선을 긋고 새로운 별자리를 그려 넣는다.
-- 181쪽, 「귀신들의 소리」

“나”는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문지방에 남아 마술 놀이를 한다. 돌과 원은 흙과 사슬의 도움으로 따라 그려지고 그렇게 해서 물 아래에서 보여야 하는 이미지가 탁자 위에서 반복해 나타난다.
이 마술 놀이는 마치 번역의 과정처럼 작동한다. 번역가는 물 아래에 있는 이미지를 식탁 위에 다시 만든다. 이에 반해 포플러나무는 번역가가 아니다. 그 몸은 물속으로 사라진다.
물속의 낯선 세계를 죽은 자들의 세계와 같다고 할 수 있다면, 이 마술 놀이는 죽은 자들의 말을 글로 옮기는 것이다. 번역가는 죽은 자들의 말을 듣고 그것을 읽는다. (그는 그것을 곡식을 줍듯 바닥에서 줍고 그것을 다시 글자를 읽듯 읽는 것일까?) 그리고 탁자 위에 놓는다. 즉 쓴다. 이에 반해 포플러는 쓰지 않는다. 포플러는 죽어가는 사람처럼 물속으로 사라진다.
-- 193~194쪽, 「번역가의 문 또는 첼란이 일본어를 읽는다」

번역은 원전의 모사가 아니며 번역에서 원전의 의미는 새로운 몸을 얻게 된다. “어떤 작품들에는 번역 가능성이 본질적으로 내재해 있다-이는 작품의 번역 자체가 그 작품에 본질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의미가 원본 속에 내포되어 있으며 그것이 번역 가능성 속에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 206쪽, 「번역가의 문 또는 첼란이 일본어를 읽는다」

고통은 텍스트의 한가운데로 와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고통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언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가?
“다쳤어요?” 부상, 상처, 질병, 고통에 대해 묻는 의문문. 말이 시작되는 근원적 문장. 내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고통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그래서 나는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 253~254쪽, 「이격자」

★ 신형철 문학평론가, 빔 벤더스 영화감독 강력 추천

“이 책이 더 온전한 모습으로 복간돼서 저는 다와다를 처음 읽은 그날처럼 설렙니다.
이것은 어떤 아름다운 것에 다시 상처 입기를 바라는 것과도 같은 이상한 마음입니다.”
-신형철(문학평론가)


언어와 함께 가장 먼 여행을 떠난 다와다 유니버스의 시작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재출간을 열렬히 요청한 책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는 이중 언어 작가. 얼핏 범상해 보이는 세계의 기호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해독해 나가는 유심한 관찰자. 모(국)어와 외국어의 문턱을 넘어 다니며 몸의 감각으로 낯선 언어의 세계를 유영하는 유목민. 엄격하고 절제된 사유로 신화적 상상의 안팎을 넘나드는 샤먼. 4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다와다 요코를 설명하는 인상 깊은 수식어들이다. 그의 이름을 문학사에 알린 대표작이자, 언어와 세계에 대한 작가 고유의 사유가 집약되어 있는 『영혼 없는 작가』 개역 증보판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영혼 없는 작가』는 2011년 독문학자 최윤영 교수의 기획 및 번역으로 처음 출간되었으나 오랫동안 절판 상태로 있었던 『영혼 없는 작가』 초판본의 개역 증보판이다. 초판본에는 열네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이번 새로운 판본에는 ‘다와다 유니버스’의 중요한 조각 아홉 편이 추가되었다. 전체 스물세 편의 글은 다와다 요코가 독일어로 처음 쓴 『유럽이 시작하는 곳』(1991), 『부적』(1996), 『해외의 혀들 그리고 번역』(2002) 등 세 권에서 다와다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단편들을 가려 뽑았으며, 그중에서도 몽환적이고 에세이적인 사유가 돋보이는 초기 대표작 『부적』 열여섯 편은 전부 번역해 실었다. 최윤영 교수는 이번 개역 증보판을 작업하며 새로운 단편들을 번역하는 작업과 함께 기존 번역문도 전면적으로 다시 손질했으며, 다와다 요코의 세계를 개괄하는 해설도 제공해 독자에게 풍성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주었다.

이 책은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복간을 요청한 책이기도 하다. 지난 2025년 5월 다와다 요코 작가 방한 당시 많은 독자가 이 책의 절판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재출간을 요청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특별히 찾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작가인 만큼 한국에도 그의 저서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영혼 없는 작가』는 작가의 세계를 관통하는 언어-예술-세계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이번 재출간은 더욱 뜻깊다.

이 책의 의의: “의미를 찾는 연구”부터 “의미와 벌이는 유희”까지
언어와 세계에 대한 경계적 사유, 현실과 불화하는 마법 같은 단상

독일어로 쓰인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수록된 글들이 에세이에 가까운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다와다 요코의 문학은 일본어 작품과 독일어 작품이 주제, 형식, 문체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어 작품이 스토리를 갖춘 본격 문학에 가깝다면, 독일어 작품은 작가가 문화 간 차이를 발견하고 이를 주제화한 에세이적 성격이 강하다. 조용하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날카롭게 지적하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통찰로 사유의 직접적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가의 일상적 관찰을 따라가다보면, 말 그대로 허를 찌르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더불어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언어에 대한 작가의 세심하고 민감하고 다정한 시선을 잘 드러낸다. 제목에서부터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물들을 결합해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유머러스한 방식은 다와다식 하이브리드의 원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사전”과 “마을”, “사랑”과 “광물학”, “고트하르트터널”과 “생물의 배”를 연결한다. 사전에서 단어들이 빠져나와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고, 몸을 암석에 빗대어 주름진 층을 상상하고, 터널을 통과하는 것을 배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유하는 식이다.

이러한 연결과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의미를 찾는 연구”부터 “의미와 벌이는 유희”까지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특히 이중 언어 사용자로서 몸으로 체득한 언어적 사유가 도드라진다. 세계와 자신의 관계가 언어로 불가분하게 맺어져 있다는 깨달음, 언어를 이동하면 사물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는 의식, 다른 언어로 말하게 될 때 그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맛을 내는 혀에 대한 자각 등 여태껏 심상하게 느꼈던 일상의 모든 것이 다와다 요코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새롭게 인식해야 하는 인류학적 현상, 신중히 해독해야 할 세계의 암호가 된다. 일상에서 길어 올린 불가사의를 문학적으로 파고드는 일종의 민족지인 셈이다.

장르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아름다운 문학적 실험
그 너머에서 빛나는 “우리”와 “타자”에 대한 비판적 의식

이 책은 형식 면에서 에세이로 분류되지만, 작가는 전통적 장르 구분의 구속에서 벗어나 언어와 사유와 장르의 경계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덕분에 이 책의 글들은 픽션과 에세이가 서로 몸을 바꿔가며 단어와 문장, 글이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향연을 눈부시게 선보인다. 작가가 유심히 포착하는 대상들도 그 스펙트럼이 넓은데, 시베리아 횡단 열차부터 연필, 타자기, 중세도시, 통조림, 전철, 배우, 알프스 터널, 일요일, 음악, 파울 첼란까지 실로 다양해서, 소재별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편 다와다의 문학 세계 초기부터 일관되게 흐르는 언어와 정체성, 국가주의의 폭력성을 문제 삼는 비판적 인식은 장르와 언어에 대한 경계적 사유 너머를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귀신들의 소리」에서 어느 독일인이 바흐를 독일 음악이라고 무심히 주장한 사례는 “우리”라는 범주를 암묵적으로 전제하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경계 밖으로 몰아내 타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텅 빈 수사에 대한 “구역질” 역시 단일한 언어를 기반으로 한 민족주의, 집단주의를 향한 일침으로 다가온다.

『영혼 없는 작가』에 배음(倍音)처럼 깔려 있는 이런 식의 섞임과 깨짐, 비판과 거리 두기의 사유는 일차적으로는 낯선 언어와의 만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무엇보다 몸이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데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공간상으로 보면 이 책은 모스크바행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시작해 독일, 일본, 미국을 거쳐 캐나다 토론토 공항에서 끝을 맺는데, 이 여정 또한 내용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흥미롭게 읽힌다. 『영혼 없는 작가』와 더불어 몸의 여행, 장소의 여행, 언어의 여행을 함께하는 독자들은 나라와 도시, 현실과 환상, 언어와 사물을 이동하며 경계의 흩뜨림이 열어주는 환상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多和田葉子, Yoko Tawada, 1960~ )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는 작가.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교 러시아문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로 건너가 함부르크대학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취리히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일본어로 쓴 『네가 있는 곳에만 아무것도 없다』를 발표하고 1991년 독일어로 쓴 『유럽이 시작하는 곳』을 발표하며 독일어와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들은 지금까지 약 30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아델베르트-폰-샤미소상, 괴테 메달, 클라이스트상, 레싱상, 전미 도서상, 아쿠타가와상, 이즈미 교카 문학상,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요미우리 문학상 등을 받았다. 한국에 소개된 다와다 요코의 저서로는 『영혼 없는 작가』 이외에 『목욕탕』 『용의자의 야간열차』 『헌등사』 『여행하는 말들』 『눈 속의 에튀드』 『글자를 옮기는 사람』 『별에 어른거리는』 『지구에 아로새겨진』 『태양제도』 『개 신랑 들이기』 『변신』 등이 있다.
『영혼 없는 작가』는 다와다 요코의 대표작인 『유럽이 시작하는 곳』 및 『부적』 전문과 『해외의 혀들 그리고 번역』에 수록된 글들을 가려 뽑아 묶은 책으로, 몸과 언어의 이동을 경험하며 낯설게 감각한 세계의 정경을 펼쳐 보인다. 작가는 말에서 소리를 채집하고, 소리를 몸으로 통과시키고, 몸을 다시 말로 변신시키는, 이 섞임과 깨짐의 사유로 언어와 문화의 ‘사이’를 예민하게 포착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와다 요코를 한국에 처음 소개했으며, 관련 연구서인 『엑소포니, 다와다 요코의 글쓰기』를 펴냈다. 지은 책으로 『한국문화를 쓴다』 『서양문화를 쓴다』 『카프카, 유대인, 몸』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영혼 없는 작가』 이외에 『목욕탕』 『눈 속의 에튀드』 『어느 아이 이야기』 『이상한 물질』 『문화와 문화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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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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