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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눈부신 번영을 이끈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비밀
장수철 지음
바틀비

2025년 09월 0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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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0.42MB)   |  약 14.0만 자
ISBN 9791191959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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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왜 우리는 BTS에 열광하고, 매운맛에 탐닉하고, 뒷담화에 열을 올릴까?
K팝에 숨겨진 생물학적, 진화사적 의미를 찾는 여정
진화론의 최전선,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에 관한 국내 첫 저작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통찰하는 묵직한 시선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K컬처라는 매우 친숙하며 동시대적인 문화 현상을 통해 거시적인 진화의 역사와 인류의 속성을 파고드는 유쾌한 교양 과학서이다. 세계를 휩쓰는 한류 물결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은 뿌듯함을 느끼는 한편으로 어리둥절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민족에게 가무에 뛰어난 남다른 문화적 DNA라도 있는 건가?” 이 책은 이렇게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질문에서 출발해 한식, K드라마 등으로 소재를 넓혀 나가며 K팝 비트처럼 빠른 속도로 수많은 생물종 가운데 인류가 지배종으로 자리잡게 된 진화사적 과정을 추적한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장은 독립적인 주제를 다루되 전체적으로는 한 줄기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K팝(1장), 한식(2장), 이타성과 K드라마(3장) 등 일상적으로 접하는 당대 사회문화적 현실에서부터 인간의 성적 진화(4장), 가족관계(5장), 소통 능력과 사회성(6장) 등 보편적 주제로 점점 주제를 확장한다. 후반부에서는 약 1만 년 전에 이루어진 인류 삶의 큰 지각변동인 농업혁명이 현대 인류의 유전자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7장)를 비롯해 질병(8장), 목축과 유당 분해 능력(9장), 문화의 다양성 및 인간 주변 생물들의 유전적 변화(10장)까지 구체적인 유전자의 변화를 추적한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은 유전자와 문화가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인간 삶을 이루는 문화 요소들이 어떻게 유전자의 선택을 유도했고, 반대로 유전자의 변화가 어떻게 문화를 다시 진화시켰는지를 생생하게 설명하는 학문으로, 찰스 다윈에서 시작된 현대 진화론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아직 국내 저자의 단독 저서가 없었던 가운데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강의하는 저자가 국내 처음으로 대중적 해설서를 내놓았다. 동물생태학, 진화학,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문화학 등 여러 분과 학문의 성과와 지혜를 종합해 내는 과정이 책의 바탕에 깔려 있다.
추천사 _5
머리말 _15

여는 글 _진화하는 진화론

문화와 함께 진화한 유전자
침팬지는 왜 난로를 만들지 못했을까?
인간은 지금도 진화 중인 동물이다
진화하는 진화론
인간에 관한 오해와 이해
동물에게도 문화가 있을까?
이 책에서 논의하는 문화와 유전자

1장 _K팝 유전자를 찾아라

왜 세계가 함께 춤을 추는가?
모방은 생존의 기본 요소
“헤이 아미, 소리 질러~”
말춤과 기타와 성선택
관광버스에서 관찰되는 한국인 DNA?
문화가 인류에게 선사한 영향력

2장 _요리하는 동물, 인간

‘조리’의 발견
자연적인 것을 선호하는 심리
맛 감각은 오랜 진화의 결과물
땀을 뻘뻘 흘리며 매운 음식을 먹는 이유
음식 문화가 선택한 유전자들
어떤 음식은 추억을 소환한다
K푸드가 일깨운 음식 문화의 원형

3장 _이기적 유전자는 어떻게 이타성을 낳았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
받은 대로 은혜를 갚는 호혜적 이타주의
공정성은 타고나는가, 학습의 결과인가
간접적 호혜성이 작동하는 사회
뒷담화와 평판의 등장
평판에서 K드라마까지
이타성 유전자를 찾기 위한 조건
좋은 사람이 되고 친구를 만드는 방법

4장 _성 문화와 인간의 진화

특별히 섹시하게 진화한 동물
유인원과 구분되는 인간의 성선택 특징
왜 남성의 성기는 ‘그 모양’일까?
인간의 성적 매력은 몇 가지?
미래의 인류 성 문화는?

5장 _왜 인간은 종종 잘못된 문화를 만드는가

결혼 시작, 연애 끝
타협 가설과 양육 가설
인류는 일부다처제를 버렸나?
근친혼, 집착과 금기의 역사
긍정적이지 않은 문화의 부작용

6장_ 이토록 스마트한 인류라니!

300만 년 동안 세 배 늘어난 뇌 용적
소통해야 살아남는다
상징적 사고 능력과 사회성
우리 종만 살아남은 이유
뇌 진화의 다른 방법
뇌 진화의 유산

7장 _농업혁명과 문화의 폭발

문화의 폭발과 확장된 유전자 풀
논밭을 갈면서 바뀐 유전자들
피부색과 비타민 D 대사 관련 유전자
곡물 위주의 식사와 지방산 대사 유전자
억세고 튼튼한 치아는 사라지고
면역력 증가와 신대륙 정복
녹말에 익숙해지기
강아지도 녹말을 좋아한다

8장 _말라리아를 이기는 두 가지 방법

악당을 때려잡는 더 심한 악당
농업과 모기와 말라리아의 3중주
‘문화’라는 새로운 ‘선택압’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난 변이 유전자
노예무역과 유전병의 전파

9장 _우유를 마시는 사람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우유를 먹어야만 살 수 있었던 북유럽인들
유당 내성 유전자의 출현과 확산
강력한 기마 민족의 탄생
아프리카 지역의 유당 내성

10장 _문화의 다양성과 공진화

치즈와 요구르트가 알려주는 것
개에겐 있고 늑대에겐 없는 것
인종 차별에 악용된 우유
문화적 차이와 진화

감사의 글 _283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주어진 자연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문화는 인간의 진화에 자연이 주는 선택압 못지않게 상당한 영향을 준다. 어느덧 머릿속에는 아주 오랜 옛날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국토 대부분이 산악이고 겨울 추위는 혹독하기 이를 데 없는 한반도에 정착한 조상들이 삶을 개척하려면 ‘집단적 노동과 긴밀한 상호 소통, 공동체의 규율과 공통의 이야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의사소통 수단이 충분하지 않은 먼 과거에는 이런 사회적 기능의 상당 부분을 ‘춤과 노래’가 담당했었다. 지금 이 두 문장에서 굵은 글씨체로 표시한 사항들이 모두 인간의 문화다. 그리고 이들 문화는 인간의 유전자에 흔적을 남긴다.
--- p.16~17

인간이나 침팬지나 우연한 기회에 도구 사용법을 발견한 것에는 차이가 없었을지라도 그 이후 과정을 만들어 가는 면에서 두 동물의 유전자는 큰 차이를 보였다. 침팬지 유전자는 우연히 습득한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쪽보다는 자연에 적응하는 일에 더 능력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것이었다. 이파리와 돌을 이용해 먹이를 얻는 능력을 발전시키기보다는 더 빨리 나무를 탈 수 있도록 팔 근육과 발톱을 발전시키는 쪽을 침팬지의 유전자는 선택했다.
--- p.29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이 대두된 또 하나의 주요한 배경은, 인간 진화의 구체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의 발전이다. 분자생물학의 눈부신 발전을 토대로 방대한 양의 유전자 또는 유전체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인간에 관하여 얻은 정보와 지식이 계속 쌓이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있다. 유전자 분석기술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예를 들어, 약 20년 전에 한 사람의 유전체 분석에 1조 원 정도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비용은 100만 원대로, 분석 시간은 6시간 내외로 줄었다.
--- p.31

연구 결과 과학자들은 지난 5만 년간 유럽에서만 적응에 유리한 인류의 새 돌연변이가 3,000개 정도 출현했다고 밝혔다. 인류 종 중에서 현생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에 등장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 수가 약 2만 1,000개임을 고려하면 현생 인류 출현 이후, 최근 1/4에 해당하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유전자 7개당 하나꼴로 돌연변이가 발생한 것이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빠르고 많은 변화이다. 여러 인종의 미국인 120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는 최근의 자연선택이 유전체의 10%에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지난 5만 년 동안 많은 유전자 변이체가 선택되었을 것으로 추론했다. 결국 인류는 다른 동물과 똑같이 자연 속에서 생활하던 수백만 년 동안 자연선택을 거치며 유전자 변화가 일어났음은 물론이고 동물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문화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에도 여전히 유전자 변화가 지속된 것이다.
--- p.32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과 진화를 설명하기 위한 연구는 더 발전하여 ‘인간 사회생물학’의 탄생에 이르렀다. 에드워드 윌슨은 『사회생물학』에서 유전자 관점, 혈연선택, 상호이타성 등의 주요 개념을 활용하여 동물행동학과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윌슨은 유전자와 문화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수학 모델을 개발하여 인간을 진화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더 풍부한 수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로써 그는 문화에 대한 유전자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인간 사회생물학의 창시자가 되었다. 인간 사회생물학은 이후 등장한 인간 관련 학문이나 이론에 주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 그 결과, 진화심리학, 인간행동생태학,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등이 등장하였다.
--- p.41~42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은 인간의 ‘환경’에서 문화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생물이 존립하는 ‘환경’은 인간 이전 단계에는 ‘자연’과 동일시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문화’를 만들고 나서부터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인간도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연 상태 그대로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문화가 발달할수록 인간은 문화라는 자신들의 산물로부터 영향을 점점 더 크게 받게 된다. (중략) 유전자와 문화가 공진화한다는 생각은 진화심리학과 인간 사회생물학의 성과를 비판적으로 이어받으려는 시도인 셈이다.
--- p.43

우리는 왜 춤을 즐거워하는 걸까? 그 근거는 무엇일까? 그냥 노래 부르고 춤추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뭔 생뚱맞은 ‘분석’이 필요한가 의아해할 수도 있다. 인류는 옛날부터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춤을 추고 즐겨왔다. 특정 지역에서만 어떤 예술을 즐긴다면 그 문화권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문화예술에는 ‘생물학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생물학적’이라는 것은 쉽게 표현하면, 어떤 생물 종이 살아남고 번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 p.56

인간이 만든 문화도 다윈이 제시한 ‘자연선택’의 압력을 가하는 자연의 일부이다. 생물학에서의 자연이란 단순히 ‘인공이 깃들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생물 종이 몸담고 살아가는 전체 환경과 생태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창조한 문화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인류의 진화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생물학을 넘어서 인문 사회적, 철학적, 종교적 성찰까지 가능하게 한다.
--- p.70

인간은 침팬지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다람쥐와 비슷한 크기의 매우 작은 입, 생고기를 찢거나 씹기에는 형편없이 작은 치아, 크기와 힘이 줄어든 입술과 턱 근육을 지닌다. 사람은 육식 동물과 비교해 위 근육도 덜 발달되었고 비슷한 크기의 영장류와 비교해 대장 대부분을 이루는 결장의 크기가 60% 정도로 역시 작다. 결장은 초식 동물이 섬유질 음식을 효율적으로 분해하도록 돕는다. 인간의 결장이 작다는 것은 식이섬유나 생식 위주의 식사가 적절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인간은 영양분을 흡수하는 소장 길이는 친척 종들과 비교해 늘어났다. 이런 소화기관 구조 덕분에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같은 양을 먹어도 더 많은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이 모든 사실은 인간의 신체 중에서 특히 소화기관은 날것이 아닌, 불을 사용한 조리로 얻은 음식물 처리에 알맞게 진화되었음을 알려준다.
--- p.80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생물학자인 나에게 한식을 더 널리 세계로 전파하기 위해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을 단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서슴없이 ‘함께 음식을 즐기는 문화’를 꼽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김치나 비빔밥, 불고기 같은 대표 음식도 아니고, 발효나 염장 같은 전통 조리법도 아니고, 영양의 조화나 건강한 음식이라는 한식의 우수한 특성도 아니고 그저 ‘음식을 함께 즐기는 문화’라니?
--- p.98

작은 규모의 집단에서 협력과 호의는 서로 쉽게 파악되어 호혜성은 직접적으로 충분히 작동하였다. 인류는 점차 자연의 지배종이 되면서 수렵채집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수가 10배, 100배로 증가했으며 농업이 시작되어 촌락이 생기고 현재의 메가시티에 이르기까지 최대 수천만에 이를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제 호혜적 이타주의는 직접적인 양상에서 벗어나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한층 확장한 간접적인 호혜성indirect reciprocity으로 발전해야 했다.
--- p.114

던바는 또 이 추론을 현생 인류와 조상 호미닌에게도 확장 적용했는데 그 결과, 사회적 상호작용 시간이 초기 호미닌은 하루에 최대 2시간, 현생 인류는 최대 5시간 정도였다고 한다. 인간의 조상들에게 잡담은 현실을 확인하고 소식을 전하며 합의를 구축하는 수단이었다. 예를 들어, “그 인간이 이상한 거야, 아님, 내가 멍청한 거야?”, “그 친구는 어제 모두 사냥 나갈 때에도 또 살짝 빠지더군”, “아무래도, 걔는 좀 손을 봐야 하지 않을까?” 등등. --- p.123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이 성장하면서 할리우드는 점점 대형화되고 블록버스터를 지향했다. 더 많은 인기와 성공을 위해 점점 더 화려한 볼거리, 예를 들어, 액션과 특수 효과, 스펙터클한 화면, 그리고 성공 확률이 큰 비슷비슷한 이야기 구성에 근거한 콘텐츠에 치중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할리우드 영화는 인간 이타성이 진화하면서 얻게 된 인간관계의 다면적인 성찰에서는 멀어지고 획일화되는 경향을 띠게 되었다. 수다와 평판을 거쳐 진화해 온 인간 의 역사는 규모와 볼거리에 집착한 할리우드의 퇴조 이유를 잘 알려준다.
--- p.126~127

이렇게 크기에 기반한 선택은 성적 쾌락과 관련하여 이루어졌다. 귀두의 모양도 마찬가지다. 발정기가 없어 섹스를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인간 여성에게는 번식이라는 목적 외에 성교의 즐거움도 중요한 요소였다. 자연히 음경의 크기, 귀두의 크기나 모양이 성적 쾌락에 차이를 준다는 것도 여성은 인식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성의 선호가 현재와 같은 인간 남성의 귀두의 크기나 모양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작용을 했다. 성선택이 성기의 모양과 형태까지 바꾼 것이다.
--- p.145~146

성적 매력이라는 것이 번식에 유리한가 아닌가 하는 요소만으로 결정된다면 그 기준도 간단할 것이나, 인간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남녀 공히 성을 유독 즐기는 동물로 진화했다. 번식이라는 자연계의 유일 요소를 벗어나 즐거움과 쾌락을 느끼는 일에는, 주관적이고 문화적인 여러 선호가 작용한다. 이 선호의 다름이 성적 매력의 다양함을 낳는다.
--- p.150

문화와 유전자가 단기적으로 충돌하면서 진화적 성공에 역행하는 양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가 근친혼 문화다. 앞에서 살펴본 아시케나지 유대인만이 아니라 근대 초반까지 유럽 왕족 일부에서도 고귀하고 순수한 혈통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근친혼이 성행했었다. 그 이면에는 가까운 친지끼리 결혼을 함으로써 왕족의 재산을 지키려는 경제적 동기도 강하게 작용했다. 어쨌든 이들은 근친혼의 위험성을 사회문화적 장치를 통해 제한하려는 인간 사회의 경험을 애써 무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청하여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근친교배’의 실험 기록을 후대 과학자들에게 남겨 주었다.
--- p.175

문화 출현 이전 단계인 약 400~200만 년 전에 존재했던 인류의 조상 종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의 뇌 용적은 350~550cc 정도로 침팬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도구를 사용하고 간단한 사냥 활동을 하는 등 문화의 초기적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280~180만 년 전의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의 뇌는 500~700cc 정도로 추정되며, 불을 사용하고 눈에 띄게 사회성 증가가 이루어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750~1,250cc)를 거쳐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면 뇌 용적이 1,300~1,600cc로 증가했다. 호모 하빌리스부터 오늘날까지 약 300만 년 동안 인간의 조상 종 또는 호미닌들은 뇌 용적을 세 배나 증가시킨 것이다.
--- p.184

진화사가 알려주듯이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보다 체격이 크거나 기술이 뛰어나서 인류 종의 계승자가 된 것이 아니다. 뇌 용적은 오히려 네안데르탈인이 더 컸다.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조금 약하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고, 따뜻하게 배려하고 교류하며 사회성을 키운 집단이 생존했다.
--- p.198

지정학적으로 구세계는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을 뜻하는데 이들 지역은 농업이 먼저 시작되고 도시와 문명이 비교적 일찍 발전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 지역에 거주한 사람들은 농업을 먼저 시작한 까닭에 이후 각종 질병을 공유하면서 면역력을 키워왔다. 농업 문화가 인류의 방어 유전자를 변화시킨 것이다. 이 변화는 훗날 유럽이 신대륙 개척에 나서면서 유럽인들이 신세계라고 본 남북 및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에게 큰 손상을 안겨 문화권의 지형을 크게 뒤흔드는 결과를 낳는다.
--- p.215

사람들이 만들어낸 농업이라는 문화는 인류의 번성과 동시에 모기의 번창과 말라리아의 확대를 불러왔다. 말라리아에 대응해 인간의 몸은 아예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대비책을 내놓았다. 즉 인간이 만든 문화가 선택압으로 작용하여 변이 유전자의 출현을 부른 것이다.
--- p.238~239

유당 내성을 가진 북부 유럽인의 비율이 10%에서 90%로 늘어나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하면 100세대가 걸린다. 1세대를 20년으로 간주하면, 약 2,000년 정도가 지나면 북부 유럽인의 90%가 유당 내성을 갖게 된다고 계산할 수 있다. 이 시간은,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때가 20만 년 전이라고 전제할 때,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기간의 1%에 불과한 매우 짧은 시간이다.
--- p.260

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든 문화는 호모 사피엔스 종을 넘어서 인간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여러 동물 나아가서 주변의 다양한 미생물에게도 선택압으로 작용해 그들의 유전적 변화까지 추동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문화와 유전자의 공진화가 인간을 넘어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 p.273

관습적으로 피부색에 따라 인종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인체에서 피부의 두께는 표피와 진피, 피하지방층을 다 합해 최대 6mm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도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세포가 존재하는 표피층은 0.1~1mm 내외 정도일 뿐이다.
--- p.280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가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독창적이고도 치밀한 해석
생물학자의 시선으로 문화를 탐구한 드문 역작이다. 더 놀라운 건 그 문화의 소재가 바로 오늘날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K컬처라는 점이다. K팝, K푸드, K드라마, K뷰티 등으로 대표되는 동시대 한국문화가 인류 진화사에서 어떤 함의를 가질 수 있는지를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라는 렌즈를 통해 조명한다.
-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인간이라는 종의 과거를 해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통찰
우리는 오랫동안 자연이 우리를 진화시켜 왔다고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묻습니다. 과연 자연만이 우리를 진화시켰을까?”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이 도발적인 질문에 탁월하고도 흥미로운 답변을 제시합니다.
진화와 문화,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가슴 설레는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김응빈 (유튜브 채널 [응생물학] 운영자, 『생물학의 쓸모』 저자)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까지 사로잡는 매력
진화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저자가 풍부한 상식 속에 녹여낸 새로운 학문적 발견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낄 것이고, 진화적 행동과학에 어느 정도 익숙한 독자라면 저자가 서문에서 짧고 명료하게 요약한 학문의 역사를 되짚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특히 자연과학에 낯선 인문, 사회과학 배경의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자연과학에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최광민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생물학이 던진 인문사회적인 질문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진화에 대한 지식을 줄 뿐만 아니라, 생물학이라는 과학이 어떻게 인문적, 사회적인 주제와 만나는지 잘 보여준다. 저자는 K팝의 칼군무에서 인류의 모방 본능과 공동체 지식의 전승 구조, 소속감과 일체감을 읽어낸다. 또 저자는 K푸드의 가장 큰 미덕을 ‘함께 음식을 즐기는 문화’로 지목한다. 음식 문화는 재료를 구하고, 요리하고, 함께 나누어 먹는 과정의 총합이며, 여기엔 인간 진화에 기여한 협동성과 사회성이 깊게 배어 있다는 것이다.
- 장연규 (『유전자 스위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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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무에 능한 유전자를 타고난 민족인가?
K팝에 숨겨진 생물학적, 진화사적 의미를 찾는 여정

블랙핑크, BTS, 아이브 등 K팝 그룹이 앨범이나 신곡을 내놓을 때마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가 함께 들썩이는 일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되었다. 노래와 춤, 드라마나 영화, 한식, 뷰티, 문학작품까지 ‘한국이 만들고 세계가 함께 즐기는’ 한류, 이른바 K컬처 시대를 사는 한국인들은 뿌듯함을 느끼는 한편으로 어리둥절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승승장구한 거지? 우리 민족에게 남다른 문화적 DNA라도 있는 건가?” 이렇게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질문에서 출발한 이색적인 과학서가 나왔다.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강의하는 장수철 교수가 쓴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K컬처라는 매우 친숙하며 동시대적인 문화 현상을 통해 거시적인 진화의 역사와 인류의 속성을 파고드는 유쾌한 책이다. 저자는 어떤 문화예술이 거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선호된다면 거기에는 ‘생물학적’ 이유가 존재하며 이는 유전자 차원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왜 춤을 즐거워하는 걸까? 그 근거는 무엇일까? 그냥 노래 부르고 춤추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뭔 생뚱맞은 ‘분석’이 필요한가 의아해할 수도 있다. 인류는 옛날부터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춤을 추고 즐겨왔다. 특정 지역에서만 어떤 예술을 즐긴다면 그 문화권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문화예술에는 ‘생물학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생물학적’이라는 것은 쉽게 표현하면, 어떤 생물 종이 살아남고 번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이토록 노래와 춤을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춤의 즐거움은 인류의 모방 본능을 빼놓고 이해하기 힘들다. 모방은 인류 보편의 특징으로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56쪽

인류의 조상들이 험난한 자연 환경을 극복하고 생존해 나가는 데서 집단의 지식과 경험에 대한 ‘사회적 학습’은 필수였는데 교육이나 언어, 문자가 아직 발달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인류는 ‘모방’을 통해 이를 배워나갈 수 있었다. 모방 유전자를 지닌 인간은 살아남아 자손들에게 유전자를 퍼뜨렸고 모방 유전자가 없는 인간은 생존에 실패하거나 자손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모방 유전자를 지닌 ‘상습적 모방자’의 자손들이고, 춤은 바로 이 유전적으로 타고난 모방 본능에 의해 세계 어디서나 즐기게 된 문화예술로 사회적 학습, 집단 지혜의 전달, 사회적 소속감 형성 등의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더해 K팝 춤에 포함된 가사에 맞게 잘 고안된 ‘포인트 안무’는 모방 본능을 자극하고 아이돌이 추는 ‘칼군무’는 관중과 춤을 따라 추는 이들에게 흥겨움 차원을 넘어 강한 동질감과 사회적 연대감을 선사한다.

요즈음엔 파리, 뉴욕, 자카르타, 상파울루 등 세계 곳곳에서 젊은이들이 광장에 모여 BTS를 비롯한 K팝 그룹의 커버댄스를 추는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렇게 여럿이 동시에 같은 춤을 추면, 우리의 옛 조상들이 집단적으로 사냥을 할 때나 다른 부족과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일 때처럼 아드레날린과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사람들은 흥분과 감정의 고조를 느낀다. 수렵채집 사회에서 흔했던 이같은 행동을 ‘동시적 집단행동’이라 하는데 오늘날에 비유하자면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과 같다. -61쪽

하루 5시간씩 뒷담화를 즐긴
신석기 시대 호모 사피엔스

“K팝 유전자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책은 한식, K드라마 등으로 소재를 넓혀 나간다. 예컨대 매운맛, 김치 같은 발효음식의 장점, 육류와 야채를 함께 즐기는 식습관 등 한식의 독특한 특징에도 역시 인류 진화의 발자취가 강하게 드리워져 있다. 약 100만 년 전부터 인류는 불을 사용해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요리하는 동물’로 진화했다. 이러한 음식 문화에 따라 유전자가 바뀌면서 인류의 신체 구조도 변화했다. 초식 동물에 비해 소화기관이 짧아지고 턱과 치아 구조는 상대적으로 약해졌으나 영양소가 충분히 공급되면서 두뇌는 발전했다. 조리한 음식은 미각도 크게 변화시켜 맛 수용체, 냄새 수용체의 발전을 가져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매운 음식을 찾는 식습관은 불을 이용한 요리가 출현하면서 인류가 뜨거운 음식이 주는 열감을 감지하고 좋아하게 된 진화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인류의 음식 문화가 가져온 유전자와 신체 변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사회성과 협력성 증대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본다.

불을 사용한 음식 조리는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고 다수의 협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우선, 적절한 식재료를 구해오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 불씨를 관리하고 조리하기 적당하게 모닥불을 피우거나 숯을 만드는 사람 또한 필수이다. 음식 재료를 소화하기 쉽고 탈이 나지 않게 다듬는 기술과 노하우는 공동체의 경험 전수를 통해 훈련이 가능한 일이다. 적절한 조리 도구를 만드는 것도 많은 사람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략) 함께 조리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이 반복되면서 인류는 꾸준히 협동성과 사회성이 향상되었다. 이것은 인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에는 바로 이런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둘러앉아 즐겁게 같이 먹고 사회성을 다지는 문화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다. 한민족은 명절마다 친척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같이 먹었다. 겨울 동안 먹을 김치를 준비하는 김장은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한, 가족 단위를 넘어서는 마을 차원의 행사였다. 이른바 K바비큐라 하여 식탁에 둘러앉아 불판에 고기를 굽고 반찬이며 된장찌개, 쌈 채소, 쌈장, 마늘, 파절이 등을 다 같이 공유하며 식사하는 모습은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이 매우 놀라워하고 부러워하는 음식 문화이다. -98~99쪽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이런 식으로 인류의 사회성과 협동성이 진화한 과정을 살피면서 어떻게 이기적 유전자가 이타적 행동까지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추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진화사의 커다란 변화가 오늘날의 K컬처에 잘 녹아들어 인류의 잠재적 향수를 건드리는 측면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인류가 오늘날과 같은 인도주의나 이타성을 발현하기까지는 수십만 년에 걸쳐 1) 혈연선택(혈연 간의 이타성), 2) 도움을 주고받는 상대방을 기억하는 상호 호혜적 이타성, 3) 부족 차원을 벗어나 거대한 사회 속에서 통용되는 간접적 호혜성의 세 단계를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구석기인들이 2단계 수준에서 3단계로 점프하는 데 매우 긴요했던 것이 ‘사회적 평판’ 작업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뒷담화’의 세계이다. 사냥에 게을렀던 동료를 흉보고, 집단을 위해 공헌한 사람을 칭찬하면서 초기 호미닌도 하루 2시간 이상을, 현생 인류는 5시간 이상을 뒷담화에 몰두했다고 한다. (123쪽)

이 뒷담화의 전통과 사회문화적 기능은 이후 모든 스토리의 원형으로 발전한다. 고대의 영웅 서사도, 인류의 거대한 협동을 가능케 한 종교와 신화도, 현대의 드라마나 영화의 각본도 다 동굴 속에서 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동료들 뒷담화에 몰두하던 인류 조상의 모습에 뿌리가 닿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진화사적인 의미를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력이 지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점점 파급력을 넓혀가는 문화 현상에 연결한다.

K드라마의 약진은 세계의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미국이 안정적 흥행을 추구하면서 놓친 인간의 중요한 속성을 잘 다루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류 이전에 세계를 장악했던 할리우드의 행보를 지켜보면 어느 순간부터 인간 사이의 다양하고 섬세한 관계의 색채가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영화는 2차대전을 지나면서 세계를 장악하는 문화산업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이 성장하면서 할리우드는 점점 대형화되고 블록버스터를 지향했다. 더 많은 인기와 성공을 위해 점점 더 화려한 볼거리, 예를 들어, 액션과 특수 효과, 스펙터클한 화면, 그리고 성공 확률이 큰 비슷비슷한 이야기 구성에 근거한 콘텐츠에 치중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할리우드 영화는 인간 이타성이 진화하면서 얻게 된 인간관계의 다면적인 성찰에서는 멀어지고 획일화되는 경향을 띠게 되었다. 수다와 평판을 거쳐 진화해 온 인간의 역사는 규모와 볼거리에 집착한 할리우드의 퇴조 이유를 잘 알려준다. -126~127쪽

진화론의 최전선,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국내 저자가 쓴 최초의 입문 해설서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이처럼 당대의 문화에 관해 생물학자의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과학적 시선이 담긴 문화 담론이기도 하지만 생물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진화론의 여러 학문적 발전 양상 속에서도 가장 최전선에 위치한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교양 과학도서이기도 하다.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은 유전자와 문화가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춤, 음식, 가족 제도, 질병과 치료, 농업, 그리고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인간 삶을 이루는 문화 요소들이 어떻게 유전자의 선택을 유도했고, 반대로 유전자의 변화가 어떻게 문화를 다시 진화시켰는지를 생생하게 설명하는 학문이다.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진화론이란 것이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이라는 저작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이론이 그렇듯이 진화론 역시 ‘진화하고 있는 이론’이다. 생명 진화에 대한 다윈의 아이디어는 여전히 굳건하지만, 당대의 여러 과학적 한계 속에서 다윈 자신도 답을 내지 못하거나, 튼튼한 증거와 과학적 분석으로 입증하지 못한 채 후대의 과제로 남겨둔 영역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자면, 『종의 기원』 출간 당시에는 아직 멘델의 유전법칙(1865년)도 나오지 않았고, 실질적인 유전 물질인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왓슨과 크릭이 밝혀낸 것은 거의 한 세기가 흐른 1953년의 일이었다.

다윈은 특히 『종의 기원』에서 인간의 진화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출판한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야 인간에 관한 견해를 밝히면서 다윈은 인간도 동물의 일종이고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다윈은 인간이 이타성을 지닌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어떻게 이타성이 출현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 종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던 인간이 오늘날 어떻게 서로 협력하면서 이타성을 발전시키고 지구의 지배종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후대 학자들에게 맡겨졌는데 그 최전선에 자리한 것이 바로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이다.

〈종의 기원〉에서 다윈이 제시한 생물 진화의 다섯 가지 핵심 아이디어가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은 다윈의 탁월함을 입증한다. 그러면서도 현대의 진화론은 〈종의 기원〉 단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후대 학자들의 세분화한 연구를 통해 점점 저변을 넓히고 각 아이디어의 구체적인 발현 양태와 메커니즘, 원인 등을 확인해 가면서 발전해 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진화론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이론이다.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역시 진화론의 저변 확장, 구체화, 정밀화 과정에서 나온 이론 가운데 하나이다. -38~39쪽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은 이러한 최신 성과가 집약된 학문 분야여서 아직 국내 저자가 쓴 단독 해설서가 등장하지 않았었다. 이런 점에서 장수철 교수의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국내 학자가 쓴 첫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해설서로 의미가 매우 크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해외 연구자들의 관련 저작은 물론, 이 분야의 최신 학술 논문들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검토했다.

우리는 오늘날 왜 이렇게 살게 되었는가?
인문사회적 주제에 진화론이 대답하다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의 핵심 개념 자체는 사실 복잡한 것이 아니다. 진화론에서는 모든 생명체가 변하고 진화하는 원동력을 ‘자연선택’이라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혹독한 자연의 압력에 적응하거나 대항하는 과정에서 생물의 어떤 유전적 변이는 선택이 되고 그렇지 못한 유전자는 도태되는 형식으로 생명체는 끊임없이 변화(진화)한다. 대부분의 생물이 자연에 대응하는 유일한 길은 자신의 생물적 구조나 기능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독특하게도 ‘문화’라는 것을 형성한다. 인간은 자연 환경의 일부인 동시에, 자신이 만든 문화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기껏해야 수십 명 단위로 움직이던 초기 호미닌에서 농경을 시작하고 마을을 이루고 수천만 명이 거주하는 메가시티로까지 발전하는 동안 인간은 순수한 자연 환경보다 점점 더 많은 문화적 환경에 노출된다. 이제 자연이 가하던 선택압 못지않게 문화 역시 인간의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선택압의 역할을 한다. 또 이런 문화적 선택 작용에 의해 유전자가 변한 인간은 진화한 유전자에 더 적합한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는 상호작용을 한다. 한마디로 ‘인간이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가 다시 인간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개념은 이렇게 명료하지만,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여러 문화 현상과의 인과 관계를 밝혀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론 자체가 우리의 거의 모든 삶의 형태, 인간이 쌓아올린 문명 전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필요로 하며, 구체적인 유전자의 변화를 분자생물학 단위에서 명료하게 입증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전반부에서는 K팝(1장), 한식(2장)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당대의 사회문화적 현실에서부터 문화와 유전자의 상호작용을 고찰하기 시작해 인간의 성적 진화(4장), 가족관계(5장), 소통 능력과 사회성(6장) 등 보편적 주제로 점점 주제를 확장한다. 후반부로 가면서는 약 1만 년 전에 이루어진 인류 삶의 큰 지각변동인 농업혁명이 현대 인류의 유전자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7장)를 비롯해 질병(8장), 목축과 유당 분해 능력(9장), 문화의 다양성 및 인간으로 인한 주변 생물들의 유전적 변화(10장)까지 구체적인 유전자의 변화를 추적한다. 동물생태학, 진화학,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문화학 등 여러 분과 학문의 성과와 지혜를 종합해 내는 과정이 책의 바탕에 깔려 있다.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은 자연과 인간 사회의 관계에 대한 철학과 진화론의 통찰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드러내 준다.

현재 우리 현생 인류는 상당히 외로운 종이다. 사실 우리 종은 약 30만 년 전 출현한 이래로 꽤 오랫동안 혼자서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2만 7,000년 전에 사라진 호모 에렉투스, 약 60만 년 전부터 늦어도 4만 년까지 존재했던 네안데르탈인(H. neaderthalensis)과 데니소바인, 150만 년에서 10만 년까지 존재했던 호모 날레디(H. naledi), 약 10만 년 전부터 1만 2,000년까지 존재했던 호모 프로레시엔스(H. floresiensis) 등 최대 다섯 종 이상의 호모들과 공존한 시점도 있었다. 그런데 모두 멸종하고 우리 종만이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 지능, 사고력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역시나 우리 종이 궁극적으로 사회성 면에서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가장 유력하다. -191쪽

동양철학의 정수 중 하나인 노자 『도덕경』에는 자연과학자들이라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명한 구절이 등장한다. “천지불인 이만물 위추구(天地不仁 以萬物 爲?狗)” 천지 곧 자연은 그냥 법칙대로 움직일 뿐 자비로운 존재가 아니어서 만물을 풀강아지 취급한다. 즉 특별한 감정 없이 자연의 일부로 대할 뿐이라는 뜻이다. 진화의 과정 또한 그러하다. 자연이 어떤 목적과 감정을 가지고 특정한 방향으로 진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무심한 자연의 압력에 모든 생물이 각자의 방식대로 대응하다 보니 오늘날의 모습으로 진화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무심한 자연과 달리 인간이 만든 사회와 문화에는 자애로움이나 연민 등 인간적 감정과 정의로움이라는 기준이 들어설 여지가 있다. -246쪽

책에 대해 여러 학자들이 상찬의 말을 보내주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독창적이고도 치밀한 해석”(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추천사, 5쪽), “인간이라는 종의 과거를 해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통찰의 책”(김응빈 교수 추천사, 9쪽), “승자 독식 체제라고 비판받는 자본주의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장연규 교수 추천사, 13쪽)이라는 평가들이 의미심장하다. K팝 비트처럼 빠르고 흥겹게 인간과 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과학 교양서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장수철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생물학 교수. 대학에서의 생물학 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식물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농업과학기술연구원,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수련했다. 박사 이후 현재까지 식물학과 생물학 교육 관련한 논문 55편을 발표했고 그동안 쓴 책으로 《아주 특별한 생물학 수업》과 《아주 명쾌한 진화론 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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