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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언어들

언어들
김기석 지음
복있는사람

2025년 09월 04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6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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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5.85MB)   |  약 20.4만 자
ISBN 9791170832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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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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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도서를 읽어야 하는 까닭은
우리 삶의 실상을 성찰하기 위함이다.
전도서는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유쾌하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평가와 무관하게 각자의 삶은 소중하다.
누가 행복한가?
일상 속에 깃든 영원의 광휘를 발견하는 이들이다.
전도서는 그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교회는 내게 낯선 장소였다. 주체할 수 없는 허무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나는, 교회의 활기 속에 잠시 몸을 맡긴 채 허무의 강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빌었다. 설교단에서는 ‘적극적 사고방식’이라는 말이 자주 울려 나왔다. 믿음은 으레 ‘할 수 있다’는 구호와 결합했고, 성공과 행복은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성취할 수 있는 목표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상할 정도로 그 담론에 녹아들지 못했다. 삶의 심연에 스며 있는 그늘 혹은 어둠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세상사가 부질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마다, 확신의 잣대로 사람들을 제멋대로 심판하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속으로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라는 구절을 읊었다. ‘헛되다’는 말은 염세주의적 세계관과 무관하다. 헛됨에 대한 자각은 세상에서 우리가 애집(愛執)하는 어떤 것도 온전히 집착할 대상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욕망을 포기하라는 말도 아니다. 욕망은 삶을 추동하는 힘이니 말이다. 하지만 욕망은 채워질 수 없다. 욕망의 종살이를 하는 이들이 거두는 인생의 열매는 고단함이다.

오늘 전도서를 읽어야 하는 까닭은 우리 삶의 실상을 성찰하기 위함이다. 전도서는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유쾌하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속도와 효율을 숭상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자기를 극한의 경쟁으로 내모는 동안 우리 내면은 묵정밭으로 변하고 말았다. 시간은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소비재가 아니라, 충만하게 살아내야 할 하늘의 선물이다. 시간을 선물로 인식할 때, 무채색의 일상은 돌연 경이로운 세계로 변한다.

이 책 『지혜의 언어들』은 ‘CBS 성서학당’에서 강의한 전도서 1-12장 본문 전체를 지혜, 시간, 관계, 실천 등 스물네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시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이 삶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자책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문

1부 허무의 심연을 들여다보다
첫 번째 강의 〔 물음 〕 인생은 헛된가 | 1:1-7
두 번째 강의 〔 지혜 〕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다 | 1:8-18
세 번째 강의 〔 쾌락 〕 즐거움도 헛되다 | 2:1-11
네 번째 강의 〔 유한 〕 죽음이라는 한계 앞에서 | 2:12-17
다섯 번째 강의 〔 목적 〕 무엇을 위한 수고인가 | 2:18-26

2부 영원의 그림자 아래서
여섯 번째 강의 〔 시간 〕 때에 맞는 삶의 아름다움 | 3:1-8
일곱 번째 강의 〔 영원 〕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 | 3:9-15
여덟 번째 강의 〔 존재 〕 사람과 짐승이 일반이라 | 3:16-22
아홉 번째 강의 〔 관계 〕 억압, 수고, 우정 | 4:1-12
열 번째 강의 〔 경외 〕 하나님을 두려워하라 | 4:13-5:7
열한 번째 강의 〔 향유 〕 지금을 누리며 살라 | 5:8-20

3부 지혜의 미로를 헤매다
열두 번째 강의 〔 결핍 〕 누리지 못하는 삶의 비극 | 6:1-9
열세 번째 강의 〔 성찰 〕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인가 | 6:10-7:10
열네 번째 강의 〔 곤경 〕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보라 | 7:11-18
열다섯 번째 강의 〔 상실 〕 단순함을 잃다 | 7:19-29
열여섯 번째 강의 〔 분별 〕 누가 지혜로운 사람인가 | 8:1-8

4부 부조리의 바다에서 섭리를 찾다
열일곱 번째 강의 〔 명암 〕 악인과 의인 | 8:9-17
열여덟 번째 강의 〔 섭리 〕 모두 다 하나님의 손안에 있다 | 9:1-10
열아홉 번째 강의 〔 역설 〕 삶의 부조리 앞에서 | 9:11-18
스무 번째 강의 〔 차이 〕 지혜자와 우매자 | 10:1-11
스물한 번째 강의 〔 방향 〕 우매함과 지혜로움 사이 | 10:12-20

5부 경외의 빛으로 삶을 비추다
스물두 번째 강의 〔 실천 〕 지혜로운 삶 | 11:1-8
스물세 번째 강의 〔 기억 〕 청년들에게 주는 교훈 | 11:9-12:8
스물네 번째 강의 〔 본분 〕 하나님을 경외하라 | 12:9-14

P. 10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의 여백은 점점 줄어드는 세상이다.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을 누리지는 못한다. 행복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행복을 저해한다.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우리를 몰아가는 세상에 적응하느라 삶을 성찰할 고요한 시간을 잃어버렸다. 수많은 정보가 명멸하는 그 짧은 시간의 환등상 속에서 부유하느라 모두가 숨이 가쁘다. 지속되는 것들이 많지 않다. 행복은 늘 미래의 어느 순간에 혹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신기루 같은 행복의 이미지를 추구하느라 ‘지금 여기서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지 못한다.
오늘 전도서를 읽어야 하는 까닭은 우리 삶의 실상을 성찰하기 위함이다. 전도서는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유쾌하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속도와 효율을 숭상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자기를 극한의 경쟁으로 내모는 동안 우리 내면은 묵정밭으로 변하고 말았다. 시간은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소비재가 아니라, 충만하게 살아내야 할 하늘의 선물이다. 시간을 선물로 인식할 때, 무채색의 일상은 돌연 경이로운 세계로 변한다.
(‘서문’ 중에서)

P. 47
전도서 2장은 “나는 내 마음에 이르기를”이라는 말로 시작됩니다(전 2:1). 사람은 이와 같이 자기와 관련하는 존재입니다. ‘자기 관련성’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에게는 자기와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모든 사유는 ‘나와 나 자신의 대화’라고 말합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성찰’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마 4:4)는 구절은 우리가 많이 암송하는 말씀 중 하나입니다. 밥이나 빵을 먹는 인간의 행위는 육신을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인간답게 되기 위해서는 밥만 먹어서는 안 됩니다. ‘의미’ 혹은 ‘보람’을 먹을 때 비로소 인간이 인간답게 됩니다. 한마디로 내 삶이 의미 있어야 하고, 내가 어떤 일에 보람을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오늘 밥을 다섯 공기 먹을 거야”라고 말한 뒤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해서 보람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보람과 의미는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을 때, 누군가의 요구에 응답했을 때, 다시 말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발생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누군가를 돕거나 그의 요구에 응답할 때 보람을 느끼고 의미를 찾게 됩니다. 인간의 인간됨은 그렇게 형성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 강의 〔 쾌락 〕 즐거움도 헛되다’ 중에서)

P. 237
“사람이 장래 일을 알지 못하나니 장래 일을 가르칠 자가 누구이랴. 바람을 주장하여 바람을 움직이게 할 사람도 없고 죽는 날을 주장할 사람도 없으며 전쟁할 때를 모면할 사람도 없으니 악이 그의 주민들을 건져낼 수는 없느니라”(전 8:7-8). 인간은 유한합니다. 미래의 일을 기약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세상에 만연한 불행이 나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사는 모습을 보면 5년, 10년 후의 모습이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저 예측일 뿐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끼어들어 우리 인생의 방향을 바꿔 놓는 일이 많습니다. 인간은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몸을 앞으로 내밀며 조금씩 나아갈 뿐입니다. 그 길의 끝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생이 그러하다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알 수 없다고 하여 오늘을 대충 살면 안 됩니다. 영원에 잇댄 하루를 충실히 살아야 합니다. 이정하 시인은 「바람 속을 걷는 법」이라는 시에서,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바람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존재의 용기입니다.
(‘열여섯 번째 강의 〔 분별 〕 누가 지혜로운 사람인가’ 중에서)

P. 313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고 말했습니다. 희망이 없는 상태야말로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그런 치명적인 절망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타자의 존재야말로 우리 인간됨의 근거입니다. 절망에 빠져 죽으려는 사람에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말은 강력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절망을 피하는 가장 좋은 길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네 떡을 물 위에 던지라는 말을 저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라’는 말로 받아들입니다.
선한 일을 하다 보면 마음이 상할 때도 있습니다. 타인의 선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이 제법 많습니다.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호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을 보면 아뜩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당연한 듯하지만, 사실 그것은 우리의 주는 행위가 완전한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냉대하더라도 사랑에 근거해서 아름다운 것을 나눌 수 있기 위해서는 위로부터 내려오는 은총이 필요합니다. 받는 이들도 상처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주는 이들의 호기로운 태도나 동정하는 눈빛, 자기의 선행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얼굴은 받는 이들의 영혼에 짙은 그림자를 남깁니다. 잘 베풀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물두 번째 강의 〔 실천 〕 지혜로운 삶’ 중에서)

P. 330
어려운 문제가 다가올 때 이렇게 말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이건 조금 무겁네. 감당하기 쉽지 않아. 하지만 나는 이 문제보다 훨씬 커” 지금은 길이 보이지 않아도 결국은 길을 찾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붙들고 절망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한참 있다 보면 조금씩 눈이 적응하면서 무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마치 바위처럼 내 앞에 놓여 있습니다. 옮겨 보려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대개는 포기하고 맙니다. 정말 그 바위를 옮기는 방법이 없을까요? 있습니다. 그 바위를 잘게 쪼개 조그마한 부분을 하나씩 제거하다 보면, 그 굳건해 보이던 바위도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스물세 번째 강의 〔 기억 〕 청년들에게 주는 교훈’ 중에서)

인물정보

저자(글) 김기석

딱딱하고 교리적인 산문의 언어가 아니라 시적 언어로 우리 삶과 역사의 이면에서 지속되고 있는 구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설교자다. 시와 산문, 현대문학과 동서고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진지한 글쓰기와 문장력으로 신앙의 새로운 층들을 열어 보이되, 화려한 문학적 수사에 머물지 않고 삶의 현실에 단단하게 발을 딛고 서 있다. 그래서 그의 글과 설교에는 ‘한 시대의 온도계’라 할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아픈 사람들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세계의 표면이 아닌 이면, 그 너머를 꿰뚫어 보는 통찰과 영적 감수성이 스며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청파교회 전도사, 이화여고 교목, 청파교회 부목사를 거쳐 1997년부터 2024년까지 27년간 청파교회를 담임했다. CBS ‘성서학당’, ‘잘잘법’(잘 믿고 잘 사는 법)을 비롯한 방송 및 온라인 설교를 통해 국내외 그리스도인에게 많은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다. 2024년 4월 목회 은퇴 이후 “세상의 기적을 향유하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새로운 길을 준비중이다. 저서로는 『고백의 언어들』(복 있는 사람), 『말씀 등불 밝히고』『하나님의 숨을 기다리며』(꽃자리), 『당신의 친구는 안녕한가』『일상 순례자』(두란노), 『사랑은 느림에 기대어』『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태도』(비아토르), 『김기석 목사의 청년편지』(성서유니온), 『최소한의 품격』(현암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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