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네 팥빙수집 한여름밤 영혼

김진수 지음

루미너리북스 2025년 09월 0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서울 마포구 골목 깊숙한 곳, 세련된 카페거리 한복판에서 삼십 년째 한자리를 지키는 작은 팥빙수집이 있다. 일흔다섯 박순자 할머니가 운영하는 이곳은 단순한 빙수집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따뜻한 안식처다. 여름밤이면 좁은 골목까지 늘어선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들, 오래된 선풍기 소리와 얼음 깎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작은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독특한 교향곡을 연주한다. 할머니가 직접 끓인 팥과 손으로 깎은 얼음, 정성스럽게 올린 연유에는 한 가족의 사랑과 삼십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느 여름날, 고등학생 쌍둥이 지민과 지수는 가게에서 이상한 편지를 발견한다. 발신인도 없고 주소도 없는 편지에는 할머니의 팥빙수를 칭찬하는 따뜻한 메시지만 적혀 있다. 편지는 연일 계속 나타나지만 아무도 편지를 둔 사람을 보지 못한다. 동시에 가게의 작은 물건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한다. 젓가락, 낡은 수저, 할머니가 애용하던 국자까지. 도둑질이라기엔 너무 사소하고, 마치 그 물건들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사람의 소행 같다. 자매는 범인을 찾기 위해 몰래 관찰을 시작하고, 마침내 밤마다 나타나는 한 중년 여성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 여성은 삼십 년 전 이 동네에 살았던 이미영이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를 친할머니처럼 따랐지만 이사를 가면서 헤어졌고, 최근 이혼 후 혼자가 된 그녀는 어린 시절의 따뜻한 추억을 그리워하며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까 두려워 직접 인사드리지 못하고 편지만 남겼던 것이다. 사라진 물건들은 어린 시절 자신이 특별히 좋아했던 것들로, 할머니는 삼십 년 동안 그것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순자 할머니는 이미영의 손을 꽉 잡고 말한다. 미영아, 할머니가 어떻게 너를 잊겠니.

재회 이후 이미영은 팥빙수집의 새로운 식구가 된다. 그녀는 이곳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할머니는 가게를 확장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카페로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삼십 년간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의 추억과 새로운 세대들의 꿈이 만나는 곳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이 매일 조용히 피어난다. 복잡하고 빠른 세상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진짜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게 해주는 이야기,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감동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목차

1. 황혼빛 얼음조각상
2. 무명의 속삭임
3. 일곱 개의 마음조각
4. 거대한 그림자의 전령
5. 사라지는 기억의 파편들
6. 쌍둥이 탐정의 가설
7. 서점 사장의 증언
8. 한여름 밤의 진실
9. 가족회의의 딜레마
10. 수몰된 하루의 기적
11. 삼십 년의 시간을 건너서
12. 보물을 간직한 마음
13. 새로운 단골의 탄생
14. 여름 축제의 하모니
15. 내일을 여는 따뜻한 불빛

작가정보

저자(글) 김진수

김진수. 한국 출생.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