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팔이 속삭이는 25년의 진동

김현아 지음

루미너리북스 2025년 09월 0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강북구 세림병원의 정형외과 과장 김준호의 왼팔에는 특별한 비밀이 숨어있다. 교통사고로 잃은 팔을 대신한 기계 의수는 단순한 보철이 아니다. 환자의 뼈 밀도와 근육 상태를 미세한 진동으로 감지하는 첨단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그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70대 환자 박정수를 진찰하던 어느 오후, 의수가 평소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일반적인 질병과는 다른, 설명할 수 없는 진동 패턴이 감지된 것이다. 모든 검사 결과는 정상인데 의수만이 포착하는 이 기이한 신호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하 1층에서 20년째 환풍구 청소를 담당하는 이소영은 병원의 모든 소리를 아는 여인이다. 환풍구를 통해 전해지는 환자들의 신음소리, 의료진들의 대화, 각종 의료기기의 작동음으로 병원의 하루를 읽어내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김준호가 박정수를 진찰하던 그날, 20년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낮은 진동음이 환풍구에서 울려온다. 기계 같으면서도 살아있는 생물의 맥박처럼 규칙적인 그 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두 사람이 각자의 영역에서 감지한 이상 신호는 25년 전부터 시작된 거대한 비밀의 첫 번째 실마리였다.

박정수의 몸속에서 발견된 것은 단순한 금속 파편이 아니었다. 25년 전 공장 사고로 어깨에 박힌 것으로 알려진 그 조각은 정교한 설계도에 따라 제작된 소형 장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금속의 성분이 김준호의 의수에 사용된 특수 합금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기묘한 이 연결고리를 따라가던 김준호와 이소영은 병원 지하 창고에서 '프로젝트 베노사'라는 기밀 문서를 발견한다. 25년 전 이 병원을 설계한 건축가이자 현재 김준호의 의수를 제작한 독일 의료기기 회사의 창립자인 최민호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세림병원이 거대한 인체실험의 무대였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47명의 환자들이 각기 다른 '사고'를 통해 몸속에 심어진 금속 장치들은 모두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었고, 김준호의 의수는 그 중심에 있는 마스터 시스템이었다. 25년간 수집된 생체 데이터들이 독일로 전송되는 동안, 이소영은 환풍구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이 모든 것을 감시해왔다. 하지만 첫 번째 임플란트가 제거되면서 전체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고, 두 사람은 이 기회를 이용해 25년간의 거짓말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마지막 환자의 수술이 끝나자 김준호의 의수는 작동을 멈추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왼팔에는 진짜 감각이 돌아온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의 우편함에 도착한 최민호의 편지 한 통이 새로운 공포의 시작을 알린다.

목차

1. 진동하는 왼팔의 속삭임
2. 밤을 수놓는 논문의 미로
3. 지하실 청소부의 귀
4. 응급실로 향하는 새벽길
5. 25년 전 공장의 그림자
6. 합금의 비밀스러운 일치
7. 환풍구 탐험가의 발견
8. 수술대 위의 결단
9. 전자의 반란이 시작되다
10. 해방의 순간과 정적
11. 정체를 드러내는 금속
12. 지하 미로의 감시자들
13. 건축가의 숨겨진 정체
14. 공장과 병원을 잇는 실
15. 지하 창고의 우연한 만남
16. 베노사 프로젝트의 전모
17. 47명의 그림자들
18. 네트워크의 심장부
19. 역습의 시작
20. 해방의 수술실
21. 감각의 귀환과 새로운 시작
22. 밤에 온 편지와 열린 결말

작가정보

저자(글) 김현아

김현아. 한국 출생.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