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불 속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혹은 애초에 존재하기는 하는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 마이너스 옮김

해밀누리 2025년 09월 1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덤불 속』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1922년에 발표한 단편소설로, 진실과 거짓, 인간의 기억과 욕망의 불확실성을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교토 외곽의 숲속에서 한 무사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후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증언이 이어지지만, 각자의 진술은 서로 모순되고, 사건의 실체는 오히려 점점 더 알 수 없게 된다.

강도 다조마루는 자신이 무사를 죽였다고 주장하지만, 죽은 무사의 아내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아가 무사의 혼령마저 매개자를 통해 발언하며 또 다른 사실을 고백한다. 독자는 각자의 증언을 따라가면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지만, 결코 단일한 답을 얻을 수 없다. 『덤불 속』은 한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이 어떻게 충돌하고, 인간의 주관이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짧지만 압축적인 서사 속에 인간 본성과 진실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담고 있다. 인간의 기억은 믿을 수 있는가, 진실은 존재하는가, 아니면 모든 것은 해석에 불과한가. 『덤불 속』은 이 질문을 독자의 마음에 깊이 새기며,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장편 못지않은 사유와 여운을 남긴다.

목차

검비위사에게 심문받는 나무꾼의 이야기
검비위사에게 심문받는 떠돌이 승려의 이야기
검비위사에게 심문받는 방면(放免)의 이야기
검비위사에게 심문받는 노파의 이야기
다조마루의 자백
기요미즈데라에 온 여인의 참회
무녀의 입을 빌린 사령(死靈)의 이야기

출판사 서평

『덤불 속』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진실이란 무엇이며, 인간이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고 왜곡하는지를 묻는 철학적 텍스트이다. 작품은 여러 인물의 증언을 병렬적으로 제시하며,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오히려 각자의 욕망과 입장이 뒤엉킨 혼돈만이 남는다. 이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진실은 존재하는가, 아니면 모든 것은 상대적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번 출간본은 아쿠타가와의 치밀한 문체와 심리 묘사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 한국 독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번역과 편집을 다듬었다. 특히 각 증언이 갖는 리듬과 어휘의 차이를 세심하게 옮겨, 인물들의 목소리가 분명히 구별되도록 했다. 책의 디자인 또한 작품이 가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반영해 간결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구성되었다.

『덤불 속』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문학이다. 뉴스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아쿠타가와의 이 작품은 그 혼란이 결코 현대 사회만의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에 뿌리내린 보편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덤불 속』은 짧은 이야기 안에 담긴 거대한 질문으로, 독자에게 깊은 사유와 충격을 안기는 걸작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는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천재 작가이다. 그는 나쓰메 소세키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고, 짧은 생애 동안 150편이 넘는 단편을 남기며 문학사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라쇼몽』, 『코』, 『지옥변』, 『거미줄』과 더불어 『덤불 속』은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아쿠타가와의 문학은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모, 사회와 개인의 갈등, 그리고 도덕과 욕망의 충돌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그는 사실주의적 기법과 상징적 장치를 동시에 구사하며, 짧은 분량 속에서도 인간의 본질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특히 『덤불 속』은 인간의 증언과 기억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불완전한지를 탐구한 작품으로, 현대 문학의 ‘다성적 서사’ 개념을 미리 구현한 걸작으로 평가된다. 그의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상’이 지금도 일본 최고의 문학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문학적 위상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번역 마이너스

언어 장벽이라는 광대한 장애물 속 숨겨진 가장 빛나는 보석을 찾아내는 광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작업으로 끝내지 않고,
글에 담긴 영혼과 맥락,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도를 찾아냅니다.

숙련된 광부가 원석을 꿰뚫어 보듯,
우리는 문장이 지닌 고유한 광채를 발견하고,
섬세하게 다듬어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일합니다.

영국 대학을 졸업한 팀장을 필두로,
열정적인 팀원들이 모여
장벽 속 보석을 열심히 캐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