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올리버
2025년 08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8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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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3528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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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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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전의 첫 편지에 올리버가 응답하며 둘의 우정이 싹튼 그해 겨울, 올리버는 안구 흑색종을 진단받고 시력을 잃기 시작한다. 한 사람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눈 뜨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은 익숙하던 자신의 세계를 상실해 간 것이다. 그럼에도 올리버는 수전이 느끼는 기쁨과 환희를 곁에서 지켜보며 책으로 써 낼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수전은 자신이 올리버를 도울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상심하면서도, 그 슬픔에 잠식당하지 않고 기어이 그를 위로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인간이 지닌 신경 가소성과 회복의 힘을 굳게 믿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용기와 유머를 잃지 않았다.
《디어 올리버》는 그렇게 10년간 15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 준 두 신경과학자의 서간집이자, 이제는 홀로 남겨진 이가 먼저 떠난 이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
1부 처음 만난 세계
· 뇌리에 박힌 질문 · 올리버가 온다 · 집요하긴 하지만 특이한 건 아니야 · 생체 발광하는 밤바다에서 · 작은 개인적 승리 · 불길한 연말 · 2 허레이쇼 스트리트, #3G · 스테레오 수 · 새로운 시작 · 모닝 에디션 · 저자가 되다
2부 감각과 우정
· 단어의 빛깔 · 간주곡 I · 행동, 지각, 인지 · 텅스텐 생일 · 서로를 비추며 나란히 · 아우팅 · 간주곡 Ⅱ · 나침반 모자 · 삶은 지긋지긋한 고난의 연속 · 소파 위의 생명체들 · 강철 신경 · 다시 돌아온 ‘스테레오 수’ · 세슘과 바륨 생일 · 우정의 미적분학 · 듣는 법을 배우기· 이리듐 생일 · 《마음의 눈》을 읽으며 생각한 것들 · 인생의 단 한 순간 · 반려 암석
3부 두 개의 작별
· 자기 실험 · 간주곡 Ⅲ · 생체전기· 전쟁과 평화 · 치유적 뇌 손상 · 아버지처럼· 일과 사랑 · 납 생일 · 마지막 인사
감사의 말
텍스트 및 이미지 저작권 정보
우리는 1996년 1월 10일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 남편 댄 배리가 우주왕복선을 타고 첫 임무를 떠나기 전날
밤이었어요. (…) 박사님은 양쪽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있느냐고 물으셨어요. 저는 상상할 수 있다고 답했고요. 어쨌든 저는 마운트홀리요크칼리지의 신경생물학 교수니까요. 시각 처리와 양안시, 입체시에 관한 논문을 그간 수없이 많이 읽었지요. 저는 그렇게 얻은 지식으로 제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어요.(16~17쪽)
교수님의 29일 자 편지를 받고 저는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새로 만난 (시각적) 공간의 ‘세계’를 이토록 열린 마음으로 경탄하며 맞이하고-비록 카우아이에서는 고소공포증을 느꼈지만-그 경험을 이토록 섬세하고 시적이고 정확하게 설명하시다니요. (…) 저는 교수님의 경험과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든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리학이나 정신생리학의 통설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고,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영원히 ‘납작한’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는 운명을 이미 오래전에 어느 정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일종의 시각적 재탄생을 경험하면서 느낀 더없는 충만함을 통해 (우리가 지닌 모든
지각 능력과 마찬가지로) 입체시가 당연시하지 말아야 할 하나의 기적이자 특권이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일깨울 수 있길 기대합니다. (33~34쪽)
우리에게는 본질적으로 두 가지 시각 체계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각을 위한 것이고, 하나는 행동을 위한 것이죠. 이 두 시각 체계는 뇌 속에서 서로 다른 신경 경로를 거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데일과 밀너는 저서 《보이지 않는 이들의 시각》에서 두 신경 경로 중 지각 경로에 손상을 입은 환자 디에 대해 설명합니다. 디는 눈으로 커피잔을 보지 못하며, 그것을 커피잔으로 인식하거나 명명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손을 뻗어 커피잔을 집어 드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손가락을 이용해서 잔의 손잡이를 제대로 붙잡을 수 있지요. 그러니 뇌 속 어딘가에서는 커피잔을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172~173쪽)
클라이브는 자신이 바흐를 안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악보를 주고 시작음을 알려 주면 바흐의 푸가를 연주하기 시작하지요. 그는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몰라요. 그의 앎은 ‘서술적 지식’, 또는 ‘내용 지식’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지식을 (그 어떤 목적으로도) 사용하지 못해요… 저는 (이야기가 좀 튀는데) 앞을 보지 못했던 존 헐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존 헐은 시력을 잃고 몇 년이 지나자 시각적 심상까지 사라져서 숫자 3을 떠올리지도, 3이 어떻게 생겼는지 말하지도 못했지요-하지만 허공에 즉시 ‘3’을 쓸 수는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요?(175쪽)
교수님이 그 멍청한 정신과 의사를 만난 뒤 귀가 들리지 않는 학생을 아낌없이 격려해 주신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다 기쁩니다-이 세상에는 소리를 못 듣는 정신과 의사와 환자들이 분명 존재하고, 이들은 아무 문제 없이 온전하게 소통합니다-그리고 《마음의 눈》에서 제가 언급한 맹인 정신과 의사(데니스 슐만)-지금은 랍비이기도 한데요-는 자신이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미묘한 표현을 더욱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182~183쪽)
제 경험은 대부분 요즘 교수님이 하는 경험과 정반대입니다. 저는 제 양복에 묻은 얼룩을 지우려다가 그 얼룩이 거울 표면 위에 묻은 것임을 발견합니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은 거울 표면 위에 있어요-제 모습이 거울 속에, ‘거울 너머에’ 있다는 감각이 전혀 없습니다. (…) 저는 원래 고소공포증이 어지간히 심해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온갖 상황을 상상하면 몸에 자동 반응이 나타나곤 했습니다만, 이제는 위험할 만큼 높이에 무감합니다. (…) 교수님은 새로운 공간감을 얻고, 저는 잃은 것 같군요.(201~202쪽)
나는 처음 3차원을 보기 시작했을 때 이 새로운 광경에 압도되고 황홀경에 휩싸여서 내가 미쳐 가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입체시가 내게 얼마나 기적과도 같은 일인지를 보는 즉시 알아차렸던 바로 그 사람이 자신의 입체시를 잃게 되었다는 사실은 슬픈 아이러니였다. 2년 뒤 올리버는 자신과 나의 이야기를 포함해 다섯 가지 사례를 소개한 책 《마음의 눈》을 집필하던 중에 편지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교수님의 이야기와 내 이야기가 바로 옆에 나란히 놓이게 되겠군요.”(203쪽)
엉클 텅스텐은 올리버가 가장 좋아했던 삼촌의 별명이다. 엉클 텅스텐은 올리버를 화학의 세계로 인도했고, 올리버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회고록에 《엉클 텅스텐》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마지막에 올리버가 나의 엉클 텅스텐이라고 말했을 때 누군가의 탄성이 들렸고, 나는 연설을 마친 뒤 주위를 둘러보며 올리버를 찾았다. 올리버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인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드물긴 하지만 내 우주에 있는 모든 별과 행성이 나란히 정렬하는 것 같은 때. 이날도 그런 순간이었다. (294쪽)
올리버는 (프로이트의 말을 빌려) 일과 사랑이 자기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라고 쓴 적이 있다. 글쓰기는 올리버의 일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했다. 나와 알고 지낸 10년간 그는 연이은 외상에도 굴하지 않고 굵직한 책을 네 권이나 집필했다. 우리가 처음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을 때 올리버는 IBM 셀렉트릭 타자기로 두 손가락을 이용해 편지를 썼다. 그리고 이것이 힘들어지자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썼다. 말년의 몇 주간은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받아쓰게 했다. 그는 한 번도 일과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369~370쪽)
비록 7주 뒤 세상을 떠났지만 이날 올리버는 다음에 무엇을 쓸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고, 여러 동물이 세상을 보는 다양한 방식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는 성게의 경우 수많은 관족에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있다고 신난 듯이 말했다. 그러면서 성게로서 세상을 보는 것은 어떤 경험일지 궁금해했다. 한번은 문어를 관찰하는데, 지능이 대단히 높은 생명체인 문어가 자신이 문어를 관찰하듯 똑같이 집중해서 자신을 뜯어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372~373쪽)
2004년에 교수님의 일지를 발췌한 첫 번째 편지를 받았을 때, 우리의 첫 만남에서 이렇게 돈독한 우정이 피어나게 될 줄은 저도 교수님도 몰랐습니다. (…) 유감스럽게도 지난 한 달간 제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었습니다. 몸이 극도로 허약해졌고 매일 복수가 1리터 이상 차서 아침저녁으로 빼내고 있습니다. 허나 큰 불편은 없고, 케이트와 빌리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헌신적으로 지원해 주는 덕분에 힘닿는 한 활발하게 지내며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주 생활에 관한 글을 포함해 진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를 과연 끝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 이 편지가 마지막 작별 인사는 아니지만, 그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이번 달을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간 교수님과 나눈 깊고 고무적인 우정은 지난 10년간 제 삶에 추가로 주어진 뜻밖의 멋진 선물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81~382쪽)
부치지 않을 뻔했던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된
올리버 색스와 수전 배리, 두 신경과학자의 우정과 지적 모험
★ 올리버 색스 타계 10주기, 미공개 친필 편지 수록
★ 남궁인 의사·작가, 손보미 소설가 추천
“색스의 책을 사랑한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마지막 장에서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 템플 그랜딘(콜로라도주립대 교수, 동물학자)
세상이 하찮게 여기는 연약한 존재들을 위해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의사이자 신경학자, 전 세계가 사랑한 ‘의학계의 시인’ 올리버 색스. 그가 남긴 마지막 편지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된 지금 우리 앞에 도착했다. 편지의 수신인은 반평생을 사시이자 입체맹으로 살다가 마흔여덟 살에 처음 세상을 입체로 보게 된 신경생물학자 수전 배리다.
수전은 자신의 눈앞에 새롭게 펼쳐진 3차원 세계의 아름다움에 날마다 넋이 나갈 듯 매료되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경험을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입체시는 유아기의 특정 시기가 지나면 결코 발달할 수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래서 수전은 이 기적 같은 이야기를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환자들을 연민할 뿐 아니라 공감하는 의사 올리버 색스라면, 그가 자신의 환자들에게 그랬듯 자신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서 오랜 망설임 끝에 그에게 편지를 썼다. 답장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이 한 통의 편지를 시작으로, 두 사람이 올리버가 눈을 감기 직전까지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게 되리라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전이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다른 사시인과 입체맹인을 돕는 작가가 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디어 올리버》는 이렇게 10년간 15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 준 두 신경과학자의 서간집이자, 이제는 홀로 남겨진 이가 먼저 떠난 이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
난생처음 입체시를 얻은 수전과 암으로 시력을 잃어 가는 올리버
두 사람의 생이 엇갈리는 순간의 슬픈 아이러니
“다른 사람을 알고 싶다면, 말을 건네야 한다 (…)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은 절대로 열리지 않는다. 올리버 색스는 바로 이 단순하고도 어려운 행위의 대가였다.”
-손보미(소설가)
대부분 사람이 당연시하는 입체시를 늘 기쁨과 경이의 원천으로 여겨 온 ‘입체광’ 올리버는 수전의 편지를 받고 몹시 흥분해서 곧바로 그녀를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성사된 만남과 이후의 교류를 바탕으로 탄생한 〈스테레오 수〉는 올리버가 써서 발표한 수전의 이야기다. 수전은 어린 시절부터 남과 다른 자신을 ‘괴물’ 같다고 느꼈고, 입체시를 얻은 뒤에도 사람들이 자기 말을 믿어 주지 않고 미쳤다고 생각할까 두려웠다. 그러나 이 글에 쏟아진 열렬한 반응에 자신감을 얻어 마침내 자기 이야기를 직접 책으로 쓸 결심을 하게 된다. 그 책이 바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켄델이 “한 편의 시이자 과학이며,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마법 같은 책”이라고 극찬한 《3차원의 기적》이다. 올리버와 만나고 이 책을 쓰면서 수전은 환자에서 주체로, 또 작가로 거듭났다. 또한 작가와 글감 혹은 연구자와 연구 대상으로 출발한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덧 각별한 우정으로 발전한다.
그런데 수전의 첫 편지에 올리버가 응답하며 둘의 인연이 시작된 그해 겨울, 올리버는 안구 흑색종을 진단받고 시력을 잃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눈 뜨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은 익숙하던 자신의 세계를 상실해 간 것이다. 오른눈의 시력이 약화되면서 평생 올리버를 기쁘게 했던 입체시도 사라졌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양복에 묻은 얼룩을 지우려다가 그 얼룩이 거울 표면에 묻은 것임을 알아차렸다. 모든 사물이 납작해지고 같은 2차원 평면에 놓여서 마치 정물화를 바라보는 듯했다. 이제 그는 수전이 과거에 살았던, 단안시로 보는 ‘납잡한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올리버는 이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의사이자 작가다운 호기심으로 꼼꼼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 결과, 서로에게 없던 감각을 후천적으로 습득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올리버의 책 《마음의 눈》에 나란히 함께 실리게 되었다.
말년에 올리버에게 닥친 불운은 시력 상실만이 아니었다. 무릎과 척추 수술을 연달아 받고 극심한 신경통에 시달려 거동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는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수전이 계속해서 책을 쓰도록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수전은 자신이 올리버를 도울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상심하면서도, 그 슬픔에 잠식당하지 않고 기어이 그를 위로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인간이 지닌 신경 가소성과 회복의 힘을 굳게 믿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용기와 유머를 잃지 않았다.
“지난달에 저의 안구 흑색종이 간으로 전이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전이된 암은 치료가 쉽지 않은데, 몇몇 처치로 속도를 지연시킬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늘린 몇 달이 좋은 시간이라면, 그 동안에 글을 쓰고, 친구를 만나고, 여행을 다니고, 인생을 즐길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360쪽, 올리버 색스)
“《뉴욕타임스》에 박사님의 글이 실린 뒤 오빠에게서 다정한 이메일이 왔어요. ‘네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분을 잃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너에겐 아직 의지할 수 있는 그럭저럭 괜찮은 오빠가 있단다.’ 박사님은 아버지처럼 제게 이름을 주셨고, 제가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제게 조언과 격려, 영감, 사랑을 보내 주셨습니다.”(363쪽, 수전 배리)
진정한 친구란 서로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다
올리버와 수전은 20년이라는 나이 차가 무색하리만치 닮은 점이 많았다. 수영과 음악을 좋아하고, 동식물 관찰하기를 즐기고, 평소엔 수줍음이 많지만 관심 가는 주제에는 집요하리만치 열정적으로 파고들며, 말로 할 때보다 글로 쓸 때 더 생각이 잘 풀렸다. 이들에게 편지는 소통의 수단일 뿐 아니라 아이디어와 영감을 발전시키는 글쓰기의 필수 요소였다. 무엇보다 이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필담은 자연스레 과학과 의학에서 취미와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온갖 주제를 넘나들며 펼쳐지는데, 그 중심에는 감각과 지각, 인식의 다양성이 있다. 이들의 시야는 눈으로는 장갑을 알아보지 못해도 장갑을 손에 낄 수는 있었던 P 박사,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이 바흐를 안다는 사실은 잊었어도 바흐의 푸가를 연주할 수는 있었던 음악가, 앞을 보지 못하지만 촉각을 통해 연체동물의 기하학적 구조를 파악한 진화학자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한 사람들, 그리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지적 생명체들에까지 확장된다. 과연 ‘본다’는 것, ‘듣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감각하는 것, 행동으로 아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과학자의 언어와 생생한 삶의 언어를 모두 동원해 탐구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음을, 경이로운 선물이자 축복임을 깨닫게 한다.
나이가 지긋한 두 학자가 사소한 것에도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고, 놀라워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좋은 친구와 나누는 대화가 우리의 감각, 감정, 사고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알 수 있다. “투병 중에도 다정함을 잃지 않고 지적 항해를 계속하는 색스 박사와 슬픔에만 침잠하지 않는 위로를 보내는 수”(남궁인 의사, 작가)의 우정어린 편지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어느새 그들의 호기심과 열정, 삶을 향해 열린 태도에 스며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학 퀸스칼리지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베스에이브러햄병원, 컬럼비아대학, 뉴욕대학 등에서 신경과 의사, 교수로 활동했다. 독특한 신경학적 문제를 겪는 환자들의 사연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담아 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뮤지코필리아》 등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증상과 병명으로 환자를 분류하기보다, 그들 각자가 세상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고유한 방식을 포착하고자 한 색스의 기록은 인간 뇌에 관한 현대의학의 이해를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로부터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는 칭호를 얻었고, 록펠러대학에서 탁월한 과학 저술가에게 수여하는 루이스토머스상을 수상했다. 2015년 안암이 간으로 전이되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0여 년간 친구이자 동료 과학자인 수전 배리와 이 책에 실린 편지들을 주고받았다.

프린스턴대학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시건대학 재활의학과 조교수를 거쳐 마운트홀리요크칼리지 생물학 및 신경과학 교수로 재직했다. 어릴 때 사시 교정 수술을 받았으나, 48세에 시력 훈련을 받고서야 난생처음 입체시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이 경이로운 시각적 모험을 글로 써서 올리버 색스에게 보내면서 두 사람 사이에 우정이 싹텄다. 입체시는 유년기의 '결정적 시기'에만 발달할 수 있다는 의학계의 통념을 무너뜨린 배리의 이야기는 색스의 글 〈스테레오 수〉와 배리 자신의 저서 《3차원의 기적》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캔델은 《3차원의 기적》에 대해 “한 편의 시이자 과학이며,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마법 같은 책”이라고 극찬했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 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도둑맞은 집중력》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비바레리뇽 고원》 《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 《지구를 구할 여자들》 《한낮의 어둠》 《식사에 대한 생각》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미루기의 천재들》 《분노와 애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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