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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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41.54MB) | 약 32.4만 자
- ISBN 979114161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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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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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미와 감성이 더해진 『소피의 세계』 예술 버전.
_리브르 에브도
출간 직후 유럽 전역을 휩쓴 화제작 『모나의 눈』 한국어판 출간
문학성·감성·지성이 훌륭하게 결합된 예술 소설로 호평
토마 슐레세의 장편소설 『모나의 눈』은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소녀 ‘모나’와 그런 손녀를 위해 매주 함께 미술관에 가기로 결심한 할아버지 ‘앙리’의 한 해를 그린 작품이다. 2024년 초 프랑스에서 출간 직후 독자들의 연이은 호평과 함께 현재까지 약 30만 부 판매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유럽 전역을 비롯해 영미와 아시아의 출판인들까지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전 세계 37개국에서 판권을 계약했고, 세계 최대 규모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화제작으로 소개되며 판매 수량이 전부 품절되기도 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언론에서는 ‘하나의 문학적 현상’ ‘그저 예술 소설이 아닌 온 세계를 아우르는 이야기’ ‘진부함과는 거리가 먼, 문학성과 감성과 지성이 결합된 독특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토마 슐레세는 프랑스의 미술사학자다. 약 20년간 미술사를 가르쳤고, 현대 화가 한스 아르퉁과 안나에바 베리만의 유산을 기반으로 한 아르퉁-베리만 재단 이사로서 예술계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더불어 19~20세기 예술과 정치의 관계를 주로 연구하며 다양한 책을 집필하고 있으며, 두번째 장편소설인 『모나의 눈』으로 2025년 프랑스의 출판문화상인 ‘트로페 데 레디시옹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모나의 눈』은 예술이 인간의 삶에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그의 가치관이 훌륭하게 발현된 수작이자,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담긴 결정적 작품이다.
1부 루브르
1. 산드로 보티첼리 - 받는 법을 배워라
2. 레오나르도 다빈치 - 삶에 미소 지어라
3. 라파엘로 산치오 - 초연함을 가꾸어라
4. 티치아노 베첼리오 - 상상력을 믿어라
5.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 너 자신을 질료에서 해방시켜라
6. 프란스 할스 -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존중하라
7. 렘브란트 판레인 - 너 자신을 알라
8.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 무한히 작은 것은 무한히 위대하다
9. 니콜라 푸생 - 무엇도 너를 떨게 해선 안 될지니
10. 필리프 드 샹파뉴 - 항상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믿어라
11. 앙투안 바토 - 축제는 무르익어 곯는다
12. 안토니오 카날레토 - 세상을 정지시켜라
13. 토머스 게인즈버러 - 감정 표현을 억누르지 마라
14. 마르그리트 제라르 - 약한 성性 같은 건 없다
15. 자크루이 다비드 - 고대를 네 미래에 활용하라
16. 마리기유민 브누아 - 모든 차별을 철폐하라
17. 프란시스코 고야 - 도처에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다
18.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 육체의 눈을 감아라
19. 윌리엄 터너 - 모든 게 먼지일 뿐
2부 오르세
20. 귀스타브 쿠르베 - 소리 높여 외치고 꿋꿋하게 걸어라
21. 앙리 팡탱라투르 - 죽은 자는 산 자 사이에 머무른다
22. 로자 보뇌르 - 동물은 너와 동등하다
23. 제임스 휘슬러 - 어머니보다 존엄한 존재는 없다
24. 줄리아 마거릿 캐머런 - 흐릿함은 실제를 불린다
25. 에두아르 마네 - 적은 것이 더하다
26. 클로드 모네 - 모든 것은 흘러간다
27. 에드가 드가 - 자기 삶을 춤춰야 한다
28. 폴 세잔 - 와라, 싸워라, 이름을 새겨라, 버텨라
29. 에드워드 번존스 - 멜랑콜리를 소중히 여겨라
30. 빈센트 반 고흐 - 현기증을 정착시켜라
31. 카미유 클로델 - 사랑은 욕망이고 욕망은 결여다
32. 구스타프 클림트 - 죽음 충동이 살아 숨쉬길
33. 빌헬름 하머스호이 - 너의 내부가 말하게 하라
34. 피에트 몬드리안 - 단순화하라
3부 보부르
35. 바실리 칸딘스키 - 모든 것에서 혼을 발견하라
36. 마르셀 뒤샹 - 사방에 난장판을 벌여라
37. 카지미르 말레비치 - 자율성을 키워라
38. 조지아 오키프 - 세계는 살이다
39. 르네 마그리트 - 네 무의식에 귀를 기울여라
40. 콘스탄틴 브랑쿠시 - 시선을 들어올려라
41. 한나 회흐 - 자기 존재를 구성하라
42. 프리다 칼로 - 날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날 더 강하게 만든다
43. 파블로 피카소 - 모두 부숴야 한다
44. 잭슨 폴록 - 정신이 나가야 한다
45. 니키 드 생팔 - 남자의 미래는 여자다
46. 한스 아르퉁 - 번개처럼 가라
47. 안나에바 베리만 - 끊임없이 영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48. 장미셸 바스키아 - 어둠에서 꺼내라
49. 루이즈 부르주아 -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50.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 이별은 붙잡아야 할 기회다
51.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 삶을 아카이빙하라
52. 피에르 술라주 - 검은색도 색이다
에필로그 위험에 맞서라
부록 수록 작품
〈라 조콘다〉의 등 뒤 암석 더미, 미켈란젤로의 〈죽어가는 노예〉 뒤편에 조각된 원숭이,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오른편에 있는 금발 곱슬머리 아이의 놀란 표정, 고야 〈새끼 양〉의 기이한 젤라틴질 콩팥, 로자 보뇌르의 〈니베르네의 쟁기질〉 속 흙덩이들, 휘슬러가 자기 어머니의 초상에서 사용한 나비 모양의 서명, 반 고흐가 그린 교회의 비틀거리는 소후진小後陣…… 또 칸딘스키의 색채, 피카소의 균열, 술라주의 초超검정. 이 모든 것이 보아달라고, 들어달라고, 이해해달라고, 사랑해달라고 제각기 간청하는 신호처럼 쏟아지듯 들이닥쳤다. (32p)
둘은 손을 꼭 잡은 채 루브르궁에서 가장 유명한 방을 향해 걸어갔다.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그곳으로 얼떨떨하게 몰려가 뭔가를 느끼고 싶어했지만, 작품을 읽어내는 데 딱히 유효한 단서가 없어서 대개는 실패했다. 이에 대해 앙리는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더없이 저명하고 족히 수백만 번은 복제된 이 화폭에 대한 기대는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고, 실망도 그에 비례한다. 그러니 다들 욕구불만 상태로 자문하는 것이다. 대체 이게 왜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높이 평가되며 가장 큰 감탄을 사는 예술 작품이란 말인가? 저 작품이 내 감수성에 와닿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49p)
“페르메이르는 혼자서 일했고, 델프트의 자기 집에 있는 작은 방들에서 연출해낼 수 있는 온갖 장면을 활용하는 것으로 만족했지. 그러니 고즈넉한 생활을 벗어날 일이 없었고, 그가 죽었을 때는 그에 대한 기록이나 자료가 거의 전혀 남지 않았어. 그래서 그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정말로 독특한 그의 자질을 가려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지. 나로서는 몇몇 보는 이의 천재성도 필요했다고 말하고 싶구나. 아주 위대한 천재들에겐 기민하고 눈 밝은 관객들이 필요하단다, 모나야!” (117p)
“제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이 착한 피에로에게 주어진 임무인데, 어쩐지 그 역할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지. 모든 축제엔 무대 뒤편이 있는 법, 우리는 그 무대 뒤편의 심장부에 들어와 있는 거다. 그리고 그 심장은 짓눌려 있지. 곯아 있고. 아, 화가가 묘사하는 건 어두운 비참이 아니야. 단지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느라 지친 이의 멍한 표정을 그렸을 뿐이지.” “하비, 저 〈피에로〉는 너무 슬퍼요…… 저렇게 발개진 코랑 뺨이, 방금까지 울다 나온 것 같아요…… 우리가 그를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요?” “지금 너처럼 그를 바라봐주면 된단다.” (153p)
“이 작품은 사교계의 숨죽인 분위기 속에서 하나의 외침이었어. 예술의 새로운 역할을 위해 모이라는 외침, 그리고 그런 예술은 비평이나 아카데미의 관습들에 짓눌리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가야 한다는 외침이었지. 진정성으로 충만한 이 폐부 깊숙한 곳으로부터의 외침을 일러 ‘사실주의’라고 해. 무엇보다도 진실을 재현할 것을 맹세하면서 거슬리고 모순적인 현실의 모든 양상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하려는 예술사조지. 삶은 불완전하기 마련이야. 하지만 거기에 살아가는 묘미가 있단다.” (254p)
모나는 특히 동물들의 털에 바르르한 떨림을 주는 밝은 톤 색조들에 빠져들었다. 또한 풀 돋은 땅이 경계를 이루는 경작지의 고랑들도 유심히 보았는데, 그 흙은 밤색 빛을 발했다. 모나는 자책했다. ‘아! 하비는 작품을 지성적으로 보라고 당부하는데, 나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와 초콜릿 강을 생각하고 있다니!’ 아이의 입에 군침이 돌았다. (…) 로자 보뇌르는 글라시 기법을 통해 거의 식욕을 일으키는 효과를 노렸고, 그리하여 큼직큼직하게 엉긴 흙덩이로 덮인 고랑들은 실로 카카오처럼 보였다. (271p)
“이 근사한 명칭은 원래 욕이었어. 1874년에 루이 르루아라는 예술 비평가가 모네의 그림 〈인상, 해돋이〉를 보고 ‘인상적이었다’고 비꼬는 표현을 썼던 거야. 본심은 그 그림의 불분명함, 암시만 할 뿐 끝맺음이 덜 된 터치가 개탄스럽다는 거였지. 그는 모네와 가까이 지내며 그와 같은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던 화가들인 르누아르, 피사로, 시슬레, 모리조 등을 싸잡아 ‘인상주의자’들이라고 규정했어. 이런 욕을 듣고 어떻게 해야 했을까? 체념? 항의? 모네는 훨씬 똑똑한 생각을 했지. 그걸 받아서 깃발로 내세운 거야. 모욕을 자랑으로 뒤바꿨어. 그리하여 오늘날 인상주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유파가 되었단다.” (320p)
“이 작품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삶이 그저 살기 위한 것이어선 안 된다는 거야. 삶을 춤출 필요도 있어. 우리의 동작, 우리의 움직임, 우리의 행동이 세상만사의 일상적인 흐름, 관습과 제약에 따른 기계적이고도 끝없는 이어짐에서 가끔 벗어난다 해도 괜찮아. 조금 떨어져나가도 괜찮단다. 그게 자기 삶을 춤추기 위해서라면.” (332p)
아이는 어디에도 그림자를 넣지 않고, 어떤 요소도 시점에서 먼 후경으로 밀어내지 않는다. 모든 모티프가 똑같은 중요성을 지닌다. 따라서 한 마리 새를 자동차와 같은 비율로 그려넣을 수도 있다. 아이는 모티프를 하나 더 넣을 때마다 매번 다른 것과 똑같이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약한 요소들을 강한 요소 하나에 종속시키거나, 이것보다 저것을 더 높게 치는 법이 없다. 세잔도 마찬가지다. 모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할아버지의 설명에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젠장, 앙리는 대답 대신 투덜거렸다. 만만치 않군, 애들한테 스스로가 지닌 천재성을 이해시켜야 하다니…… (339p)
자기가 받은 인상을 귓속말로 말하려고 할아버지에게 몸을 숙여달라고 했다. 무엇이 그렇게 갑자기 재미있었냐면, 반 고흐가 그 거룩한 12세기 건축물의 엉덩이를 그렸다는 생각, 이 화가라면 누운 짐승을 그릴 때도 머리가 아닌 엉덩이를 프레임에 넣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보세요, 저건 교회 궁둥이예요!” 맙소사, 정말이지 이 아이의 상상력은 걷잡을 수가 없구만…… 앙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직관력이 돋보이는 평이었다. 반 고흐를 말썽꾸러기처럼 보는 시각이 마음에 들었다. 결국 광기란 자기 자신과 벌이는 말썽투성이 카니발 아닐까? (362p)
모나는 기욤이 한없이 아름답다고 여겼고, 자기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느끼면서 거울 효과로 자신 역시 아름다워지는 듯한 느낌, 막연하게 싫으면서도 몹시 황홀한 혼란을 느꼈다. 한마음으로 그들은 어마어마한 고함을 내질러 유년의 껍질을 터뜨리고 두 팔로 서로를 끌어안고 싶었다. 모나는 침묵 속에 머물렀고 기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나는 숨을 참았고 기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삶의 아침녘에 이렇게 둘이서 마주쳤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서로에게 털어놓는다는가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378p)
“작품을 만드는 것은 관객이다.” 아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 단호한 문장을 진진하게 맛보며 그저 어린 여자애일 뿐인 자기 역시 미술관에 갈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생각해봤다. 미술관에 보관된 그림, 조각, 사진, 데생이 자기 덕분에 환해지고 생동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들은 자기 덕분에 진정한 모습을 갖추게 되고, 나아가 의미가 더해지기도 했다. (429p)
“피카소는 어떤 작업을 하지? 그는 실제를 탈구시키고, 실제의 거죽을 뒤집어. 그 과정에서 실제는 매끄럽고 평평한 것이기를 그치고 불현듯 온통 우둘투둘하고 각이 진, 온통 깨지고 불거진 모습이 돼. 모나야, 난 사실 이런 생각이 든단다. 피카소는 자기 그림들이 아까 네 눈에 들어간 속눈썹 같은 효과를 내길 바랐다고. 자기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시각적 거북함에 휩싸이기를 바랐을 거야. 피카소의 대단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앙리 마티스는 그 나름의 입장에서, 그림이란 ‘육체의 피로를 풀어주는 좋은 안락의자와도 같은 것’이라고 했지. 〈오바드〉는 완전히 그 반대야. 그림은 우리를 세계의 혹독함으로 내몰아. 여기에서는 네가 말했듯이 매트리스조차 감옥 같지.” (497p)
아이는 가끔 자신이 모나여서 미안하다는 듯 이런 몸짓을 취하곤 했다. 눈을 감고 마리아 아브라모비치의 설치물을 체험한 게 앙리를 언짢게 한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모나가 그런 행동으로 어둠 속에 도사린 불행을 길들이려 했다는 것을 그는 몹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가장 기막힌 부분이었다. 그걸 실제로 해낸 것이다. 암흑 속에서도 세계의 심연들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존재는 대낮의 빛 아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이 아이에게 증명해 보인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모나는 그 캄캄한 순간을 즐겼고, 그 캄캄함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보단 그 속에 잠겨 유영했다. 어둠에 사로잡히는 것이 조금 덜 무서워졌다. 아주 조금이나마. (567p)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손녀를 위해 미술관 여행을 결심한 할아버지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기 위한 이들의 가슴 뭉클한 한 해
파리에 사는 열 살 소녀 모나는 어느 날 집에서 숙제를 하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크게 놀란 부모가 어린 딸을 데리고 곧장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다행히 시력이 회복된다. 정밀 검사를 마친 의사는 모나의 눈에서 전혀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이 위험한 사고가 정신적인 요인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으니 정신과 상담을 권한다. 부모는 너무나 큰 두려움에 “모나의 눈이 또 멀 수도 있나요?”라고 되묻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모나의 할아버지 앙리만은 이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본다. “정신과 의사? 그러면 정말로 눈이 안 머는 걸까?”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모나를 위한 전혀 다른 치료법이 떠오른다. 매주 모나를 데리고 미술관에 가는 것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답고 대범한 작품들이 보존된 그곳으로. 만약 모나의 눈이 머는 날이 오더라도 아이의 마음속에 진정한 세상의 아름다움이 깃든 저수지가 마련될 수 있도록. “내가 수요일 오후마다 모나를 데리고 가마. 지금부터 이 정신과 정기 진료는 나와 모나 둘의 일이란 말이다. 동의하니?”
모나는 세상에서 만들어진 가장 아름답고 가장 인간적인 것이 보존되어 있는 곳에 그와 함께 가야 했다. 그와 함께 미술관에 가야 했다. 만에 하나 불행히 모나의 눈이 영영 머는 날이 온다 해도, 최소한 뇌리 깊은 곳에 자리한 저수지에서 갖가지 시각적 광채를 길어낼 수 있으리라. 할아버지는 계획을 세웠다…… 일주일에 한 번, 한결같이, 그는 모나의 손을 잡고 미술관으로 가 작품 하나를, 단 하나의 작품만을 바라보게 할 것이다. 처음에는 색과 선이 펼쳐내는 무한한 진미가 손녀의 마음을 꿰뚫을 수 있도록 말없이 오래 바라보리라. 그런 뒤에는 시각적 희열의 단계를 지나 예술가들이 어떻게 우리에게 삶에 대해 말해주는지, 예술가들이 얼마나 삶을 빛나게 해주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말로 풀어내리라. (본문 31p)
삶은 쓰라림을 받아들일 때만 가치가 있음을, 그리고 쓰라림이 일단 시간의 체에 걸러지고 나면 귀하고 비옥한 재료를, 아름답고 유용한 물질을 드러내 진짜 삶이 되게 해준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유년기가 발휘하는 기적 덕분에 모나의 동요는 금세 사라졌다. 아이는 쾌활하게 걸으며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이 감동적인 이런 순간들에 앙리는 절대 모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러다 집이 가까워졌을 때 모나가 문득 멈췄다. 아동정신의학자와의 상담을 피하기 위해 둘이서 짜둔 거짓말이 다시 떠오른 것이었다. 아이는 크고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괄량이 같은 얼굴로 할아버지를 돌아보고 웃으며 제 부모에게 쓸 속임수 얘기를 꺼냈다. “하비, 아빠 엄마가 오늘 만나러 간 의사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해요?” “보티첼리 선생님이라고 하렴.” (본문 45p)
이렇게 모나와 할아버지의 미술관 비밀 여행은 파리의 3대 미술관인 루브르, 오르세, 보부르(퐁피두 센터)를 무대로 펼쳐진다. 일주일에 오로지 한 작품에 집중해서 일 년간 총 52개 작품을 감상하고 거기에 담긴 메시지를 발견해나가는 것이다. 이 경이로운 여정을 통해 어린 모나의 마음속에 깊이 묻혀 있던 의문, 슬픔, 두려움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르고, 갑자기 들이닥친 실명 위기의 비밀도 밝혀지는데…… 결국 여정의 끝에서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순간을 맞닥뜨린 모나는 과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예술이라는 힘으로 삶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적에 관하여
파리 3대 미술관에서 길어올린 고유하고 명징한 메시지들
앙리가 모나에게 요구한 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그날의 작품을 바라본 뒤 자신이 느낀 것을 가감없이 말해보는 것이다. 열 살 아이가 그런 집중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웠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매주 한 작품씩 보아나갈수록 모나의 눈과 머리는 그 경이롭고 강렬한 예술의 힘을 빠르게 흡수한다. 앙리가 소중한 손녀를 위해 고른 첫 작품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미의 세 여신〉. 베풀기를 좋아하는 세 여신이 어느 젊은 여인에게 선물을 주는 장면이었다. 앙리는 이 여신들이 ‘인간을 사회성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세 단계를 상징’한다고 설명하며, 손녀 모나에게 인생의 중요한 요소를 얘기해주고자 한다.
“이 여신들은 우리를 사회성 있는 존재, 환대하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즉 인간을 진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세 단계를 상징한다고들 해.”
“세 단계요? 그게 뭔데요?”
“첫번째 단계는 주는 법을 아는 것, 세번째는 돌려주는 법을 아는 것이지. 그리고 둘 사이에는 두번째가 있는데, 이 단계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
“하비, 그게 뭐예요?”
“보렴. 오른쪽의 젊은 여인이 뭘 하고 있지?”
“하비가 얘기해줬죠, 운좋게 선물을 받고 있다고……”
“정확하다, 모나야. 여자는 선물을 받아. 그리고 그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거야. 받을 줄 알기. 이 프레스코화가 말하는 것은 받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거야.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을 해내기 위해선 인간 본성이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지. 타인의 호의를, 기쁨을 주고자 하는 타인의 욕망을 맞아들이기, 자기가 아직 갖고 있지 않은 것, 자기가 아직 될 수 없는 것을 맞아들이기. 받은 걸 돌려줄 시간은 얼마든지 있을 거야. 하지만 돌려주려면, 즉 다시 주려면 반드시 먼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해하겠니, 모나야? (본문 43p)
이를 시작으로 앙리와 모나의 여정은 고전 거장들(보티첼리·다빈치·미켈란젤로), 인상파의 대가들(마네·모네·드가),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천재들(렘브란트·반 고흐·클림트·피카소), 제약과 고난에 맞선 화가들(제라르·브누아·클로델·칼로), 예술의 세계를 확장시킨 개성파들(뒤샹·폴록·바스키아·아브라모비치)과 함께한다. 그 유일무이한 작품들에 깃든 다채로운 색채와 기교, 화가들의 굴곡진 생애와 역사적 맥락을 탐색하며 길어올린 고유하고 명징한 삶의 메시지가 두렵고도 흥분되는 성장의 길목에 선 모나에게 아름답고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작가정보
(Thomas Schlesser)
프랑스의 미술사학자.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교수이자 아르퉁-베리만 재단 이사로서 미술사를 가르치고 예술계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더불어 19~20세기 예술과 정치의 관계를 주로 연구하며 다양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모나의 눈』으로 2025년 프랑스의 출판문화상인 ‘트로페 데 레디시옹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수상 당시 『모나의 눈』은 명화에 관한 일반적인 책들에서 반복되는 진부함과 거리가 먼 작품, 문학성과 감성과 지성이 결합된 독특한 소설로 호평을 받았다. 토마 슐레세는 예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통찰을 갖춘 작가로서, 형태적 미학을 중심으로 고려하는 미술사의 경향을 지양하고, 예술을 통해 인간의 삶이 더욱 깊고 다채로울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철학 및 불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불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파리 낭테르대학교에서 2024년 「‘나’를 재발명하기: 1872년의 랭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랭보 사전』 집필에 참여했으며, 옮긴 책으로 『랭보 서한집』, 이브 본푸아의 『우리에게는 랭보가 필요하다』, 나탈리 사로트의 『향성』, 콜레트의 『봄의 이름으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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