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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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4161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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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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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라는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는 나를 보여주어야지”
차가운 어둠에서 자아낸 부드러운 털실로
거짓 없이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삶의 민낯
조혜은의 너덜너덜한 사랑 삼부작 완결편
이면지-사실/ 이면지-소문/ 여름 불청객/ 목줄이 긴 개/ 외삼촌/ 수족관 얼굴/ 방과후 학교/ 줄무늬/ 난센스/ 바다 식탁-155*73*74/ 양파
2부 벽에 발을 붙이고 담배를 태우는 환한 저녁
앞머리-눈 내리는 체육관/ 개도(開度)-굳은살 엄마/ 플루트 교실 2/ 감자/ 박리(剝離)-선영에게/ 주말 연습/ 실종/ 손차양-도시 여행/ 여름 공원/ 짬뽕/ 지옥-도시 여행
3부 당신은 나의 얼굴을 보았잖아요
자취/ 물감 연습/ 자취-도시 여행/ 자취-도서관/ 자취-초록/ 이사-영통1동의 밤/ 가정폭력상담소-이사/ 책갈피/ 허기/ 이사-피아노 콩쿠르/ 설리(雪裏)-눈 내리는 체육관
4부 사랑하기 위한 연습이 끝났지만 사랑은 오지 않았고
자전거 연습/ 리허설/ 공중-14층/ 눈 내리는 체육관-둘의 풍경/ 넷의 풍경 / 휴양지에서-경고문/ 산수유/ 선약/ 역할 놀이/ 거실-3625/ 헤엄/ 양파 2/ 낙조
해설_내가 가장 (순수하게) 불행했을 때
박혜진(문학평론가)
나를 생각해 나의 운동화 끈을 자주 풀어지게 만드는 사람
나를 가장 친절한 사람으로 봐주는 사람, 나를 수줍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에게 나는 친절하고 수줍은 사람이었어요 지겨운 사람이었어요 _「이면지-사실」 부분
우리에게 사랑은
볶음밥 위에 케첩으로 그린 하트 같은 것이어서
언제 무너질까
스며들어 네 몸속에 입맞춤을 퍼부었다
사랑이라는 말을 푹푹 떠먹으며
어딘가에 엄마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 믿으며 _「외삼촌」 부분
모든 것이 더 나아진다고 해도 아무것도 좋아지지 않을 거야
난데없이 끝난 여름방학
어디에 있는지 모를 숨가쁜 하루 _「난센스」 부분
딸깍
너무 맑은 어둠은 자신의 공간에서 사람을 분리한다
그날의 너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내게만 있는 사람 _「양파」
적당한 얼굴로 살아가길 원한 적 없어요
당신은 왜 나와
상관없어질 수 없었나요
이야기 속 당신도, 내가 기억하는 당신도
언제나 당신의 불행을 이유로 남을 끌어들이는 당신이었는데 _「앞머리-눈 내리는 체육관」 부분
놀이터를 뒤덮은 자귀나무의 붉은 수술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의 숨통을 틀어막지 않을 정도로만 가깝게 열려 있는 우리의 사랑처럼
서로를 뒤덮지 않을 만큼만 벌어진 거리에서 속삭였다 _「개도(開度)-굳은살 엄마」 부분
한 사람씩 몸을 잃고 순서대로 죽어간다면
그렇게나 사랑했던 모든 것이 망가져도 나는 미역국을 끓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했던 모두가 날 잊어도
나는 죽은듯이 살아서 모두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_「박리(剝離)-선영에게」 부분
나는 끝까지 가보고 싶었어요
사랑은 손차양 아래 담긴 슬픔을 보는 것이었으니까요 _「손차양 -도시 여행」 부분
나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잘 헤어지는 법을 몰라요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견딜 수 있는 사람이고
자꾸만 빈번히 싫은 사람이 되고
내게 무기력을 주는 주변이 되니까요 _「자취-도시 여행」 부분
사랑하기 위한 연습이 끝났지만 사랑은 오지 않았고
헤어지기 위한 연습이 계속되었지만 헤어나지 못했다 _「리허설」 부분
나는 떠나온 자리에 남겨진 것들을 잊을 수 있을까. 해변의 모래처럼 주머니를 뒤집을 때마다 생겨나는 치욕들. 삶의 흔적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 맞아. 해변 위에 누군가 경고문을 남겼다 _「휴양지에서-경고문」 부분
고통을 참고 타오르던 모든 것들이 사방에 펼쳐져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그다지도 고통스러운 것인지도 몰라. 내 몸에 맺힌 아름다운 절망을 잊지 않으려 헤아려보던 날이었다 _「산수유」 부분
문학동네 시인선 237번으로 조혜은 시인의 네번째 시집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를 펴낸다. 2008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첫번째 시집인 『구두코』(민음사, 2012)에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한 경험을 시로 형상화하여 ‘노약자’라는 단어로 묶이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을 짚어냈으며 두번째 시집인 『신부 수첩』(문예중앙, 2016)에서는 결혼 제도의 폭력성을 지적하며 결혼하는 순간 ‘아내’나 ‘어머니’라는 보통명사로 불리게 되는 여성들의 삶에 주목했다. 세번째 시집인 『눈 내리는 체육관』(민음사, 2022)에서 시인은 가부장제의 폭력을 지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겪은 고통과 마주하며 고통 속에서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분투했다.
그로부터 삼 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가부장제 하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고통을 마주하는 한편 사랑과 폭력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출간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인은 “그간 펼쳐놓았던 ‘사랑’과 ‘폭력’이라는 양가적 관계의 서사를 제 나름대로 완결하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고 밝히며 이번 시집을 “조혜은의 너덜너덜한 사랑 삼부작의 완결편”이라 일컬었다.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에서 시인은 폭력이 만들어내는 어둠에 스스로를 재차 단련시키고 그 결과로 새 사랑을 틔워냄으로써 삼부작의 피날레를 인상적으로 펼쳐 보인다.
진단이 아닌 선고를 듣는 부모의 심정으로
나는 사랑이 지겨워
내게서 사랑을 가져가려는
내게서 사랑을 찾으려는 당신도
나는 사랑이 너무 지겨워서,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달아나고 싶었다
갖은 온건한 이유로 수조에 갇힌 눈먼 송어와 몸을 바꿨다
하나를 인정하면 다른 하나를 묵살하게 되는 투명한 집에서
사람들은 아직도 서로가 그렇게 소중할까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망치로 부수고 죽이고 때리고
_「수족관 얼굴」 부분
조혜은의 이번 시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심상은 불행이다. 일반적으로 불행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지지만, 조혜은의 이번 시집에서는 조금 다르다. 시인은 불행을 “안락하고 잘 아는”(「공중-14층」) 것이라 칭하며 불행이 일상에 깃들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모두의 삶”은 “구체적으로 불행”(「감자」) 하지만 불행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불행이라는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는 나를 보여주어야지”(「자취─도시 여행」)라는 구절에서 짐작할 수 있듯, 조혜은은 불행을 꺼리지 않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삶 속에 녹여낸다. 불행을 주체적으로 인식하는 조혜은의 태도는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공중-14층」)라는 구절에서 한층 명확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삶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는 털실로 어둠을 짜낸다. 손에 잡히는 털실의 형태로 불행을 감각할 뿐만 아니라 불행이 자신의 삶을 뒤흔들지 않도록 스스로 불행의 모양을 직조해나가는 것이다.
조혜은은 불행에 대한 질문을 그치지 않는다. 불행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짚어가던 시인은 뜻밖에 ‘사랑’이라는 단어에 다다른다. 사랑은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단어이다. 하지만 조혜은의 시에서 “사랑은/ 볶음밥 위에 케첩으로 그린 하트 같은 것이어서/ 언제 무너질”(「외삼촌」)지 알 수 없는 연약한 것이며 “나를 갈가리 찢어놓”(「양파」)는, 파괴에 이르게 하는 감정이다. 시인이 사랑을 이토록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시인이 사랑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적 화자가 각별하게 강조하는 것은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이다. 엄마는 화자를 “사랑해본 적도 없으면서”(「이사-피아노 콩쿠르」) 모욕하고, 남편은 “노력이 부족하다”(「가정폭력상담소-이사」)고 화자를 힐난한다. 그리고 이 모든 폭력은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당신이 내게 한 잘못이 명백하지 않다”(「넷의 풍경」)는 이유로 그 아픔을 인정받지 못한다. 화자는 사랑의 이름 아래 행사되는 폭력을 겪어내며 “나는 사랑이 너무 지겨워서,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달아나고 싶었다”(「수족관 얼굴」)고 말한다. 차라리 “사랑하지 않는 도시의 밤”(「가정폭력상담소-이사」)에서 살아가기를 원한다.
엄마는 네 편이야
나는 내 아이에게 영하의 겨울 아침 집을 나서기 전 지퍼를 단단히 올리고 단추를 꼭꼭 채워 옷을 여며주며 다짐하고 또 잊지 못하게 일러주었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목숨이 떨어져나간 뒤에도 엄마는 네 편이야
숨겨둔 보물처럼 엄마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나의 사랑은 그렇게까지 비장해도 되는 걸까
_「헤엄」 부분
하지만 시인이 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사랑에 깃든 폭력이지 사랑 그 자체는 아니다. 그렇기에 조혜은 시의 화자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화자가 새로이 사랑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화자는 “이제 막 태어난 사람”(「여름 공원」), 바로 아이들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아이는 화자가 “과거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개도(開度)-굳은살 엄마」) 필요한 존재이자, 언제나 “네 편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화자는 또다른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사랑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화자는 아이에게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사랑이라는 말이 갖는 무게를 잊지 않는다. 화자는 아이가 적어둔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을 보고 사랑이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넷의 풍경」)를 곱씹으면서 사랑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시인은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고 고백하면서 이제는 “아이를 사랑할 때처럼 아이가 되어야지”(「낙조」)라고 이야기한다. 이 시구를 새롭게 풀어 말하면 시인은 이제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으며, 사랑을 받아들일 줄도, 사랑을 베풀 줄도 알게 되었다는 의미인 것이다. 자신이 받은 상처와는 무관하게 누군가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건 자신이 받은 상처를 온전히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집은 불행을 받아들여 사랑을 베푸는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한 감정의 기술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조혜은이 섬세하게 적어내려간 감정의 기술지를 읽으면서 우리는 불행과 상처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운다. 그리고 우리가 각자의 어둠을 포근하게 끌어안는다면, 사랑에 대한 믿음을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금선(琴線). 하늘에 비친 얼굴을 바다에 띄우고. 수천 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종아리를 버리고 고통을 주고 고통을 사해주겠다고 약속해야지. 하지만 고통은 살아 있는 동안 떠나지 않고. 바다를 닮은 이와 눈을 뜰 수 없을 것 같은 태양빛을 뒤로한 채 갯벌 위에 내려앉은 눈을 밟았다. 천천히 눈 속에 바닷물이 차오르고. 서로의 얼굴을 비춰보며. 그대로 조명이 된 두 사람. 사랑해야지. 내가
_「낙조」 부분
조혜은의 시를 읽는 나는 언제나 그 어둠의 오랜 구경꾼이었다. 조용한 싸움을 홀로 치르고 있는 한 인간의 관객이었다. 그의 네번째 시집을 읽는 마음은 많이 다르다.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는 나를 더이상 구경꾼도 관객도 아니게 한다. 조혜은의 이번 시집이 구경꾼이나 관객에 머물러서는 이후의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일 테고, 사랑의 진실은 “칠이 벗겨진 목조 의자”나 “버려진 유원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비롯된다는 걸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 불행의 주인이 되어 오직 나만의 싸움을 시작해보고 싶다. 감춰진 상처를 찾아 나서는 탐조등이었던 조혜은은 이제 우리 인생의 페이스메이커가 된 것 같다. 어떤 시인에게 그것은 시인의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조혜은에게 그것은 시인의 일이고, 이 일에 있어 조혜은은 탁월한 장인처럼 카리스마가 있다.
_박혜진, 해설에서
■ 조혜은 시인과의 미니인터뷰
Q1. 세번째 시집 『눈 내리는 체육관』을 출간한 이후 삼 년이 흘렀어요.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를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두번째 시집인 『신부 수첩』이 출간되고 『눈 내리는 체육관』이 출간되기까지 육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너무 늦지 않게 다음 시집으로 독자분들을 만나뵙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두번째와 세번째 시집에서 가정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사랑의 폭력성’과 그 속에서 오염된 관계를 견뎌내려는 누군가의 ‘너덜너덜한 일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면,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에서는 그간 펼쳐놓았던 ‘사랑’과 ‘폭력’이라는 양가적 관계의 서사를 제 나름대로 완결하고 싶다는 욕망이 컸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사람은 왜 그토록 폭력적인가. 폭력에 오염된 관계가 사랑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 물론 제게 사랑은 여전히 아름다운 일이 아닙니다만, 사람을 사랑하는 게 너무 고단하고 고통스럽지만, 아직은 사랑이 없는 사람의 삶을 상상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아서 알쏭달쏭한 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썼습니다. 조혜은의 너덜너덜한 사랑 삼부작의 완결편이라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웃음)
Q2. 시집의 제목에 ‘털실’이 들어가요. 시인님은 평소에 뜨개질을 즐겨 하시는지요? 즐기신다면 뜨개질과 시의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이십대 시절에는 겨울이 올 무렵이면 뜨개질을 즐겨 했습니다. 밤에 깨어 있는 걸 좋아해서 주말이면 〈멘탈리스트〉나 〈수퍼내추럴〉 같은 미드를 보며 밤새 목도리나 장갑을 떴는데 계속해서 손을 움직이니 잠도 오지 않았고, 영상도 보고 목도리도 얻는다는 게 어쩐지 일석이조같이 느껴졌어요. 생각을 촘촘히 직조해 문장을 만드는 일을 시의 작업이라고 한다면 이 역시 뜨개질과 닮았을까요. 사람의 깍지 낀 손이 뜨개질로 만든 무늬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양파」라는 시에 “오늘은 내 살로 뜨개질을 해볼까”라는 구절을 썼어요. 첫 시집 『구두코』에는 「스웨터의 여왕」이라는 시가 있는데 봉사 기관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을 돌보는 이모들에 대해 쓴 시였어요. 두 편의 시에서 ‘뜨개질’을 하려는 엄마와 뜨개질로 만들어진 ‘스웨터’를 입은 이모는 모두 지극한 사랑의 주체이자 이 사랑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존재입니다. 제게 뜨개질은 시의 작업뿐만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시인의 자세와도 닮아 있어요. 사랑하고 괴로워하는 당신과 함께 견디는 것. 내 손을 끊어 당신의 손에 끼워주는 것이요.
Q3. 제목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들이 눈에 띕니다. ‘눈 내리는 체육관’ ‘도시 여행’ ‘자취’ 등 특정한 시어를 여러 시에 반복해서 사용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하고 싶은 말이 끝나지 않아서입니다. ‘눈 내리는 체육관’이라는 공간, ‘도시 여행’이라는 행위, ‘자취’가 만들어낼 수 있는 형태에 대해 계속해서 할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반복해 사유하는 것이 제가 천착하고 싶은 삶의 의문들을 풀어내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첫 시집의 ‘은폐’와 ‘손’을 시작으로 이번 시집의 ‘자취’에 이르기까지 반복되는 의문들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해 가져갈 생각입니다. 반복되는 시어를 읽으며 독자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보태어가면 좋겠습니다.
Q4. 시에 ‘엄마’로 보이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시인님의 시에 등장하는 엄마는 보편적인 엄마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엄마라는 존재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보편적’이라는 단어는 엄마 앞에만 붙으면 유독 ‘이상적’이라는 뜻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주로 가족에 대한 희생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전제로 한 ‘보편적’ 엄마라는 것은 ‘보편적’ 딸이나 아들, 아빠라는 말보다 사회에서 더 쉽게 통용되며 엄마의 역할에 대한 촘촘한 가이드라인을 형성해 개인을 억압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보편’은 개별적 엄마들의 총합이 아닌, ‘나’라는 개인을 지우고 집단을 이상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건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편적 엄마가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문제는 다양성과 과정입니다. 그런 엄마들만이 아니라 이런 엄마들도 있다는 것, 그런 결과를 지향하더라도 모두 다른 자기만의 과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 행복하지만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 좋은 엄마가 아니라고 나쁜 엄마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 엄마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감정을 지우지 말라는 호소입니다.
Q5.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와 함께 여름을 맞이할 독자분들에게 인사 한말씀 부탁드려요.
책 한 권을 읽는 사이에 누군가의 일상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갑니다. 이번 시집을 쓰는 동안 저는 늘 최악을 상상했고, 누군가 홀로 머물고 있을 불행의 자리를 더 오래 지켜보았습니다. 최악의 생각 뒤에 찾아오는 것은 늘 최악이 아니었고, 제게는 지켜주고 싶은 불행이 늘어났습니다. 시집을 낼 때마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서 부끄럽지만, 제가 짠 어둠을 읽으며 독자 여러분의 여름은 무사하길 바랍니다.
작가의 말
그런 밤이면 당신이 나를 만져도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2025년 6월
조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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