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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25년 08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8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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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1.58MB)   |  약 17.0만 자
ISBN 9788901297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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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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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의 대표작인 ‘소설로 그린 자화상’ 연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리커버 특별판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소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 필독서로 사랑받아온 두 권의 장편소설은 누적 판매 170만 부 돌파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역작으로 남았다. ‘2025서울국제도서전’을 뜨겁게 달군 사진작가 이옥토의 작품으로 표지를 갈아입고 장정을 새롭게 꾸며, 그 찬란하고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지금 이곳으로 되살린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의 재료로 삼아왔던 박완서 작가가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쓴 연작 자전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로,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꿈같은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의 성장기를 그렸다.
다시 책머리에
작가의 말

야성의 시기
아득한 서울
문밖에서
동무 없는 아이
괴불 마당 집
할아버지와 할머니
오빠와 엄마
고향의 봄
패대기쳐진 문패
암중모색
그 전날 밤의 평화
찬란한 예감

작품 해설-김윤식(서울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정이현(소설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뒷간에서는 잘생긴 똥을 많이 누는 게 수였다. 똥은 더러운 것이 아니라 땅으로 돌아가 오이 호박이 주렁주렁 열게 하고, 수박과 참외의 단물을 오르게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본능적인 배설의 기쁨뿐 아니라 유익한 것을 생산하고 있다는 긍지까지 맛볼 수가 있었다.
뒷간도 재미있지만 뒷간에서 너무 오래 있다 나왔을 때의 세상의 아름다움은 유별났다. 텃밭 푸성귀와 풀숲과 나무와 실개천에서 반짝이는 햇빛이 너무도 눈부시고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어 우리는 눈을 가느스름히 뜨고 한숨을 쉬었다. 뭔가 금지된 쾌락에서 놓여난 기분마저 들었다. 훗날 학생 입장 불가의 영화를 교복의 흰 깃을 안으로 구겨 넣고 보고 나와 세상의 밝음과 낯섦에 접할 때마다 나는 유년기의 뒷간 체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처럼 느끼곤 했다.
「야성의 시기」 중에서

유리창 밖에는 전송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중에서도 할머니는 제일 작고 초라해 보였다. 그 초라함이 나를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유리창이란 얼마나 신기한가. 할머니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 말갛게 바라볼 수가 있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안겨 ‘아이고 내 새끼.’ 하고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따라 울고 싶었다.
나는 온몸으로 유리창에 달라붙었다. 얼굴만 얼음장에 눌리듯 사정없이 퍼졌을 뿐 한 치도 할머니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기차는 크고 구슬픈 소리를 내지르고 나서 움직였다. 전송객도 따라 움직이다가 점점 안 보였다. 나는 할머니도 따라 움직였는지 그냥 서 있었는지 보지 못했다. 펑펑펑 눈물이 마구 나왔다. 눈물이 안 나오는데도 소리 내어 운 적은 많아도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나오는데 엉엉 소리를 내지 않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아득한 서울」 중에서

다 잘했지만 내가 제일 싫은 건 주소를 두 개 외는 거였다. 엄마가 처음 가르쳐 준 주소는 마땅히 기류계를 옮긴 사직동 주소였다. 나는 그까짓 거 금방 외웠다. 그걸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엄마는 갑자기 내가 길을 잃었을 때 그 주소를 대면 큰일이다 싶었나 보다. 현저동 집 주소도 외울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다. 번지에다 호수까지 달린 긴 거였지만 나불나불 뭐든지 암기를 잘할 나이였으니 그 또한 어려울 게 없는데도 엄마의 걱정은 좀 지나쳤다. 필시 주소를 속여서 입학원서를 낸 게 양심에 걸리는 순박함 때문이었겠지만, 두 주소를 금방 외자 이번엔 또 시험을 칠 때 헷갈려서 잘못 말할까 봐 근심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순전히 당신이 안심하기 위해 나를 들볶았다. 가만히 있다가 불시에 “너 어디 살지? 느이 집 어디야? 넌 지금 길을 잃은 거다.” 그러면 난 현저동 주소를 대야 했다. 반대로 “느이 집 어디냐? 넌 지금 선생님 앞에서 시험을 치고 있는 거야.” 이렇게 물어보면 사직동의 가짜 주소를 대야 했다. 엄마는 내가 행여나 이 두 개의 주소를 헷갈릴까 봐 전전긍긍했다. (…) 엄마는 저 맹추한테 괜히 주소를 두 개씩 가르쳐 주었다고 들입다 후회를 하면서, 시험 날짜까지 현저동 주소는 아주 잊어버리고 있으라고 했다. 그러나 잊어버리란다고 잊어버려지는 게 아니었다. 엄마가 그럴수록 그 주소는 내 머릿속에 눌어붙었다. 사직동 주소는 물론이고 서울에서 그 후에 거친 수많은 집의 주소를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현저동 46번지의 418호란 내 최초의 주소는 여태껏 안 잊어버리고 있다.
「문밖에서」 중에서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동무 없는 아이」 중에서

이차대전을 맞은 것도 괴불 마당 집에서였다. 일본 사람들은 대동아전쟁이라고 했다. 무언지도 모르고 신이 났다. 우리는 그 전부터 이미 호전적으로 길들여져 있었다. 일본은 벌써부터 지나사변이라 부르는 전쟁(중일전쟁)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중국을 ‘짱꼴라’, 장개석을 ‘쇼오가이세끼’라고 부르면서 덮어놓고 무시할 때였다. 동무들하고 싸울 때도 짱꼴라라고 놀려 주는 게 가장 심한 모욕이 되었다. 아침에 운동장에서 조회를 할 때마다 황국신민의 맹세를 하고 나서 군가 행진곡에 발을 맞춰 교실에 들어갈 때면 괜히 피가 뜨거워지곤 했는데 그건 뭔가를 무찌르고 용약해야 할 것 같은 호전적인 정열이었다.
「괴불 마당 집」 중에서

그러나 웬걸,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이 애 저 애 붙들고 물어봐도 소용이 없자 할머니는 어디서 배워 왔는지 이번엔 일본말로 내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건 아무도 못 알아들을 혀 꼬부라진 어눌한 소리에 불과했지만 나는 더는 참지 못했다. 할머니한테 그 어려운 발음을 시킨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진저리가 쳐졌다. 그럴 땐 우는 게 유일한 내 재주였다. 나는 “할머니!” 하면서 그 뻣뻣한 치마폭으로 달려들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할머니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 하면서 연방 내 등을 토닥거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중에서

1944년 겨울방학에 귀향했을 때는 박적골 사정도 매우 흉흉했다. 순사와 면서기가 합동을 해서 식량을 뒤지러 나오는데 그때는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우선 그들이 들고 다니는 기구가 무기보다 더 섬뜩했다. 긴 장대 끝에 창같이 생긴 날카로운 쇠붙이를 꽂고 다니면서 그걸로 천장, 아궁이, 볏짚단, 갈잎 가리 등을 마구 찔러 보았다. 우리 마을은 아니었지만 이웃 마을에서 갈잎 가리 속에 숨었던 소녀가 그 창끝에 옆구리를 찔렸다는 소문은 너무도 끔찍해 백주의 악몽이었다.
소녀가 거기 숨은 까닭은 정신대 때문이었다. 마침 그보다 며칠 전에 딴 마을에서 우물에서 물을 긷던 소녀를 일본 순사가 정신대로 끌고 간 일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은 소녀의 부모가 동구 밖에 양복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니까 지레 겁을 먹고 딸을 거기다 감춘 것이었다. 사람을 빼앗기는 건 먹을 걸 빼앗기는 것보다 더 무서웠고 사람과 먹을 걸 한꺼번에 빼앗기는 세상은 보나마나 말세였다.
「오빠와 엄마」 중에서

스무 살에 꿀 수 있는 온갖 황홀한 꿈 때문에 그 길이 그렇게 좋았는지, 그 길의 나무와 꽃과 풀과 훈풍이 그렇게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는지, 그 길은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매혹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 그 계절에 나를 매혹시킨 것은 자유에의 예감이었다. 중학생에서 대학생이 된다는 것도 온갖 금기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지만 나는 엄마로부터의 자유까지를 이미
예비해 놓고 있었다. 시집이나 가면 또 모를까, 처녀 시절에 엄마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을 어찌 꿈이나 꿔 봤을까. 아니 꿈도 안 꿔 봤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건 내 꿈 속의 꿈, 가장 내밀한 욕망이었다. 그것이 현실이 되어 바로 목전에 예비돼 있었다. 그 엄청난 자유를 어떻게 쓸 것인가, 악용, 선용, 남용, 절제 아무거나 다 매혹적이었다. 앞으로는 모든 것을 그것과 더불어 공모하리라. 그 꿈이야말로 장미와 라일락과 모란을 피게 하는 5월의 햇빛보다 더 찬란했다.
「찬란한 예감」 중에서

▼ 박완서 ×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출간
▼ 정이현·김금희·정세랑·강화길 작가 추천

“읽고 쓰는 사람들의 시작이며 나아갈 길”
-정세랑(소설가)


“나의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받아줄 다음 세대가 있다는 건
작가로서 누리는 특권이 아닐 수 없다”
170만이 사랑한 박완서의 대표작과 사진작가 이옥토의 컬래버레이션
거목의 문장을 지금 이곳에 되살리다

박완서 작가의 연작 장편소설 ‘소설로 그린 자화상’이 새로운 장정으로 거듭나 지금 이곳의 독자들을 다시 찾는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는 2011년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난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써내려간 자전적 소설이다. 이 연작은 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누적판매 170만 부를 돌파하며 한국소설의 대표적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 필독서로서 사랑받고 있다. 이 가운데 2025년 3월 구리시가 주최한 박완서 작가 타계 14주기 추모 낭독공연에서는 AI기술로 재현한 박완서 작가의 목소리로 『그 많던 싱아…』를 낭독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2025년 8월, 박완서 문학의 대표작 두 권이 사진작가 이옥토의 작품과 만나 ‘박완서×이옥토 리커버 특별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옥토 작가는 『채식주의자』(한강)의 리커버판 표지 사진을 작업한 사진작가로, 그가 제작한 ‘투명 책갈피’를 구입하려는 독자들이 ‘2025서울국제도서전’에 ‘오픈런’ 하는 풍경을 자아내며 2030 독자들 가운데 화제가 되었다. 이옥토 작가는 박완서 작가의 리커버 특별판의 표지에서 다시 돌아갈 수 없으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소설 속 그 계절의 이야기를 여름의 싱그럽고 투명한 이미지로 구현해냈다. 『그 많던 싱아…』의 표지에 담긴 물빛 어린 초원의 풍경은 박적골에서 보냈던 유년 시절의 찬란한 기억을, 『그 산이 정말…』의 차가운 차창의 모습을 담은 표지는 역사의 광풍 속에 서리꽃처럼 피어나는 강인한 희망과 인간애를 연상시킨다.


듣는 순간 영원히 기억하게 될 그 문장,
“그 많던 싱아는 어디로 갔을까”
유년의 기억, 박완서의 작품세계가 시작된 그 계절의 생생한 이야기

자신의 경험을 소설의 재료로 삼아 왔던 박완서 작가가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쓴 ‘소설로 그린 자화상’의 첫 번째 이야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꿈같은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를 그리고 있다.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1930년대 개풍 지방의 풍속과 훼손되지 않은 산천의 모습, 자연에서 모든 유희를 구하는 그 시절 어린아이들의 천진한 놀이 모습 등이 박완서 특유의 기지가 엿보인다. 풍부한 감성으로 순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문체의 매력을 소설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특히 사소해 보이는 장면에서도 절묘한 비애와 아름다움을 뽑아내는 박완서만의 감성이 자라나기 시작한 곳이 바로 이곳 박적골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그렇다.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내 갑작스러운 울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 또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건 순수한 비애였다. 그와 유사한 체험은 그 후에도 또 있었다. 바람이 유난히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저녁나절 동무들과 헤어져 홀로 집으로 돌아올 때, 홍시 빛깔의 잔광이 남아 있는 능선을 배경으로 텃밭머리에서 너울대는 수수 이삭을 바라볼 때의 비애를 무엇에 비길까. (32~33쪽)

고향 산천에 지천으로 자라나던 흔하디흔한 풀 ‘싱아’로 대변되는 작가의 순수한 유년 시절은 이야기가 전개되어갈수록 더욱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한때는 흔했으나 이제는 흔적도 사라져 버린 어떤 것, 더듬더듬 기억으로 복원해낼 수밖에 없는 한 시절을 형상화”(정이현)하며 독자로 하여금 저마다 ‘그 많던 ○○는 어디로 갔을까’를 떠올리며 탄식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실제 MBC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되어 베스트셀러로 재부상한 이 소설은 전 국민적 ‘싱아’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국민 소설로 자리 잡았다.


“그건 앞으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 예감이 공포를 몰아냈다.”
기억의 더미를 파헤쳐 한 폭의 수채화로 완성한
날카롭게 빛나는 성장소설의 진수

싱아’가 작중 주인공 ‘나’의 싱그러운 유년기를 대변한다면, 소설의 중반부부터 펼쳐지는 눈 뜨고도 코 베인다는 서울에서의 빈곤한 생활과 인왕산 자락을 뒤덮은 ‘아카시아’가 그의 성장을 위한 뼈아픈 통과의례를 은유한다. 1940년대 일제 치하의 학교생활과 변소에 가는 일도 주인집 눈치를 봐야 하는 서글픈 서울살이 속에서 점차 세상을 깨달아가는 ‘나’의 모습이 펼쳐진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89쪽)

소설의 후반부에 접어들며 ‘나’를 둘러싼 세계는 이제 1950년 한국사의 격랑에 휘말려 산산이 부서지기 직전의 위기 상태로 치닫는다. 전쟁으로 무참하게 깨져버린 가족의 단란함, 그렇게 되기까지 엎치고 덮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로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히는 것으로 매듭짓는 소설의 말미는 한국 현대 문학의 거목, 작가 박완서의 등장을 예고하는 프리퀄과도 같다.


“이 소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소중한 한국 문학의 자산이다”(정이현)
소설로 기억을 증명하는 자, 박완서 문학세계의
처음과 중간, 마지막을 완벽하게 재현한 작품

『그 많던 싱아…』는 이미 발표된 박완서의 여러 소설 속에서 파편적으로 드러나거나 소설적으로 변용되어 나타난 자전적 요소들의 처음과 중간, 마지막까지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제5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엄마의 말뚝 2」를 비롯해서 여러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소설적 탐구의 대상이 되어온 작가의 가족 관계가 예리하게 묘사되며 작중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 많던 싱아…』의 작품 해설을 쓴 고(故) 김윤식 선생은 이 점을 언급하며 이 소설이 박완서 문학의 모태 혹은 원형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만일 이 작가의 전 작품을 골똘히 읽어 온 독자라면 『그 많던 싱아…』라는, 전대미문의 ‘기억력에만’ ‘순전히’ 의존한 이 작품은 이 작가가 조심스럽게 써 온 「엄마의 말뚝 4」임을 알아차릴 수 있겠지요. 「엄마의 말뚝 1」이 박적골에서 서울로 와 바느질품팔이로 현저동에 머문 기숙(己宿) 여사의 몸부림이라면, 「엄마의 말뚝 2」가 그다음의 이야기고, 「엄마의 말뚝 3」은 기숙 여사의 죽음을 다룬 것 아닙니까. (…) 작가 박씨는 결코 (4)라는 번호의 작품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4)의 번호를 헌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 김윤식, 「작품 해설」 중에서

생전에 작가는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말했다.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 ‘나’와 가족들은 아버지와도 같던 숙부와 오빠마저 없는 세계로 내던져진다. 강인한 어머니와 영리하고 생활력 강한 올케, 그리고 이 모든 장면들을 기억하고 증언하리라 다짐하는 ‘나’가 소설의 말미 한국전쟁 직후의 텅 빈 서울에 남겨진 채로 작품은 일단락되며, 후속작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이야기의 바통을 넘긴다.
『그 많던 싱아…』는 순진한 이상주의로 좌익에 가담했다가 결국 의용군으로 끌려가 반죽음이 되어 돌아온 오빠, 동네 사람들로부터 빨갱이로 몰려 온갖 문초를 당한 ‘나’, 인민군에 부역했다는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는 숙부 등 작가 박완서 개인의 내밀한 가족사를 그리고 있지만, 동시에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그 어떤 자료보다 소상히 보여주는 증언문학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 개인의 성장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새겨보는 눈부신 성장소설인 동시에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생생히 고발하는 이 소설은 가히 박완서 문학의 최고작이라 할 만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일곱 살에 서울로 이주했다. 숙명여자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으나, 6·25전쟁이 일어나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마흔의 나이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후 여든에 가까운 나이까지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며 소설과 산문을 쓰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담낭암으로 투병하다 2011년 1월 22일,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작품 세계는 유년의 기억과 전쟁의 비극, 여성의 삶, 중산층의 생애 등으로 압축된다. 각각의 작품은 특유의 신랄한 시선과 뛰어난 현실감각으로 우리 삶의 실체를 온전하게 드러낸다한국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중앙문화대상(1993),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한무숙문학상(1995),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인촌문학상(2000), 황순원문학상(2001), 호암예술상(2006) 등을 수상했으며,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타계 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장편소설 『나목』 『목마른 계절』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 『오만과 몽상』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서 있는 여자』 『미망』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을 썼으며,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배반의 여름』 『엄마의 말뚝』 『너무도 쓸쓸한 당신』 『그 여자네 집』 『친절한 복희씨』 『기나긴 하루』와 수필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살아 있는 날의 소망』 『한 길 사람 속』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두부』 『한 말씀만 하소서』 『호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노란집』『세상에 예쁜 것』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기행문 『모독』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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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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