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난드 백작 파섬의 모험

가장 정교한 악인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토비어스 스몰렛 지음 | 언어의 숲 옮김

해밀누리 2025년 10월 2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페르디난드 백작 파섬의 모험』은 18세기 영국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인 주인공 소설로, 인간의 탐욕과 위선을 치밀하게 묘사한 풍자적 걸작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트리스트럼 섄디』와 같은 영국 풍속소설의 계보에 속하지만, 이 작품은 유독 ‘도덕적 불쾌감’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며, 인간 내면의 추악함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주인공 페르디난드 백작 파섬은 기품 있는 외모와 언변, 교양을 지녔지만, 그 모든 것은 철저히 위선적인 포장에 불과하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을 속이고, 기만하며, 정서적 착취와 사기까지 거리낌 없이 저지른다. 이 소설은 그가 유럽 전역을 누비며 ‘선량한 사람들의 신뢰’를 무기 삼아 어떻게 권력과 돈을 착취해나가는지를 따라간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소설이나 사기극이 아니다. 작가 스몰렛은 페르디난드의 사악함을 통해 “진짜 타락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본래 타락한 존재인가? 아니면 환경과 사회 구조가 인간을 그렇게 만드는가?

18세기 유럽의 정치, 법률, 의료, 군사, 외교, 사교계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이 소설은 당시 유럽 사회의 모순과 허위를 광범위하게 해부한다. 『페르디난드 백작 파섬의 모험』은 모험소설의 형식을 빌린 도덕 해부극이며, 동시에 ‘누가 진정한 악인인가’에 대한 근대 초기 문학의 도전장이기도 하다.

목차

1장 - 67장

출판사 서평

『페르디난드 백작 파섬의 모험』은 다소 낯설고 불편한 독서 체험이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 속에 이 작품의 가치가 존재한다. 출판사 해밀누리는 이 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읽혀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본다. 그것은 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마주하고, 때로는 공모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페르디난드는 단순한 사기꾼이 아니다. 그는 당시 유럽이 표방하던 계몽주의, 귀족주의, 신흥 부르주아 윤리를 모두 조롱하고 전복하는 존재다. 겉으로는 세련된 신사지만, 속으로는 냉소와 탐욕으로 가득한 이 인물은, 지금 시대에도 ‘권력과 겉치레’에 중독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인물이다.

이번 한국어판은 원문 특유의 고전 영어 어투와 18세기 유럽 배경 지식을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현대 독자의 몰입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문장을 다듬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페르디난드의 ‘말의 기교’와 ‘논리적 기만’이 가진 설득력과 위험성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대사와 서술의 리듬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페르디난드 백작 파섬의 모험』은 단순한 고전 읽기를 넘어, ‘왜 우리는 악을 소비하는가’, ‘어떤 서사가 악인을 주인공으로 삼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탁월한 문학 실험이다. 도덕적으로 불편하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으로 우리는 이 작품을 제안한다.

인물정보

저자(글) 토비어스 스몰렛

토비어스 스몰렛(Tobias George Smollett, 1721–1771)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의사이자, 소설가, 번역가, 역사가로, 영국 초기 소설 발전에 기여한 중심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라블레와 세르반테스의 영향을 받아 풍자적이며 강한 사회 비판 의식을 지닌 작품들을 다수 발표하였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로데릭 랜덤의 모험』, 『퍼그랜 파미의 항해기』, 『험프리 클링커의 여행기』 등이 있다.

스몰렛은 ‘영국 소설의 현실주의 전통’을 구축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당시의 사회, 정치, 군사, 언론, 심지어 의료 시스템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단순한 모험담이 아닌 비판적 현실소설을 창조해냈다. 특히 풍자와 유머, 다중 화자 구성을 통해 독자에게 복합적인 시선과 반응을 유도하는 데 능했다.

『페르디난드 백작 파섬의 모험』은 그의 세 번째 장편이자, 가장 어둡고 통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주인공이 악당이라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시도였으며, 이후 디킨스, 새커리,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내면적 악인 캐릭터’ 계보에 큰 영향을 주었다.

스몰렛은 또한 라틴어·프랑스어 고전을 번역하여 영국 지식인 사회에 널리 알렸고, 언론 활동과 역사 편찬에도 힘썼다. 그의 문학은 18세기 유럽을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 본성의 그림자를 포착한 기록이다.

번역 언어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