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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아침 6: 제3부 피바람 소리

천성래 대하소설
천성래 지음
지우출판

2025년 08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0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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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50MB)   |  약 16.3만 자
ISBN 979119412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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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체 10
국경의 아침 10: 제5부 강토 삼천리
9,000
국경의 아침 9: 제5부 강토 삼천리
9,000
국경의 아침 8: 제4부 저 구름 흘러흘러(정본)
9,000
국경의 아침 7: 제4부 저 구름 흘러흘러(정본)
9,000
국경의 아침 6: 제3부 피바람 소리
9,000
국경의 아침 5: 제3부 피바람 소리
9,000
국경의 아침 4: 제2부 목마른 산하
9,000
국경의 아침 3: 제2부 목마른 산하
9,000
국경의 아침 2: 제1부 이상한 나라
9,000
국경의 아침 1: 제1부 이상한 나라
9,000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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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아침, 척박한 땅에서 솟아나는 강인한 생명력, 어떤 이념과 사상도 가족의 단단한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민중들은 짓밟힐수록 다시 일어서고 치열한 삶의 전장(戰場)이 격동의 물결처럼 펼쳐진다!

제1부 이상한 나라 ①, ②
평안북도 신의주 고등중학 교원인 리명호는 남조선 출신 아버지의 아들이란 멍에를 가지고 살아간다. 어렸을 적 벗이었던 보위부 박태산은 리명호의 아내를 자신의 아내로 만들기 위해 온갖 책동을 일삼으며 리명호를 감옥으로 잡아들이려고 갖은 모략을 꾸민다.
제2부 목마른 산하(山河) ③, ④
리명호의 아내 오정숙은 선전원으로 일하면서 보위부 박태산의 꼬임에 빠져들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조선인민공화국의 지도부는 권력승계의 시소게임이 시작되고, 박태산은 리명호를 제거하기 위해 권력의 고삐를 놓치지 않는다. 박태산은 빨치산 줄기인 최룡해 부부장과 손을 잡는다.
제3부 피바람 소리 ⑤, ⑥
남쪽에 서울의 봄은 말처럼 오지 않고 수상한 날들이 펼쳐진다. 주민들을 김정은 독재체제에 순응시키고자 하지만 피를 부르는 총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드디어 김정은 1호행사령이 떨어지고 김정남 암살조가 행동을 개시한다. 서울의 광화문에는 태극기의 물결로 출렁이고 민중들의 목소리가 들끓기 시작한다.
제4부 저 구름 흘러흘러 ⑦, ⑧
리명호는 아내와 마지막 잠자리를 치른다. 그는 보위부 박태산의 계략으로 은밀히 대남연락소 청진 기지의 대남공작원 훈련에 돌입한다. 서울의 이복형인 리명진은 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어느 날 북쪽으로부터 당도한 아버지의 유골함을 받아들고 광화문에서 오열한다.
제5부 강토(疆土) 삼천리 ⑨, ⑩
리명호는 공교롭게도 보위부의 도움으로 도강(渡江)하여 서울에 들어온다. 박태산은 강제이혼한 오정숙을 아내로 만든다. 리명호는 공화국의 지령에 따라 행동하지만 혼란한 상황을 맞는다. 오정숙은 자신의 비밀을 은폐하기 위해 동료를 죽이고, 박태산은 현송월의 제거에 실패하면서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제38장 공방독침空房獨寢 _ 007
제39장 수상한 날들 _ 073
제40장 마지막 잠자리 _ 097
제41장 염소타령 _ 135
제42장 장물贓物 _ 181
제43장 수난시대受難時代 _ 237

〚국경의 아침〛을 마치며

27년만의 외출

나는 소설가로 살아오면서 항상 아버지에 대한 부채의식(負債意識) 같은 것을 지니고 있었다. 전후(戰後) 세대라기에는 한참 후에 태어난 몸이지만 6.25 전쟁은 나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아버지는 6.25 전쟁 중에 마을 청년들과 달리 참전(參戰)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쟁터에 나가 주검으로 돌아오는 반공청년들을 보면서 자식이 전쟁터로 나가는 것을 극구 막아선 조부모님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소문의 진실을 작가의 길로 들어선 내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한 번도 묻지를 않았다. 마을에 떠다니는 편린(片鱗)들을 조립해서 내가 내린 결론이었고, 내가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 집안의 형님들을 통해 어렴풋이 나의 부채의식 같은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아버지의 병역기피가 없었다면 나의 존재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므로, 작가의 길을 걷는 나는 당연히 부채의식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6.25 전쟁에 불참했기 때문에 나의 존재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까닭이다. 왜냐면 당시 마을 청년들 태반이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살아서 마을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설가로 데뷔해서 열정을 가지고 작품을 썼는데 대개 6.25 전쟁에 관련한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단편형식으로 하나씩 접근했다. 총성을 들으면서 베틀에 앉아 가슴을 졸이며 밤을 샜다는 어머니는 한동안 내 단편소설의 주인공이었다. 단편작품들을 하나씩 쓰다 보니 연작의 형식이 되었고, 연작 장편이란 타이틀을 달고 소설집을 출간했다. 나는 당시 〚베틀〛이란 연작 장편을 발표하여 4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되었다.
〚타배의 불춤〛이란 장애인이 주인공인 장편소설이 나의 첫 번째 발표작품이었고, 당시 이 작품은 점자책으로도 제작되어 읽혔는데 점자 도서관의 대출 베스트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런 인연으로 삼십 대 초반의 나는 라디오에 출연도 하고 일간신문에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두 번째에 발표한 작품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면서 나는 작가로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오직 전업 작가의 길을 걸어온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경기도 양평 양수리의 북한강 줄기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그때가 아마 1994년 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1994년 7월 초에 나를 찾아온 동료 작가와 조안면 삼봉리라는 수상스키장을 방문하였는데 점심을 먹고 얼마 후에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된다. 바로 그날 나는 운명처럼 남북의 분단에 관한 대하소설을 하나 집필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날로부터 정확히 나의 머릿속에는 항상 남북의 역사를 관통하는 대하소설이란 화두가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결심은 문학적 성취욕이 너무 과장되어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장편소설이나 대하소설의 영역은 단순히 의욕만 가지고는 범접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대하소설의 영역은 습작기를 거쳐서 단편소설을 발표하고, 창작소설집을 출간하고 장편소설을 한두 권 집필했다고 하여 덤빌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에게 5부작 전 10권 일만 이천 매의 고지(高地)는 출발조차 힘든 불모지의 세계였던 셈이다.
나는 한동안 대하소설이란 영역을 뒤로한 채 장편소설의 집필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대개 소설가에게 장편소설의 과정은 결혼한 부부가 자식을 잉태한 과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뱃속에 태(胎)가 생기면 오직 그 아이를 위해 부부의 모든 것을 헌신해야 하듯 장편소설의 영역 역시 섣불리 덤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하소설〚국경의 아침〛이 김일성 사후, 27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에 탈고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경험과 지식의 일천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아버지의 부채의식은 해마다 6월이 되면 약속처럼 나의 의식을 짓눌렀다. 그런 병역기피자가 되어 죄인처럼 가족의 곁을 떠돌아도 고작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하직한 아버지를 나는 몹시 원망하며 살았다. 내 나이 다섯에 아버지를 여의었으니 왜 그런 원망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겠는가. 소설가라는 직업을 생각할 때 아버지와 관련한 추억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작품세계의 한쪽 부분을 완전히 삭제당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부채의식에서 비롯한 오기(傲氣)의 글쓰기

그런데 아버지라는 언어 자체를 도둑맞은 작가라는 직업을 생각할수록 까닭 모를 오기라는 게 싹이 텄다. 마음을 다잡고 하나씩 다시 접근했다. 아버지로부터 삭제당한 추억과 의식의 부분을 어떻게 소설 속에서 창조해내야 할지 밤이면 뒷산 공동묘지에 올라가 먼동이 뿌옇게 틀 때까지 날마다 고뇌하곤 했었다. 대하소설이란 무지막지한 터널을 통과하려는 내가 가장 직면한 문제는 북한의 역사에 대한 나의 지식을 체계화하는 작업이었다. 북한의 역사에 대해 대하소설 집필자로서의 학습은 또한 마치 시험에 매달리는 고시생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어렵다는 막스-레닌주의 같은 이념서 등도 끊임없이 읽고 윤리학이나 경제학, 역사학에 관한 나의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수없이 쓰고 폐기하기를 반복했다. 육필원고로 글을 쓰던 때라 폐지가 방안 가득 쌓였었다. 그러다가 월간지나 사보에 콩트 같은 잡문 등을 써서 마련한 원고료를 모아 전동 타자기라는 것을 샀다. 당시 전동타자기는 나의 보물 1호였다. 전동타자기를 사용하니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하루 탈고하는 원고매수가 많아질수록 문장이 흐트러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절대 200자 원고지 30매 이상을 집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때의 나의 다짐은 컴퓨터 워드를 쳐서 원고를 메우는 지금의 글쓰기 방식까지 영향을 미쳐 대하소설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는 하루에 절대 20매 이상을 넘기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또 하나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1년 365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원고를 쓰리라는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나는 적어도 5년 정도는 이 약속을 지킨 것 같다. 설 명절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원고지 한 장이라도 메우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나는 무던히 애를 썼던 것이다.
4부 발표 중에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다. 평소에도 집필 기간에는 외출이나 일반적인 만남을 자제해 왔는데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더욱 외출과 만남이 줄어들었다. 어떤 면에서 코로나 탓에 집필 기간을 분명 단축한 면은 있다. 또한 작품의 후반전에 돌입할수록 편집부의 교정, 교열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코로나 이전에 한 권을 교정, 교열하는데 보통 4~5교 정도였는데 코로나와 함께 작품의 후반전에는 7교까지 교정을 보았다. 따라서 작품적으로 더욱 탄탄하고 치밀해졌다고 생각한다.


첫 권을 시작하기 전의 나의 다짐

나는 〚국경의 아침〛을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몇 가지 집필 원칙을 세웠다. 첫째, 등장인물의 자연스런 움직임을 따라가라. 등장 인물에게 작가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품들을 나는 너무 많이 보아왔다. 등장인물의 행동이 지나치게 작위적일 때가 있다는 말인데 이는 작가의 교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둘째, 현학적인 표현을 삼가라. 작품을 집필할 때 작가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현학적인 표현이다. 작가는 자신이 숙지한 지식이 모두 작품 속에 담기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경향이 있다. 작품은 물론 지식을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현학적인 표현은 당연히 독자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셋째, 언어의 선택을 신중히 하라. 작품의 대부분이 북한이 배경이기 때문에 가능한 북한식 표현을 선택한 것이다. 북한의 언어를 과감히 작품 속에 녹여냄으로써 우리 민족의 언어가 매우 창조적이고 생동적인 언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넷째, 사상의 대립을 경계하도록 하라. 이데올로기를 처음서부터 지향하지 않았다. 주인공과 그 대척 인물 간의 경쟁은 사상으로부터 비롯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나 사상이 녹아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상의 대립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그저 삶의 과정에서 파생한 것들이다. 이런 작품 방식의 지향은 독자로 하여금 인물과의 교감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때문이다.
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고 강물은 끊임없이 흘러 바다를 이루듯 대하소설이라는 장대한 문학은 매우 험난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잠시 한눈을 팔다가는 엉뚱한 데로 흐르거나 혹은 낭떠러지를 만나면 물길이 흩어져 바로 목표를 잃어버리는 험난한 작업이다. 계획, 준비, 집필, 탈고, 교정, 상재(上梓:출판)의 모든 과정이 곧장 하나의 수련 과정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책을 세상을 향해서 떠나보내는 과정 역시 단단히 벼르지 않고서는 결코 수행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12,000매의 원고를 차곡차곡 써내는 작업이야말로 수도사의 고행(苦行)이라고 한다면 이제 상재 하게 될 대하소설 〚국경의 아침〛(전10권)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우리 문학의 역사상 남북분단을 모티프로 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하소설은 처음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하소설 〚국경의 아침〛을 통해 북한당국의 비인도적이며 극악무도한 인권유린을 고발하고자 한다. 또한 세계를 위협하며 핵의 개발에 매진하는 그들의 해악성(害惡性)과 주민들을 향한 폭력 및 독재의 칼날이 만천하에 드러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작품을 오랜 세월 써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당연히 에너지의 비축이었다. 하루 15시간 이상을 온전히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어려움이란 몸이 축날 대로 축나고 온몸의 기력이 빠진다는 점이다. 책상 앞에 엎드려 집필할 때 허리가 끊어지는 통증은 그래도 견딜 수가 있었지만 작품의 권수(卷數)가 더해질수록 방대한 양의 원고가 전후(前後) 충돌이 있을 때는 몹시 난처하고 힘이 들었다. 천재적인 기억력을 소유해야 만이 대하소설의 영역은 접근이 가능하다. 나는 물론 천재가 아니고 그렇다고 둔재도 아니다. 그래서 작품을 집필하는 내내 하나의 실천과제라 할 수 있는 문장을 머리맡에 만들어놓고 작업을 했다.

둔(鈍)한 기록이 총명(聰明)한 머리보다 낫다

나는 작품의 장(章)이 하나씩 끝날 때마다 철저히 기록하였고, 그런 나의 기록은 요령 있게 검색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작품이 더딘 까닭의 하나 역시 이런 방대한 양의 원고를 순전히 집필자의 노력으로 검색하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둔한 기록이라도 성실히 할 때만이 책 한 권(卷)이 더해질 때마다 저지르기 쉬운 내용의 모순에서 헤어 나올 수가 있는 법이다.
작가는 모름지기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살아가는 시대의 아픔을 보고도 모른 척 외면한다면 그는 결코 작가가 아닌 것이다. 권력에 빌붙어 어떤 자리나 노리는 그런 작가는 순수한 작가 세계의 치욕적인 오염원이다. 물질을 추구하며 책이나 팔아먹을 생각에서 그저 읽힐만한 작품이나 쓰는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장사꾼밖에 되지 못한다. 비록 책이 덜 팔리는 내용이라도 작가의 사명감으로 기록해야 할 작품은 당장은 아니지만 훗날에 반드시 빛을 보게 되어 있다.

나는 고백하건대 목숨을 걸고 이번 작품을 썼다. 이 소설이 북한에 알려지게 된다면 나는 목숨을 담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급한 것처럼 작가의 사명 때문에 과감히 써서 과감히 발표하는 것이다. 아마 세상은 다양한 잣대로 이 작품과 작가를 재단하고 판단하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어떤 매체나 미디어에 알려 간담회를 하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방식이 매우 조심스러울 뿐이다. 세상이 달라져서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 김정은 독재체제의 폭력과 잔인성,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국가적 분위기가 된다면 물론 태도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든 나는 현대의 역사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는 지식인으로서 무엇이든 작품을 통해 고발의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후배 작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문학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웃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이미 여러 명이 탄생했다. 우리의 문학이 일본의 문학에 비해 결코 뒤진 문학이 아닌데 노벨문학상 수상 측면에서 보면 많이 뒤처져 있는 듯이 보인다. 나는 우리 작가들의 문학 수준이 떨어져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행한 얘기지만, 우리처럼 주변국들의 침략을 수없이 받고, 다양한 국내적 사건들을 겪은 역사 환경을 통해 오늘에 이른 민족의 후예 작가로서는 글쓰기에 기름진 풍토를 지닌 셈이라 할 수 있다.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의 말을 빌리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인 한국의 작가들은 어째서 분단의 아픈 역사를 작품 속에 끌어안고 나아가지 않는가. 분단의 아픔, 인권유린, 세계를 파괴할 핵의 문제, 통일의 문제, 이런 엄청난 주제들이 난무하게 널려 있는데 왜 한국의 문학가들은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인가. 훗날 한국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이 주어진다면 5부작 대하소설 〚국경의 아침〛이 바로 그 디딤돌이 되는 역할을 해주기를 나는 오직 바랄 뿐이다.
나는 이제 너무 지쳐 있다. 내 주변에 해결해야 할 일들도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천천히 풀어나갈 생각이다. 나는 아직도 소설가로서 무척 목이 마르다. 진정 내가 살아온 시대에 대해 한 줄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공언(公言)한 작품을 휴식을 조금 취한 뒤에 새롭게 시작할 생각이다. 5부작 대하소설〚上京〛(전10권)이 바로 다음에 내가 집필할 작품이다. 내가 살아온 시대에 대한 작품이고 현대사를 오롯이 품어 안은 작품이기에〚국경의 아침〛보다 접근하기는 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현대사의 족적을 재현하며 기록하는 작업이어서 언어 하나 문장 하나를 선택하며 엮어내는 서사(敍事)에도 무거운 책임감이 따를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천성래

전남 화순에서 출생하여 서울, 광주, 안성 등지에서 성장했다. 동국대, 연세대,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문학 및 언론학을 전공했다. 현재 법무연수원 외래교수, 법무부 인권강사,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계간 『문학과 의식』(가을호)에 단편 〈황소의 반란〉, 무크 『언어의 세계』에 중편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발표작품으로 소설집 『고양이와 소녀』, 『붉은 노을』, 『월하(月下)의 노인)』(近刊), 연작소설 『베틀』, 장편 『타배(駝背)의 불춤』, 『술꾼』(전2권), 『고개숙인 남자』, 『소설 단발령』, 운동권 소설 『텐트를 치는 여자』(전2권), 『아름다운 날들』(전2권), 『바람산의 아이들』, 『소설 천추태후』(전2권), 『젊은 날의 약속』, 5부작 대하소설 『국경의 아침』(전10권) 등 40여 권의 저서가 있으며, 올해의 작가상, 월인문학상, 한국문예진흥원 창작기금, 한중 10대 작가 선정, 2017 통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나는 그동안 소설 쓰는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 돌을 씹어도 소화를 시킨다는 이십 대 문청 시절부터 피 끓는 삼사십 대의 객기는 매번 나를 절망의 늪 속에 빠지게 했다. 무엇이든 계획하면 쓰고 본다는 남다른 나의 호기(豪氣)는 나를 가장 치열하게 살아가도록 했지만 수없이 발부리를 넘어뜨렸다.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나는 과연 최선을 다했는가?

나는 지금까지 전업 작가의 길을 걸어오면서 우리 근대사의 아픔을 되돌아보고,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 사람들의 의식과 가치의 세계를 소설 속에 담아내고자 하였다. 또한 역사를 크게 거슬러 올라 천 년 전의 우리 역사를 음미해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찌 저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우리 삶의 궤적을 소설이란 그릇으로 오롯이 빚어낼 수 있을 것인가? 내 미약한 능력과 의식으로는 저 도저(到底)한 인간의 위대함에 흠집이나 내지 않았을지 수없이 절망하게 된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허기져 있다. 우리 역사의 뒤란에서 허기지고 바닥난 내 의식을 일으켜 세워 하나씩 활자를 메워나갈 때 의연히 되살아나던 의식 한 올, 그 한 올의 의식을 건져 올려 이 십여 년 넘게 달려온 것이 바로 대하소설『국경의 아침』이었다. 글쓰기의 힘듦과 한국문학의 현실, 종이책이 쓰러져가는 출판계의 현실을 목격하면서 걸어온 길이기에 집필의 과정이 지독하게 힘들었다.

인류 역사상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국, 이 민족의 핏줄로 태어나 이 땅 이 시대에 소설가로 살아가는 내가 민족, 분단의 화두를 저버리고 어찌 감히 글 쓰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내 삶을 되돌아보면, 어느 하루 편할 날이 없었다. 글을 쓰고 강의하고 먹고 살아가는 문제의 지겨움을 떠나 나는 가슴 깊이 소용돌이치는 의식으로 밤마다 차가운 별을 마주하고 살았다. 의식의 날을 세우는 일이 소설가에게 뭐가 그리 대단한 것일까? 그럼에도 여전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의식의 예리한 칼날이란 생각이 든다. 작가는 의식이 무뎌지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게 내 생애에 키워온 지론이기 때문이다.
분단 70여 년을 향해 갈수록 우리 민족은 폐허 속에 침몰할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이 앞선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역사의 족적을 찾아 기록하고 재구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역사의 줄기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강은 굽이굽이 흘러 바다에서 하나가 된다는데 역사의 강줄기는 멀어지면 쉽게 바다에 닿을 수가 없으리란 생각 때문이다.

이 소설에 대해 되도록 주관적 서사를 아끼고 싶다. 자칫 작품에 대한 독자의 객관적인 느낌을 상쇄시킬 뿐만 아니라 책을 상재 하기까지의 우여곡절에 대한 동정 역시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끝났다. 이념의 포효와 흑백논리의 오류는 더이상 우리에게 다가올 수 없는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소설을 쓰는 내내, 또한 이 소설을 쓰고 있는 지금 이순간도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지 않았다. 인물들의 삶 속에 이런 것들은 이미 용해되어 있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우리는 녹아 있는 분자들의 결정체를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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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정본 국경의 아침 6: 제3부 피바람 소리
    천성래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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