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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땀

작가정신

2025년 08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8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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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6.89MB)   |  약 10.1만 자
ISBN 9791160263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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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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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향 앤솔러지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초록 땀』이 출간되었다. 김화진, 문진영, 이서수, 공현진, 김희선, 김사과 작가가 ‘색’과 ‘향’을 테마로 한 이야기들로 그 문을 열어 보인다.
1998년 ‘소설의 향기, 소설의 본향’이라는 슬로건으로 첫선을 보인 중편소설 시리즈 ‘소설향’은 ‘소설의 본향, 영향, 반향’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다시 선보이며 2세대 ‘소설, 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설향 앤솔러지’는 소설에 대한 열의와 희망을 되새기고, 한국문학의 오늘과 내일을 채우는 작가들과의 만남의 장을 지속적이고도 발 빠르게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저마다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소설향 앤솔러지의 이번 테마는 ‘색’과 ‘향’이다. 감각은 인지하기에 앞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감각으로 보는 세계는 그러기에 더욱 기민하게 현실을 포착하며 우리의 의식을 보다 깊고 넓게 확장한다.
김화진
소설 … 초록 땀
작가노트 … 색과 맛

문진영
소설 … 나쁜 여행
작가노트 … 숨 참고 냄새 맡기

이서수
소설 … 빛과 빗금
작가노트 … 빛과 당신

공현진
소설 … 이사
작가노트 … ‘그런데’로 이어지는 질문들

김희선
소설 … 뮤른을 찾아서
작가노트 … 일곱 가지 색에 대한 감각, 그리고……

김사과
소설 … 전기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
작가노트 … 사라지는 것들에 관해

사람이 싫다. 어떡하면 좋을까?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고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들, 전부 싫어. 어떡하면 좋을까? 생각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싶어. 눈치 보고 싶지 않아. 그럴 수 있을까?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 챗지피티는 누구보다 성실히 대답해주었다. 그 대답들은 진심처럼 보였다. 진심처럼 보이는 것은 진심인가. 그렇다면 진심의 구성 요소는 무엇일까. 나는 언제나 사는 게 헷갈렸다.
_김화진 「초록 땀」, 12쪽

소설을 다 쓴 뒤 저린 다리를 펴고 난간 너머 낯선 땅과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얼마나 좋은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 내게 흐른 적 없는 초록 땀을 식혀주는 것 같다.
_김화진 작가노트 「색과 맛」, 52쪽

몇 주 전 내가 내렸던 공항으로 짐 없이 돌아가는 기분이 묘했다. 이대로 공항 카운터에 가서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어디로든, 가장 빠른 티켓 주세요’라고 말해보면 어떨까. 짊어진 것 없이,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런데 대체 무엇을 끝내고 무엇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걸까.
_문진영 「나쁜 여행」, 77쪽

소설을 읽고 쓰면서 나는 점점 더 바라게 된다. 이 안에서 내가 충분히 사라질 수 있기를, 덜 인간이기를, 덜 나이기를. 동시에 더 존재하고, 더 인간답고, 더 나이기를.
_문진영 작가노트 「숨 참고 냄새 맡기」, 95쪽

그래.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할 만하겠다고, 쉽게 냉소하고 판단하면서 그 자리를 지나쳐버리는 게 더 마음 편할 테니까. 사무실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서도 그 사람을 떠올리느니, 얼음 가득 넣은 믹스커피를 타서 한 잔 쭉 들이켜고 할 일을 빨리 해치우는 게 시간을 아끼는 길일 테니까. 그렇게 아껴서 만든 시간을 어디 좋은 데 쓰는 것도 아니면서. 스스로를 위하는 일에 쓰면 잘살고 있다고 뿌듯해하면서.
_이서수 「빛과 빗금」, 130쪽

작가의 완고한 사상을 전하는 글이 아니라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거나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 작가마저 종국엔 자문의 늪에 빠지고 마는 소설. 나는 그것이 소설의 존재 이유이자, 작가의 존재 상태라고 생각한다.
_이서수 작가노트 「빛과 당신」, 138쪽

살면서 문득 때때로 그 일이 떠오르곤 했다. 계란의 사육 번호와 가격을 신중하게 비교하던 도중에, 딸기케이크 가장자리의 생크림을 포크로 훑던 도중에, 우진의 팔짱을 끼고 벚꽃이 만개한 밤거리를 걷던 도중에,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누르던 순간에…… 아주 갑자기, 파도처럼 슬픔이 훅 밀려왔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쓸려가곤 했다.
_공현진 「이사」, 162~163쪽

냄새는 왜 홀연히 사라졌다가 다시 내게로 오는 것일까. 그런 질문들을 좇다 보면 불안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다. 사라지는 것처럼 여겨지는 순간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존재들과 닮은 것처럼 느껴졌다.
_공현진 작가노트 「‘그런데’로 이어지는 질문들」, 179쪽

빛의 99.99퍼센트를 흡수한다는 놀라운 블랙. 덕분에 그의 집은 마치 숲속 어딘가에 숨겨진 미지의 장소 혹은 세상에 열린 비밀의 틈으로 보였다. 누군가가 그 집을 ‘블랙홀’이라 부르기 시작한 건,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곳은 숲속에 뚫린 다른 차원으로의 검은 구멍처럼 보였으니까.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는, 검디검은 어둠 한가운데 더 검은 어둠으로 서 있었다.
_김희선 「뮤른을 찾아서」, 189쪽

백 명의 사람이 소설을 읽는다면 백 개의 다른 해석이 생겨난다고, 나는 믿는다. ‘작가노트’에 그저 일곱 가지 무지개색 이야기만 중얼거린 이유다. 그런데 정말로 중요한 사실: 무지개는 원래 일곱 가지 색이 아니라고 한다. 무지개의 진짜 색깔은,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 뿐이다. 무지개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색깔이 그러하다.
_김희선 작가노트 「일곱 가지 색에 대한 감각, 그리고……」, 219~220쪽

가을비에 흠뻑 젖은 콘크리트 길 위로 내려앉은 검붉은 낙엽의 달고 씁쓸한 향, 혹은 냉기 서린 죽음의 냄새, 다시 말해 방금 죽어버린 동물에서 느껴지는 아주 미약한 온기. 그 온기 속에서 오늘 하루를 지탱할 기운을 얻을 수 있다면, 딱 그런 정도의 절실함을 느끼며 하지만 여전히 의식의 절반은 꿈에 담근 채 침실을 나서면 너는 거기 없다.
_김사과 「전기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 225쪽

어떤 것은 사라지면 안 된다. 아니 사라질 수가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얼마나 많은 외면을 당하든, 비웃음당하든, 꼭꼭 숨어 있든, 아무튼 그런 것들이 있다. 아마도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__김사과 작가노트 「사라지는 것들에 관해」, 250쪽


“녹색, 남색, 진홍색, 빨강. 색색의 하늘을 가진 행성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_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모두 ‘색’으로 이뤄져 있다. 눈으로 인식 가능한 색의 종류가 수천만 가지나 되고, 가시광선 내 빛의 파장이 무한대에 가깝듯 색에 담긴 의미도 무궁무진 뻗어나간다.
김화진의 「초록 땀」에서 때로 색은 나라는 존재를 규정해주기도 하고, 삶의 새로운 조건이 되기도 한다. 땀이 말라서 초록의 흔적만 남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초록색의 땀. 남들과 다른 색의 땀을 흘리기는 하지만, 보영은 ‘문제’를 용기 있게 대면하고 이를 발판 삼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향해 성큼 걸음을 내딛는다.
정치색의 상징이 되는 색도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색으로 인해 반목하고 대립하기 이전에 우리가 잊은 것이 있다. 색 이전에 빛이 있다는 사실을. 이서수의 「빛과 빗금」은 사랑이기도 온기이기도 기억이기도 한 바로 그 빛을, 빗금 저편에 선 사람을 헤아려보는 마음을 잊지 말자고 당부한다.
모든 빛을 지워버리는 색이 있다. 99.99퍼센트 빛을 흡수하는 블랙이 그것이다. 김희선의 「뮤른을 찾아서」에서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검정 중의 검정은 세계에 열린 하나의 빈틈, 흑암 속에 진짜 세상이 있음을 그려 보인다.



“냄새의 뇌관을 건드리면 모든 추억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_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

‘향’은 후각이란 감각기관과 연관된다. 『감각의 박물학』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은 “냄새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잠자는 감각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향기를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냄새는 너와 나를 구분 짓고 거리를 만들어낸다. 문진영의 「나쁜 여행」에 따르면 냄새는 맡는 존재와 맡아지는 존재를 나누고, 관계의 위치와 서열을 규정한다. 나 아닌 다른 존재의 냄새로 일깨워진 감각은 이제 나에게로 향하면서 내 안의 낯선 향을 감지하게 한다.
공현진의 「이사」에는 알 것 같으면서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 결코 사라지지 않는, 우리가 잠깐 우리를 떠날 때 급습하는 냄새가 등장한다. 냄새에 대한 기억은 길고 강력해서, 시시때때로 찾아와 잊고 있던 시간과 공간을, 사건을 소환한다. 그러나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기에 냄새는 불안과 공포를 야기한다.
이미 우리에게 도래한 미래, 인공지능 시대의 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 오감을 자극하는 냄새가 아닌 스산하고 환각적인 향, 몽롱하고 망각적인 홍차향이. 그곳에서는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 헤매지만 찾을 수 없다. 그는 떠난 것이 아니라 ‘삭제’된 것이기에. 김사과의 「전기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에서 다른 모든 냄새를 지우고 도시를 가득 채우는 홍차향은 너의 부재를, 아직 남은 나의 부재조차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여기의 이야기

소설은 지금 여기의 우리가 발 디딘 삶의 매 순간을 펼쳐 보이기도 하지만, 과거를 되짚어 비춰 보이거나 미래를 가늠해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초록 땀』에 마련된 이야기들을 통해 지나온 삶의 시간들을 점검하고, 현재 향하고 있는 곳은 어딘지, 앞으로 나아가는 공간은 또 어떤 모습인지 다채롭고도 입체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지개의 색깔은 일곱 가지 색깔이 아니다.
무지개의 진짜 색깔은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초록빛의 땀,
정치적 신념을 넘어 광기를 드러내는 색,
99.99퍼센트 빛을 흡수해 진짜 세상을 보여주는 블랙

내가 색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색이 나를 찾아온다면? 김화진의 「초록 땀」에서는 투명하고 연한 초록색 땀이 내게로 온다.
요즘 ‘나’에게는 ‘숨 문제’가 생겼다.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쉬어 기도로 넘기는 일이 불편하고 힘들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누군가 뱉은 말을 이해하는 게 어려워지면서다. 나는 회사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는 보영이 초록색 땀을 흘리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다. 신입이지만 시키는 일은 물론 시키지 않은 일도 척척, 부지런하고 일 잘하는 보영은 남들과 다른 땀을 흘리는 문제를 자기에게 주어진 제약으로 순순히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주저하거나 웅크리는 대신 그 점을 이용해 오히려 시원스러운 걸음걸음을 자신의 삶 속으로 내디디는 모습이다. 초록빛의 낯설지만 신비로운 땀 한 방울은 이제 보영에게서 나에게로도 흐르게 된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색이 있는가 하면, 어떤 색은 진영과 분열, 신념을 넘어선 광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서수의 「빛과 빗금」은 작년 ‘12월의 그날 이후’를 그린다.
그날 이후 우리는 달라졌고 변했다. 아니 한편으론 달라지지 않았고 변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구호를 적은 깃발을 들고서 반대 성향을 가진 자를 향해 욕설을 지껄이고, 누군가는 사회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척하거나, 누군가는 격전지가 된 집에서 매일 아침 적수의 동태를 살핀다. 또 누군가는 두꺼운 책에 머리를 맞아 응급실로 향한다. 그런데, 예전부터 우리는 이러지 않았을까. 빛이 있기에 색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었던 건 아닐까. 어쩌면 아예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색을 보기 전에, 우리 각자가 중요시하는 색 뒤에는 어떤 빛이 있는지 이서수는 묻고 있다.

어느 날, 세상에서 한 가지 색깔이 사라진다. 그런데 그 색깔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김희선의 「뮤른을 찾아서」에서 초거대 입자가속기가 W시에서 완공된 이후 ‘나’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어떤 색깔을 자신이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는 것. 그런데 이 일이 ‘나’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라면?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도, 아니 도시 전체, 전 지구적 현상일지도 모른다면? 그것이 실재인지, 집단적 망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배후의 중심에 한 사람이 있다. 물리학자 출신 미술가이자 행위예술가인 김진수. 그는 ‘블랙홀’이라 불릴 만큼 어둠으로만 존재하는 집에 칩거하고 있다. 마치 세상에 열린 틈처럼 보이는 블랙 그 자체인 집 앞에 도착한 나는 이제 비밀을 밝히러 문을 두드린다. 현대물리학의 발전이 정점에 이르고 합리와 이성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 완벽해 보이는 세상에 열린 틈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게 무슨 냄새야?” “이게 무슨 냄새 같아?” “나 알겠어. 이게 무슨 냄새인지.”

너와 나를 구분 짓고 규정하는 향,
우리가 모르는, 우리를 점령한 그 냄새,
인공지능이 도래한 시대의 스산하고 환각적인 홍차향

누군가를 알고 싶다는 욕망은 가까워지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멀어지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문진영의 「나쁜 여행」은 너와 나를 구분 짓고 거리를 만들어내는 ‘냄새’에 관해 들려준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세요.” 80만 유튜버의 독려에 힘입어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결심한 나에게도 한때는 영화라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가 아닌 오백만 개 쌓인 유튜브 영상 편집일 뿐이었고, ‘나’는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몇 해 전 겨울 ‘돕바 분실 사건’으로 마음속 깊이 앙금을 남긴 핌이라는 현지인 친구와 함께. 얼마짜리인지 궁금한 핌의 향수 냄새를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내달려오던 아홉 살 미얀마 아이의 땀 냄새를 통해 ‘나’는 내 안에 도사리는 또 다른 낯선 향과 나를 옥죄는 진짜 테두리가 무엇인지를 감지한다.

내가 맡는 냄새를 왜 너는 맡지 못하는 것일까? 공현진의 「이사」는 때로 우리가 ‘같은 냄새’ 속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섬뜩한 불안을 그린다.
어느 날 외출 후 집 안에서 정체불명의 냄새를 맡게 된 해오와 우진. 대게 삶은 솥에서 나는 냄새, 신발장에 놓인 디퓨저 냄새, 화장실 하수구 냄새, 김치 냄새…… 모두 아니었다. 냄새의 원인을 찾느라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소용이 없다. 이사를 가야 할까, 그러나 냄새를 쫓다 보면 어느새 희미해지기도 하고 사라진 듯도 하다. 문제는 집에 있을 땐 모르겠다가도 잠시 외출했다 돌아오면 어김없이 급습한다는 것. 그러니 냄새는 있다. 분명. “썩고 곪은 무언가가 집에 있다”고 두 사람은 확신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냄새는 점점 해오에게만 맡아진다. 그리고 마침내, 해오는 냄새의 정체를 알아차린다.

사라진 것이 색깔이 아니라 사람일 때는 어떨까. 게다가 그것이 유행이 된 세상이라면? 김사과의 「전기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에서 사람의 목소리 대신 기계 소리가 나는 전기도시에서는 스산하고 환각적인 향이 난다.
아주 일상적인 그래서 이 도시에서는 더욱 이질적인, 깊고 진하고 쓴 홍차향이. 그리고 전기도시에서는 사람들이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다. 영국의 총리도, 너도, 너의 옛 연인도 그렇게 사라졌다. 같은 향, 같은 공기를 머금은 어제와 동일한 공간 속에서 마치 ‘삭제’ 키를 눌러 지워버린 것처럼. 너는 도대체 왜, 어디로 간 걸까. 고장 난 기계처럼 묻고 또 묻는 내 앞에 “10퍼센트쯤 남은” 네가 말한다. ‘이제 네 차례야.’
인공지능의 시대는 이미 우리에게 도래한 미래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사랑과 기쁨과 외로움과 공허함이라는 감정마저 대체할 때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고유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모든 것이 사라져갈 때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소설에는 이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준비되어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화진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주에 대하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연작소설집 『공룡의 이동 경로』, 장편소설 『동경』,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개구리가 되고 싶어』가 있다. 제47회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문진영

2009년 『담배 한 개비의 시간』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눈 속의 겨울』 『최소한의 최선』, 중편소설 『딩』 『미래의 자리』, 짧은 소설집 『햇빛 마중』이 있다. 2021년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이서수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 『엄마를 절에 버리러』, 연작소설집 『몸과 고백들』, 장편소설 『헬프 미 시스터』 『마은의 가게』 『당신의 4분 33초』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공현진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를 썼다. 제15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김희선

2011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소설 「교육의 탄생」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소설집 『라면의 황제』 『골든 에이지』 『빛과 영원의 시계방』, 장편소설 『무한의 책』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247의 모든 것』을 냈으며, 산문집 『밤의 약국』 『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를 썼다. SF어워드, 젊은작가상, 허균문학작가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김사과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장편소설 『미나』 『풀이 눕는다』 『천국에서』 『바캉스 소설』, 중편소설 『나b책』 『0 영 ZERO 零』, 단편집 『02』 『더 나쁜 쪽으로』 『하이라이프』, 에세이집 『0 이하의 날들』 『바깥은 불타는 늪/정신병원에 갇힘』 『헨리 제임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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