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통로 시간여행자

김진수 지음

루미너리북스 2025년 08월 0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합정역 환승 통로, 매일 수십만 명이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의 문이 된다면 어떨까요? 25년째 보쌈집을 운영해온 한정호는 매일 밤 이 익숙한 길을 걸으며 집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재개발로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마지막 날들이 다가오면서, 환승 통로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분명히 현재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1998년 가게를 처음 열던 그날로, 세상을 떠난 아내가 살아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울려 퍼지는 지하철 소음 사이로,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신비로운 여행이 시작됩니다.

한정호만이 아닙니다. 20년째 단골손님인 박미란은 환승 통로에서 젊은 시절의 자신과 마주하며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인생의 가능성들을 목격합니다. 매일 야근에 지친 직장인 이수진은 대학 시절 꿈꾸었던 화가로서의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보쌈집을 중심으로 엮여있던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시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그들은 깨닫게 됩니다. 이 모든 일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정든 공간이 사라지기 전에 그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나선형이며, 때로는 뒤돌아보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진실은 더욱 놀랍습니다. 한정호가 25년 전 가게에 걸어둔 조선시대의 신비한 시계, 그리고 그것이 품고 있던 시간을 조작하는 힘. 재개발로 인한 이별의 아픔이 극에 달하면서 활성화된 시간 왜곡 현상. 무엇보다 한정호 자신도 모르고 있던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이 만들어낸 기억의 혼란과 깊은 잠재의식의 발현.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시간여행을 넘어서 인간의 기억과 그리움, 상실과 치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독자들을 이끕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겹겹이 쌓이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결국 보쌈집은 문을 닫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한정호는 가족들과 화해하며 새로운 곳에서 더 작지만 따뜻한 가게를 차리기로 하고, 단골손님들도 각자의 새로운 삶을 향해 걸어갑니다. 정든 공간은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나눈 시간들과 맺어진 인연은 영원히 마음속에 남아 새로운 시작의 밑거름이 됩니다. 김진수 작가는 일상 속 평범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 사건을 통해 우리 모두가 간직하고 있는 그리움과 상실, 그리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강인함을 섬세하고 따뜻한 필치로 그려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한정호가 환승 통로를 빠져나와 새로운 삶의 공간으로 향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과 함께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선사할 것입니다.

목차

1. 마지막 보쌈 한 접시의 무게
2. 11시 47분, 2호선 플랫폼의 기묘함
3. 20년째 단골의 빈 자리
4. 혼술 테라피의 마지막 날들
5. 1998년 7월 15일의 재현
6. 스무 살 박미란과의 조우
7. 캔버스 위의 꿈꾸던 날들
8. 동네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고백
9. 조선 시계공의 마지막 선물
10. 아들의 숨겨진 마음
11. 아버지와 아들의 시간 여행
12. 기억의 미로에서 길을 찾다
13. 딸의 귀향과 가족의 재결합
14. 마지막 밤의 보쌈집
15. 작은 가게, 큰 꿈의 시작
16. 환승 통로의 새로운 여행자

작가정보

저자(글) 김진수

김진수. 한국 출생.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