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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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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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노동자 12인의 생생한 증언
영원한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 2주기 특별기획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 2023년 2월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경찰청, 국토교통부, 법무부, 고용노동부와 보수 언론들은 합세해 건설 노동자를 ‘폭력배’로 몰아세우고 전방위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총 22차례의 압수수색을 당했고 2250여 명의 건설 노동자가 소환 조사를 받았으며 그중 42명이 구속되었다. 그해 5월, 부당한 노동 탄압과 혐오 정치를 중단하라는 외침과 함께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 안전하게 일할 환경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공갈과 협박으로 몰아세운 정권에 맞선 양회동 열사의 죽음은 많은 이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과 경남도민일보는 부산·울산·경남 건설 노동자의 탄압 실태를 조사하고 그들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기록하기로 했다. 인권 활동가, 이주 활동가, 기자들이 함께해 굴착기, 덤프, 레미콘, 철근, 형틀, 알폼, 갱폼, 비계, 타설, 내장 공정 분야에서 일하는 12명의 건설 노동자들을 인터뷰했고 그들의 구술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는 ‘남의 건물을 지으면서 내 마음은 무너졌던’ 이들의 일·삶·투쟁의 연대기다.
이 책은 쉬운 일 하면서 돈 벌어 간다며 차별받는 여성 건설 노동자의 시선으로, 차별과 배제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주 노동자의 시선으로, 가족 부양의 의무를 기본값으로 여겨야 했던 남성 노동자의 시선으로 건설 현장의 일과 일상을 그린다. 일하다 죽지 않는 일터를 위해, 힘든 일 한다고 천대받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노동조합원들의 진솔한 목소리도 담았다. 지난 3년간 많은 건설 노동자가, 자본과 권력의 탄압으로 단가 경쟁과 임금 체불이 보편이 되고 조합원 채용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현장에서 사투를 벌였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를 휩쓴 혐오 정치의 민낯은 물론 보수 언론이 가리고자 했던 진실이 무엇인지, ‘불법’과 ‘폭력’을 무기 삼아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를 알 수 있다.
2025년 5월, 양회동 열사 2주기를 기리며 세상에 나온 이 책을 통해 세상을 짓는 건설 노동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건설 노동자의 노동과 우리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또 폭력적인 통치, 차별과 혐오의 언어로 짓밟힌 노동자들의 자부심을 다시 세워 내는 저항의 연대가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머리말: 건설 노동자의 목소리로 듣는 노동, 삶, 투쟁
1부 우리가 흔들리지 않을 용기
같이 좀 먹고삽시다|김용기
제 별명은 소입니다|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삶|더디지만 확실한 변화|인간다운 삶을 찾아 노동운동의 길로|안전한 일터를 향한 투쟁|갈취·협박범이 된 노동운동가|구치소에 날아든 부고|노동자가 할 말은 하는 세상|청년 유입 없는 건설 현장|계속 저항하고 소리쳐야죠
나는 여성 철근 노동자입니다|이도연
멈추지 않기, 살아남기|빗자루로 연습했던 초보 시절|철근과 철근을 단단하게 묶는 결속|하루하루 온전히 감당하기|여자들은 쉽게 돈 벌어간다는 오해|비 오는 날이면 병원을 찾는 이유|노조가 있어 가능한 것들|노동자 탄압과 줄어드는 일자리|10년 후에는 몸도 마음도 편해지길
이주 노동자가 꿈꾸는 미래|응우옌반린(가명)
혹독한 뱃일로 시작한 한국 생활|알폼, 집의 뼈대를 세우는 일|캔 커피로 버텨온 날들|욕설과 체불이 만연한 현장|함께 싸우면 더 좋지 않을까요|불법이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존재하는 노동을 인정해주기를|가족,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힘|핑크빛 코리안드림은 없다
정당한 노조 활동으로 되찾을 명예|정정길
학교 졸업 후 입문한 중장비 세계|숙련공이 되어 맞은 개발 호황기|중장비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경비 절감에 내몰린 노동 안전|먹고살기 어려워서 가입한 노조|졸지에 개인 사업자가 된 노동자|노동자이면서 사용자라고요?|탄압 후 심각해진 현장 갑질|멈추지 않고 그 길을 가렵니다
2부 행복을 짓는 노동
우연히 만나 삶이 된 노동조합|김부생
힘든 시절을 건너 건설 현장으로|건물 구조를 잡아주는 형틀 작업|50여 공사 현장을 경험하다|투쟁 끝에 들어선 휴게실과 샤워실|삶에 활기가 되어준 노동조합|공기 압박이 불러오는 위험|수사기관의 범죄자 몰이|권리 포기가 당연한 세상|세상 앞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노동으로 일으켜 세운 삶|김태훈
농구공 대신 잡은 콘크리트 그라인더|작은 오차도 용납할 수 없어요|조합원과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고맙다는 인사가 ‘공동 협박’으로|25년 전으로 돌아간 현장 처우|때가 오면 다시 싸울 겁니다|꺾이지 않을 우리의 꿈
한 평 남짓 운전석에서 세상과 맞서다|이현호
여섯 직업을 거쳐 덤프 노동자로|목숨을 담보로 현장을 달리는 사람들|차별을 부르는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만연한 시공사 갑질에 맞서다|우리의 조건은 일자리 지키기와 체불 방지|그들이 말하는 ‘업무방해’의 진실|답이 정해진 경찰 수사|탄압 와중에 들려온 그날의 비보|“덤프차 몰면 돈 많이 번다면서요?”|11년 차 건설 노동자의 바람
탄압의 현장이 일깨운 것들|김중근
자부심을 지켜주는 정직한 노동|공안탄압 후 퇴행하는 건설 현장|경찰 조사만 여섯 번을 받다|아버지도, 아들도 노동조합으로|우리는 노가다도 폭력배도 아니다
3부 연대를 향한 한 걸음
정직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김준영
‘열정 페이’ 청년 노동자로 시작한 비계 일|허공에 계단을 놓다|사고가 속출하는 고공 작업|노동조합이 바꿔놓은 삶의 질|잘못된 관행들과의 싸움|밑도 끝도 없는 피의자 조사|덤핑이 판치던 과거로 회귀하다|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불법과 편법을 양산하는 하도급 구조|20년 차 비계 노동자가 꾸는 꿈
92년생 청년 노동자가 사는 법|김강락
용돈벌이에서 직업이 된 철근 노동|공안탄압이 무너뜨린 꿈|끊이지 않는 임금 체불의 이면|그래도 해답은 노동조합뿐|다시 10년 앞을 내다보며
한국에서 건설 노동자로 10년 넘게 일했어요|아웅(가명)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오다|건강 문제로 그만둔 첫 직장|계속된 비난과 괴롭힘|불법 미등록 노동자로 내몰리다|눈앞에서 목격한 대형 사고|노동법 사각지대에서 살아가기|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노동조합|삶을 위협하는 출입국 단속|차별과 배제의 일상 속에서|계속 건설 일을 하고 싶어요
세상을 바꿀 우리의 연대|정연창
기사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로|골조를 완성하는 레미콘 작업|이렇게 살아서 되겠나?|체불금 해결 요구가 불법인가|계속되는 압박과 긴장|노동자도 당당하게 목소리 낼 수 있는 사회
후기: 당신에게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가족들은 제 노조 활동을 안 좋게 생각했거든요. 형들이 빨갱이 아니냐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3년 정도 인연을 끊고 살기도 했어요. 그러니 또 무슨 소리를 들을까 걱정부터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 완고하던 형님이 면회 와서는 대뜸 미안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서 너만 당당하면 됐다면서 지금 갇힌 게 무슨 상관이냐고, 너는 죄인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는데…. _40쪽
초보라 속도를 못 따라가니 사장한테도 많이 혼났죠. 집에서 밥이나 하지 뭐 하러 왔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노래방 도우미나 하지 이런 거 왜 하냐고 말하는 사장도 있었죠. 일하지 말고 함께 술이나 마시러 가자고도 했어요. 팀으로 움직이니까 제가 잘못하면 그 팀이 잘릴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대꾸도 못 하고 수없이 참으며 억척같이 살아남았어요. _51쪽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일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한국말이 익숙지 않다 보니까 많이 당해요. 이주 노동자가 속한 나라의 팀장이 있고 그 위로 회사가 고용한 팀장이 또 있어요. 이 사람들이 중간에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예요. 그러다 보니 정작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해요. _78쪽
노조가 현장을 정말 많이 바꿨어요. 기본적으로 하루에 10~12시간 이상 일하던 노동 시간이 단축되어 일 마치고 집에 가서 쉴 수 있는 게 저는 제일 좋더라고요. 또 주말에 일 안 하니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요. 매년 인건비 인상이 되어 살림 계획도 어느 정도 세울 수 있게 됐어요. 노조 하면서 이 세 가지가 제일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노조가 있으니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든든하지 않을까요? _119쪽
저한테는 건설업이 무한한 희망입니다. 자기 기술만 있으면 65세까지는 걱정 없이 먹고살 수 있어요. 저희 바람은 그때까지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거죠. 언제 일을 끊길지 모르는 불안한 생활 말고요. (…) 그래도 건설노조가 이전처럼 단합해서 다시 기초를 다져야죠. 그러면 언젠가는 저희도 다른 직장인처럼 안정적으로 월급 받으면서 일할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_148쪽
위험 요소는 엄청 많죠. 그래서 직업 자체가 내 목숨을 담보로 한다고 생각해요. 차량 내부가 한 평이나 되겠습니까? 그 공간에서 오래 할 때는 혼자서 10~11시간을 있는 거죠. 일하러 가는 시간, 마치고 오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그 정도 돼요. 바쁘면 점심시간 없이 일하니까요. 그럴 때면 짬을 내서 차 안에서 라디오 듣고 유튜브 보는 게 유일한 휴식이에요. _155쪽
조사받다가 담배 피우러 잠깐 나왔는데, 마침 아들도 옆방 조사실에서 나오더라고요. 아들도 건설 일을 하거든요. 제가 권했어요. 제 손으로 아들을 불러서 일을 가르쳤습니다. 철근 들고 나르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 제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니까 옆에서 보고선 자기도 한번 해보겠다고 한 거예요. 그런 아들을 경찰서에서 만난 겁니다. 그러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부모로서 속이 좋겠어요? 한 방에서는 아비가, 옆방에서 아들이 조사받는 게 말이 됩니까. 멀쩡하게 회사 잘 다니던 애를 건설 일로 데려와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_181쪽
수사기관에서는 단순히 집회에 참석했거나 명함만 내민 사람들도 형사법으로 엮어버렸어요. 집회 참여는 ‘업무방해’, 교섭은 ‘강요’가 됐어요. 초기에는 이 정도까지 탄압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때 대응을 했더라도 결과는 똑같았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작정하고 들어온 거니까요. 조사받을 때 하는 말들이 그냥 “너희는 범죄자야. 무조건 잘못된 거야” 하고 들렸어요. _203쪽
아버지가 옆방에서 조사받을 줄은 몰랐죠. 그때 조금 울컥하더라고요. 아버지가 너무 미안하다고, 당신 아니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지금도 말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고요. 건설 일도, 노동조합 활동도 내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노동조합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잘 알고 자부심이 있어요. 노동조합이 절대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요. _226~227쪽
한국인 일자리를 이주 노동자들이 빼앗고 있다는 말 들었어요. 그건 사실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될 수 있는 상황들이 있어요. 사업주는 이주 노동자에게 강제로 일을 시키듯이 한국인 노동자를 대우할 수 없죠. 한국인 노동자들은 이러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아요. 그래서 일부 사업주들은 한국인 노동자보다는 노예처럼 대우해도 되는 이주 노동자를 선호하기도 해요. 저도 그런 경험을 했어요. _241쪽
제가 인터뷰를 하고서도 좀 부끄러워서 집에다 말을 안 했습니다. 책으로 나오면 꼼꼼히 한번 읽어보려고요. 가족들한테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일단은 동종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이제 막 사회생활 시작한 젊은이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사회생활 선배들이 겪었던 인생사니까요. 삶이 절박한 분들도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_286쪽
건설 노동자를 옥죄는 불법 재하도급 구조와 부조리한 관행
‘노가다’라는 말은 건설 노동자를 뜻하는 일본어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비하의 의미가 크다. 건설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 형태, 장시간·저임금 노동, 위험천만한 환경까지 감당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의 삶과 노동을 인정해 주기는커녕 인생 막장이나 하는 일, 거칠고 험한 일이라는 선입견이 팽배해 있다.
한국의 건설 산업은 로비와 임금 착취와 저가·불법 하도급을 통해 건설사의 이윤을 보장하는 형태로 고착되어 있다. 원청사에서 시공사로, 다시 크고 작은 건설업체들로, 그 밑에 각 공정별 팀장들로 이어지는 부조리한 구조 때문에 정작 노동자들의 임금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건설사가 만든 이 불합리한 구조 안에서 애꿎은 노동자들만 갈등하고 싸우고 있어요. 이 불법 재하도급 구조를 깨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45쪽)
이러한 하도급 구조의 아래로 갈수록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는 멀어지고 위험은 증가한다. 산업 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가장 많은 업종이 바로 건설업이다. “현장이 안전하지 않은 것도 문제예요. 자꾸 사고가 납니다. 개인의 부주의 탓이 아니에요. 공사비가 올라가다 보니 안전 관리비에 들이는 돈이 줄었어요. 공기 단축으로 이익을 남기려고 서두르다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요.”(98쪽)
여기에 더해 건설 현장의 임금 체불 문제는 수십 년 동안 반복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건설업계 임금 체불 규모는 약 1조 5850억 원, 임금 체불 피해자는 40만 2584명에 이른다. “이 일 하면서 한 번도 체불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보면 돼요. 책임지고 데려온 사람만 여덟 명 정도였어요. 두 곳 현장을 합해서 못 받은 돈이 1억 가까이 됐어요. 제 통장을 탈탈 털어서 나눠주었죠. 다들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막상 그러고 나니 참 막막하더라고요.”(96쪽) “노동청에 고소하면 받을 수 있기는 합니다. 근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당장 하루하루 일해서 먹고사는 입장에서는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복잡해요. 무엇보다 다음 일거리가 줄어들까 봐 무서워서 신고 못 하는 것도 있어요.”(137쪽)
세상이 수많은 도로와 건물은 건설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하고 그들의 인권을 짓밟고 목숨까지 담보로 잡히면서 완공된다. 그리고 건설사의 이윤이 채워진다. 하지만 건설 노동자들은 값싼 노임이라도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감지덕지해야 했고, 1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견디며 주말도 없이 소처럼 일해야 했다. 일이 있다면 어디든 집과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다. 체불된 임금의 반쪽이라도 주겠다는 사장에게는 오히려 감사를 표해야 했다. 이처럼 건설 산업 전반에 팽배해 있는 오래된 악습과 관행, 부조리를 바로잡고 건설 현장을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든 건설노조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그들은 진로를 고민한 끝에 혹은 우연히 건설 노동 현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게 되었다. 그러나 현장은 녹록지 않았고 고된 노동과 끊이지 않는 사고, 자행되는 불법과 편법은 이들의 삶을 괴롭혔다.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대우받지 못하는 노동 혐오를 깨고자 노동자들은 단결했고 그 결실이 바로 2007년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탄생이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정부도 바꾸지 못한 부당한 노동 여건과 현장 곳곳에 만연한 부조리를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임금 체불과 단가 후려치기 등을 단결된 투쟁으로 막아냈다. 또 하청에 하청으로 이어지는 임금 착취 구조 속에서도 단체 교섭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얻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 근무 시간이 현저히 줄었어요. 8시간 외에 추가로 일하는 부분은 수당으로 받을 수 있고요. 노조는 일자리 창출도 많이 했어요. 우리 조합원들 더 써달라고 요구하면 현장에서 많이 받아줬어요. 건설사 갑질도 줄었어요.”(99쪽)
현장에서 인간답게 일하고 일과를 마치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내일을 준비하는 것, 이 당연한 일상을 위해서는 현장에 최소한의 안전장비와 휴식공간이 필요하다. “타워크레인을 이용한 호퍼 작업은 정말 위험해요. 3~4톤 되는 쇳덩어리에 깔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람이 그냥 형체가 없어져요. CPB를 쓰면 호퍼 작업을 안 해도 되거든요. 그래서 ‘CPB 좀 도입해 달라. 기존 현장 너무 위험하다. 이런 식이면 일 못 한다’고 말했어요. 그 결과 CPB를 도입하겠다는 현장이 22곳이나 됐어요.”(35쪽) “회사가 노동조합 눈치를 보면서 서서히 부당한 지시가 없어졌어요. 노동자 복지가 좋아졌죠. 50분 일하면 10분은 쉴 수 있어요. 점심시간이랑 간식 시간도 있고요. 현장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177쪽)
건설 노동자에게 노조 활동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투쟁이었고, 노동조합은 스스로 인간임을 선언했던 건설 노동자의 자부심이었다. 그들의 노력은 노동자와 노동 현장으로 하여금 오늘을 넘어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임금 체불 줄이고 유급 휴일수당까지 만들면서 젊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아무래도 건설업은 나이 든 분들이 많잖아요. 우리도 알아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제가 사랑하는 이 일을 누군가 이어서 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노조 활동을 한 면도 있습니다.”(146쪽)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한 후 상황은 급변했다. 떨어진 정권 지지율을 올리려는 수단으로 ‘노동자 때리기’에 열을 올리면서 건설노조는 그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건폭 몰이, 탄압 정치, 노동 혐오에 맞서는 건설 노동자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제가 오늘 분신을 하게 된 건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네요.(중략) 윤석열의 검찰 독재 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주세요.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투쟁!”
2023년 5월 1일 노동절,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분신했다. 그의 유서는 수많은 건설 노동자의 속내이기도 하다. 윤 정부의 건폭 몰이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노동자들은 연이은 수사와 구속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 “우리를 무슨 강력범 대하듯이 하니까 많이 억울했죠. A4 용지 한 장 가져다 놓고 같은 질문을 반복해요.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요. 그 질문을 저한테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조사받으러 갔던 다른 조합원한테도 해요. 저랑 답변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그걸로 꼬투리를 잡아요. 예전에 멀쩡한 사람 간첩 만들듯이 조사했어요.”(140쪽)
언론의 왜곡 보도와 이웃들의 차가운 시선은 건설 노동자들을 더욱 위축시켰다. “우리는 묵묵히 현장에서 일한 것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언론은 범죄자 취급을 했습니다. 사실을 왜곡했죠. 일자리를 제공하라거나 돈을 떼먹지 말라는 건 너무도 당연한 요구잖아요. 그걸 두고 폭력배라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162쪽)
이렇게 사방에서 옥죄는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가족과 친지들 걱정이 앞섰다. “아내랑 애들이 먼저 소환장을 봤더라고요. 아내의 첫마디는 ‘혐의가 공동 공갈로 돼 있는데 이게 무슨 뜻이냐’는 거였어요. 마치 무거운 죄라도 지은 것처럼 읽히니까 당황스럽잖아요. 아내에게 ‘별거 아니다. 나는 지은 죄가 없다’고 말하며 안심시켰죠. 딸과 아들은 처음엔 슬픈 표정으로 ‘아빠, 경찰에 잡혀가?’ 하고 묻더라고요.”(124쪽)
무엇보다 개탄스러운 것은 건폭 몰이 노동 탄압 이후 건설노조의 노력과 성과는 점점 사라지고, 건설 현장은 불합리하고 불공정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탄압 이후 업체들은 노임 삭감을 요구하고, 노동자들은 인격 존중도 못 받고 일자리를 잃고 있어요. 기본적인 것조차 받지 못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거예요. 열심히 싸워서 권리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무너진 거죠.”(208쪽)
이 책이 출간되기 직전인 2025년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결국 파면되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상황이 단숨에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정부를 향한 투쟁과 건설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이 물러나고 다음 정부가 들어선다 해서 우리한테 당신들 정말 고생했어, 하지는 않을 거예요. 결국은 우리가 만들어 가야죠. 처음 건설노조를 만들 때, 그 열정에는 못 미치더라도 옛날에 힘들었던 과정을 생각하면서 다시 뭉쳐서 우리 위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276쪽)
건설 노동자들은 단순히 집과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라 피, 땀, 눈물로 삶의 희망을 이어 갔다. 이 책을 통해 건설 노동자들이 잃어버렸던 긍지와 자부심을 되찾게 되기를 희망한다. “제 삶의 목표는 평범하게 사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제일 힘든 것 같더라고요. 만약에 제 아들이 자라서 건설 일을 한다고 했을 때는 건설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였으면 좋겠어요.”(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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