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니우스의 사티리콘 1

타락한 로마의 향연, 욕망과 풍자의 고전

페트로니우스 지음 | 마이너스 옮김

해밀누리 2025년 08월 06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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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니우스의 사티리콘』은 로마 제정기, 특히 네로 황제 치하의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고대 소설로, 서양 문학사상 최초의 ‘산문 소설’이라 평가받는 작품이다. 저자 페트로니우스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 로마 사회의 도덕적 해이와 계급적 허위를 풍자적으로 묘사하며, 인간 욕망과 쾌락의 본질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작품은 여러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심 인물인 에누콜피우스와 그의 동료들—아슬라타, 기타 친구들—이 겪는 방탕한 모험을 따라간다. 특히 ‘트리말키오의 향연’(Cena Trimalchionis)으로 알려진 장면은 소설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으로, 과시적이고 천박한 부자 트리말키오가 연 주연을 통해 로마 후기 귀족 계층의 사치와 허영을 냉소적으로 조명한다.
『사티리콘』은 기존의 영웅적이고 이상주의적 서사와 달리, 등장인물 대부분이 부도덕하거나 이기적인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이는 고전 고대 문학 중에서도 드물게 인간의 타락상과 육체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사례로, 이후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그리고 현대의 모더니즘 소설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형식적으로도 이 작품은 산문과 운문이 혼합되어 있으며, 시적 인용, 철학적 단상, 우화적인 삽화들이 뒤섞여 있어,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다층적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텍스트는 완전하지 않으며, 여러 부분이 결락되어 있으나, 바로 그 파편성과 단절이 오히려 현대적 독서에 더 큰 흥미를 부여한다.

목차

서문
머리말
1. 사티리콘
2. 저자
3. 사실주의
4. 페트로니우스의 위작

1장~26장

출판사 서평

『페트로니우스의 사티리콘』은 문학과 역사의 경계에 선 작품이다. 고대 로마 사회의 타락과 향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 묘사가 지나치게 생생하고 통렬하여 마치 오늘날의 풍경처럼 느껴질 정도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2천 년 전 사람들의 언어와 취향, 성격과 욕망을 낱낱이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트리말키오의 향연’은 세계 문학사에서 유례없는 식탁 장면으로 평가된다. 과시적이고 무지한 신흥 부자가 주연을 벌이며 자신을 황제처럼 포장하는 모습은, 단지 고대 로마를 풍자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문화에 관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보편적 테마를 상징한다.
『사티리콘』은 단지 고전학자나 라틴어 전공자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다. 파편적이지만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날카로운 언어 유희와 성찰, 문명화된 야만이라는 주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는 문학이 인간의 내면을 얼마나 정직하게, 때론 잔인할 만큼 드러낼 수 있는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동시대의 도덕적 위선을 고발하는 풍자 문학이자, 고대 소설의 형식을 실험한 전위적인 서사로도 읽힌다. 고전문학이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날카로운 거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이 책은, 바로 그 점에서 오늘날 더욱 읽힐 가치가 있다.

인물정보

저자(글) 페트로니우스

페트로니우스(Petronius Arbiter, 본명 Titus Petronius Niger, 생몰년 미상)는 로마 제국 네로 황제 시대의 문인, 귀족, 정치가로 알려져 있으며, 『사티리콘』의 저자로 전해진다. 그는 네로의 궁정에서 ‘쾌락 재판관(Arbiter Elegantiae)’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미학적 감각과 세련된 풍류의 상징이었다.
페트로니우스는 키케로처럼 웅변을 쏟아내는 정치가도, 세네카처럼 고상한 철학자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현실의 위선과 가식, 과시와 쾌락에 찌든 귀족 사회를 정확히 꿰뚫는 관찰자이자 냉소적 해학가였다. 그의 작품은 철저히 로마 후기 사회의 삶과 언어, 문화를 생생하게 재현하며, 고전 문학 속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인간 군상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생애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은 많지 않으나, 타키투스의 『연대기』에 따르면 페트로니우스는 네로 황제의 측근이었다가 음모 혐의를 받고 강제로 자살했다고 전해진다. 죽기 전까지도 세련된 미감과 품위를 잃지 않았다는 전설은, 그가 단지 작가가 아니라 ‘삶을 예술처럼 산 사람’으로도 기억되게 한다.
『사티리콘』은 페트로니우스의 유일한 작품으로 남았지만, 그 문체의 정교함과 묘사의 생동감은 이후 서양 문학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라틴어의 구어체 표현과 당대 하층민의 언어를 문학 속으로 끌어들인 점은, ‘고전’이라는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한 사건으로 간주된다.

번역 마이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