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간 디자인 산책
2025년 08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8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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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25.87MB) | 약 13.2만 자
- ISBN 979116785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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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1장 대한민국의 학교
1. 교육 공간으로의 시간 여행
13 · 학교 구조의 기원과 의미
14 · 미셸 푸코의 감시적 기능
16 · 일본 막사에서 유래한 표준설계도
17 · 학교의 일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9 · 왜 학교는 그대로일까?
20 · 일제 강점기부터 미래학교까지의 공간 여행
2. 학교가 가르친다
26 · 아파트와 학교: 관계성과 공간의 결핍
29 · 학교는 누가 짓는가?
31 · 학교 건축의 문제점
33 · 제3의 공간
37 · 북유럽의 교육 환경
39 · 왜 벽 없는 교실이 중요할까?
40 · 학교 건물이 가르친다
2장 감각이 살아있는 교육 공간 만들기
1. 기분 좋은 학교 만들기
44 · 공기와 온도
49 · 빛과 소리
61 · 놀이와 학습의 경계를 허무는 교육 공간
67 · 복도와 문
77 · 문과 문틀
83 · 가치를 일깨우는 도서관
96 · 혁신이 시작되는 공간, 화장실
2. 틀에서 벗어나기: 유연성과 다양성의 교육 공간
103 · 일본 후지 유치원 : 도넛 모양의 열린 세계
108 · 인도 블루밍데일 코쿤 유치원 : 춤을 추는 곡선의 공간
115 · 서울독일학교 : 경계를 허무는 교육 공간 리노베이션
122 · 서울 삼광초등학교 : 사용자 중심의 공간 디자인
128 · 틀에서 벗어나기
3. 자연을 배우는 교실
139 · 한국도예고등학교 : 옥상 정원 프로젝트
142 · 베트남 농장 유치원 : 급속한 산업화 시대의 생태적 대안
150 · 일본 레이먼드 유치원 : 빛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세상
154 · 일본 KN 유치원 : 자연과 어우러진 배움의 공간
158 · 자연과 문화가 스며든 교육 공간
4. 미래의 교실을 디자인하다
162 · 학교의 변화, 천천히 그러나 과감하게
163 · 스웨덴 비트라 텔레폰플랜 학교 : 맞춤형 수업을 위한 공간 실험
171 · 알트스쿨의 흥망성쇠 : 실리콘밸리의 IT 교육 실험
5. 지구를 지키는 작은 실천들
176 · 서울 공항고등학교 : 친환경 교육 공간으로의 진화
181 · 프랑스 불로뉴-비앙크루 초등학교: 지역 사회와 친환경을 고려한 학습 공간
182 · 핀란드 알토 대학교: 적극적인 친환경과 지역 연계를 실천하는 공간
6. 아이들에겐 마을이 필요하다
185 · 학교복합화의 필요성
190 · 국내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정책
192 · 세계의 학교복합화 모델들
194 · 학교복합화가 가져올 미래
3장 교육 공간의 경계 넘어서기
1. 교육 공간에 관한 글로벌 트렌드와 한국적 변용
198 · 핀란드의 성공적 교육과 교육 공간
201 · 각국의 교육 혁신 공간
203 · 제약을 넘어선 한국적 변용
205 · 교육 공간과 커리큘럼의 공진화
208 · 교육 공간 설계를 위한 교육 과정 분석
2. 교육 공간 혁신의 현실적 과제: 공교육과 사교육의 간극
212 · 사교육 기관의 공간 혁신이 필요한 이유
213 · 성공적인 사교육 공간 혁신 사례
3. 전 세계 교실은 어떻게 다른가
216 · 한국 : 교실은 몇 개나 나올까요?
217 · 핀란드 : 모든 창은 숲을 바라봐야 한다
218 · 덴마크 : 교실이 없는 학교를 상상해보세요
219 · 일본 : 학교를 마을로, 마을을 학교로
220 · 싱가포르 : 미래를 위한 실험실
221 · 한국 교육 공간 규제 개선을 위한 제안
222 · 규제를 넘어 문화로
224 · 참고 문헌
21세기 아이들에게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우선,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재를 양성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은 좋은 성적을 받는 기술이 아니라, 지적, 신체적 능력을 갖춘 존재로서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과정이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시대는 학벌과 스펙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과 올바른 인성을 갖춘 인재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공간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인재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공간,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p14)
학교는 누구나 경험하는 공간이지만,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계속해서 진학한다. 선생님들도 4년 혹은 6년 주기로 학교를 새로 배정받아 옮겨가곤 한다. 따라서 학교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공간이자, 졸업하면 되돌아가지 않는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집은 애착을 갖고 가꾸는 데 반해 학교의 환경에는 관심 두지 않는다. 학교의 환경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문제시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학교가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초등학생은 약 5~6시간, 중고등학생은 약 10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는 점에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가정에서의 활동 시간보다 더 길다. (p19)
1950~1960년대는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고, 교육 시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교육 공간의 실질적인 변화는 1969년, 당시 문교부가 ‘표준설계도’를 도입하면서부터다. 표준설계도는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형태의 학교 건물을 빠르게 지을 수 있게 했고, 효율성과 경제성을 중시한 설계였기에 결과적으로 학교 공간의 획일화를 가져왔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4층 높이의 콘크리트 건물, 녹색 칠판, 교단을 향해 일렬로 놓인 책상이 이 시기의 산물이다. 이후 1970~1980년대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도시화는 학교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신도시가 생길 때마다 똑같은 모양의 학교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표준설계도는 분명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교육 환경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재미있는 일화로, 당시 지어진 학교들이 너무 똑같아서 다른 학교에 간 학생들이 자기 교실을 찾지 못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p21)
실제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범 운영된 교과 교실제는 교육 공간에 다양성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과학실은 실험대가 있는 공간으로, 음악실은 계단식 좌석과 악기가 갖춰진 공간으로, 미술실은 창작 활동에 적합한 공간으로 특화되었다. 주목할 만한 건 이 시기부터 ‘공용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교실로 이동하는 시간이 생기면서 학생들이 머무는 복도, 계단, 휴식 공간 등이 중요한 교육 환경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혁신적인 학교 중에는 복도를 넓히고 소파나 테이블을 배치해 ‘학습 공유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교과 교실제는 물리적 여건, 교사의 업무 부담 증가, 이동 시간 관리 부담 등의 현실적 제약으로 확산하지는 못했다. 현재도 대다수 학교는 여전히 교실 중심의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p23)
100년이 넘는 우리나라 교육 공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교육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환경이 아니라 당대의 교육관과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일제 강점기의 통제 중심 공간, 산업화 시대의 효율성 중심 표준설계, 민주화 이후의 열린 공간 시도, 디지털 시대의 유연하고 다양한 공간에 관한 요구 등은 모두 시대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둘째, 공간 혁신은 교육 내용과 방법의 혁신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5.31 교육개혁 때 열린 교실의 한계가 보여주듯, 물리적 환경만 바꾸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교사의 인식과 역량, 교육 과정의 유연성, 학교 문화 등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셋째, 교육 공간 혁신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교 건물의 수명은 적어도 30~50년이다. 당장의 필요와 트렌드만 좇는 공간은 금세 시대에 뒤처지고 말 것이다.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설계가 필요하다. (p25)
오늘날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주거지인 아파트는 그 자체가 하나의 마을을 이룬다. 단지에 달빛마을, 산들마을 같은 낭만적인 이름이 붙는 것을 보면 마을을 이루고 살고자 하는 욕구가 사람들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집이 수백, 수천 채가 모여 있어도 마을다운 마을이 되지 못하는 까닭은 그곳에 뿌리내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마을을 표방해 짓기는 했지만, 실제로 뿌리내리는 사람도 없고 이웃과 공동체를 이루지도 않는다. 즉, 현대의 아파트는 연대가 부재한 공간이고 효율성과 기능성만 추구한 공간이다. 실제로 아파트 단지도 반상회라는 걸 하지만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해야 아파트값을 올릴 수 있는가’일 뿐이다. 올릴 수만 있다면 단지 이름을 바꾸는 것도 불사하며, 투자 수익을 더 올릴 수만 있다면 이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구당 이사 횟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p26)
얼마 전부터는 정부 주도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시행되면서 지어진 지 40년 이상 된 학교를 개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추진되었다. 문제는 미래학교 구상에 대한 합의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태블릿 PC를 나눠주고, 교과서를 전자책으로 바꾸고, 분필 가루 날리는 칠판 대신 전자칠판을 쓴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높아질까? 첨단 시설이 완비된 교실에서 첨단 기자재를 사용해 스마트한 수업을 한다 해도 아이들이 성장하지 못하면 공연물일 뿐이다.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볼 수 있는 시간,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다. 즉, 공간의 혁신도 필요하지만 시급한 건 아이들에게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의 질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공간은 첨단 시설을 갖춘 공간이 아닌, 마음 맞는 친구가 있는 공간 그리고 좋은 교사가 있는 공간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힘든 학교생활도 견뎌내고, 스스로 학교에 오고 싶어 할 것이다. 미래의 학교는 상호작용이 더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일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과는 다른 방법이겠지만, 상호작용의 총량은 분명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지역과 계층으로 분리되어 있던 교육 과정과 일률적인 공간 또한 소통의 원리로 변화할 것이다. 또한, 소통은 교사와 학생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도 일어날 것이다. 산업혁명이 근대 학교 시스템을 만들어냈듯이, 정보 혁명과 기후 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의 경험도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p28)
과연 학교는 누가 설계하는 것일까? 또 설계자는 어떻게 선정되는 것일까? 우선 학교는 해당 지역의 계획, 설계, 발주, 시공을 통해 건설된다. 그러나 지역별, 학교별 특색을 강조해 짓기보다는 여전히 ‘학교는 평등하게’라는 방침으로 형평성과 경제적 효율성에만 맞춰 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외관의 색깔만 봐도 알 수 있다. 페인트 가격이 색마다 차이 나는 것도 아닌데, 대부분 학교는 흰색 또는 옅은 황토색 계열의 단조로운 색을 입는다. 얼마든지 다른 색을 쓸 수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학교에서도 나름대로 색채와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그러나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하며, 여전히 표준설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오래 표준설계 방식이 학교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게 된 탓이다. 저렴한 재료로, 효율적으로 시공할 수 있어서 굳이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행정적 편의와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아이들의 교육 환경은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되어 온 면도 있다. (p29~30p)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교육 공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부족에 있다. 비용과 효율성만을 따지는 관료적 사고방식은 학교를 ‘가르치고 배우는 장소’가 아닌 ‘관리와 통제의 장소’로 전락시킨다. 물론, 가격에 기준을 둔 입찰 방식은 비리를 근절한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방식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능력 있는 설계자나 시공사를 선택하거나 공간의 질을 담보하기에는 분명 거리가 있다. 요즘 들어 입찰 응모만을 전문적으로 대신해주는 브로커들이 등장한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공공시설은 특정 소수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공공이라는 이름을 단 건축은 책임질 주인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함께하는 문화 자산이자 문화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건축을 통해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선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나칠 정도로 세심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게다가 학교 건축은 별다른 견제기구 없이 설계, 시공, 허가, 감독까지 교육청이 맡으므로 여타의 건축물보다 더 발전이 더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p33)
아이의 공간은 어른의 공간과 달라야 한다. 어른은 단순하고 절제된, 탁 트인 공간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집중하는 반면, 아이들은 약간 후미지고 구석진, 자기만의 공간처럼 느낄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학교와 집 안 곳곳에 이런 비밀스러운 공간이 많을수록 아이는 안정감을 느끼고 상상력을 기른다. 그렇다면 학교 설계자들은 학생들의 이러한 심리적 특징과 생활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아마 설계자 대부분이 교실, 특별활동실, 화장실, 복도, 현관 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설계한 뒤 남은 공간을 휴식 공간으로 배정할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휴식 공간이라고는 하나 형식적이거나 최소한의 공간일 것이다. 그마저도 여유가 없으면 아예 설계 내용에 넣지 않기도 한다. 왜 아이들은 어른들이 스타벅스에 비싼 돈을 들여 커피를 사 마시며 느끼는 공간의 여유를 경험할 수 없을까? 왜 아이들은 종일 어둡고 차가운 회색빛 콘크리트 속에 갇혀 있을 것을 강요받아야 할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학교를 설계할 때부터 계획되어 있어야 한다. 건축 후에는 현실적으로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 (p36)
북유럽 학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 중 하나는 ‘중앙 광장’이다. 이 공간은 마을의 중심 광장처럼 학교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대화하고, 작은 공연을 열기도 했으며, 때로는 전교생이 모이는 집회 장소로 사용했다. 이런 공간은 아이들에게 학교가 단순히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삶을 경험하고 문화를 누리는 장소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게 한다. 이들의 교육은 엄격한 통제보다는 정서적 교감과 소통을 중시하여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인다. 또한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아이 개개인의 타고난 소질과 능력을 발견하는 데 힘쓰며, 경쟁보다는 협동을 통한 발전을 가르친다. 우리나라에서는 필수가 되어 버린 선행학습도 시키지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산책하고 텃밭을 가꾸며 자연 속에서 배움을 체득하도록 한다. 도서관도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의 도서관이 조용하게 책을 읽는 곳이라면, 북유럽 학교의 도서관은 ‘미디어테크’라고 불리며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고, 정보를 찾고, 토론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의 성격을 띤다. (p38)
1960년대 후반,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학교 건축 형태 및 학교 교육 방식인 오픈 스쿨(open school, 우리나라에서는 ‘열린교육’이라고 불린다)이 보급되었다. 오픈 스쿨을 구현하는 학습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출입문이나 벽 없이 개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마치 집의 거실과 주방을 오가듯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동하며 학습한다. 또 교실마다 수학, 자연, 읽기 등을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자유롭게 탐색한다.이와 같은 교육은 ‘학습자가 학습 내용에 따라 상호 교류하며 자주성을 존중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교사가 주도권을 갖고 지도하는 것이 아닌, 유연성이 있는 학습 공간에서 학생 개개인이 개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p39)
“학교 건물이 가르친다”라는 이탈리아 건축가 조르조 폰티Giorgio Ponti의 말처럼 잘 디자인된 건축은 그 자체가 교육이 된다. 배움의 공간을 잘 꾸미는 일은 장식적 효과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지식을 운용하는 능력과 체험의 지혜를 몸으로 배울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학교 건축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교 공간이 ‘무언의 교사’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교과서와 선생님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매일 접하는 학교 공간의 디자인, 색채, 빛, 동선, 소리 등 모든 건축적 요소로부터 배우고 감성과 사고방식을 형성해나간다. (p40)
이 장에서는 교육 공간의 다양한 요소가 아이들의 학습과 정서적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것이다. 공기와 온도, 빛과 소리가 아이들의 집중력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복도와 문이 만들어내는 교류와 소통의 가능성, 독서 공간과 놀이 공간의 중요성, 화장실과 같은 일상적 공간이 지닌 교육적 가치를 알아본다. 교육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교사’임을 명심하자. 물리적 환경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배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교육 혁신의 출발점에 설 수 있을 것이다. (p43)
교실의 음향 환경은 소음 수준뿐 아니라, 음향의 품질도 중요하다. 음향 품질은 소리가 공간 내에서 어떻게 전달되고 반사되는지, 그리고 선생님의 목소리가 얼마나 명확하게 학생들에게 전달되는지를 결정한다. 교실 음향의 핵심 지표는 ‘잔향 시간Reverberation Time’이다. 잔향 시간이란, 소리가 발생한 후 소리가 60dB로 감소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최적의 교실 잔향 시간은 0.4~0.6초로, 이보다 짧으면 소리가 너무 빨리 사라져 답답하게 느껴지고, 길면 소리가 울려 말소리가 불명확해진다. 실제로 적절한 잔향 시간을 가진 교실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교실의 학생들보다 듣기 테스트에서 평균 33%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특히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경우, 이 차이는 무려 55%까지 벌어졌다. 교실의 오래된 천장을 음향 타일로 교체하고 벽에 흡음 패널을 설치해 잔향 시간을 1.2초에서 0.5초로 줄인 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언어 이해도 테스트에서 평균 26% 향상된 결과를 보였으며, 특히 주의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집중시간을 2배 가까이 늘렸다. 교사들도 목소리를 덜 높이게 되어 좋았다고 평가한다. (p56)
미래의 교실은 더 지능적이고 반응성이 높은 빛과 소리 환경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은 학생마다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환경을 자동으로 제공하는 공간을 구현할 것이다. 이미 일부 선진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집중도, 활동 패턴,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여 최적의 빛과 소리 환경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발전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빛과 소리는 도구일 뿐, 그 목적은 항상 학생들의 학습과 건강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 환경은 최첨단 기술과 인간 중심의 디자인 철학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 탄생한다. (p60)
건축가 알도 로시Aldo Rossi는 “문은 건물의 표정이며, 우리가 처음 만나는 인상”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유럽의 여러 역사적 건축물은 문을 통해 그 건물의 정체성과 목적을 드러낸다. 고딕 성당의 웅장한 문은 경외감을, 시민 회관의 넓은 문은 포용을, 요새의 좁고 두꺼운 문은 방어와 경계를 상징한다. 교육 공간의 문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과 사용자의 특성을 반영해, 닫혀 있을 때는 공간과 공간을 분리하는 기능을, 열려 있을 때는 공간을 이어주는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실제로 교육 공간에서는 문이 닫혀 있으면 수업 중이고, 문이 열려 있으면 쉬는 시간이다. 쉬는 시간에 문을 닫아 놓으면, 즉 선생님이 없을 때 문이 닫
교육 공간 건축가이자 아이스토리만의 특별한 시선!
결국 좋은 공간이 아이들의 행복을 결정짓는다!
이 책은 단순한 교육 공간 개선 안내서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간절한 제안이자,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작은 혁명의 시작이다. 특히 사교육 관계자들-학원장, 대안학교 운영자, 교육센터 설립자-에게 교육 공간이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투자’ 항목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초기에는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육 효과 향상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필자가 제안한 교육 공간을 도입한 일부 선도적 사교육 기관들이 이미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교실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호기심이 피어나고, 복도를 걸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으며,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빛이 지식의 불꽃을 더 밝게 만드는 공간이다. 단기적 수익성을 넘어, 교육 가치의 창출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학교와 학원이 늘어난다면 우리 교육이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인물정보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에서 실내설계를 전공했다. 25년 차 교육 공간 전문 디자이너이자 실내건축가로서 기존 영유아 공간의 틀을 깬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유치원, 어학원, 국제학교, 어린이 병원 등의 성공적인 론칭을 이끌어냈으며, 2010년 교육 공간 디자인 전문 회사 ‘아이스토리’를 설립한 이후 교원그룹, 채드윅, 드와이트 스쿨, 덜위치 칼리지, 페이스튼 국제학교, 소피텔, ㈜일룸 등 다양한 분야의 명망 있는 클라이언트들과 협업하며 영유아 교육 공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 저자는 유치원과 학교 등의 획일화된 공간 구조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아이들의 창의성과 성장을 촉진하는 경험의 장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철학 아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정서적, 인지적 발달을 돕는 교육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25년에 걸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간의 기능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펼쳐질 무한한 교육적 가치를 창출하는 통찰력 있는 제안으로 가득하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도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즐거운 공간 만들기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홈페이지 https://istorygroup.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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