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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정명원 지음
한겨레출판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5년 08월 06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7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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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1.25MB)   |  약 12.8만 자
ISBN 9791172133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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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tvN 〈유 퀴즈〉 출연 화제의 인물
★유시민 작가가 윤석열에게 추천한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후속작
★공판 분야 국내 유일 블랙벨트 검사


2021년 11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시민 작가는 한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여기에서 유 작가는 정명원 검사의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이라고 대답했다. “사람다운 마음을 가진 검사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전작에서 ‘사람을 의심하고 판단하는 데 인간에 대한 상상력이 얼마나 들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던 정명원 검사가 이번에 한층 깊어진 사유를 담은 신작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으로 돌아왔다. ‘검찰 개혁’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지금 인간에 대해, 법에 대해 다층적인 고민을 던져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번 책에서 그는 오직 유죄 혹은 무죄로만 나뉘는 형사법의 세계에서도 인간의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고 복잡다단한 결들이 엉겨 붙어 있다는 데에 천착한다. 그래서 이 책은 틀에 박힌 공소장 이면과 범죄 너머에서 발견한 인간에 대한 낙관을 잃지 않고자 애쓴 흔적이기도 하다.
저자는 탐욕과 무책임과 이기심, 체념과 합리화가 섞인 이 세계에서 그 상흔을 지우는 법을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절망하지 않고 앞으로 가 앉으려고 한다. 친아버지 살인미수죄로 구속되었으나 자식을 신고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통곡 앞에 존속살해예비죄 대신 어머니에 대한 특수협박죄로 바꾸어 기소한 사건, 두부 공장에서 손가락 마디가 잘린 채 수십 년간 고되게 일했으나 결국 횡령죄로 기소된 공장장의 가슴 아픈 사연,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가해자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 도리어 돈이 든 합의서를 내미는 피해자 가족의 선처에서 저자는 애쓰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얼굴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악의 얼굴도 정의의 얼굴도 아닌 평범한 그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며 알게 된 사실을 이 책에 담았다고 말한다.
오은 시인은 “그동안 이 시대의 검사(檢事)를 흡사 칼을 다루는 검사(劍士)처럼 느껴왔다면, 정명원의 책을 읽으면서 검사에 대해 남아 있는 편견마저 산산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며 이 책에 추천의 말을 더했다.

“형사법의 세계에서 인간은 대체로 유죄이고, 가끔씩 무죄지만, 그런 뻔한 것들로 세상이 구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죄와 무죄의 틈바구니를 애써 버티는 힘으로 사람의 역사는 쓰인다. 그러므로 검사로 일하며 내가 매일 마주한 것은 시커먼 악의 얼굴도 청명한 정의의 얼굴도 아니다. 다만 애쓰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얼굴이다.”(8쪽)
프롤로그

1부 사건 외곽의 풍경들

작가 지망 검사의 공소장
대단한 그녀
법정의 연기자들
존속살해예비죄가 품고 있는 세계
싸움의 기술
고등어 삼촌의 지하실 왕국
사기와 패기 사이
두부 공장 횡령 사건
어떤 씨닭
지역에 대형 백화점이 들어오고 나서
세상의 끝, 그녀의 집
우리가 끝내 믿어보는 어떤 것
수사가 끝난 지점에서 어떤 이야기는 시작되지


2부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공판부장 J검사의 하루
나의 사무실 변천사
어떤 검사를 움직이는 힘
그 시절, 우리가 술잔에 담았던 것들 1
그 시절, 우리가 술잔에 담았던 것들 2
쪽박산을 위하여 건배!
검사 엄마 2
민원인의 송곳 끝이 나를 향하던 순간
검찰청 생활체조동호회
나의 댄스: 현재와 과거와 미래
경직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
오늘도 무사히, 우당탕탕 공판부


3부 시골지청 안단테

시골지청 안단테: intro
여기는 심쿵요정들이 살고 있어요
웰컴 투 곶감 시티
여사님들의 꽃놀이
B검사는 버섯이 싫다고 했었지
해피엔드를 향하여, 구속영장
장화를 샀다
우리는 징검다리를 건너 스타벅스에 간다
물끄러미와 넌지시 사이에서
굿바이 상주, 올리브그린색 작별

에필로그
추천의 말

형사법의 세계에서 인간은 대체로 유죄이고, 가끔씩 무죄지만, 그런 뻔한 것들로 세상이 구성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유죄와 무죄의 틈바구니를 애써 버티는 힘으로 사람의 역사는 쓰인다. 그러므로 검사로 일하며 내가 매일 마주한 것은 시커먼 악의 얼굴도 청명한 정의의 얼굴도 아니다. 다만 애쓰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얼굴이다. 그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며 내가 알게 된 사실을 여기에 조금씩 기록해보았다. 거기에는 직업병처럼 미간을 좁힌 채 각자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분투하는 나와 내 동료들의 표정도 들어 있다._8쪽

확인되지 않은 괴벨스의 어록 중에 ‘100퍼센트의 거짓보다 1퍼센트의 진실이 섞여 있는 쪽이 더 큰 효과를 낸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와 같은 맥락이라고 해야 할지 그녀는 100퍼센트 진실일 수 있는 영역에도 습관적으로 거짓을 섞었다. 그리하여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진실인지 확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마침내 진실이 무엇이고 거짓이 무엇인지 따져 묻는 일 자체가 허망한 것이 되기까지 그녀는 삶의 전방위에서 끊임없이 거짓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사기꾼으로서 그녀의 위대함은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_31쪽

그 판단의 기로에서 내 마음의 축을 조금 기울인 것은 앞으로도 가족으로 계속 살아가야 할 그들의 남은 삶이었다. 어쩌면 무모하고 비논리적이고 모순 가득한 가족애라는 이름의 희망. 어떤 행위가 어떤 범죄를 구성하는지 판단하는 일에 그런 비정형적이고 감정적인 요소들을 섞는 것은 자칫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람의 일을 다룸에 있어 사람을 보지 않는 것이 가능한가, 혹은 온당한가 하는 생각으로 오래 창밖을 응시하게 되던 시절이었다._52쪽

다소 엉뚱한 대답이었지만 남자의 말을 듣고서야 나는, 오래전부터 내심 궁금했던 의문, ‘왜 수많은 남자들은 싸울 때 웃통부터 벗어 던지는가’에 대한 답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멱살을 잡히지 않기 위해 웃통을 벗어 던진 것이었다. 이전에는 그저 자신의 몸매나 문신을 과시하려고 그러는 줄로만 알았었다. 문신도 없고 몸도 좋지 않은데 웃통을 벗어 던지는 남자들도 꽤 있어 좀 의아하기는 했다. ‘혹시 열이 나서 더워서 그러나?’ 정도 생각해보았지, 그렇게 전술적으로 의미 있는 행위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었다._55쪽

다만 설사 그가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가 무너졌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폼생폼사의 인생에서 그의 폼은 이미 죽은 것이다. 인간은 놀랍도록 영특하고 찬란하다가도 또 어느 순간 저토록 한없이 무너질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자주 보는데도 매번 아찔하다. 그의 안에서 무너진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결국 무너진 것은 과거의 그를 지탱하던 것일 텐데, 그런 것에도 꿈이라든가 희망이라든가 우정이라든가 신뢰 같은 이름을 붙여도 좋은 건지에 생각이 이르면 입안이 쓰다._74~75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죄가 곧 공판검사의 패배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은 다만 피고인이 아니다. 이 싸움에 대해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는 없다. 인간의 법정이 내어줄 수 있는 답은 유죄 아니면 무죄이지만, 그것으로는 다 담지 못하는 거대한 생이 있다는 사실 앞에 우리는 자주 좌절한다. 그런 방식으로 기껏 다가간 진실의 근처가 참 별것 아니라는 사실에 무력해진다. 최선을 다해 달려간 성취의 끝에서조차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누군가의 슬픈 얼굴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애가 쓰인다._122쪽

좁아터지더라도 1층에는, 그것도 민원실 옆에는 검사실을 설치하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보통 검사실은 엄격한 출입통제선 뒤에 있으면서 출입등록이 된 사람들만 드나드는 공간이었지만 민원실은 달랐다. 분기탱천한 민원인들이 민원실 옆 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일이 잦았다. 다행인 것은 당시의 내가 20대의 앳되고 미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다짜고짜 검사 어디 갔냐고 찾는 사람들에게 컴퓨터 뒤에 있다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지금 검사님 안 계세요” 하면 쉽게 수긍들을 했다._125쪽

‘너만 나에게 술을 주지 않았어’라고 그가 내게 말하던 순간, 존재하였으되 애써 무시했던 것들, 그와 나 사이에 엄연하게 존재하는 권력, 그 간극을 채워보기라도 하겠다는 양 그 자리에 넘치던 과장된 충성의 잔들, 거기에 담긴 욕망과 그들로부터 애써 초연하고 싶었던 나의 욕망, 그러면서도 나의 초연함이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 실은 절대 초연하지 않았던 나의 두려움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민낯을 드러내버려 어찌할 바 모른 채 치를 떨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_149쪽

6시 퇴근 종이 울리는 것을 신호로 맹렬히 차오르기 시작하는 가슴을 안고 정신없이 퇴근해 아기를 안으면 아기도 허겁지겁 젖가슴을 파고들었다. 아기의 조그마한 입이 오물거려 터질 듯한 압박감이 마침내 풀리는 순간, 그 시원함과 안도감은… 역시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리라, 그런 걸 알 리 없는 남자 상사들이 종종 회식을 잡았다. 친목이고 뭐고 해결되지 않는 압박감으로 정신이 혼미해지기 일쑤였다. 이성을 잃은 내가 상을 뒤엎거나 부장을 향해 주먹을 날리게 되는 미래가 자꾸 그려졌다._177쪽

실은 인간의 선의를 오롯이 믿지 않는다. 자신의 이해득실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숭고한 친애를 확신하지 않는다. 언제고 돌아서서 송곳을 겨눌 수 있는 것이 이 바닥의 신뢰라는 사실을 가슴 가장 깊숙한 곳에 묻어놓고 잊지 않으려고 한 번씩 꺼내어 만져보는 못난이가 바로 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연약한 말과 글이, 어떤 절박한 이의 이야기를 듣는 짧은 시간이 누군가의 하늘이 무너지는 일을 잠시나마 막을 수 있다면, 무너지는 하늘 아래 속수무책 서 있는 누군가의 곁에 같이 서 있는 일은 해볼 만하지 않은가._187쪽

그리하여 마주한 성공이나 실패의 결과 앞에 어떻게 성장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섰는지는 오직 나에게만 속한 일이었다. 법정이라는 무대의 한편에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나만의 춤을 완성하기에 적합한 조건이었다. 지켜보는 이가 몇 명 되지 않는 어느 국민참여재판 법정에서, 나만의 치열한 춤을 구사하던 어느 날, 재판을 방청하러 왔던 후배가 말했다. “와 선배님 최종진술 할 때 보니 무당이 작두 타는 거 같았어요. 홀려서 보다가 벌떡 일어나 박수 칠 뻔했다니까요.” 무대 뒷줄의 가장자리에서 나만의 춤이 천천히 완성되고 있었다._205쪽

한창 공판검사로 재판 현장에 설 때 나는 이상하게 재판을 마치고 오면 다리가 아팠다. ‘재판이라는 것이 다리로 하는 일이 아닌데, 왜 다리가 아프지?’ 아픈 다리를 두드리며 생각해보니 나는 법정에 서 있을 때 발가락 끝부터 다리에 힘을 빡 주고 서 있는 버릇이 있었다. 법정은 자주 세상의 끝이거나 갱도의 막장 같은 곳이어서, 겨우 흔적들을 모아 진실의 원형을 입증받고자 하는 나약한 인간으로서는 다리에라도 힘을 주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_223쪽

그런데 다 비슷해 보이는 슬픈 인간들의 도시 너머 어느 곳엔 유독 심쿵요정들이 많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서도 사기, 음주운전, 절도와 폭력 사건들이 벌어지고 기록으로 묶여 검사의 책상 위로 배달되지만, 그 위로 불쑥 꽃을 내밀고, ‘심쿵!’해버린 검사의 표정이 어떻게 풀리는지 기대에 차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 어떤 꽃이 피는지 다 알아두었다가 철마다 찾아보고, 그 좋은 걸 나누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범죄도 조금은 유순해지고 상처도 조금 빨리 아문다._237쪽

“10월 말, 감 수확철 동안에는 사람을 부르지 말아주세요. 그 시기 상주에서는 손 달린 사람은 모두 감을 깎아야 합니다. 심지어 양로원에 누워 있던 할머니들까지 모두 나와서 감을 깎습니다.” 다시 한 번 상주의 유구한 전통에 대해 알려준다는 듯이 엄숙하면서도 어딘가 자부심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말하는 그에게 외지에서 온 풋내기 검사가 천진하게 묻는다. “꼭 그때여야 합니까?” 그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단호하게 말한다. “네, 그때입니다. 그때가 지나면 감이 물러져버리거든요.”_242쪽

어떤 날은 부장이 사건을 반려한 직후 또각또각또각 기세 좋게 오다가 갑자기 또오각 또오각 걸음이 느려지더니 발걸음 소리가 부장 방문 앞에 잠시 멈췄다가 또각 또각 또각 돌아가더라고 했다. 필시 반려를 받고 들이받으려고 기세 좋게 오다가 ‘아닌가?’ 잠시 생각하다가, 마침내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돌아간 것이 아니냐고 부장은 분석했는데, 정말 귀신같이 맞았다. 역시 부장검사의 촉은 만만히 볼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아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채로 슬픈 얼굴을 마주하는 일들에 제법 익숙해졌다. 결국 그 무엇도 타인의 고통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으며 각자는 각자가 감당해야 할 몫의 아픔이 있다는 정도로 나의 세상에 대한 관점은 정리되었다. 그 옆에서 다만 슬픈 얼굴들을 마주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 정도가 세상의 물결 속에 기꺼이 발을 담그고 살아가기를 꿈꿨던 인간이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니겠는가, 하고 굳은살이 좀 생긴 마음으로 수긍해본다._291쪽

“두부 공장 횡령 사건·법정의 연기자들·
존속살해예비죄의 아들·검찰청 여사님들의 꽃놀이
작가지망 검사의 공소장…”

입증되는 세계와 입증되지 않는 세계까지
샅샅이 파헤쳐 되살린 공소장 이면의 기록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책의 1부에서는 저자가 경험했던 실제 공소 사건들을 바탕으로 ‘사건 외곽의 풍경들’을 들여다본다. 가출 청소년들 사이에서 ‘삼촌’이라 불리며 아이들을 회유, 협박해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한 남자, 성공에 대한 확신과 폼생폼사로 살았던 어느 젊은 사업가가 사기죄로 인해 한없이 무너져내린 단 몇 개월간의 시간, 불법촬영물 범죄로 잡혀 왔으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연기로 법정의 모두를 숨 막히게 했던 피고인의 웃지 못할 사연 등 공소장에 못다 기록한 사건 이면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2부에서는 선배 검사의 방에 더부살이하던 저자가 민원실 옆방을 배정받고 곤욕을 치른 경험, 법무연수원 교수로 근무하던 시절 ‘쪽박산’을 오르며 다시 한번 ‘비주류 검사’로서의 입지를 다지던 기억, 회식 자리에서 2인자에게 술을 따르지 않아 한때 사직서까지 고려해야 했던 검찰 내부 문화에 대한 내적 갈등까지 매회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가득 담겨 있다.
3부에서는 tvN 〈유 퀴즈〉 출연 당시 보여주었던 올리브그린색의 도시, 상주 지청장으로 지냈던 시간들을 들려준다.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감 수확철에는 검찰청 소환 조사도 미뤄지는 곶감 시티 상주, 첫 출근길에 할미꽃 화병을 건네는 ‘심쿵 요정’ 사무처장님 이야기, 검찰청이라는 삭막하고도 살벌한 곳에 뿌리내린 할미꽃을 시작으로 상주지청의 검사 3인방 B·T·S의 활약, 구내식당에서 매일 제철 재료로 검찰청 식구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는 성 여사님과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권 여사님과의 에피소드 등 풍성한 ‘이끼 검사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떠나지 않고 여기에 있다. 무너질 듯 위태롭게 기록이 쌓인 검사실 책상 귀퉁이에 시를 붙여두고 한 번씩 물끄러미 들여다보던 날로부터 많은 시간을 지나왔다. 18년쯤, 출근을 하고 사건들을 마주하고 가끔 뿌듯해하거나 간혹 후회하며 어쨌든 검사로, 직장인으로 살아왔다. 범죄로 구성되는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세상과 삶이라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도 아련한 것들로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입증되는 세계와 동등하게 입증되지 않는 세계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290~291쪽)

“인간이라는 연약한 종족에 대해 낙관을 잃지 않는 것이
법을 다루는 이들이 가져야 할 본분이다”

범죄라는 이름의 재난 속에서도
끝끝내 삶의 결을 헤아리는 눈부신 마음

사법에 관한 불신이 가득한 시대다. 특히 검찰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한 지 오래다. 그만큼 출간을 앞두고 저자의 고민도 깊었다.
“이 시대에… 검사된 자가 책을 낸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될까,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해보는 날들이 많았다. 나는 마치 무너져가는 왕국의 성곽에 꽃을 심는 한가한 정원사가 아닌가 생각해본 날도 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고쳐먹는다. 애초에 이 성곽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답은 조금 더 명확해진다.”(8쪽)

저자는 범죄의 땅을 일구는 방식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반성과 촉구가 내려앉고 있으며, 그리하여 검찰은 어떤 방식으로든 변해갈 것이라며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그 땅에서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바는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이렇게 답을 찾아본다. “범죄라는 이름의 재난 앞에 소중한 이들의 다정함을 지켜내고자 하는 것, 그러한 방식으로 인간이라는 연약한 종족에 대한 낙관을 잃지 않는 것”.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대에 그 낙관을 위한 애씀의 흔적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농부의 딸은 세상에 나가 검사가 되었다. 사람들의 삶 속에 범죄라고 이름 붙은 것들을 찾아내고 분석하고 분류하고 그에 마땅한 답을 고르는 일을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이 일을 잘 해내려면 먼저 토양이 되는 사람들의 삶의 결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은 다만 황막한 범죄의 현장일 뿐이지만 어느 과거에는 바다이거나 산이었을지 모를 땅의 역사를, 그 땅 위에 내려앉았을 어둠과 바람과 햇살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기껏해야 유죄와 무죄로만 구축되는 이 옹졸한 세계에서 인간에 대해 희망을 품는 일은 번번이 실패하고 말 것이므로.”(305~306쪽)

작가정보

저자(글) 정명원

2006년 검사가 된 뒤 지금까지 쭉 검사로 일하고 있다. 평검사 시기에는 형사부에서 금융, 조세, 환경, 의약, 소년 등 다양한 전담으로 일했고 공판부에서 성폭력, 마약, 살인 등 다양한 죄명의 사건에 관한 공소유지 업무 또한 담당했다. 특히 국민참여재판에 관심이 많아 내 사건 남의 사건 가리지 않고 꾸준히 관여해온 결과, 검찰 유일의 국민참여재판 분야 블랙벨트(공인전문 1급)검사가 되었다. 법무연수원 교수, 상주지청장을 거쳐 지금은 지방검찰청의 공판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시커먼 법복을 둘러 입고 법정에 나아가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공판검사들에게 이전에 같은 길을 가본 적 있는 이로서 든든한 길잡이이거나 응원자가 되고자 한다.

중심으로부터 멀리 있는 것, 사소한 것, 작은 소리를 내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2021년 첫 책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을 내고 난 이후 방송과 강연 등을 통해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끼 검사 이야기’를 틈틈이 전하고 있다. 유약하고 소심한 탓에 범죄의 세계를 헤집는 일이 늘 버겁다고 느끼면서도, 기어이 발끝에 힘을 주고 여기에 서 있는 이유를 찾아보고자 범죄 너머로 희미하게 발견되는 ‘인간에 대한 낙관’이라는 주제를 붙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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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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