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즈 엔드

계급과 이상, 그리고 연결됨의 윤리에 관한 초상

E.M. 포스터 지음 | 마이너스(MINERS) 옮김

해밀누리 2025년 07월 29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하워즈 엔드』는 1910년에 발표된 E. M. 포스터의 대표작으로, 20세기 초 영국 사회를 살아가는 서로 다른 계층의 인물들을 통해 개인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 계급 간의 단절과 연결의 문제를 심도 있게 탐구한 소설이다. "Only connect…"라는 작품의 유명한 주제가 암시하듯, 포스터는 이 소설에서 서로 다른 세계들—지성적이고 진보적인 중산층 슐레겔 자매, 전통적 부르주아계 윌콕스 가족, 그리고 가난한 클럭 부부—가 어떻게 충돌하고, 오해하고, 때로는 미묘하게 연결되어 가는지를 정교하게 그려낸다.

소설의 중심은 하워즈 엔드라는 시골 저택을 둘러싼 상속과 인간관계의 긴장이다. 이 공간은 단지 한 채의 집이 아니라, 가족의 기억과 전통, 미래의 삶이 겹겹이 담긴 상징적 장소로 기능한다. 상속권을 둘러싼 갈등은 곧 각 인물들이 대표하는 세계관의 충돌로 이어지며, 포스터는 이를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경제적 불균형, 젠더 문제, 계급 이동성의 한계 등 다층적인 사회문제를 서사 구조 속에 치밀하게 녹여낸다.

『하워즈 엔드』는 표면적으로는 부드러운 가족 이야기이자 연애 서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이 숨어 있다. 포스터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세련된 문체를 바탕으로, 독자에게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 가능성, 타인에 대한 공감의 윤리를 끊임없이 묻는다. 감성적이고 사유적인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과 함께 현실의 윤리적 질문을 되새기게 만드는 고전으로 자리하고 있다.

목차

1장 ~ 44장

출판사 서평

『하워즈 엔드』는 "Only connect…"라는 문장으로 상징되는, 인간 간의 연결 가능성과 그것의 도덕적 책임을 근본적으로 탐구하는 소설이다. 포스터는 이 작품을 통해 단지 계급 간의 대립이나 시대적 변화의 산물을 묘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서로 다른 가치관과 삶의 양식들이 충돌하면서도 결국은 '공존 가능한가'를 질문한다. 작품 속 하워즈 엔드는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기억과 뿌리, 공동체 감각이 얽힌 공간이며, 소유의 대상이 아닌 '공감'과 '책임'이 모이는 장소로 작용한다.

포스터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경제적 양극화, 젠더 권력의 불균형, 타인에 대한 공감 부족은 21세기에도 해소되지 않은 과제다. 『하워즈 엔드』는 바로 이러한 현대 사회의 조건을 비추는 거울이며, 인간이 사회 속에서 타자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소설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이 급진적인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스터는 독자에게 정답을 주는 대신, 복잡한 인간관계와 사회구조 안에서 균형과 공존의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열린 구조 덕분에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새로운 독법과 해석을 끌어낸다. 세련된 문체와 정교한 심리묘사, 우아한 풍자와 섬세한 사회비평이 어우러진 『하워즈 엔드』는 단순한 고전 그 이상이며, 다시 읽을수록 더 많은 사유와 감동을 주는, 깊이 있는 문학적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E.M. 포스터

E. M. 포스터(Edward Morgan Forster, 1879–1970)는 20세기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인간 간의 '연결'이라는 주제를 문학적으로 가장 정교하게 탐구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블룸즈버리 그룹과의 교류를 통해 시대를 앞선 진보적 사상과 문화적 교양을 발전시켰다.

포스터는 『하워즈 엔드』 외에도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룸 위드 어 뷰(A Room with a View)』, 『모리스(Maurice)』 등에서 인간 심리의 복잡성과 사회 구조 속에서의 갈등을 정밀하게 그려냈다. 특히 그는 ‘개인의 진실’과 ‘사회적 의무’ 사이의 긴장을 주제로 삼아, 당대 문학이 다루지 않았던 계급, 젠더, 제국주의, 동성애 등의 문제를 깊이 있게 고찰하였다.

『하워즈 엔드』는 그의 세계관이 가장 농축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소설에서 그는 단지 이야기꾼으로 머무르지 않고, 사상가이자 사회비평가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인간의 조건을 사유하고자 하는 그의 문학은 현대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철학적 울림을 전하며, 문학이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윤리적 실천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번역 마이너스(MINERS)

언어 장벽이라는 광대한 장애물 속 숨겨진 가장 빛나는 보석을 찾아내는 광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작업으로 끝내지 않고,
글에 담긴 영혼과 맥락,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도를 찾아냅니다.

숙련된 광부가 원석을 꿰뚫어 보듯,
우리는 문장이 지닌 고유한 광채를 발견하고,
섬세하게 다듬어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일합니다.

영국 대학을 졸업한 팀장을 필두로,
열정적인 팀원들이 모여
장벽 속 보석을 열심히 캐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