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더릭 랜덤의 모험

방랑과 조롱 속에서 드러나는 18세기 인간 군상의 초상

토비어스 스몰렛 지음 | 마이너스 옮김

해밀누리 2025년 07월 2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로더릭 랜덤의 모험』은 1748년 출간된 토비어스 스몰렛의 첫 장편소설로, 18세기 영국 문학의 초기 현실주의 흐름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혼혈 고아 로더릭 랜덤이 온갖 모멸과 실패, 기회와 위기를 겪으며 세계를 떠도는 일대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태생적 불이익과 계급 장벽, 사회의 위선과 부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생존 본능과 재기 넘치는 화법은 이 소설을 단순한 풍자문학을 넘어서 개인 대 사회의 긴장 구조로 이끌어낸다.

로더릭은 불우한 유년기를 겪으며 구빈원, 학교, 해군, 의대, 유럽 대륙, 다시 고국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는 종종 속고 속이며, 끊임없이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나지만, 타고난 언변과 기지로 위기를 돌파한다. 그의 이야기는 모험과 유머, 좌절과 희망이 교차하며 전개되고, 그 여정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인물들은 18세기 영국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도덕 풍경을 축소한 박람회처럼 등장한다.

특히 이 작품은 18세기 영국 해군과 의학계, 신흥 도시 중산층의 허위의식과 권위주의적 교육 시스템 등을 실감 나게 묘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당대 사회 구조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또한 로더릭의 출생 배경이 스코틀랜드계 혼혈이라는 설정은, 영국 내 민족적 편견과 계급적 불평등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이러한 소재를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경쾌한 문체와 해학적 전개를 통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로더릭 랜덤의 모험』은 형식적으로는 피카레스크(picaresque) 전통을 잇는 이야기 구조를 갖지만, 그 안에 담긴 사회 풍자와 도덕적 메시지는 보다 근대적 현실 인식을 내포한다. 인간 군상의 다양성, 사회 제도의 모순, 그리고 삶의 불확실성을 전방위적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그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목차

서문
에필로그
1장 ~ 69장

출판사 서평

『로더릭 랜덤의 모험』은 단순한 고전문학의 범주에 가두기 어려운 작품이다. 이는 모험서사, 사회풍자, 성장소설, 민족비평이 모두 하나로 얽힌 복합적 서사 구조를 갖고 있으며, 그 안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로더릭은 단순히 시대의 희생자이자 방랑자이지만, 동시에 그 시대를 가장 명민하게 통과하는 관찰자이기도 하다. 그는 웃기지만 슬프고, 똑똑하지만 한심하다. 독자는 이 모순된 인물을 따라가며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불현듯 시대의 냉혹한 구조를 직면하게 된다.

이 소설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유는, 인간이 겪는 사회적 소외, 계급 장벽, 자기 정체성의 위기라는 주제가 여전히 현대사회에도 유사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로더릭이 경험한 배척과 차별, 그리고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해가는 모습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들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또한 작가가 날카롭게 해부한 사회 제도의 모순은 18세기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권위와 무능이 공존하는 현대 조직의 모습과도 놀랍도록 닮아 있다.

특히 인물의 다양성과 사건의 리듬감은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고전 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감추어진 스몰렛 특유의 유머와 날선 시선은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넓혀준다. 이 소설은 18세기 영국 사회의 초상인 동시에, 인간 본성과 사회 시스템의 충돌을 관찰하는 하나의 철학적 여정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온 영웅 서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실패와 미숙함 속에서도 여정을 계속하는 로더릭의 이야기는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토비어스 스몰렛

토비어스 조지 스몰렛(Tobias George Smollett, 1721–1771)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소설가, 외과의사, 번역가로, 18세기 영국 문학사에서 풍자문학의 대표적인 목소리를 낸 인물이다. 그는 의학 교육을 받고 해군 군의관으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생생하고도 사실적인 묘사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문학은 감정의 과잉보다는 관찰과 풍자를 기반으로 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회의적 시선과 세상의 부조리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점에서 다른 당대 작가들과 차별성을 지닌다.

스몰렛은 『로더릭 랜덤의 모험』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이후 『페레그린 픽클』, 『험프리 클링커』 등의 작품을 통해 피카레스크 소설의 전통을 계승하고 확장했다. 그는 단순한 풍자가 아닌, 실제 현실과 밀착된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를 통해 당시 영국의 제도적 모순과 도덕적 위선을 가감 없이 드러냈으며, 특히 의료, 군사, 언론, 교육 제도의 부패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독창적이고 선구적이었다.

그의 작품에는 대체로 주인공이 무일푼 고아로 시작하여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구조가 반복되며, 이는 계몽주의 시대의 인간상을 반영한다. 스몰렛은 계몽주의적 이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으며, 삶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어리석음을 해학으로 전환시켜 풍자라는 문학적 장르 안에 포착해냈다. 동시에 그는 프랑스 문학과 스페인 문학, 특히 세르반테스의 영향을 깊게 받으며 유럽 문학사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활동하였다.

번역 마이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