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끝낸 전쟁
2025년 07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7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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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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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끝낸 전쟁》은 《파리 1919》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은 역사학자 마거릿 맥밀런의 또다른 대표작이다. 근현대 국제관계사 분야의 석학인 맥밀런은 개인의 선택이 어떻게 역사의 향방을 결정짓는지를 일관되게 탐구해왔다. 그 집요한 탐구의 산물인 이 책은 복잡한 국제 정치와 다층적인 인간 군상을 생생히 그려낸 웅대한 역사 서사이자 인간 심리의 보고이며, 평화와 전쟁의 경계선에 선 모든 이들을 위한 성찰의 기록이기도 하다. 특히, 전쟁이 개인의 의지를 넘어선 구조적 불가피성에 의해 일어났다는 설명에만 머물지 않는다. 맥밀런은 묻는다. “어째서 오랜 평화가 더 지속되지 않았는가? 다른 선택을 할 수는 없었는가?”
맥밀런은 1차 세계대전의 발발 원인을 암살이나 동맹 구조, 군사 계획 같은 단편적 요소로 축소하지 않는다.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20세기 초 유럽의 정치·외교·군사·문화 전반을 1차 사료를 바탕으로 면밀히 살펴보고, 평화를 끝내고 전쟁으로 나아간 복잡한 여정을 정밀하게 추적한다. 그리고 주요 인물들의 선택과 우정, 오판과 야망이 세계사의 흐름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풀어낸다.
1장 1900년 유럽
2장 영국제국과 영광의 고립
3장 “이 아이가 왕이 될 나라에 재앙이 있을 것이다!”: 빌헬름 2세와 독일
4장 세계 정책: 세계 무대에서 독일의 입지
5장 드레드노트 전함: 영국과 독일의 해군력 경쟁
6장 어울리지 않는 우방: 영국·프랑스 협상
7장 곰과 고래: 러시아와 영국제국
8장 니벨룽가의 충성: 오스트리아-헝가리와 독일의 2국동맹
9장 그들의 생각은?: 희망, 두려움, 이상, 그리고 무언의 추정
10장 평화를 꿈꾸며
11장 전쟁을 생각하며
12장 전쟁 계획을 세우다
13장 위기의 시작: 독일, 프랑스, 모로코
14장 보스니아 위기: 발칸반도에서 맞붙은 러시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15장 1911년: 불협화음의 해 - 다시 모로코
16장 1차 발칸전쟁
17장 전쟁 또는 평화 준비: 유럽의 마지막 평화기
18장 사라예보에서 일어난 암살
19장 유럽협조체제의 종언: 세르비아에 대한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선전포고
20장 소등: 유럽 평화의 마지막 일주일
맺으며: 1차대전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도판 출처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들어가며│전쟁할 것인가, 평화를 지킬 것인가?, 20~21쪽
대전쟁은 루뱅 반대편인 발칸반도의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의 암살로 시작되었다. 루뱅을 휩쓴 불길처럼 이 사건은 유럽 대부분을 집어삼키고 그 너머 많은 지역까지 번진 전쟁으로 발전했다. 가장 큰 전투와 가장 많은 사상자는 서부전선이나 동부전선에서 발생했지만 발칸반도, 이탈리아 북부와 중동 전역, 캅카스와 극동, 태평양, 아프리카에서도 전투가 벌어졌다. 이 전쟁엔 전 세계에서 온 병사들이 유럽 전장에 투입되었다. 영국 식민지인 인도,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또는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병사들이 차출되었다. 중국은 연합군을 위해 보급품을 나르고 참호를 팔 노동자들을 보냈고, 일본도 연합군의 일원으로서 세계의 수로 순찰을 도왔다. 1917년에는 독일의 도발을 참다못해 미국이 참전했다. 미국은 약 11만 4천 명의 병사를 잃었고, 아무 이득도 없는 분쟁에 속아 참전했다고 느끼게 되었다.
1장│1900년 유럽, 61~62쪽
막 지나간 19세기를 보건대 세계, 특히 유럽은 분명 전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몇 가지 예외는 있었지만 나폴레옹전쟁이 끝난 후 강국들은 유럽협조체제 안에서 유럽의 국제문제를 해결해왔다. 강국의 주요 정치인들은 서로 협의하는 습관에 길들여졌고, 각국 주재 대사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오스만제국의 대외 부채와 같은 시급한 문제를 해결했다. 이러한 협조체제가 조약을 보장하고, 국가의 권리 존중을 주장하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고무하고, 필요한 경우 약소국들이 질서를 지키게 만든 덕분에 1815년 이후 오랜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유럽협조체제는 공식적인 제도는 아니었지만, 국제관계를 다루는 확립된 방식으로서 여러 세대에 걸쳐 유럽인들에게 좋은 역할을 했다.
4장│세계 정책: 세계 무대에서 독일의 입지, 170~171쪽
황제와의 첫 회동에서 그는 새로운 해군 법안의 핵심 목표는 “영국에 맞서 우리의 정치적 힘과 중요성을 강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세계 모든 곳에서 영국에 도전할 수는 없지만, 북해의 독일 기지로부터 영국 본토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할 수 있었다. 천우신조로 1890년 영국-독일 협약에서 독일은 잔지바르의 권리를 넘겨주는 대가로 헬리골랜드라는 바위섬을 얻었는데, 이 섬은 북해의 독일 항구 접근을 막는 데 유용했다. 그래서 만일 영국이 전쟁 중에 독일 해안이나 독일 해군을 공격할 경우 영국 전투 함대는 큰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고 티르피츠는 생각한 듯하다.
6장│어울리지 않는 우방: 영국·프랑스 협상, 261쪽
영국과 독일은 이미 사이가 멀어졌고 양국 여론이 이 과정을 가속화했지만, 화친조약이라고 알려진 새 합의는 양국의 간극을 견고하게 했다. 랜즈다운 같은 영국 정치인은 단지 식민지 문제를 조정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양국의 합의는 유럽의 세력 균형에 큰 의미를 가졌다. 이미 러시아와 동맹 관계에 있는 프랑스는 독일에 대해 이제 더 강한 입지를 갖게 되었지만,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는 지켜볼 문제였다. 영국은 곧 위기 상황에서 프랑스를 지원해야 할지 우호 관계를 잃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터였다. 1907년 파리 대사로 근무하던 프랜시스 버티 경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피해야 할 위험은 프랑스인들이 우리의 지원을 확신하지 못해 독일과 모종의 타협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것은 프랑스에게 해가 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해로운 결과다. 동시에 우리는 프랑스가 독일에 대담하게 맞설 정도의 물질적 지원을 우리에게 의존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10장│평화를 꿈꾸며, 437쪽
1914년 이전 대부분의 평화운동이 동의하고 군비 축소에서 더 나아간 사안은 국제분쟁의 중재였다. 독자적 위원회에 의한 중재는 19세기에 이루어져 일부 경우 널리 알려진 성공을 거두었다. 대표적인 예가 1871년 영국에 대한 미국의 항의에 대한 중재였다. 이 사건은 영국 항구에서 건조된 미국 남군 소속 앨라배마호의 행동에서 야기되었다. 북군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이 배가 공해상으로 항행하는 것을 허용했고, 이 배는 60척이 넘는 북군 선박을 침몰시키거나 나포했다. 북군이 승리를 거둔 후 미국 정부는 영국에 보상을 요구했다. 캐나다를 넘겨주는 것이 좋은 보상이 될 것이라는 제안도 있었으나, 결국 미국은 사과를 받고 약 1500만 달러의 현금 보상을 받는 데 만족했다. 매년 만국평화회의는 세계 각국 정부들이 중재를 위한 체제를 구축하도록 요청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공개적 압박이 있었을 뿐 아니라 다들 전쟁을 피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19세기 말 정부들은 점점 중재에 의존했다.
12장│전쟁 계획을 세우다, 541쪽
주요 유럽 강국들의 전쟁 계획은 깊이 뿌리내린 공격에 대한 신념을 반영하고 있었고, 방어적 전략이라는 대안은 고려하지 않으려 했다. 조프르의 계획은 모든 것이 애매했지만, 최소한 유연성이란 장점은 있었다. 독일과 러시아 전쟁 계획 모두 양 전선에서 두 적을 상대로 싸우는 것으로 결정해놓았고, 두 적 중 하나를 골라 싸우는 선택지는 만들어놓지 않았다. 양국의 정치인들은 군사 계획을 잘 파악하지도, 방향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1914년까지 유럽대륙 국가들의 전쟁 계획은 작은 돌발 사태도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일촉즉발이었다. 군부와 전쟁 계획 자체가 1차대전을 촉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격 논리로만 무장하고 전쟁을 필요하고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 위기의 순간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에게 큰 압력으로 작용했다. 군대의 조언은 예외 없이 전쟁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여러 부문의 지도자들 간 의사소통 부재도 군부가 정책결정자들의 선택을 위험할 정도로 제한하는 계획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전쟁을 부른 사람들, 평화를 꿈꾼 사람들
선택의 순간에 그들은 어떤 길을 택했는가
1차대전은 6500만 명이 참전해 그중 85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2100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전쟁은 역사상 중대한 전환점으로, 유럽의 여러 제국을 무너뜨렸고 승전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 역시 식민 제국으로서의 위세가 약화되었다. 또한 공산주의와 파시즘을 낳았고 도시와 농촌, 정부와 국민, 남성과 여성 간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그런데 전쟁의 결과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오래도록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누가, 무엇이 전쟁을 초래했는가? 군국주의, 군비 경쟁, 제국주의적 경쟁과 같은 근본적인 경향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 유럽을 양분한 동맹 체계는 얼마나 중요한 원인이었는가? 어떤 국가(들)이 전쟁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하나의 정해진 답은 없다. 여러 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거릿 맥밀런은 풍부하고 다층적인 전쟁 발발 전 기록을 통해 1914년 이전 상당 기간 동안 유럽에서 대규모 전쟁이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유럽은 왜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전면전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았는가? 맥밀런의 답변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유럽 외교 질서의 재편 과정이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20세기 초 유럽 제국들과 그 지도자들이 처한 정치적·사회적 상황을 살핀다.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의 지도자들이 각기 어떤 내적 불안과 제국주의적 야망, 보수주의적 반동에 시달렸는지를 정치·외교·문화를 넘나들며 보여준다.
다음으로 중반부에서는 발칸 전쟁, 군비 경쟁, 동맹 강화, 식민지 야욕, 민족주의의 대두 등으로 유럽이 전쟁 직전까지 나아가는 과정을 조망한다. 이 시기 강대국들은 여러 차례 발생한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사회진화론을 비롯해 퇴보에 대한 공포, 전쟁이 쇠퇴한 사회를 정화해줄 것이란 믿음이 대중 사이에 확산되면서 점점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갔다. 또한 슐리펜 계획을 비롯한 각국의 전쟁 계획은 위기 시 정치 지도자들의 결정 여지를 줄이고 위기 대응 시간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평화적 해법이 점점 불가능해지는 구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후반부에서는 1905년 이후 발생한 위기와 1914년 1차대전으로 치닫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새로 독립한 세르비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내 남슬라브계 주민들에게 큰 매력을 주었고, 오스트리아-헝가리와 러시아의 이해관계는 충돌했다. 반복되는 대립은 지도자들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었고, 심리적으로 유럽을 전쟁에 대비하게 했다. 이후 벌어진 여러 위기는 특히 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에 불만을 남겼으며, 민족주의자들은 이를 증폭시켜 정치 지도자들이 다음 위기에서 신중하게 행동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각국의 오판, 위기의식 결여, 비현실적인 낙관주의, 동맹 의무에 대한 강박이 어떻게 유럽을 전면전으로 이끌었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재구성한다.
제국의 황혼에서 전쟁의 새벽까지
1차 세계대전으로 향한 발걸음
《평화를 끝낸 전쟁》은 당시 유럽을 하나의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파악하며, 각국의 외교 정책과 군사 전략뿐 아니라 지도자들의 성격과 세계관, 언론과 대중 여론의 흐름까지 세심히 분석한다. 마치 체스를 두듯 고도로 계산된 움직임과 때로는 오만과 착각으로 점철된 결정이 어떻게 전쟁으로 이어졌는지 설명하는 과정은 흡사 스릴러처럼 긴박하다. 예를 들어 동맹을 맺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독일과 인구 경쟁에서 밀리던 프랑스는 고심 끝에 거대한 인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되었다. 그 대가로 러시아는 프랑스의 자본과 기술을 얻어 산업화와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에 독일은 프랑스-러시아 동맹에 포위됐다고 느끼고 기존의 오스트리아-헝가리와의 결속을 굳게 다졌으며, 여기에 이탈리아까지 끌어들여 3국동맹을 완성했다.
한편 독일은 해군력 확장을 통해 영국을 우호적으로 만들려 했지만 오히려 영국은 이에 위협을 느껴 자국 해군을 증강했고, 기존의 유럽 대륙 문제에서 초연하던 정책을 접고 프랑스와 협상을 맺었다. 뒤이어 영국과 러시아 간의 협상까지 성사되면서 3국협상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유럽은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이탈리아의 3국동맹과 영국·프랑스·러시아의 3국협상이라는 대립하는 두 개의 거대한 세력권으로 나뉘게 되었다. 결국 상호 불신과 세력 균형의 긴장 속에서 높아진 전쟁 발발 위험은 1914년 사라예보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고, 유럽을 1차대전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국가 지도자들과 대중이 전쟁을 정책 수단으로 받아들인 배경에는 두려움도 큰 역할을 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자국 내의 남슬라브 민족주의와 세르비아의 독립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강대국으로서의 자국의 지위가 약해질 것을 두려워했다. 프랑스는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더 강한 이웃 국가 독일을 두려워했다. 독일은 걱정에 찬 시선으로 동쪽을 바라보았다. 러시아는 빠르게 발전하면서 재무장하고 있었다. 독일은 러시아와 빨리 싸우지 않으면 시기를 놓치게 될까봐 두려워했다. 영국은 평화가 지속되면 얻을 것이 많았지만, 과거에 그랬듯이 하나의 강대국이 유럽 대륙을 지배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1914년 의사결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결정 지연에 대한 위험성 인식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콘라트는 러시아에 맞서 오스트리아 군대의 갈리치아 집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그들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프랑스군 총사령관 조제프 조프르 장군과 독일군을 이끈 몰트케 장군은 각각 정부에 단 하루, 아니 단 몇 시간의 지연이 엄청난 희생은 물론 적국에 영토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의 책임감에 압도된 민간인들은 그들의 전문성을 신뢰하며 아무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일례로 방어 입지를 구축한 다음 적의 공격을 기다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같은 질문도 없었다. 그래서 이웃 국가가 동원령을 발령하거나 그런 준비를 하는 조짐이 보이면, 해당 국가도 동원령을 발령할 수밖에 없었다. 즉, 하나의 조각이 움직이면 모두를 끌고 가는 흡사 도미노와 같은 구조가 만들어지고 말았다.
누가 전쟁을 원했는가?
그리고 왜 아무도 그 비극을 멈추지 못했는가?
전쟁 발발 책임에 대한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흔히 이에 대해 당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었던 소수의 장군, 국왕, 외교관, 정치인에게 화살을 돌리게 된다. 그들은 군대를 동원하거나 타협하는 데, 군대가 계획을 실행하는 데 찬성 또는 반대를 할 수 있었다. 물론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왜 그들이 그런 사람이 되었고,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파악하는 데 아주 중요하지만, 맥밀런은 전쟁이 일어난 것이 어느 특정인의 잘못이 아니라 모두의 잘못이었으며, 굳이 따지자면 일부 국가를 비롯해 그 지도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1914년 세르비아를 파괴하려 한 오스트리아-헝가리의 판단, 오스트리아-헝가리를 끝까지 지원하겠다는 독일의 결정, 성급한 러시아의 동원, 그리고 프랑스와 영국이 전쟁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한다. 결국 이 모든 것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맥밀런은 유럽을 전쟁으로 몰아넣은 이들의 과오는 두 가지라고 말한다. 전쟁이 얼마나 파괴적으로 치달을지 상상하지 못한 점, 그리고 전쟁 돌입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히 맞설 용기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에 맥밀런은 말한다. “그러나 선택할 기회는 늘 있는 법이다.”
이 책에는 빌헬름 2세, 니콜라이 2세, 프란츠 요제프, 에드워드 그레이, 조프르와 몰트케, 베트만홀베크 등 전쟁을 향해 나아간 이들뿐 아니라 그걸 막기 위해 싸운 인물들의 초상도 병렬적으로 그려진다. 19세기에는 전쟁을 불법화하고 국가 간의 분쟁을 중재해 전쟁을 막는 여러 단체와 결사가 생겨났다. 앤드루 카네기나 알프레드 노벨 같은 사람들은 국제 이해 증진을 위해 재산을 기부했고, 세계의 노동 운동과 사회주의 정당들은 제2인터내셔널을 조직했다. 이 조직은 전쟁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반복해서 통과시켰으며, 전쟁이 일어나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위협했다. 또한 국제중재재판소가 설립되면서 세계 문제를 관리하는 새롭고 효율적인 방법을 위한 기초가 한 단계씩 놓여가는 것처럼 보였다. 전쟁은 과거의 일이 되길 많은 사람이 희망했다. 그러나 평화를 향한 이 같은 노력들은 결국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상호 불신, 그리고 선택의 갈림길마다 반복된 잘못된 판단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게 전쟁은 끝내 현실이 되고야 말았다.
100여 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현 시대에
세계적 석학이 전하는 경고와 통찰
역사에서 불가피한 일은 거의 없다. 1914년 유럽은 전쟁을 치를 필요가 없었고, 8월 4일 영국이 참전하기로 결정한 마지막 순간까지 전면전을 피할 수 있었다. 전쟁 돌입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던 사람들처럼 흔히 1차대전은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말하기 쉽지만, 이는 위험한 생각이다. 1914년 이전 유럽을 파멸로 이끈 상황과 비슷한 면이 있는 우리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세계는 유사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무장 종교나 사회 저항 운동의 부상과 같은 혁명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것도 있고, 중국과 미국처럼 부상하는 국가와 쇠퇴하는 국가 사이의 긴장에서 오는 것도 있다. 어떻게 전쟁이 발생하는가와 어떻게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 우리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인류가 만든 가장 파괴적인 전쟁 중 하나였던 1차대전의 전조는 오랫동안 감지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제 질서가 흔들리고, 불신이 쌓이며, 극단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현 시대에 이 책은 과거로의 여행이자 미래가 보내는 경고다. 즉, 이 책은 단지 100여 년 전의 과거를 복기하는 것이 아닌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쟁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왜 막지 못했는가’를 되묻는 강력한 경고장이기도 하다. 맥밀런은 단호히 말한다.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피하려는 노력이 없을 때 일어난다.” 맥밀런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전쟁의 파국이 현실이 되기까지의 찰나들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현 시대의 위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깊이 성찰하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Margaret MacMillan)
근현대 세계사와 국제관계에 정통한 역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 토론토대학에서 역사학 전공 후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캐나다 라이어슨대학 역사학 교수, 토론토대학 트리니티칼리지 학장, 옥스퍼드대학 세인트앤터니스칼리지 학장을 지냈다. 현재 영국 왕립문예협회 회원, 런던 임페리얼전쟁박물관 임원 겸 자문위원, 토론토대학 역사학 교수 겸 옥스퍼드대학 세계사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대표작인 《파리 1919》를 비롯해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 《역사 사용설명서》, 《닉슨과 마오쩌둥》, 《위험한 게임》 등이 있다. 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6개월간의 세계 정세를 다룬 《파리 1919》로 더프쿠퍼상, 새뮤얼존슨상, 헤슬틸트먼상, 아서로스도서상, 캐나다총독상 등을 수상했으며, 곧 한국어판이 출간될 예정이다. 2022년에는 영국에서 문화예술인이나 과학자를 위시한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가장 명예로운 훈장인 메리트 훈장을 수훈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대학과 브라운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88년 브라운대학에서 슬라브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 러시아연구소에서 연구교수(Mellon Fellow)를 지냈으며,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조지아, 몰도바 겸임 대사)를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우크라이나 현대사》, 《우크라이나 문화와 지역학》, 《코카서스 3국의 문화와 역사》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히틀러와 스탈린》, 《폴란드사》, 《컨플릭트》, 《굿바이, 동유럽》, 《동유럽사》, 《체르노빌 히스토리》, 《유럽의 문 우크라이나》, 《1991》, 《얄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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