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시절
2025년 07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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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4214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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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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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대개 『1984』의 빅 브라더나 『동물농장』의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거대한 예언자가 처음 세상에 내놓은 장편소설 『버마 시절』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쩌면 그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오웰의 다른 걸작들처럼 우화적이지도 않고,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이 소설은 1920년대 영국령 버마라는 구체적인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버마 시절』을 특별하게 만든다. 오웰은 이 작품에서 추상적인 이데올로기나 거대 담론 대신, 제국주의라는 시스템이 개인의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어 그를 갉아먹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 플로리는 버마의 한 작은 마을에서 목재 사업을 하는 영국인이다. 그는 식민지 백인 사회의 일원이지만, 동시에 그 사회의 위선과 잔혹함을 혐오한다. 이런 내적 갈등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매일 아침 면도를 하며 거울 속 자신의 모반을 바라보는 플로리의 모습에서, 우리는 체제와 개인 사이의 긴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소설의 무대인 1920년대 버마는 영국 제국주의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오웰은 이 화려한 제국의 이면을 파헤친다. 백인들만의 클럽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 토착민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 부패한 관료들의 음모—이 모든 것들이 플로리라는 한 개인의 삶을 통해 드러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오웰이 버마 문화를 그리는 방식이다. 그는 동양을 신비화하거나 이국화하지 않는다. 대신 뻬(버마 전통 연극) 공연 장면에서 보듯,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날 때 생기는 진정한 이해의 가능성과 한계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 소설이 1934년에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오웰의 선견지명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미 이 작품에서 후에 『1984』에서 완성될 권력 비판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버마 시절』에서는 그것이 거대한 전체주의 국가가 아닌, 작은 식민지 마을의 일상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우 포 킨이라는 버마인 관리가 펼치는 교묘한 정치 공작은 빅 브라더의 감시 체제 못지않게 섬뜩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힘은 정치적 메시지에만 있지 않다. 오웰은 플로리와 엘리자베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계급과 문화의 벽이 개인의 행복을 어떻게 가로막는지 보여준다. 엘리자베스는 영국 본토에서 온 젊은 여성으로,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 완전히 물들어 있다. 그녀의 눈에 버마는 그저 '야만적이고 더러운' 곳일 뿐이다. 플로리가 그녀에게 버마 문화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려 할 때, 독자는 두 사람 사이의 소통 불가능성을 절감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연애 소설의 갈등이 아니라,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만들어내는 비극이다.
오웰의 문체는 언제나 그렇듯 명료하고 직설적이다. 그는 화려한 수사나 현학적인 표현 대신, 상황과 인물의 본질을 정확히 포착하는 묘사에 집중한다. 특히 버마의 자연 풍경이나 뻬 공연 같은 문화적 장면들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다. 독자는 플로리의 눈을 통해 열대의 무더위와 몬순의 습기, 프랑기파니 꽃향기와 썩은 냄새가 뒤섞인 버마의 공기를 실제로 느낄 수 있다.
이번 번역본은 원작의 이런 생동감을 한국어로 그대로 옮겨냈다. 1930년대 영국령 버마라는 시공간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플로리의 고민을 자신의 것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체제에 순응하면서도 그것을 혐오하는 마음, 진정한 소통을 갈망하지만 좌절당하는 경험—이런 것들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보편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한국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글로벌화된 세상에서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이 충돌하는 경험, 개인의 양심과 소속 집단의 압력 사이에서 고민하는 상황—이런 것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들이다. 오웰이 90년 전에 그린 식민지의 풍경이 지금 우리의 일상과 이토록 닮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 책에는 작품 해설도 포함되어 있어, 오웰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버마 시절』이 그의 전체 작품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해설을 통해 독자들은 이 소설이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인간 조건에 대한 탐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버마 시절』은 오웰이 위대한 정치 소설가가 되기 전에 먼저 뛰어난 관찰자였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는 제국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고발하기 위해 거창한 이론을 동원하지 않는다. 대신 한 개인의 일상과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체제의 모순과 폭력성을 발견해낸다. 이런 접근 방식이야말로 오웰 특유의 힘이며, 그의 작품들이 시간이 지나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이 책은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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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제22장
제23장
제24장
제25장
작가 소개
작가 연보
책 속의 역사 문화 산책
작품 해설
판권
작품 요약
조지 오웰의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1984》의 빅 브라더와 《동물농장》의 돼지들을 통해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만, 그 서늘한 예언과 날카로운 통찰이 어떤 토양에서 자라났는지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이 소설, 《버마 시절》이 바로 그 원점이다. 이것은 스무 살 청년 에릭 블레어가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로 다시 태어나기 전, 제국주의의 심장부에서 겪어낸 치열한 자기혐오와 환멸의 기록이자, 그의 첫 번째 문학적 고백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1920년대 영국령 버마의 외딴 마을, 카우크타다. 이곳은 지독한 더위와 권태, 그리고 인종적 긴장이 안개처럼 내려앉은 곳이다. 소수의 영국인들은 ‘지배자’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군림하지만, 실상은 ‘푸카 사히브(pukka sahib, 진짜 신사)’라는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있다.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인 유럽인 클럽은 위선과 편견, 공허한 잡담으로 가득 찬 정신적 요새다. 이 시스템은 그 안에 속한 모두를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파괴한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 모두를 말이다.
이 질식할 듯한 세계의 중심에 주인공 존 플로리가 있다. 그는 목재상으로 일하는 영국인이지만, 동료들과는 다르다. 그는 버마의 자연을 사랑하고, 원주민 친구인 베라스와미 박사와 지적인 대화를 나누며 클럽의 저열함을 경멸한다. 그는 시스템의 거짓을 꿰뚫어 보는 ‘생각하는 개인’이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비겁하다. 뺨에 새겨진 흉측한 모반처럼, 그는 제국주의 시스템의 수혜자라는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부조리를 알면서도 동료들의 따돌림이 두려워 침묵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대신 안락한 비겁함 속으로 도피한다. 그의 고독과 자기모멸은 놀라울 만큼 현대적이다. 우리는 플로리의 모습에서 시스템의 부조리를 알면서도 월급과 안정을 위해 침묵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플로리의 반대편에는 버마인 하급 판사 우 포 킨이 있다. 오웰이 창조한 가장 매력적인 악인 중 한 명이다. 그는 부패했지만 무능하지 않다. 오히려 그는 식민지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완벽하게 간파하고 그것을 자신의 욕망을 위해 활용하는 천재적인 기생충이다. 그는 영국인 상관의 편견을 이용해 경쟁자를 모함하고 부를 축적하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불교적 공덕을 쌓아 사후의 안위까지 계산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그의 최종 목표는 단 하나,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던 백인 전용 클럽의 회원이 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 그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거대한 음모를 설계한다. 이 소설의 서스펜스는 우 포 킨의 계략이 플로리의 삶을 어떻게 옥죄어 오는지 지켜보는 데 있다.
이 두 남자의 갈등에 불을 붙이는 것은 새로 도착한 영국 처녀 엘리자베스다. 플로리에게 그녀는 구원의 상징이다. 이 더럽고 위선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희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 역시 영국 사회가 만들어낸 또 다른 시스템의 산물일 뿐, 플로리가 꿈꾸는 지적인 동반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녀의 등장은 플로리의 희망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그의 비극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고 가는 방아쇠가 된다.
《버마 시절》은 단순한 식민지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관계’와 ‘체면’이라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한 개인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지에 대한 정밀한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오웰은 이 작품을 통해 훗날 《1984》에서 완성될 핵심 주제들을 처음으로 다룬다. 진실을 왜곡하는 음모와 선전(우 포 킨의 익명 편지), 시스템에 저항하는 개인의 무력함(플로리의 고뇌), 위선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불가능해지는 진정한 소통의 문제까지. 《1984》가 거대한 권력의 외적 통제를 그렸다면, 《버마 시절》은 그 통제가 어떻게 개인의 내면을 잠식하고 황폐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임상 기록이다.
이 소설을 읽는 것은 때로 불편하다. 오웰은 어떤 타협이나 위로도 없이 인간의 비겁함과 사회의 추악함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바로 그 정직함 때문에 이 소설은 시대를 뛰어넘는 힘을 갖는다. 우리는 모두 어떤 시스템 안에 살고, 보이지 않는 역할과 기대를 강요당하며 살아간다. 《버마 시절》은 그 시스템의 맨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거울이다. 조지 오웰의 가장 아프고 솔직한 목소리를 통해, 권력과 위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로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야 한다. 모든 위대한 이야기는 그 시작점부터 강렬하다.
서평
권력의 맨얼굴을 마주하는 용기, 조지 오웰 사상의 원점을 탐험하다
우리는 조지 오웰을 이야기할 때 흔히 《1984》와 《동물농장》을 떠올린다. ‘빅 브라더’의 감시 사회와 배신당한 혁명의 우화는 전체주의의 공포를 상징하는 강력한 아이콘이 되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예언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무엇이 젊은 에릭 블레어(오웰의 본명)를 20세기 가장 예리한 권력 비판가로 만들었을까? 그 답을 찾으려면 우리는 그의 문학적 여정의 출발점, 바로 첫 장편소설 《버마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이 소설은 오웰 사상의 원형이 담긴, 그의 모든 문제의식이 응축된 미완의 원석이자 날것 그대로의 고백록이다.
《버마 시절》은 작가 자신의 체험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르포르타주 문학이다. 이튼 칼리지를 졸업한 스무 살 청년 오웰은 대영제국 인도 경찰로 버마에 부임한다. 식민지 지배의 최전선에서 보낸 5년은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함께, 권력의 속성에 대한 뼈아픈 통찰을 안겨주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통찰의 기록이다. 여기서 우리는 ‘빅 브라더’ 같은 거대한 상징 대신, 제국주의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인간을 내파(內破)시키는지에 대한 집요하고 정직한 해부도를 마주하게 된다.
소설의 무대인 상버마의 외딴 마을 카우크타다는 대영제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축소된 소우주다. 이곳의 영국인들은 제국의 지배자이지만, 실상은 지독한 권태와 위선, 인종적 편견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있다. 그들은 원주민을 경멸하면서도 그들의 노동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고, ‘백인의 의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이 소설의 번역문은 이들의 공허한 정신세계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유럽인 클럽에 모인 그들의 대화는 천박한 인종차별과 자기기만의 합창이다.
"맙소사, 우리가 이 나라에서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배할 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여기 남아 있는 거지? 여기 우리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줄곧 노예였던 망할 검은 돼지들을 통치하기 위해 와 있는 거야. 그런데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지배하는 대신에, 가서 그들을 평등하게 대하고 있어."
이런 광적인 증오의 언어는 이들이 얼마나 깊은 불안과 자기모순에 시달리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지배자이지만, 동시에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의 노예다. 이 지배와 피지배의 이중 감옥 속에서 모든 인물은 서서히 질식해간다.
주인공 존 플로리는 이 비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버마의 자연을 사랑하고 원주민의 문화를 이해하려 애쓰는, 다른 영국인들과는 다른 ‘생각하는 인간’이다. 하지만 그는 비겁하다. 뺨에 새겨진 흉측한 모반처럼, 그는 제국주의 시스템의 일부라는 지울 수 없는 원죄의 낙인을 지니고 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세계를 경멸하면서도 그 안락함을 포기하지 못하고, 부조리를 알면서도 동료들의 조롱과 소외가 두려워 침묵한다. 플로리의 내적 갈등은 오웰 자신의 고뇌와 다르지 않다. 그는 친구인 베라스와미 박사에게 이렇게 토로한다.
"제가 반대하는 건 끈적끈적한 백인의 의무라는 허풍뿐이에요. 푸카 사히브 행세 말입니다. 너무 지겨워요. 클럽의 그 멍청한 놈들도 우리 모두가 항상 거짓말 속에서 살지 않는다면 훨씬 나은 친구가 될 수 있을 텐데요."
‘푸카 사히브(pukka sahib, 진짜 신사)’ 행세, 즉 지배자로서의 위엄과 품위를 연기해야 하는 역할 놀이에 대한 환멸은 이 소설의 핵심 주제다. 이 거짓 연기는 영국인뿐만 아니라 피지배자인 버마인들까지 잠식한다. 소설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인물인 버마인 하급 판사 ‘우 포 킨’은 이 시스템의 가장 완벽한 기생충이자 괴물이다. 그는 영국인 상관들의 무지와 편견을 역이용해 부와 권력을 쌓는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말년에 탑을 지어 공덕을 쌓으면 모든 죄를 씻고 다음 생에 더 좋은 존재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 그의 계산적인 신앙심은 섬뜩할 정도의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요약한다.
"아무리 큰 뇌물이라도 잘못된 판결과는 맞바꾸지 않았다. 엉터리 판결을 내리는 판사는 언젠가 반드시 들통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훨씬 안전한 방법을 썼다. 양쪽에서 모두 뇌물을 받은 다음, 엄격한 법적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 것이었다. 그러면 공정한 판사라는 명성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버마 시절》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인간 군상의 복잡한 심리를 파고든다. 플로리의 고뇌, 우 포 킨의 교활함, 영국인들의 위선, 베라스와미 박사의 절박한 친영(親英)주의는 모두 제국주의라는 거대한 억압의 톱니바퀴 속에서 뒤틀려버린 인간의 초상이다.
그렇다면 이 100년 전 식민지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것이 바로 오웰의 위대함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소설 속 카우크타다는 비단 버마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이 작동하는 모든 조직, 모든 사회의 축소판이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침묵하는 회사원, 소속 집단의 논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지식인, 진실을 왜곡하며 여론을 조작하는 권력자는 모두 플로리와 우 포 킨, 그리고 유럽인 클럽의 유령들이다. 오웰은 한 시대의 특수한 상황을 통해 권력의 보편적 생리를 남김없이 해부한다.
《1984》에서 언어 통제와 역사 왜곡이라는 거시적 장치를 통해 전체주의를 비판했다면, 《버마 시절》에서는 개인의 일상과 관계 속에서 권력이 어떻게 내면을 파괴하고 위선을 강요하는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다. ‘빅 브라더’의 압제가 외부에서 가해지는 물리적 통제라면, ‘푸카 사히브’의 압제는 스스로를 검열하고 연기하게 만드는 내면의 감옥이다. 이 내면의 감옥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오웰의 전체주의 비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버마 시절》은 《1984》를 읽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입문서이자 심화 학습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손에 들고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독자는 찌는 듯한 열기와 먼지, 부패의 냄새가 진동하는 버마의 한복판에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 젊은 작가가 자신의 영혼을 걸고 써 내려간 서늘하고 정직한 고백을 통해, 권력의 맨얼굴과 마주하는 서늘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때로 불편하고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오웰의 모든 것이 시작된 바로 그곳, 그의 사상의 원점을 직접 탐험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인물정보
저자(글) 조지 오웰
작가 소개:
시대를 관통하는 예언자, 조지 오웰
우리는 왜 21세기에도 조지 오웰을 읽는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70년이 넘었고, 그가 묘사했던 스탈린주의와 파시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듯 보인다. 그런데도 '빅 브라더', '1984', '동물농장' 같은 단어는 왜 여전히 우리 곁을 생생하게 맴도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오웰이라는 한 작가를 넘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그는 영국 상류층의 산실인 이튼 칼리지를 졸업했지만, 스스로 기득권의 길을 거부했다. 청년 시절, 대영제국의 식민지 버마에서 경찰로 복무하며 제국주의의 위선과 폭력성을 '가해자의 시선'으로 목격했다. 권력이 어떻게 인간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지, 지배와 피지배의 논리가 어떻게 양쪽 모두를 파괴하는지를 온몸으로 겪어낸 것이다. 이 경험은 훗날 그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권력 비판'의 원형이 되었다.
유럽으로 돌아온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파리와 런던의 가장 밑바닥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부랑자, 접시닦이, 실업자들의 삶을 체험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동정이 아니었다. 사회 구조의 가장 약한 고리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가난이 어떻게 개인의 존엄성을 짓밟는지를 기록하기 위한 치열한 '현장 취재'였다. 오웰에게 글쓰기는 서재에 앉아 관념을 논하는 행위가 아니라, 현실의 모순을 직접 부딪치고 고발하는 투쟁 그 자체였다.
그의 인생과 사상의 결정적 전환점은 스페인 내전이었다.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 총을 들고 참전한 그는, 역설적이게도 같은 편이었던 좌파 내부의 권력 다툼과 배신, 이념을 위해 진실을 아무렇지 않게 왜곡하는 선전·선동의 참상을 목격한다. 공산주의자들이 다른 사회주의 분파를 '인민의 적'으로 몰아 숙청하는 모습을 보며, 오웰은 전체주의의 본질이 이념의 색깔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파 파시즘이든, 좌파 스탈린주의든, 그 핵심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언어를 통제하며, 역사를 조작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동일한 메커니즘에 있었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바로 그 뼈아픈 깨달음의 기록이다.
이 경험의 산물이 바로 불후의 명작 《동물농장》과 《1984》다. 《동물농장》은 스탈린 치하 소련의 배신당한 혁명을 동물 우화라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틀로 압축해낸 정치 알레고리의 걸작이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는 문장은 혁명의 이상이 어떻게 권력욕 앞에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서늘한 요약이다.
《1984》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오웰은 자신이 목격한 전체주의의 모든 요소를 집대성하여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완벽한 통제 사회, 오세아니아를 창조했다. 텔레스크린을 통한 24시간 감시, 과거를 끊임없이 재기록하는 역사 왜곡, 심지어 생각까지 통제하려는 '사상범죄'와 '신어(Newspeak)'의 개념은 단순히 미래에 대한 상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이 진실과 언어를 독점할 때 사회가 도달할 수 있는 논리적 귀결에 대한 예언적 경고였다. "2 더하기 2는 5"라고 믿게 만드는 권력 앞에서 개인의 저항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보여주며, 오웰은 우리에게 묻는다. 객관적 진실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엄을 지킬 수 있는가?
오늘날 우리는 오웰이 경고했던 세상과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가? 아니다. '빅 브라더'는 국가 권력뿐만 아니라 거대 테크 기업의 알고리즘으로 우리 일상을 감시하고, '신어'는 가짜 뉴스와 정치적 프레임으로 진실을 흐리며 여론을 조작한다. 오웰의 작품이 고전의 반열을 넘어 현대의 '필독서'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글은 과거의 특정 체제에 대한 비판을 넘어, 권력과 개인, 진실과 언어, 자유와 통제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을 읽는 것은 시대를 꿰뚫어 본 한 위대한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선 지금 여기의 현실을 더 명료하게 직시하는 일이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가장 예리한 지성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 시대의 민낯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작가 프로필
조지 오웰 (George Orwell, 1903~1950)
본명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 20세기 가장 위대한 정치 작가이자, 시대를 초월한 전체주의 비평가. 명료하고 힘 있는 문체로 권력의 위선과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친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이다.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 이튼 칼리지를 졸업했으나, 식민지 버마에서의 경찰 근무 경험을 통해 제국주의의 폭력성을 절감하고 기득권의 삶을 거부했다. 이후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가난과 사회적 불평등을 직접 체험했다.
그의 사상적 분수령이 된 스페인 내전 참전은 파시즘뿐만 아니라 스탈린주의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깨닫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이념을 넘어 '인간의 품위'와 '객관적 진실'을 옹호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스탈린주의 혁명의 배신을 우화로 그린 《동물농장 (Animal Farm, 1945)》과 완벽한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는 디스토피아를 통해 전체주의의 공포를 극대화한 《1984 (Nineteen Eighty-Four, 1949)》가 있다. 이 두 작품으로 그는 20세기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외에도 제국주의의 모순을 담은 《버마 시절》, 밑바닥 계층의 삶을 기록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스페인 내전의 경험을 기록한 《카탈로니아 찬가》, 그리고 수많은 명문 에세이를 통해 정치와 언어, 진실의 문제를 탐구했다.
'빅 브라더', '사상경찰', '이중사고', '신어' 등 그가 창조한 개념들은 오늘날에도 권력 남용과 사회 통제를 비판하는 상징적 언어로 통용된다. 조지 오웰의 작품은 단순한 문학 고전을 넘어,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시대의 교과서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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