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코피우스 전쟁사 1: 페르시아 전쟁

비잔틴 제국과 사산 왕조의 충돌, 그 최초의 기록

프로코피우스 지음 | 언어의 숲 옮김

해밀누리 2025년 07월 16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프로코피우스 전쟁사 1: 페르시아 전쟁』은 6세기 동로마 제국의 궁정 역사가이자 법률가였던 프로코피우스가 남긴 전쟁사 『History of the Wars』의 첫 번째 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 책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통치기 초반, 비잔틴 제국과 사산 왕조 페르시아 간에 벌어진 일련의 군사 충돌과 외교적 협상, 국경 지대의 혼란을 생생하고도 집요하게 담아낸다. 단순한 전쟁 연대기가 아니라, 제국의 전략적 사고, 도시 방어체계, 전쟁에 내몰린 지역 주민들의 현실까지 아우르는 이 기록은 오늘날까지도 귀중한 고전 역사자료로 평가받는다.

1권에서는 주로 531년 이베리아 전쟁 전후의 정세를 중심으로, 동방 국경 지대에서 비잔틴과 페르시아 양 제국이 어떻게 충돌하고 협상하며, 새로운 군사 전략과 외교 체계를 구축해나갔는지를 상세히 묘사한다. 프로코피우스는 벨리사리우스 장군의 참모이자 비서로서 직접 전장에 동행했고, 그의 관찰은 탁상 이론이 아닌 현장의 언어와 체험으로 기록되었다. 그 결과, 이 전쟁사는 당시 제국의 권력 구조, 행정, 군사 작전, 그리고 사상적 지형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역사 문서가 되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프로코피우스의 문체이다. 그는 단순히 승전과 패배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전쟁이 인간에게 남긴 상처와 도덕적 붕괴, 외교적 실패와 허영의 위선, 국가를 움직이는 권력자의 실수까지도 냉철하게 조명한다. 전투는 철학이고, 정치는 연극이며, 인간의 오만은 늘 역사의 비극을 초래한다는 점을 그는 기록을 통해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이러한 태도는 후일 『비밀사』(Secret History)에서 더욱 날카로워지지만, 그 출발점은 이 『페르시아 전쟁』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지 고대 전쟁의 한 장면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제국이 국경을 마주한 상대 문명과 어떻게 공존하거나, 충돌하거나, 흡수하고자 했는지를 보여주는 ‘제국의 거울’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지정학적 문제, 국경과 이념의 갈등, 군사력과 외교의 불균형 역시 프로코피우스가 1,500년 전 이미 목격하고 기록한 주제들이다.

목차

서문
1장~26장

출판사 서평

『프로코피우스 전쟁사 1: 페르시아 전쟁』은 제국의 시선으로 기록된 최초의 동방 전쟁사이자, 문명 간 충돌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기록이다. 이 책은 단지 과거의 군사 작전을 설명하기 위한 연대기가 아니다. 그것은 ‘왜 국가는 전쟁을 벌이는가’, ‘전쟁은 무엇을 남기는가’, ‘권력은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가’에 대한 끈질긴 질문과 답변의 집합이다.

출판사는 이 책을 단순히 고전 번역으로서 소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정치적 불안, 외교적 긴장, 군사적 위협 속에서, ‘제국이라는 시스템이 위기를 어떻게 감당했는지’를 되짚는 통찰의 도구로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고대의 전쟁이 오늘의 현실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만, 프로코피우스가 기록한 전술적 결정, 외교적 실수, 권력자의 판단 착오, 종교적 대립은 지금의 뉴스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 책은 그 반복을 예고한 문헌이다. 특히 비잔틴 제국이 이란 고원과의 국경에서 겪은 지정학적 압박, 군사력과 재정력의 균형, 내부 귀족 세력의 이기적 판단 등이 하나의 종합적 위기로 작용하는 모습은, 오늘날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도 풍부한 은유와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이 책은 ‘무력’이라는 수단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정당화되는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벨리사리우스는 최고의 지휘관이었지만, 그는 전쟁터에서 정치와 종교, 민중과 군주의 복잡한 요구를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프로코피우스는 그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자와 역사를 쓰는 자가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진실을 이 책에 조용히, 그러나 명확하게 남겼다.

작가정보

저자(글) 프로코피우스

프로코피우스(Procopius of Caesarea, c. 500–c. 565)는 동로마 제국(비잔틴 제국)의 대표적 역사서술가로,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 시대의 정치, 전쟁, 인물, 사회를 기록한 가장 중요한 1차 사료의 저자이다. 팔레스타인 카이사레아에서 태어난 그는 콘스탄티노플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벨리사리우스 장군의 법률고문이자 비서로 임명되어 동방(페르시아), 북아프리카(반달 왕국), 이탈리아(고트 전쟁) 등 다수의 원정에 동행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저작들에 실증적이고 사실 중심적인 태도를 부여하였다.

그는 세 가지 주요 역사 저작을 남겼다. 첫째는 『전쟁사(History of the Wars)』로, 총 8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잔틴이 직면한 외부 전쟁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였다. 둘째는 『건축사(On Buildings)』로, 유스티니아누스 치하에서의 대건축 사업—특히 성 소피아 성당—을 자세히 기록했다. 셋째는 그로부터 훨씬 더 논쟁적인 『비밀사(Secret History)』로, 황제와 황후, 귀족과 장군들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담은 익명적 내부고발서다.

특히 『전쟁사』는 그의 공적 연대기로, 공식적 기록과 관점에 따라 쓰였지만, 그 안에서도 프로코피우스 특유의 정치적 균형감각, 서사적 긴장, 윤리적 사유가 살아 있다. 그는 전쟁을 단순한 힘의 충돌로 보지 않고, 인간의 성격, 정치의 구조, 외교의 계산, 그리고 도덕적 타락의 산물로 읽어냈다.

프로코피우스는 동로마 제국이라는 복잡한 정치·문화적 공간 속에서, 고대 그리스-로마 역사가의 전통을 계승하고자 했던 마지막 인문주의자였다. 그는 투키디데스의 사실성과 헤로도토스의 내러티브 능력을 결합하고자 했으며, 그것은 오늘날 그가 단지 '기록자'가 아니라 ‘비잔틴 제국의 양심’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번역 언어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