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음악
2025년 07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7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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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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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클래식 음악계에 팽배한 ‘예’와 ‘아니오’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도, 대중음악과 진지한 음악을 대결 구도로 여기는 편견을 멈출 수도, 영화음악을 이등 시민처럼 여기는 상황을 거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우리가 이미 사랑하는 음악, 우리의 자연스러운 호기심이 이끄는 곳에 있는 미지의 음악을 죄책감 없이 당당히 받아들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이롭게 할 것이다. _ 본문 중에서
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 우리는 히틀러가 금한 음악을 연주하지 않는가
클래식 음악회에 가기 위해 공연을 찾아본다. 다양한 악단들의 정기 연주회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와 연주자의 초청 협연까지 수많은 공연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곡을 들려줄까?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익숙한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의 작품이 보인다. 드뷔시, 라벨, 라흐마니노프, 시벨리우스, 베르디도 있다. 비교적 최근에 각광을 받기 시작한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말러를 좋아한다면 행운이다. 일반적으로 클래식 음악의 ‘표준 레퍼토리’라 할 음악들은 언제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클래식 음악 전문 라디오 방송의 플레이리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우리는 이 익숙한 클래식 레퍼토리에 단 한 번도 의문을 갖지 않았을지 모른다. 클래식이 왜 클래식인지를 증명하는 훌륭한 음악들을 훌륭한 연주자들과 지휘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해 들려주기에 이미 즐길 거리가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은가. 대중음악, 브로드웨이, 문학, 회화, 건축, 연극, 영화 등 다른 예술 분야들은 최근에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걸작을 무수히 배출한 반면, 클래식 음악은 1950년 이후 불멸의 작품이라 할 만한 것이 상당히 적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지휘자의 삶과 예술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 『지휘의 발견』, 음악을 듣는 기쁨과 클래식 음악의 표준 레퍼토리를 상세히 설명한 『클래식의 발견』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클래식 음악 감상의 지평을 넓혀준 지휘자 존 마우체리는 신작 『전쟁과 음악』을 통해 클래식 음악사에서 사라진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비밀을 파헤친다.
1990년 어느 날, 저자는 “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 우리는 히틀러가 금한 음악을 연주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날 이후로 30여 년의 세월 동안 그는 지휘자이자 음악 교육자로서 음반과 연주회, 기고문, 연설, 미디어 출연,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마우체리는 “나는 나의 주장을 입증하겠다고 작정하고 이 책을 쓰기 시작하지 않았다. 내 주장이 논지의 꼴을 갖춘 것은 다년간의 삶과 듣기, 생각하기, 행동하기가 있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역사와 음악의 뒤엉킨 실타래를 풀기란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다.
1 클래식 음악의 두 갈래 평행 우주
감정을 잃어버린 세계
2 브람스와 바그너
무엇이 ‘새로운 음악’인가
3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
오케스트라 폭력을 연주하다 | 1913년, 〈유희〉 vs. 〈봄의 제전〉 | 〈달에 홀린 피에로〉가 일으킨 센세이션 | 서양 음악의 빅뱅
4 12음 음악의 탄생
세 명의 독재자가 무대에 오르다
5 히틀러, 그리고 내부로부터 생겨난 맹독
독일 유대인 작곡가들의 ‘퇴폐’ 음악
6 스탈린과 무솔리니가 음악을 만들다
소비에트 연방의 공식 음악: 프로코피예프와 쇼스타코비치 | 이탈리아 오페라, 부수적 피해자가 되다
7 영화음악,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출구
바그너의 이론이 승리하다 | 할리우드의 작곡가들 | 보는 음악, 보이는 음악
8 새로운 전쟁, 낡은 아방가르드
해결책이 떠오르다: 돌아온 아방가르드
9 냉전이 현대음악을 정의하다
미국이 신음악 전쟁에 뛰어들다 | 자유 서방을 위한 음악 미학 | 시간을 초월하는 예술
10 역사 창조하기, 역사 지우기
할리우드 영화음악에 대한 흔한 오해들 | 아, 영화음악 지휘자셨지 | 불레즈의 평론을 조심하라 | 쇤베르크 음반 해설이 비판 일색이었던 이유 | 악평은 계속된다
11 문화 전쟁과 상실에 관하여
슈트라우스, 스트라빈스키, 시벨리우스를 위한 변명
12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미지의 음악을 위하여
평화의 아이들 | 게임 음악, 진정 새로운 세계
부록: 개인적 일기
감사의 말
주
찾아보기
43쪽
새롭다는 딱지를 단 새로운 음악은 거의 예외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몹시 복잡하고 조성을 결여한 음악이다. 새로운 음악은 극소수의 음악 애호가들에게만 소구하며, 이 점을 첨언해야 하지 싶은데, 처음부터 그럴 작정을 하고 쓰인 작품인 경우가 많다. 지금껏 내게 다가와 ‘현대적’인 음악을 싫어한다고 고백한 이들이 얼마나 많았으며, 현대음악 혐오 현상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자주 그들은 현대음악을 이해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며 자책한다. (…) 이러한 현상은 한 세기가 넘도록 되풀이되고 있다.
52쪽
클래식 정전에 생긴 75년이나 지속된 거대한 공백이 우리 시대 관객의 손을 붙잡을 접점을 상실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쿠르트 바일, 시벨리우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힌데미트, 코른골트, 버르토크, 쇤베르크, 브리튼이 살아 있던 시절에 태어났다. 그러나 오늘 태어난 아기는 나중에 장성하여 동시대 작곡가로 누구의 이름을 꼽을 수 있을까?
136쪽
이 세 명의 독재자 모두 음악을 통제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미국의 여러 측면을 동경했고, 세 사람 모두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해서 집에서는 영화를 틀어놓고 즐기곤 했다. 스탈린이 국빈 만찬을 마치고 돌아와 〈타잔〉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 히틀러가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머릿속에 그리고 있자면, 환상의 대상을 필요로 했던 독재자의 심리와 흔히 조롱의 대상이 되곤 하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향한 그들의 경외감을 곱씹어보게 된다. 한편 무솔리니는 로마에 영화 마을 ‘치네치타(Cinecittà)’를 건설해 이탈리아를 영화 제작국 대열에 동참시켰다.
162쪽
스트라빈스키는 본인이 원하는 음악은 무엇이든 쓸 ‘자유’가 있었지만, 현대적이기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세상의 기대에 시달렸다. 그는 1913년에 일군 명성을 유지하고 “그것을 뛰어넘으려” 시도한, 영원한 ‘앙팡 테리블’이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소비에트 음악의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일이 일상이었지만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끌려 나오다시피 공개 망신을 당한 적이 여러 번이었다. 한 마디로 낙차가 큰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강제당했다. 스트라빈스키의 삶 역시 롤러코스터 같았다. 다만 스트라빈스키의 경우 스스로 선택한 롤러코스터였다. 시류를 예민하게 파악하여 신랄하고 재미있는 촌철살인을 던짐으로써(가령 “할리우드에서 도망가는 유일한 방법은 할리우드에 사는 것뿐이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26쪽
서방이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새로운 클래식 음악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누구의 목소리로 미국과 영국의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를 채워야 마땅할까? 미국 정부와 미국의 민간 재단들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새로운 예술과 음악을 지원하던 서유럽 대륙의 공연장을 찾은 청중은 어떤 음악을 만나는 게 온당할까? (…) 좌우지간 유럽 재건 비용의 대부분이 미국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돌이켜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모든 새로운 음악이 보편적으로 승인된 공통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발상은 전체주의적일뿐더러, 이를 추진하고 촉진하는 주체가 전체주의와 맞서 싸운 이들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259쪽
틴 팬 앨리, 브로드웨이, 할리우드, 그리고 세계 곳곳의 대도시에서 생겨나는 음악의 양이 압도적인 이유는 그 모든 전쟁, 정치적 혼란, 철학 논쟁에도 불구하고 수백수천만의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실험적인 작품은 버티지 못해도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악은 아직까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 “위대한 예술은 현대적이지도 않고 구태의연하지도 않으며 오로지 시간을 초월할 뿐이다. … 현대음악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현대음악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324-325쪽
독일은 살아 있는 전통으로써 쿠르트 바일을 기릴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 바일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를 따르던 이들이 모두 뉴욕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바일의 극음악 전통의 계보는 존 캔더와 프레드 엡의 뮤지컬에서 들을 수 있고 필라델피아의 커티스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한 니노 로타와 대니 엘프먼의 영화음악에서 들을 수 있지, 독일에서는 결코 들려오지 않는다. 빈 역시 말러와 슈트라우스 전통의 명줄을 잇는 데 실패했다. 말러와 슈트라우스의 계보는 미국의 교향악 전통으로 이어졌다.
341쪽
클래식 음악에 국한해 이야기하자면 20세기는 크게 보아 상실의 세기였다. 그 상실은 뼈아프다.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는 한때 자주 연주되고 향유된 음악을 쓴 여러 작곡가를 배제했다. 이를 정상적인 절차였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좌우지간 19세기에 쓰인 수많은 교향곡, 실내악, 오페라가 역사의 옆길로 낙오했고, 우리는 그것을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하는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20세기 중반의 탈곡 작업은 지속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들과 작곡가들을 쭉정이로 분류하여 걸러냈다는 점이다. 2차 대전이 끝나고 75년이 지났으니 이제 재정립할 때가 되었다. 연주하고 싶어도 연주할 레퍼토리가 없다는 건 근거 없는 호도일 뿐이다.
양차 대전과 독재자: 히틀러, 스탈린, 무솔리니가 들어야 할 음악을 정하다
20세기는 두 번의 세계대전과 그에 못지않게 심대한 영향을 미친 냉전이 있었던, 그야말로 전쟁의 세기였다. 유일무이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인 음악, 그중에서도 특히 클래식 음악이 지난 세기의 거대 전쟁에 전략적 요소로 사용되었고, 그로 인해 클래식 정전(正典)의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떻게 클래식 음악이 국가의 상징이자 무기로 쓰이게 되었을까. 어쩌다 음악은 역사의 소용돌이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을까.
제1차 세계대전의 전조가 감돌던 20세기 초는 예술계의 활력과 다양성이 광증에 가깝게 치닫던 시기였다.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시작된 음악의 폭력 묘사가 푸치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 이르러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세르게이 댜길레프가 이끄는 발레 뤼스의 폭력성과 선정성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미래파, 입체파,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등 수많은 ‘파’와 ‘주의’가 유럽을 뒤덮었다. 음악 또한 이런 흐름에 반응했다. 예상 불가능한 리듬으로 듣는 이를 혼란스럽게 하는 음악, 수 세기 동안 발전시켜온 조성을 버린 음악이 탄생한 것이다. 바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로 대표되는 음악이었다.
잔인한 전쟁을 겪은 나라들은 국가적 자존감과 정체성을 북돋우기 위한 정책이 필요했다. 그렇게 1차 대전 이후 음악은 정치 철학의 대변자라는 역할을 떠안았다. 전쟁의 세기에 등장한 독재자 히틀러, 스탈린, 무솔리니는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음악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고, 저들의 체제에 공식적인 음향을 부여할 음악 양식을 콕 집어 요구했다. 히틀러는 기준도 불분명한 ‘퇴폐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작품의 연주를 금지했고, 유대인 작곡가들을 탄압했다. 스탈린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창작의 범위를 제한했다. 무솔리니는 ‘실험적’인 음악에 재갈을 물렸다. 그로 인해 각자의 조국에서 선풍을 불러일으켰던 많은 작곡가들이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다. 저자는 대표적으로 네 명의 독일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 파울 힌데미트, 쿠르트 바일을 꼽으며, 그들의 음악 인생과 저평가된 작품을 새로이 조명한다.
냉전과 문화 전쟁: 아방가르드와 현대음악
한편 엄청난 희생을 낳은 두 번의 전쟁이 끝나고 전 세계가 총칼을 내려놓으면서 국제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었다. 2차 대전 기간 미국의 동맹국이었던 소련이 이제 미국에게 나치와 파시스트보다 훨씬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 방금 전까지 적으로 맞섰던 국가들이 소비에트 공산주의와의 또 다른 일전을 치르기 위해 한편이 되었다. 이른바 냉전의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자유를 기치로 내건 미국이 패전국의 재건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유럽과 손을 잡았고, 음악은 다시 한 번 전장의 선두에서 서게 되었다.
서방 세계는 미국의 주도하에 음악계의 ‘비나치화’ 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맞서 ‘아방가르드’를 서방 세계의 대변자로 내세웠다. 새로움과 표현의 자유를 표방한 아방가르드는 국가의 은밀한 지원을 받으며 문화의 전쟁터를 누볐다. 제도권 안으로 완벽하게 흡수된 아방가르드는 20세기 현대음악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아방가르드 노선과 거리를 둔 망명 작곡가들이 미국에서 쓴 작품은 온갖 이유로 평가절하당하고 연주를 꺼리면서 어느 순간 공연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현대음악은 기부자-평론가-기관의 승인이라는 축복을 받았으나, 이 삼위일체에는 ‘관객’이 빠져 있었다. 현대음악과 감상자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갔다.
폐기 처분된 음악과 청중이 외면한 음악 사이의 공백은 무엇으로 채워졌을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 자리를 대체한 음악은 없었으며 공백은 공백인 채로 남았다고. 그렇게 공연장에서는 1710년경부터 1930년경 사이에 쓰인 ‘표준 레퍼토리’ 작품만을 무대에 올리게 되었고, 우리는 애청하는 동시대 클래식 음악도, 현재 살아 있는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의 이름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시대를 살게 되었다.
영화음악,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중요한 퍼즐 조각
저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클래식’이라고 정의하는 음악의 경계에 의문을 제기하며, 영화음악은 20세기 클래식 음악이라는 퍼즐을 맞추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조각이라고 말한다. 19세기 말에 발명되어 20세기 초 혁명적인 발전을 이룩한 영화라는 예술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클래식 작곡가들에게 또 다른 탈출구가 되어주었다.
저자는 바그너를 영화음악의 직계 선조로 규정한다. 바그너가 〈니벨룽의 반지〉에서 지크프리트를 위한 모티프를 지었듯 작곡가 맥스 스타이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타라의 주제’를 지었다. 스타이너는 “영화음악이라는 사상의 실마리는 바그너로부터 비롯되었다. 만약 바그너가 20세기에 태어났더라면 제일가는 영화음악 작곡가가 되었을 게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바그너가 음악과 동작을 일치시켰던 방식의 효율성을 직접 경험하고, 라이트모티프 기법 같은 바그너의 문법을 알았던 유대인 작곡가들은 영화음악이라는 또 다른 길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계승자가 되었다.
할리우드 유성영화를 위한 음악을 쓴 1세대 작곡가들은 히틀러가 불법 음악의 생산자로 위험인물 명단에 올린 ‘퇴폐 음악가들’이기도 했다. 이후 1세대 작곡가들에게 배운 미국 태생의 영화음악 작곡가들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훌륭한 교향악을 썼으나 음악 평론가와 학계의 전문가 집단은 제도권 내의 음악만을 다루며, 이들의 음악을 ‘무비 뮤직’이라는 용어로 깎아내리고 무시했다. 할리우드 음악을 향한 수많은 편견(‘미키 마우스 음악을 쓴다’ ‘과거 클래식 거장들로부터 훔친 재료로 음악을 쓴다’ ‘영화음악가들은 질보다 양으로 승부한다’ ‘영화음악은 감상용이 아니다 등)이 이렇게 우리의 인식 속에 새겨졌다.
이제 우리가 잃어버린 20세기 음악을 되찾을 시간이다
21세기도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예전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의 콘서트홀에서는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음악이 울려 퍼지고, 종종 게임 음악 콘서트도 열린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는 제도권 클래식 음악에도, 인기 영화음악에도 속하지 못한 잊힌 작곡가와 작품이 수없이 많다. 그런 음악을 발굴하고 연주하는 것은 음악가들의 몫이겠으나 이를 위해서는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대중의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치가 약탈하고 훔쳐간 미술 작품을 찾아다니는 일을 책임진 소위 ‘모뉴먼츠 맨’은 안타깝게도 잃어버린 음악을 되찾는 일은 하지 못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인 음악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이 방대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낼 해답은 곧 “음악을 연주하는 것”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세월에 쓸려 사라진 음악에 마음을 열고, 생존 작곡가들에게 저마다의 개성 있는 목소리로 노래하도록 격려하자고 말한다. 그런 노력이 우리가 빼앗긴 음악들을 우리의 품으로 되돌아오게 할 것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만 머물러도 괜찮다. 그러나 음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할 음악의 목록 역시 길다. 지금 그대로는 좀 아깝지 않은가. 클래식 애호가를 자처하지만 20세기 이전 작품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 너무 어려운 현대음악에 회의를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낯선 음악에 호기심을 갖게 하고, 풀지 못했던 의문에 명쾌한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
작가정보
John Mauceri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 및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역임한 지휘자이자 음악 교육자, 제작자.
할리우드로 이주한 작곡가와 나치 독일에 의해 금지된 작곡가의 음악에 있어 세계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세기 작곡가와 그들의 저평가된 작품을 꾸준히 조명해온 그는 거슈윈, 엘링턴, 코른골트, 바일, 번스타인 등 여러 음악가의 유족과 재단으로부터 작품의 편집 및 복원 작업을 공식적으로 위임받았다. 2015년에는 50여 년간 미국 음악 연주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딧슨 지휘자상을 수상했다.
1991년에 창단한 할리우드 볼 오케스트라의 초대 음악감독으로 선임되어 2006년까지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열여섯 시즌 동안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한 325차례의 공연을 통해 400만 명에 달하는 관객과 만났다. 창단 첫해부터 영화 장면에 맞춰 실시간으로 연주하는 ‘라이브 투 픽처(live-topicture)’ 기술을 구축하여 교향악 공연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후학이자 동료로 다수의 번스타인 작품 초연을 지휘했고, 클래식 음악가뿐만 아니라 팝(마돈나, 빌리 아일리시), 재즈(허비 행콕), 록(산타나), 브로드웨이(패티 루폰)까지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와 협업했다.
뛰어난 음악 교육자이기도 한 그는 15년간 예일 대학의 교수로 재직했고 하버드 대학, 런던 왕립음악원, 빈 국립음악예술대학, 로스앤젤레스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등의 강단에도 섰다.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오페라 매거진』 및 그 외 다양한 음악학 저널에 글을 기고했다. 디아파종상, 독일음반비평가상, 토니상, 그래미상, 에미상을 포함한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클래식 라디오 방송국 WQXR은 ‘20세기의 기수’로, CNN은 ‘밀레니엄의 목소리’로 그를 선정했다.
지금까지 80여 장의 음반을 발매했고, 지은 책으로 『클래식의 발견』 『지휘의 발견』이 있다. 『전쟁과 음악』은 2022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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