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2025년 07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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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42142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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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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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작가는 도대체 어떤 머리를 하고 있을까?'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를 읽을 때가 바로 그렇다. 1928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여전히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주인공이 남자로 태어나 여자가 되고, 400년을 살아가며, 그 과정에서 시대와 사회와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한다는 설정부터가 그렇다.
하지만 놀라운 건 이 모든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다. 울프는 환상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섞어내며, 독자로 하여금 '그래,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어'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천재의 솜씨다.
『올랜도』는 16세기 엘리자베스 시대에 시작해서 20세기 현대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연대기다. 그런데 이 연대기의 중심에는 역사가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이 자리 잡고 있다. 올랜도는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중요한 건 외부의 변화가 아니라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자아의 목소리다.
소설은 올랜도가 남성이었던 시절부터 시작한다. 그는 젊고 아름다운 귀족이자 시인 지망생이다. 러시아에서 온 신비로운 여인 사샤와의 사랑, 콘스탄티노플에서의 대사 생활, 그리고 어느 날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성별의 변화. 이 모든 사건들이 마치 꿈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꿈이라고 해서 가벼운 건 아니다. 울프는 이 환상적인 설정을 통해 우리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들을 다룬다.
성별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시간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이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올랜도가 남자에서 여자로 변하는 순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성별의 경계가 실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그리고 그 경계 너머에 훨씬 풍부하고 복잡한 인간의 본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번역본의 가장 큰 장점은 울프 특유의 실험적 문체를 현대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겨놓았다는 점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 시간의 자유로운 이동, 환상과 현실의 경계 흐리기 같은 모더니즘 소설의 핵심 요소들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생생하게 전달된다. 번역자는 울프의 시적이고 리드미컬한 문장들을 한국어의 호흡에 맞게 재창조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번역의 어색함 없이 울프의 문학 세계에 몰입할 수 있다.
특히 올랜도가 집시들과 함께 생활하는 부분에서 울프의 문명 비판 의식이 두드러진다. 귀족 사회의 허례허식과 집시들의 자유로운 삶을 대비시키며, 울프는 묻는다. 진정한 문명이란 무엇인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정말 더 나은 삶인가? 이런 질문들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올랜도』는 페미니즘 문학사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울프는 여성의 억압받는 현실을 고발하는 대신, 성별 자체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시도였다. 오늘날 젠더 유동성이나 퀴어 이론 같은 개념들이 주목받는 것을 보면, 울프의 선견지명이 얼마나 놀라운지 알 수 있다.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문학에 대한 메타적 성찰이다. 올랜도는 평생에 걸쳐 「참나무」라는 시를 쓴다. 이 시는 그의 정체성 변화와 함께 계속해서 수정되고 발전한다. 울프는 이를 통해 문학 창작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 작품이란 완성된 것인가, 아니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인가? 작가의 정체성이 바뀌면 작품도 바뀌는가?
이 번역본에는 상세한 작품 해설이 포함되어 있어, 울프의 복잡한 문학적 실험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세기 초 영국의 사회적 배경, 블룸즈버리 그룹의 지적 환경, 그리고 울프 개인의 삶과 작품의 연관성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특히 울프가 이 소설을 통해 동성애자였던 연인 비타 색빌-웨스트에게 바친 사랑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학적 탐험이다.
현대 독자들에게 『올랜도』는 여러 층위에서 읽힐 수 있다. 환상 소설로 읽어도 좋고, 페미니즘 문학으로 읽어도 좋고,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로 읽어도 좋다. 아니면 단순히 400년을 살아가는 한 인간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여정으로 읽어도 충분하다.
울프는 이 소설에서 보여준다. 인간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은 실은 수많은 '나'들의 집합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야말로 인간다움의 핵심이라는 것을.
『올랜도』를 읽고 나면 거울을 다시 보게 된다. 거기 비친 얼굴이 정말 나인지, 아니면 내가 연기하고 있는 역할 중 하나인지 궁금해진다.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위대한 문학의 힘이다. 울프는 100년 전에 이미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문제들을 예견했고, 그 해답의 실마리를 이 소설에 담아두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문학사의 걸작을 만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새롭게 사유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유의 과정 자체가 바로 『올랜도』가 전하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 이 책은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서문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작가 소개
작가 연보
책 속의 역사 문화 산책
작품 해설
판권
작품 요약
만약 당신이 400년을 살고, 그 긴 시간 동안 남자로, 또 여자로 살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 버지니아 울프는 이 발칙하고 유쾌한 상상을 『올랜도』라는 놀이터에 풀어놓았다. 이 책은 우리가 울프에게 기대하는 무겁고 복잡한 내면의 풍경과는 조금 다르다. 대신 경쾌한 상상력과 신랄한 위트가 페이지마다 넘실댄다. 이것은 소설의 형식을 빌린 가장 대담한 지적 실험이자, ‘나’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모든 경계를 허무는 즐거운 축제다.
이야기는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미소년 귀족 올랜도에게서 시작된다. 그는 런던의 안개와 시골 저택의 고독을 사랑하고, 죽음과 멜랑콜리에 탐닉하며, 시를 쓰는 데 인생을 바치고 싶어 하는 낭만적인 청년이다. 그는 늙은 여왕의 총애를 받으며 화려한 궁정 생활을 하지만,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러시아에서 온 얼음처럼 차갑고 불처럼 뜨거운 공주 사샤다. 둘의 사랑은 템스강이 꽁꽁 얼어붙은 대혹한 속에서 불꽃처럼 타오르지만, 결국 사샤의 배신으로 끝난다. 사랑의 상처와 세상에 대한 환멸을 안고 그는 17세기 터키 주재 대사로 떠난다.
바로 여기서 울프의 진짜 마법이 시작된다. 콘스탄티노플에서 올랜도는 7일간의 긴 잠에 빠졌다가 깨어난다. 그런데, 그는 여자가 되어 있다. 이 엄청난 변화에 대해 소설은 단 한 줄로, 무심하게 선언한다. 이 성전환은 어떤 고통이나 드라마도 동반하지 않는다. 그/녀 자신은 놀라울 만큼 태연하다. 기억도, 성격도 그대로다. 하지만 세상은 더 이상 그를 예전처럼 대하지 않는다. 이것이 울프가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다. 성별이란 과연 생물학적 실체인가, 아니면 사회가 우리에게 입히는 ‘옷’에 불과한가?
우리가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옷이 우리를 입는다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들이 많다. 우리는 팔이나 가슴의 틀에 맞게 옷을 만들 수 있지만, 옷은 우리의 마음, 두뇌, 혀를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틀어놓는다.
여자가 된 올랜도는 스커트의 거추장스러움과 코르셋의 답답함을 느끼며, 남성들의 보호와 구애라는 달콤한 특권과 그 이면에 숨겨진 기만을 동시에 경험한다. 남자였을 때는 보이지 않던 세상의 규칙들이 그녀의 몸과 정신을 옥죄기 시작한다. 울프는 올랜도의 시선을 통해, 한 시대가 여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억압하는지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올랜도의 여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집시들과 어울려 자연의 위대함을 배우고, 18세기 런던으로 돌아와 재치와 이성으로 빛나는 살롱 문화를 경험한다. 포프, 애디슨, 스위프트 같은 당대의 문호들과 교류하지만 그들의 허영과 편협함에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시대정신은 계속해서 변한다. 18세기의 명료함은 19세기의 축축한 습기와 무성한 담쟁이덩굴, 숨 막히는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률로 바뀐다. 모든 여성이 결혼반지에 얽매이고, 감상적인 시가 유행하며, 가정의 울타리가 신성시되는 시대. 올랜도는 이 변화의 압력에 굴복하는 듯 보이지만, 결코 자신의 본질을 잃지는 않는다.
수백 년의 시간과 성별의 변화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기둥이 있다면, 그것은 올랜도가 소년 시절부터 쓰기 시작한 시, 「참나무」다. 이 미완의 원고는 그의 정체성이자,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닻이다. 결국 『올랜도』는 시대를 초월해 자신의 예술을 완성하려는 한 예술가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과연 하나일까? 올랜도가 남자였다가 여자가 되고, 귀족이었다가 집시가 되고, 시인이었다가 사교계 명사가 되는 과정을 통해 울프는 우리의 정체성이 얼마나 유동적이고 복합적인지를 보여준다. 우리 안에는 수많은 ‘나’가 살고 있으며, 시대와 환경, 그리고 우리가 입는 옷에 따라 다른 ‘나’가 깨어난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 장대한 서사를 무겁지 않게, 오히려 놀라울 만큼 경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400년의 시간을 압축하고, 역사를 조롱하며, 문학의 관습을 비트는 그녀의 솜씨는 현란하다. 『올랜도』는 낡은 고전이 아니라, 젠더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장 현대적인 이야기다. 이 지적인 유희와 문학적 축제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의 머릿속을 오랫동안 떠나지 않을 가장 매혹적인 질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서평
한 사람이 400년을 살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긴 세월 동안 남자와 여자, 두 개의 성(性)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면, 과연 ‘나’라는 존재는 무엇으로 남게 될까? 버지니아 울프는 그녀의 가장 대담하고 유쾌한 소설 『올랜도』에서 바로 이 기상천외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성별과 정체성, 시간과 역사, 그리고 예술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가지고 울프가 벌이는 현란하고 지적인 유희이자, 우리 자신을 묶고 있는 관념의 사슬을 끊어내는 즐거운 지적 모험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버지니아 울프를 ‘의식의 흐름’ 기법을 구사하는 난해한 모더니즘 작가로 기억한다. 『댈러웨이 부인』이나 『등대로』 같은 작품에서 보여준, 인간 내면의 복잡한 결을 좇는 그녀의 집요함은 때로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올랜도』는 다르다. 울프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시종일관 경쾌한 웃음과 풍자를 잃지 않는다. 그녀는 이 작품을 ‘전기(biography)’라고 명명했지만, 사실 이것은 기존의 모든 전기 문법을 조롱하고 해체하는 가장 문학적인 방식의 반(反)전기다.
이야기는 16세기 엘리자베스 시대의 한 미소년 귀족, 올랜도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시를 사랑하고, 고독을 즐기며, 늙은 여왕의 총애를 받는다. 당시의 시대정신이 그렇듯, 그의 삶은 격정과 야망, 그리고 불같은 사랑으로 채워진다. 러시아에서 온 신비로운 공주 사샤에게 매혹되고 또 배신당하며, 그는 젊음의 열병을 호되게 앓는다. 이때의 울프의 묘사를 보라. 울프는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시대의 공기 자체를 문장으로 재현한다.
빛나고 관능적인 낮은 땅과 물이 나뉘듯 밤과 확실히 구분되었다. 석양은 더 붉고 강렬했고, 새벽은 더 희고 빛났다. 우리의 희미한 빛과 서서히 깊어지는 황혼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 시인들이 운율로 노래한 것을 젊은이들이 행동으로 옮겼다. 소녀들은 장미 같아서 그들의 계절도 꽃처럼 짧았다. 해지기 전에 따야 했다. 낮이 짧고 그 낮이 전부였으니까.
이처럼 한 시대의 감각과 정신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은 울프만이 쓸 수 있는 것이다. 올랜도는 그렇게 엘리자베스 시대, 제임스 시대, 왕정복고 시대를 거치며 사랑하고, 고뇌하고, 글을 쓴다. 그러다 17세기 터키 대사로 부임한 어느 날, 그는 7일간의 깊은 잠에 빠졌다가 여자로 깨어난다. 책에서 가장 유명하고 충격적인 이 장면은 단 한 문장으로 처리된다.
우리는 고백할 선택이 남아 있지 않다—그는 여자였다.
이 성전환은 단순한 판타지적 장치가 아니다. 이것은 울프가 던지는 핵심 질문, 즉 ‘정체성은 고정불변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올랜도는 여자가 된 후에도 자신의 기억과 자아를 그대로 간직한다. 하지만 세상이 그/녀를 대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남성으로서 누렸던 자유와 권력은 사라지고, 여성이라는 성별에 부과된 온갖 제약과 기대를 온몸으로 겪게 된다. 배 위에서 스커트 자락에 발이 얽히는 사소한 불편함에서부터, 여성의 ‘순결’이라는 사회적 굴레에 이르기까지, 올랜도의 경험은 한 인간의 정체성이 얼마나 사회적 역할과 ‘옷’에 의해 규정되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옷이 우리를 입는다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들이 많다. 우리는 팔이나 가슴의 틀에 맞게 옷을 만들 수 있지만, 옷은 우리의 마음, 두뇌, 혀를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틀어놓는다.
울프는 이 문장을 통해, 우리가 입는 옷(성별, 계급, 시대적 역할)이 어떻게 우리의 정신까지 지배하는지를 꿰뚫어 본다. 올랜도가 남성이었을 때와 여성이었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세상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따라가는 것은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올랜도』는 성별의 문제를 넘어, 시간과 역사의 본질에 대해서도 질문한다. 올랜도는 수백 년을 살지만, 그의 시간은 시계의 시간과 같지 않다. 때로는 한 시간이 백 년처럼 길게 느껴지고, 때로는 한 세기가 3초 만에 지나간다. 이는 외부적 사건의 연대기가 아니라 내면의 심리적 시간을 중시했던 울프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18세기의 이성과 합리가 19세기의 축축한 감상주의와 무성한 담쟁이덩굴로 뒤덮이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압권이다. 울프는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기후처럼 변하며, 인간의 정신과 예술, 심지어 가구 배치에까지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눈에 보이듯 그려낸다.
이 거대한 서사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바로 ‘글쓰기’ 그 자체다. 올랜도는 소년 시절부터 「참나무」라는 시를 쓰기 시작해 수백 년에 걸쳐 완성한다. 이 시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자신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자아의 기둥이다. 울프는 올랜도의 창작 과정을 통해 예술가의 고뇌와, 시대의 유행과 비평가들의 조롱(닉 그린이라는 인물을 통해 신랄하게 풍자된다)에 맞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결국 ‘자기만의 방’을 찾아 헤매는 한 예술가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올랜도』는 복잡한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지만, 결코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이 우리를 웃게 만들고,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하며,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나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몸인가, 내가 입은 옷인가, 아니면 내가 속한 시대인가?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란 과연 무엇이며, 그 경계는 얼마나 허약한가?
버지니아 울프는 400년을 사는 불멸의 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유한한 삶 속에서 어떻게 ‘진정한 나’로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다. 이 책은 당신의 서재에서 가장 유쾌하고 가장 도발적인 거울이 될 것이다. 그 거울 앞에 서서, 당신 안에 잠자고 있는 수많은 ‘나’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떠나는 400년간의 지적 탐험은, 당신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짜릿한 여행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인물정보
저자(글) 버지니아 울프
작가 소개
내면이라는 우주를 탐험한 최초의 항해자, 버지니아 울프
우리는 왜 100년 전 영국 작가의 책을 지금 여기에서 읽어야 하는가. 고전이라는 이름표 때문인가, 아니면 지식인이라는 자기만족을 위해서인가.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펼치기 전에 이런 질문을 먼저 던져볼 필요가 있다. 내 대답은 이렇다. 울프는 문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인간 정신의 가장 깊은 곳, 그 미지의 영토를 탐험한 최초의 항해자이자 가장 뛰어난 지도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울프 이전의 소설들을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작가들은 카메라를 인물 바깥에 설치했다. 그들이 무엇을 하고, 어디에 가고, 누구와 무슨 말을 나누는지 집요하게 따라갔다. 사건과 행동이 서사를 이끌었다. 그런데 울프는 그 카메라를 과감하게 인물의 머릿속으로, 의식의 내부로 돌려버렸다. 이것은 단순한 기법의 전환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그녀는 물었다. 한 인간의 진짜 삶은 외부의 사건에 있는가, 아니면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생각과 감각, 기억의 흐름 속에 있는가. 울프의 답은 단호하게 후자였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소설이 낯설면서도 동시에 충격적으로 사실적인 이유다. 『댈러웨이 부인』에서 우리는 클라리사 댈러웨이가 파티를 준비하는 하루를 따라간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장을 보고 꽃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아니다. 그 행위를 하는 동안 그녀의 의식 위로 떠오르는 과거의 연인, 현재의 남편에 대한 애증, 존재의 의미에 대한 섬광 같은 깨달음들이다. 울프는 논리적으로 정돈된 생각이 아닌, 감각과 기억이 뒤섞여 끊임없이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 그 자체를 언어로 붙잡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이것은 지독하게 어려운 문학적 실험이었고, 그녀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울프의 위대함은 단지 문학 형식의 혁신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녀는 당대 사회의 가장 예민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돌파한 지식인이었다. 그중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그녀의 통찰은 기념비적이다. 에세이 『자기만의 방』을 보라.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돈이 필요하다." 이 문장은 단순히 경제적 독립을 요구하는 구호가 아니다. 이것은 창조적 정신이 발현되기 위한 최소한의 물질적, 사회적 조건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분석이다. 그녀는 여성에게 재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 재능을 펼칠 ‘방’과 ‘돈’, 즉 사회적 기회와 경제적 자립이 허락되지 않았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한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보다 더 강력한 페미니즘 선언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한 울프는 제1차 세계대전이 남긴 깊은 상흔을 외면하지 않았다. 『댈러웨이 부인』의 또 다른 축인 셉티머스 스미스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정신이 파괴된 젊은이다. 문명과 이성을 자랑하던 사회가 그를 어떻게 외면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지를 울프는 냉정하게 고발한다. 화려한 파티의 이면에 존재하는 전쟁의 트라우마와 사회적 위선을 병치시키는 그녀의 솜씨는 감탄을 자아낸다. 그녀는 결코 상아탑에 갇힌 작가가 아니었다.
결국 버지니아 울프를 읽는다는 것은 인간의 내면을 탐험하는 여정에 동참하는 일이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순간의 섬광’ 같은 삶의 의미를 포착하려는 그녀의 처절한 노력을 엿보는 일이며, 여전히 우리를 옥죄는 사회적 편견과 구조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는 지적인 모험이다. 그녀의 문장은 때로 길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파도를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도 울프를 읽어야만 하는 이유다.
작가 프로필
이름: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1882–1941)
국적: 영국
핵심 요약: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문학의 경계를 허문 실험가. 날카로운 지성으로 가부장제 사회를 비판하고 여성의 창조적 독립을 역설한 페미니즘 사상가.
생애와 활동
런던의 저명한 지식인 가문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서재에서 방대한 독서를 하며 지적 토양을 쌓았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이는 오히려 그녀가 기존의 교육 시스템의 틀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사유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오빠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진보적 지식인 및 예술가 모임 ‘블룸즈버리 그룹(Bloomsbury Group)’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빅토리아 시대의 낡은 관습에 저항하는 자유로운 지적 활동을 펼쳤다. 평생에 걸쳐 심한 우울증과 정신질환에 시달렸는데, 이러한 개인적 고통은 역설적으로 인간 내면의 복잡성과 불안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포착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1941년, 제2차 세계대전의 불안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주요 작품
『댈러웨이 부인』 (Mrs. Dalloway, 1925): 하루 동안의 의식의 흐름을 통해 전후(戰後) 사회의 불안과 개인의 내면 풍경을 완벽하게 포착한 모더니즘 소설의 걸작.
『등대로』 (To the Lighthouse, 1927): 시간과 기억, 예술과 삶, 관계의 본질을 시적인 문체로 탐구한 자전적 소설. ‘순간’의 의미를 포착하려는 예술가의 고뇌가 빛난다.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 1929):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논증한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 논리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설득력이 돋보인다.
『올랜도』 (Orlando, 1928): 수백 년 동안 성별을 바꾸며 살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역사, 성, 정체성의 가변성을 탐구한 가장 대담하고 유쾌한 문학적 실험.
『파도』 (The Waves, 1931): 여섯 인물의 독백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부서지며 삶의 순환을 그려낸, 그녀의 가장 극단적이고 아름다운 형식 실험.
버지니아 울프는 소설의 서사 구조를 ‘사건’ 중심에서 ‘의식’ 중심으로 옮겨온 혁명가다. 그녀는 인간의 정신이야말로 가장 광활한 우주임을 문학을 통해 증명했으며, 여성의 목소리를 문학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가져왔다. 그녀의 작품은 인간 내면이라는 미지의 영토를 탐험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여전히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도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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