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메이커
2025년 07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7월 10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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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4263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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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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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만큼이나 중요한 연결 고리는 ‘책과 시간’이다. 책은 결코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이 더 향상되는 성격의 물건이 아니다. 책과 시간의 그 복잡다단하고 때로 회귀적인 관계는 이 책이 다루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컨텐츠의 시대를 맞은 종이책이 나아갈 길까지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1장 인쇄 | 윈킨 드워드
2장 제본 | 윌리엄 와일드구스
3장 오려 붙이기 | 메리 콜레트, 애나 콜레트
4장 활자 | 존 배스커빌, 세라 이브스
5장 비도서 인쇄물 | 벤저민 프랭클린
6장 종이 | 니콜라-루이 로베르
7장 별쇄 | 샬럿 서덜랜드, 알렉산더 서덜랜드
8장 대여 | 찰스 에드워드 무디
9장 시대를 거스른 책들 | 토머스 코브던-샌더슨
10장 소규모 독립 출판 | 낸시 커나드
11장 진, DIY, 상자책, 예술가 책 | 로라 그레이스 포드, 크레이그 앳킨슨, 필리스 존슨, 조지 머추너스, 유수프 하산
맺음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도판·인용 출처
찾아보기
머리말
책은 온갖 종류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지만, 우리가 책의 물질적인 표식을 정확하게 분별할 줄 안다면 그 책이 어떻게 제작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머리말
2020년대에 디지털과 인쇄의 관계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식은 매체의 형태가 변모했던 다른 시대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가령 15∼16세기에 수고본과 인쇄물이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인쇄술은 손으로 텍스트를 썼던 문화를 대체하지 않았다. 그 관계는 상호성이 있었다. … 디지털 문화와 인쇄의 관계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식은 유사한 상호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적자생존을 말하는 다윈주의적 투쟁이나 ‘죽음’이 아니라, 책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촉매제로서 디지털 문화를 보는 것이다.
2장 제본 | 윌리엄 와일드구스
이 무렵(17세기 후반)이면 제본까지 끝난 책을 구매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 절반 이상의 책이 접힌 인쇄지 상태로 혹은 임시 표지에 싸인 채로 판매되었다. 그러면 구매자는 그것을 받아들고서 제본소로 가야 했다. 피프스처럼 이 일이 즐거웠던 사람도 있고, 귀찮게 여긴 사람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당시의 제본 작업은 제책의 마지막 공정이라기보다는 책 수용의 초기 과정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2장 제본 | 윌리엄 와일드구스
이처럼 페이지의 결락을 확인한 후에 와일드구스는 조정 ·교체해야 할 페이지가 있는 인쇄지에 표시를 하고, 이어 지도나 도판을 넣어야 할 페이지가 있는지도 확인했다. 인쇄지를 접어 묶음을 만들고, 캐치워드(catch word, 다음 페이지의 첫 단어를 앞 페이지의 맨 밑에 적어둔 것)를 보며 페이지 순서를 확인해 묶음들을 정확한 순서로 배열한다. 와일드구스는 이 묶음들을 약 5킬로그램 나가는 망치로 두드려, 평평하게 폄과 동시에 페이지들이 서로 착 달라붙게 한다. 이때가 책과 와일드구스의 관계가 가장 물리적이고 소란스러워지는 단계다. 이 시대에 나온 책 제본 공정을 묘사한 삽화들은 소음 때문에 다른 방에서 망치질을 하는 제2의 작업자를 보여준다. 이렇게 망치로 두드린 접지들은 대형 압착기에 들어가 좀더 가지런해진다. 이어 페이지 순서를 확인하면서 도판과 지도를 삽입한다. 그런 뒤에 판지와 접촉할 때 인쇄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앞뒤에 면지를 넣는다.
3장 오려 붙이기 | 메리 콜레트, 애나 콜레트
이번 장은 17세기의 거의 같은 시기에 다른 형태의 책을 만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두 여성은 칼과 가위를 가지고 인쇄된 성경을 오려내어 재배열하고 추가해 이 세상에 새로운 형태의 성경 이야기를 선보였는데, 이름하여 ‘하모니(Harmony)’ 성경이다. 이것은 일종의 콜라주(collage)식 책 만들기다. 칼날이 지면을 베어 들어가고 처음에는 인쇄물을 파괴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책의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책을 만들어낸다. …
세심함과 폭력의 이러한 혼합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일까? 경건한 잘라내기로 자매가 추구하는 것은 하모니(조화)다. 네 복음서에 나타난 그리스도 생애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 사이에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메리와 애나는 책 한 권을 짓는다. 글을 쓰지 않았으므로 ‘짓다’라는 표현이 아주 제격이다. 이들은 복음서 이야기들 사이의 ‘일치와 차이’를 조화시켜 일관된 이야기, 즉 “새로운 질서에 맞추어 소화된 이야기”를 제공한다.
3장 오려 붙이기 | 메리 콜레트, 애나 콜레트
그리하여 메리와 애나의 마지막 장은 글쓰기의 상징적인 한순간을 재규정한다. 글쓰기는 펜과 잉크로만 하는 게 아니라, 칼과 가위로도 한다고 말이다.
4장 활자 | 존 배스커빌, 세라 이브스
나는 여러 도서관에 소장된 많은 배스커빌의 판본을 살펴보았지만 손으로 쓴 주석이나 밑줄이나 촌평(가령 윈킨 드워드의 책에서 자주 발견되는 ‘No!’ 같은 메모들)을 보지 못했다. 배스커빌의 책은 그와는 다른, 경외감 어린 독서의 자세를 기대한다. 여러 세기를 꼿꼿하게 견디어온 이런 책들처럼, 배스커빌은 머리를 꼿꼿이 든 채로 한평생을 살아왔다.
5장 비도서 인쇄물 | 벤저민 프랭클린
셰익스피어와 켈름스콧과 디드로와 달랑베르의 정반대 편에 값싸고 일시적이고 곧 사라지는 잡물 인쇄가 있다. 이런 인쇄물이 1450년대 이래 온 세상에 유통되어왔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통된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음식 포장지와 영수증부터 눈에 띈다. 상품 포장은 2024년 현재 가뿐하게 인쇄의 최대 소비자다. 구텐베르크는 그의 성경으로 세상을 바꾸어놓았다. 그러나 교황청 현금 서랍의 종을 울리게 한 것은 그가 인쇄한 수십만 장에 달하는 한 면짜리 면벌부였다. …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런 잡물 인쇄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6장 종이 | 니콜라-루이 로베르
로베르 이전 여러 세기 동안 제지소 일꾼들이 한 행동과 로베르 제지 기계의 동작은 서로 밀접하면서 동시에 배척하는 것이었다. 제지기는 수작업에 대한 오마주로, 그 특징을 상당 부분 간직하면서도 동시에 그 전통을 제거하려고 한다. 통 작업자는 망틀을 큰 통에 담가서 펄프를 퍼올리는 데 비해, 로베르의 기계는 작은 양동이가 큰 통에서 펄프를 퍼내어 순환해 돌아가는 철망 판 위로 쏟아붓는다. 또한 통 작업자는 망틀을 좌우 전후로 흔들어 펄프의 섬유가 단단히 엉기게 만드는 데 비해, 로베르의 기계는 오로지 좌우로 흔드는 동작만 한다. 좌우 전후의 흔들기가 섬유를 긴밀하게 달라붙게 한다면, 제지기는 좌우로만 흔들기 때문에 섬유가 한 방향으로 쏠리면서 결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기계로 만들어진 종이는 어느 한 방향으로만 잘 찢어지는 특성이 생긴다〔세로 결을 종목이라 하고 가로 결을 횡목이라 한다〕.
제지기는 급진적인 변화였고 놀라울 만큼 총체적인 것이었다. 1800년에는 모든 종이를 손으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100년 뒤에는 99퍼센트 이상 기계가 만들었다. 서지학자 필립 개스켈에 따르면 같은 기간에 종이 생산량은 100배나 증가했다. 제지소는 밤낮없이 하루 23시간 기계를 돌렸다. 종이 가격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 종이의 형태는 대단히 확장되었다. 벽지도 거대한 포스터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고, 낱장 전지에서 리본 형태로 바뀌면서 종이에 대한 사고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6장 종이 | 니콜라-루이 로베르
공백 면이라는 것은 없다. 공백이라는 말은 종이의 워터마크나 섬유나 결이나 불완전성 등을 배제하는 표현이다. 종이 위에 글을 쓴다는 것은 그전에 이미 있던 무언가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결코 시작이 아니다. 종이에 새겨진 역사는 중국,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기타 많은 지역에서 수 세기에 걸쳐 사용, 개발, 정제되어온 역사다.
8장 대여 | 찰스 에드워드 무디
이 장에서는 19세기에 무디라는 사람이 운영했던 유료 대여 도서관을 다룰 것이다. 그 도서관은 하나의 제도가 되었고 아주 저렴한 정기구독료를 받고서 새로운 종류의 독자들에게 책을 빌려주었다. 무디의 책은 런던, 영국 전역, 그리고 해외의 영국 식민지에까지 널리 퍼져나갔다. 무디도서관은 그들이 소유한 도서의 범위 측면에서 보자면 독서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도서 대여업에 전문적 안목을 부여했고, 독서층의 범위를 확장했으며, 영국의 모든 지역으로 도서 대여의 촉수를 뻗쳐나갔다. …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이전에 무디처럼 혼자 힘으로 독서 문화를 온전하게 형성한 개인은 없었다. …
무디는 영국의 도서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그는 당시의 주도적 문학 형태인 세 권짜리 두꺼운 장편소설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문학계에 대한 무디의 문화적 영향력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었다. 《리터러리 가제트》는 새로운 그랜드홀이 개장되기 두 달 전에 그의 독보적 영향력에 대해 이렇게 개탄했다. “한구석에서 전염병이 시작되었다. 한구석에서 대화재가 시작되었다. 무디 씨도 한구석에서 시작했다. 전염병이나 대화재처럼 무디 씨도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
9장 시대를 거스른 책들 | 토머스 코브던-샌더슨
코브던-샌더슨의 철학에서 핵심적 사상은 책을 하나의 ‘단일성’으로 보는 것이다. “아름다운 책은 (…) 하나의 전체로서 구상되어야 한다.” 이것은 생산의 여러 요소가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어야 하고, “단일성이 여러 요소의 아름다움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고, (…) 각각의 요소는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낸 하나의 이상에 복무해야 한다.” 각 요소가 ‘그 자신이 아닌 어떤 것’에 기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그 자체로 아름다운 디자인의 요소들은 문제적인 것이 된다. 그런 것들은 저자의 말에 끼어들고, ‘신속한 이해와 평가’를 가로막으며, ‘활자의 뻔뻔함’만 강조한다. … 이 균형 잡힌 협력의 개념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코브던-샌더슨은 그 반대의 것(창작의 조건이 부과한 한계를 넘어서는 각 요소의 자기주장)을 ‘반역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글자를 너무 과도하게 장식하는 필경사는 “예술을 너무 밀고 나가는 것이다. (…) 그는 텍스트를 자기 자신에게 복종시키려는 (…)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이다.” … 코브던-샌더슨은 이렇게 썼다. “활자의 전적인 의무는 저자가 소통하려고 의도했던 생각이나 이미지를 인쇄 과정에서 상실하는 법이 없이, 독자의 상상에 전달하는 것이다.”
맺음말
물질적 책이 해주는 한 가지 일은, 세상 속의 물질이라는 그 중량감을 통해 그 책을 만든 제작자들에 대해 뭔가 말해주는 것이다. 일정한 정서적 진폭으로, 그 물질적 형태 속에서 가끔은 분명하게 읽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어떤 특정한 책 제작자의 삶의 의미 혹은 버팀목에 대해서 전달한다. 프랑스에서 아워스 출판사가 찍어낸 책은 낸시 커나드의 속도를 간직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값싸게 인쇄된 비도서 출판물은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정력에 힘입어 북아메리카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재개발 사업에 대한 역사적 망각 증세에 대한 로라 그레이스 포드의 비판은 오려 붙이고 복사한 《야만적 메시아》로 실현되었다. 독자들이 오늘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밀리언셀러도 디자이너, 편집자, 예술가의 생산물이다. 책은 그것을 만들어낸 배려, 조급함, 도전, 분노, 사랑 속에서 존재한다. 책은 어떤 사람이 어떤 특정한 순간에 살아서 어떤 특정한 위험을 감행했기 때문에 그런 형태로 존재한다. 《위대한 유산》의 모든 판본은 “내 아버지의 성은 피립이고 내 세례명은 필립이다”로 시작하지만, 그 물질적 성격은 다 다르다. 그 차이(그것을 개성, 부차적인 것, 의미, 혹은 그 무엇이라 부르든)가 곧 책 제작자라는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책이 나아갈 길은 그 장구한 발자취에서 찾을 수 있다
작금의 디지털·온라인 시대에 책의 향방, 그리고 디지털과 인쇄의 관계는 출판계는 물론이고 컨텐츠 산업계의 주요한 화두다.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 간의 그 변화·충돌·보완하는 관계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를 전망하는 좋은 방편은 과거의 유사한 사례, 즉 매체의 형태가 변모했던 다른 시대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가령 15∼16세기의 활판 인쇄술 도입 초창기에 수고본(手稿本)과 인쇄물은 어떤 관계를 맺었을까?
《북메이커》는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 직후인 1490년대에 런던에서 활동했던 네덜란드 이민자 윈킨 드워드가 만들어낸 인쇄 초창기의 수많은 책에서 시작해, 2020년대에 뉴욕의 블랙매스 출판사가 만들고 있는 소규모 독립 간행물에 이르는 장구한 제책의 과정을 살펴본다. 제책의 필수 요소인 종이·활자 제작, 인쇄, 제본을 비롯해 수없이 많은 비도서 인쇄물, 대중적 독자층 확대에 크게 기여한 유료 대여 도서관, 숱한 자료를 오려내고 재배치하고 붙여 탄생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마니아의 거대한 책, 나아가 제책 공정이 자동화되고 심지어 디지털화되어가는 시대적 변화에 맞서 제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책의 본령’을 지켜내고자 하는 다양한 유형의 독립 출판물까지, 가히 책의 500여 년 변천사가 한눈에 보인다.
구텐베르크 이후 인쇄·제본·제지업자와 활자 디자이너부터
책마니아와 장인, 소규모 독립 출판물 제작자까지
책을 문명 한가운데로 가져온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
“물질적 책이 해주는 한 가지 일은, 세상 속의 물질이라는 그 중량감을 통해 그 책을 만든 제작자들에 대해 뭔가 말해주는 것이다.” ─ 〈맺음말〉에서
옥스퍼드대학에서 영문학과 책의 문화사를 가르치고 있는 저자 애덤 스미스 교수는 지난 500여 년 사이에 책이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는 데 일조한 18인에 관한 자료를 샅샅히 찾아내어 생생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그들의 그 치열했던 생애를 들여다보며 때로 감동받고 때로 실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책 만들기가 어떤 시행착오와 변천의 과정을 거쳤는지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이 “문명의 핵심인 기술로서의 책, 그리고 그것을 문명 한가운데로 가져온 사람들의 좌충우돌하고 특색 있는 삶에 대한 헌사”라고 밝혔다.
여러 세부 공정 묘사에서 저자의 필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근대기의 인쇄, 제본, 제지 등 여러 수작업은 지금의 우리로서는 생소한 일이지만, 저자의 상세한 묘사를 읽다 보면 마치 작업자들이 일을 하는 모습을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듯하다. 이는 소규모 독립 인쇄 집단인 39스텝스프레스(39 Steps Press)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한 저자가 수작업 인쇄·제책 공정을 직접 수행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동감이다.
책은 어떻게 지금과 같아졌을까?
북메이커 18인의 치열한 생애
“공백 면이라는 말은 종이의 워터마크나 섬유나 결이나 불완전성 등을 배제하는 표현이다. 종이 위에 글을 쓴다는 것은 이미 있던 무언가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결코 시작이 아니다. 종이에 새겨진 역사는 중국,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기타 많은 지역에서 수 세기에 걸쳐 사용, 개발, 정제되어온 역사다.” ─ 6장 〈종이〉에서
《북메이커》는 책이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는 데 중대한 기여를 했거나 하고 있는 18인의 전기적 초상화를 통해 책의 역사를 돌아본다. 목차는 15세기 말부터 21세기까지 연대 순이지만,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묶을 수 있다.
첫째, 제책 공정의 필수 요소인 종이·활자 제작, 인쇄, 제본이다. 지금은 모두 자동화·디지털화되어 있는 이 작업들이 제각기 장대한 역사를 거치면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근대기에 그 구체적인 작업 과정은 어떠했는지, 변천사에서 각 주인공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다룬다. 세세하게 묘사된 공정 절차를 따라가다 보면 눈앞에 16∼17세기 작업장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지금과 다른 당대의 분위기는 생소한 만큼 흥미롭다. 이를테면 18세기까지 책은 제본된 형태보다는 인쇄지 묶음의 상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를 구입한 독자는 필요할 경우 직접 제본소에 갖고 가서 제본을 의뢰했다. 특히 20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서양 인쇄술을 도입한 우리에게 이 책은 그 전사(前事)를 제대로 이해할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 이미 제작된 책과 인쇄물을 해체하고 모으고 재배치해 새로운 책으로 만든 사례다. 성경의 여러 권을 종합해 하나의 거대한 통합본 ‘하모니’ 성경을 만들어낸 콜레트 자매(3장 〈오려 붙이기〉), 전기 역사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초상화를 수집해 원본 텍스트와 함께 붙여, 결코 완결되지 않는 책을 만들어간 ‘책마니아’들(7장 〈별쇄〉)이 그런 경우다. 이들은 제각기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책을 만들었지만, 그 뒤켠에는 그를 위해 오려지고서 버려진 수많은 책의 편린이 존재했다. 그렇지만 지금과 달리 근대기의 도서 문화에서는 책에 변형을 가하는 일이 아주 흔한 것이었고, 심지어 페이지를 오리거나 여백에 메모하는 등 독자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문구가 적힌 책들도 있었다.
셋째, 인쇄물과 단행본의 폭발적인 대중화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알려진 벤저민 프랭클린(5장 〈비도서 인쇄물〉)은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기 전에 인쇄업자였다. 특히 단행본보다 비도서 인쇄물을 많이 발행했는데 지폐, 신문, 연감이 대표적이었다. 프랭클린은 발행인으로서 혹은 무명 독자를 가장해 신문과 연감에 자신의 글을 많이 실었다. 그리고 찰스 에드워드 무디(8장 〈대여〉)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이전에 독서 문화를 가장 크게 혁신한 인물이다. 그는 19세기에 영국제국 전역에 걸쳐 네트워크를 형성한 저렴한 정기구독 대여 도서관을 운영했는데, 이에 따라 대중 독자층(특히 여성)의 규모가 대단히 커졌다.
넷째, 후반부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1세기까지, 상업화·자동화·디지털화되는 주류 출판 문화에 맞서 제각기 나름의 신념과 방식으로 책을 만든 소규모 독립 출판가를 다룬다. 자신의 활자가 자동 인쇄기에 쓰일 것을 우려해 노년에 활자를 모두 강물에 던져 버린 토머스 코브던-샌더슨(9장 〈시대를 거스른 책들〉)의 극단적인 사례에 이어, 주류 출판사들에게서 상업적인 이유로 출판을 거절당한 작가들을 발굴해 작품을 펴낸 낸시 커나드의 아워스 출판사를 비롯한 독립 출판사들(10장 〈소규모 독립 출판〉)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20세기 후반부터 2020년대까지, 다양한 형태의 간행물을 만드는 독립 출판가 5인이 소개된다(11장 〈진, DIY, 상자책, 예술가 책〉).
책은 결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아지는 존재가 아니다
발전된 기술을 거부하고 명작을 만들어낸 장인 정신
“영어 단어 래디컬(radical)은 ‘뿌리’를 가리키는 라틴어 라딕스(radix)에서 온 것이다. 그것은 과거에 뿌리를 둔 것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한편, 현대적 의미에서 보자면 새로운 것에 대한 점증하는 관심을 가리킨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쇄된 책들은 이런 이중적 의미에서 래디컬하다.” ─ 〈머리말〉에서
《북메이커》는 책의 500년 변천사를 다루지만 기계적인 힘이 변화를 촉진한다는 기술결정론적 서술이나 발명의 연대기가 아니다. 윈킨 드워드에서 유수프 하산에 이르기까지 연대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제책술의 발달을 단선적으로 서술하지는 않는다. 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이 더 향상되는 성격의 물건이 아니며, 역사가 곧 향상의 과정 혹은 세련화의 과정이라는 진보적 역사인식도 통하지 않는다. 연대적 인접성(어떤 사물을 다음 시대의 해당 사물과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이 언제나 비교의 가장 좋은 기준은 아닌 것이다.
최초로 인쇄된 성경에 구텐베르크가 사용한 종이(수려한 포도송이 워터마크가 박힌)의 그 시간을 물리치는 품질은 후대의 현대적 산업 공정도 따라가지 못한다. 1890년대에 윌리엄 모리스가 운영했던 켈름스콧 출판사에서, 책은 이미 지나가버린 지 오래인 중세의 수고본 사양에 맞추어 제작되었다. 모리스가 만들어낸 책들은 어느 한 시대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역사적 시대 사이를 왕복한다. 20세기 초의 토머스 코브던-샌더슨의 도브스 출판사에서, 그들이 사용한 활자는 1470년대 베네치아 사람인 니콜라스 젠슨의 활자 꼴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었다. 도브스 출판사의 책들은 의도적으로 시대를 거스른 작품이었고 시대적 흐름에 영합하기를 거부했다. 로라 그레이스 포드가 런던의 재개발 사업에 맞서 2000년대 초에 펴낸 《야만적 메시아》는 오려 붙이기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이는 1630년대에 자매 메리 콜레트와 애나 콜레트가 오려 붙이기 방식으로 편찬한 하모니 성경에서 자연스럽게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이처럼 《북메이커》에서 ‘책과 사람’만큼이나 중요한 연결 고리는 ‘책과 시간’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책이 시간에 대해 복잡하고 심층적이며 때로는 회귀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구하고 역동적이면서 다층적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책이라는 물리적인 존재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갖게 되며, 나아가 책의 향방도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Adam Smyth)
옥스퍼드대학 베일리얼칼리지 교수. 영문학과 책의 문화사를 가르치고 있다. 주로 16세기 이후 텍스트와 물성을 가진 인쇄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왔다. 옥스퍼드셔의 어느 헛간을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독립 인쇄 집단인 39스텝스프레스(39 Steps Press)의 공동 창립자다. 인쇄·제책에 관한 학술지 《인스크립션》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편집자이고, 라우틀리지(Routledge) 출판사의 ‘근대 초기 문화 자료 읽기’ 시리즈 공동 편집자다.
지은 책으로 《근대 초기 영국의 텍스트 자료》, 《근대 초기 영국의 자서전》, 《근대 초기 영국의 책 역사》(공저), 《책의 요소들》(공저), 《이익과 즐거움: 영국의 인쇄 잡지, 1640∼1682》 등이 있다.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전업 번역가로서 30여 년 동안 20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성균관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문학을 위해 죽다》, 《번역은 글쓰기다》, 《전문번역가로 가는 길》, 《지하철 헌화가》, 《살면서 마주한 고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축약 번역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비롯해 《로마와 페르시아》, 《피렌체 사람들 이야기》, 《도미니언》,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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