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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 시대의 앤

빨강머리 앤
앤 8
동서문화사

2025년 06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6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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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8.16MB)   |  약 25.6만 자
ISBN 9788949719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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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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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으로 위기를 맞는 잉글사이드의 앤과 가족들
세계대전으로 위기를 맞는 잉글사이드. 전쟁터로 떠나는 아들들, 고아가 된 갓난아이의 등장 등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시련과 도전이 앤의 가족 앞에 기다리고 있다.
세계대전 시대의 앤

글렌세인트메리 비망록 외…13
아침 이슬…30
달밤의 향연…39
피리 부는 사나이…58
걸음 걷는 소리가 들리거든…77
수전, 릴라, 먼데이의 결심…99
수프 그릇 속의 아기…110
릴라의 다짐…124
부엌 소동…137
릴라의 고충…146
어둠과 밝음…163
랑게마르크의 나날…179
굴욕이라는 파이 한 조각…190
심판의 골짜기…203
새벽이 올 때까지…215
현실과 낭만…226
세월은 간다…244
전쟁과 결혼…264
“놈들은 지나갈 수 없어.”…282
노먼 더글러스의 독설…295
지금 서부전선에는…304
먼데이는 알고 있다…312
“그럼 잘 자렴”…323
때맞춰 나타난 메리…332
셜리의 출정…347
청혼…359
기다림…374
검은 일요일…396
행방불명…404
조류의 흐름…410
마틸다 피트먼 부인…418
소식…433
승리다!…444
하이드 씨의 가출과 수전의 신혼여행…449
오, 릴라 마이 릴라!…455

청춘의 괴로움을 가벼이 웃어넘겨서는 안 된다. 그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기에, 그 괴로움을 더 처절하게 느낀다. (p.69)

두 사람이 긴 세월을 견뎌온 골짜기에 앉아 있는 동안 단풍나무숲 위에 드리워진 엷은 잿빛의 망사 같은 구름을 뚫고 어둠별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있는 나무가 우거진 조그만 골짜기로 촉촉한 이슬을 머금은 향긋한 어둠이 찾아들었다. (p.92)

이 시간은 릴라가 한평생 가슴에 간직할 소중한 추억이 된 밤이었다. 월터가 처음으로 릴라를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대하며 자기 이야기를 해 준 밤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을 주었다. 월터는 잠시나마 전쟁의 끔찍한 불행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이 그토록 파렴치한 일은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고, 릴라는 월터가 괴로움을 털어놓을 상대로 자신을 선택해준 것이 기뻤다. 월터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를 격려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녀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었다. (p.92~93)

이토록 끔찍한 시절에도 어떻게 봄은 어김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찾아올 수 있을까. 해가 빛나고 시냇가 버드나무에 하늘하늘한 노랑꽃이 피며 뜰이 아름다워지기 시작하고 있는 때면, 플랑드르에서 그처럼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p.179)

릴라는 일기장을 덮고 뜰로 나갔다. 봄날 저녁은 아름다웠다. 바다와 잇닿은 길고 푸르른 골짜기에는 저녁 어스름이 깔렸고, 그 맞은편에는 저녁놀에 잠긴 목초지가 펼쳐져 있었다. 항구는 이쪽은 보랏빛, 저쪽은 푸른빛, 그 밖에는 모두 우윳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단풍나무숲은 연둣빛을 띠기 시작하고 있다. 릴라는 아련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봄은 1년의 기쁨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이토록 마음이 아프고 서글픈 계절인데. 연보랏빛으로 밝아오는 아침 하늘도, 별 같은 수선화도, 늙은 소나무에 불어오는 바람도 가슴속에 저마다 다른 아픔을 준다. 이제 우리의 삶은 두 번 다시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p.184~185)

그날 밤 릴라는 잠들지 못했다. 아마도 짐스 말고는 잉글사이드의 어느 누구도 잠들지 못했을 게 틀림없다. 몸은 서서히 꾸준하게 성장해가지만 정신은 빨리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겨우 한 시간 안에도 그 능력의 모든 성장을 이룬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그날 밤부터 릴라 블라이드는 고통을 이겨내는 능력, 강인함, 인내력을 지닌 어엿한 여성으로서의 정신을 갖게 되었다.
괴로운 새벽녘이 다가오자 릴라는 일어나 창가로 갔다. 창문 밑에는 장밋빛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커다란 원뿔꼴이 된 큰 사과나무가 있었다. 여러 해 전 월터가 어렸을 때 심은 것이었다. ‘무지개 골짜기’ 맞은편에는 동트는 아침 햇빛을 머금은 물결이 밀려와서 부서지는 구름 낀 바닷가가 있었다. 그 위 아득한 곳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오직 하나의 별이 차가운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다. 어째서 봄날의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슬픔에 잠겨야만 하는 것일까? (p.212)

릴라는 말했다.
“우리는……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행복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 전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 이 전쟁이 삶을 스쳐 간 사람은 누구라도 전과 같은 행복을 다시 얻지 못할 거야. 하지만 그보다 더 나은 행복일 거라고 생각해, 릴라…… 그 행복은 우리 손으로 얻어낸 행복일 테니까.
전쟁 전 우리는 아주 행복했지? 잉글사이드 같은 집이 있고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같은 부모님이 계시다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잖아? 그렇지만 그 행복은 인생과 사랑이 선물로 준 것이지, 참다운 우리의 것은 아니었어. 인생이 언제든 마음대로 거두어 갈 수 있는 행복이었어. 그런데 우리가 자기 의무를 다해 자신의 힘으로 얻어낸 행복은 인생이 빼앗아 갈 수 없어. 그 사실을 입대한 뒤 깨달았어. 쓸데없는 걱정에 빠져 지레 겁먹고 달아나고 싶은 날도 가끔 있기는 하지만 나는 5월의 그날 밤부터 행복해. (p.219)

달이 유난히 검은 구름 뒤에서 의기양양하게 얼굴을 내밀자, 그림자와 은색 빛이 물결처럼 넘실거리며 글렌 마을 위에서 서로 술래잡기를 했다. 릴라는 어린 시절 어느 달밤에 달님 얼굴이 너무너무 슬퍼 보인다고 어머니에게 말한 일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보였다. 마치 무서운 광경을 내려다보며 고민과 걱정으로 초췌해진 얼굴 같았다. 달은 서부전선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무너진 세르비아에서는? 폭격된 갈리폴리에서는? (p.252)

“우리가 겪은 이 모든 괴로움에 대해 그 희생 못지않은 큰 축복이 보상으로 주어질까요? 세계가 이토록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은 어떤 놀라운 신기원을 낳기 위한 산통일까요? 아니면 헛되이 ‘1조 개의 태양의 빛 속에서 싸우는 개미들의 소란’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요? 메러디스 목사님, 우리는 개밋둑을 무너뜨리거나 개밋둑에 사는 개미의 절반을 절멸시키는 재해를 아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요. 온 우주를 다스리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과연 우리가 개미를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소중하게 생각할까요?” (p.286)

그래, 나는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해, 릴라. 지금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작은 섬의 운명만이 아니야. 그렇다고 캐나다나 영국의 운명만도 아니야. 바로 인류의 운명이지. 그래서 우리는 싸우고 있는 거야.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이길 거야. 이 사실만큼은 한순간도 의심하지 마, 릴라. 왜냐하면 싸우고 있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만이 아니니까. ‘죽은’ 사람들도 함께 싸우고 있어. 그런 군대가 질 리 없어. (p. 328)

릴라, 네 얼굴에는 아직도 웃음이 어려 있을까? 그러길 바라. 앞으로 다가올 세월엔 이제까지보다 더 많은 웃음과 용기가 이 세상에 필요할 거야. (p.329)

“그 아이는 나를 ‘수전 어머니’라고 불렀어. 이제 우리 집 남자들은 다 가버린
셈이구나…… 젬, 월터, 셜리, 그리고 목사관의 제리와 칼까지. 더욱이 마지못해
간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우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할 권리가 있는 거야.
그렇지만…….”
수전은 괴로운 듯 한숨을 쉬고서 덧붙였다.
“자랑이란 곁에 있어도 쌀쌀맞은 친구야. 그건 누구도 부정 못 할걸.” (p.355)

“그래도 비행기는 당신이 그날 몰았던 작은 ‘실버스폿’만큼 멋있지 않을 거야. 기계는 어디까지나 그저 기계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실버스폿은 개성이 있었잖아, 길버트. 그 말 뒤에 앉아서 드라이브하는 건 저녁놀에 불타는 구름 사이를 날아가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는걸. 아니, 나는 아무래도 내 손자의 연인을 부러워할 일은 없을 것 같아. 메러디스 목사님 말씀이 맞아. ‘하느님 나라’…… 그리고 사랑과…… 행복의 나라는…… 외적인 것에 달려 있지 않으니까.” (p.363)

동서문화사 《앤》 시리즈 : 어린 앤에서 어른 앤으로
앤 셜리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낭만을 사랑하는, 엉뚱한 매력을 지닌 빨강머리 고아 소녀로, 그녀의 이야기는 처음 《그린게이블즈의 앤》이 출간된 1908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앤에게 익숙한 독자라 하더라도, 대개는 그녀의 유년기를 다룬 《그린게이블즈의 앤》을 통해 처음 그녀를 접하고, 거기까지만 아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앤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섬 애번리 마을의 ‘그린게이블즈’라는 이름이 붙은 집에서 자란 앤은, 이후 성장하여 성인이 되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며 나이 들어가는 삶의 여정을 밟는다. 여덟 권으로 이루어진 《앤》 시리즈는 이러한 앤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앤의 이야기는 일부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독자에게 가장 친숙한 이야기는 역시 앤의 유년 시절을 그린 제1권 《그린게이블즈의 앤》일 것이다. TV 시리즈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앤을 좀 더 깊이 알게 된 독자라면, 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제2권 《애번리 초등학교의 앤》이나, 교직을 잠시 멈추고 대학에 진학하는 청춘기의 앤을 다룬 제3권 《프린스에드워드섬의 앤》까지도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앤의 이야기는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 낯선 도시 서머사이드에서 고등학교 교장으로 일하는 시기를 그린 제4권 《윈디윌로즈의 앤》을 비롯해, 결혼 후 정든 애번리를 떠나 시작한 신혼 생활, 육아와 자녀들의 성장을 다룬 제5권 《신혼의 앤》, 제6권 《잉글사이드의 앤》, 제7권 《무지개 골짜기의 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제8권 《세계대전 시대의 앤》에 이르기까지, 앤의 삶은 시리즈 전편을 통해 계속해서 이어진다.

꿈과 사랑… 인간의 존엄성까지 일깨우는 진정한 명작
10대부터 50대까지 다루어진 앤의 삶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모를 잃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순탄치 않았으며, 이야기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전쟁이 가져온 야만의 시대에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으면서 가족과 삶을 지켜 나가야 하는 중대한 국면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독자가 앤의 이야기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비극에 함몰되지 않고 일상 속 작고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며 웃음과 행복을 발견해 가는 그녀의 삶의 태도이다. 부디 《앤》 시리즈가 앤의 유년기와 청춘 시절을 사랑했으나 그 이후의 이야기는 몰랐던 독자들에게도, 앤의 전 생애를 함께 따라오며 그녀의 삶을 아끼고 사랑한 모든 독자들에게도 웃음과 감동을 전하며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야기로 남기를 바란다.

보다 상세한 주석과 자료를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번역
《앤》 시리즈 전 8권을 번역하면서 저본으로 삼은 것은, 펭귄출판사 산하의 아동ㆍ청소년 도서 브랜드인 퍼핀 클래식(Puffin Classics) 시리즈였다. 이 가운데에서도 역자가 영국에서 직접 구입해 청소년기에 처음으로 읽었던 1990년 판본을 중심으로 삼았다. 다만 퍼핀 클래식 시리즈는 《앤》 시리즈 중 제6권까지만을 포함하고 있어, 나머지 두 권의 번역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판본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와 영국의 아동ㆍ청소년 도서 전문 출판사인 툰드라(Tundra Books)와 폭스아이(Fox Eye Publishing)에서 출간한 전권 시리즈를 함께 참고했다. 판본마다 문장의 일부가 생략되거나 추가된 경우가 있었고, 등장인물 이름 표기에도 한두 가지씩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어, 마지막 두 권뿐 아니라 앞의 여섯 권에 대해서도 여러 판본을 두루 비교ㆍ대조해 가며 번역을 진행했다. 또한 제1권 《그린게이블즈의 앤》의 경우에는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출간한 The Annotated Anne of Green Gables(주석판 그린게이블즈의 앤)를 참고하여 보다 상세한 주석과 자료를 바탕으로 번역의 깊이를 더했다.

국내 유일! 《Anne of Windy Willows》를 저본으로 삼다
이 가운데 《앤》 시리즈에서 특히 판본 간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것은 제4권이다. 이 권은 엄밀히 말해 《바람 부는 버드나무집의 앤》(Anne of Windy Willows)과 《바람 부는 포플러집의 앤》(Anne of Windy Poplars)이라는 두 가지 제목과 내용을 지닌 판본이 존재한다. Anne of Windy Willows는 1936년 8월, 영국 하랩(Harrap)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된 제목이며, 북미에서는 Anne of Windy Poplars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 차이에는 다음과 같은 후일담이 전해진다.
“내가 원래 정한 제목은 Anne of Windy Willows였어요. 그런데 제 미국 출판사인 스토크스(Stokes)에서는 그 제목이 케네스 그레이엄의 동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The Wind in the Willows) 》을 너무 연상시킨다며 반대했죠. 전 그 주장이 다소 억지스럽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Willows’ 대신 ‘Poplars’는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하지만 제 영국 출판사인 하랩(Harrap)에서는 그 생각을 일축하고, 반드시 ‘Willows’를 유지해야 한다고 고집했어요. 하랩 씨 말로는, 영국 사람들은 포플러(Poplars)는 거의 모르고, 버드나무(Willows)에는 익숙하다는 거였죠!!” - L. M. 몽고메리, 『친애하는 M 씨께: L. M. 몽고메리가 G. B. 맥밀런에게 보낸 편지』
이 편지는 몽고메리가 오랜 친구이자 출판인이었던 조지 보이드 맥밀런(G. B. Macmillan)에게 보낸 것으로, 그녀가 Anne of Windy Willows라는 제목의 원고를 각각 영국의 하랩(George G. Harrap & Co. Ltd.) 출판사와 미국의 스토크스(Frederick A. Stokes Company) 출판사에 보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 측에서는 ‘Windy Willows’라는 제목이 1908년에 출간된 이래 영국 아동문학의 고전이 된 케네스 그레이엄의 대표작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과 혼동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목 변경을 요구했고, 이에 몽고메리는 Anne of Windy Poplars라는 제목을 새롭게 제안하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정작 케네스 그레이엄의 모국인 영국의 하랩 출판사는 이 제목의 유사성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영국 독자들에게는 ‘포플러’보다 ‘버드나무’가 더 친숙하다는 이유로 작가가 처음 선택한 제목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이유로 제4권의 영문판은 북미(미국ㆍ캐나다)와 영국(그리고 이후에 호주)에서 각기 다른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북미 측 출판사는 유령이나 죽음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룬 일부 장면에 대해 삭제나 완화를 요청하면서, 두 판본은 제목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일정한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

《윈디윌로즈의 앤》_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앤을 만날 기회!
동서문화사 《앤》 시리즈 제4권의 번역에는, 작가가 원래 선택했던 제목을 유지하고 삭제 없이 온전한 내용을 담고 있는 Anne of Windy Willows를 저본으로 삼아 《윈디윌로즈의 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또한 제1권 《그린게이블즈의 앤》과 제4권 《윈디윌로즈의 앤》 모두에서, 앤이 살았던 집의 이름을 뜻으로 번역하기보다는 소리 그대로 옮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몽고메리가 제목을 지을 당시, 제1권에서는 ‘G’, 제4권에서는 ‘W’로 시작하는 단어를 골라 두운(頭韻)의 효과까지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으로, 우리말 제목에서도 ‘ㄱ’과 ‘ㅇ’ 또는 ‘위’로 시작하는 소리의 감각을 살려보고자 한 의도였다.

꿈과 낭만 넘치는 소녀 앤을 오롯이 그려내다
역자가 《앤》 시리즈를 번역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낭만적인 언어를 추구하는 감수성 풍부한 10대 문학소녀로서의 앤의 언어 세계를 충실하게 담아내는 것이었다. 특히 1권에서 앤이 애번리의 여러 장소에 이름을 붙일 때, 마치 또래의 문학소녀가 책에서 읽고 써 보고 싶어할 만한 단어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마을 사람들에게는 ‘가로수길’(Avenue)이나 ‘배리네 연못’(Barry’s Pond)처럼 현실적인 명칭으로 불리는 장소들이, 앤의 언어를 통해 ‘환희의 하얀 길’(White Way of Delight), ‘반짝이는 윤슬의 호수’(Lake of Shining Waters) 같은 낭만적인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여기서 사용한 ‘윤슬’이라는 단어는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데, 영어를 포함한 대부분의 외국어에는 대응어가 없는, 오직 한국어에만 있는 아름다운 표현 중 하나다. 그렇기에 물론 원문에 정확히 대응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평이한 표현보다 ‘윤슬’이라는 한 단어가 앤 셜리라면 꼭 쓰고 싶어 했을 법한 낭만적인 느낌을 담고 있다고 판단하여 번역에 반영했다.
또 하나의 예로,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는 ‘닮은꼴 영혼’(kindred spirit)이라는 번역은 단어 대 단어의 직역으로는 완벽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앤이 말하는 ‘kindred spirit’이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마치 같은 영혼의 조각을 나눠 가진 존재, 태생은 달라도 영혼으로는 서로가 혈연인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를 살리면서도 열 살 소녀가 사용할 법한 단어로 고민한 끝에 ‘닮은꼴 영혼’이라는 표현으로 옮기게 되었다.

입말이 살아 있는 보다 생생한 앤을 만난다!
동서문화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앤》 시리즈 전권을 꾸준히 출간해 왔고, 이는 이번 번역 작업을 시작하는 데에 있어 매우 유용하고 든든한 자산이 되어 주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이번 번역에서 새롭게 중점을 둔 점이 있다면, 우선 대화에서는 입말의 생생함을 살리는 것이었다. 대화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큰 문제가 없더라도, 실제 회화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그러나’, ‘그러므로’ 같은 접속 부사는 되도록 지양하고, 의미는 그대로 유지하되 보다 자연스럽고 구어에 가까운 부사로 대체하였다. 명사와 동사의 어미 선택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 등장인물들의 말이 보다 현실감 있게 다가올 수 있도록 했다.

우리말 어휘의 폭과 깊이까지 담은 명품 번역
반면 직접 인용이 아닌 서술이나 묘사의 경우에는,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언어의 저장소이자 박물관 같은 기능을 의식하며 단어를 골랐다. 설명이나 묘사에서는 문어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우리말 어휘의 풍부함을 최대한 끌어내,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거나 자칫 사어(死語)가 되어 버릴 수도 있는 표현들도 가급적 되살려 보고자 했다. 예를 들어 ‘서로 주고받을 물건이나 일 따위를 비겨 없애다’는 뜻을 나타낼 때 요즘 흔히 쓰이는 ‘퉁 치다’는 표현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응되는 의미를 지닌 ‘에끼다’ 같은 표준어를 찾아 사용함으로써, 우리말 어휘의 폭과 깊이를 번역에 담아내고자 했다.
또한 특정 의미를 전달할 때, 요즘 널리 쓰이는 표현에만 의존하지 않고, 문장의 문학성과 언어적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어휘라면 자주 쓰이지 않더라도 적극 활용하려 했다. 앤은 자연을 깊이 사랑하는 인물이기에, 계절이나 시간의 변화, 날씨, 자연물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이런 부분에서 반복적인 단어만을 사용하는 대신, 가급적 다양한 표현을 찾아 적용했다. 예를 들어 ‘날이 흐리다’, ‘잔뜩 찌푸렸다’ 같은 익숙한 표현뿐 아니라, ‘날이 흐려 어둡고 침침하다’는 뜻의 ‘끄느름하다’와 같은 단어도 그 맥락에 맞게 문장에 담았다.

누구보다 앤을 사랑한 역자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앤!
그럼에도 번역에는 필연적으로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의도된 의역이 원문으로부터 너무 멀게 느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원문에 충실하려 한 표현이 우리말 고유의 어감과 충돌하며 다소 어색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다만, 역자 역시 어린 시절부터 앤 셜리라는 소녀의 삶과 이야기를 사랑해 온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애정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녀의 삶이 번역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깊이 고민했다는 점만은 독자 여러분께서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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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세계대전 시대의 앤
    빨강머리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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