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에 떨어진 포탄

유프라테스 강변에서 펼쳐진 제국의 싸움

커밋 루스벨트 지음 | 언어의 숲 옮김

해밀누리 2025년 06월 2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에덴에 떨어진 포탄』은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아들이자 군인이었던 커밋 루스벨트가 직접 경험한 제1차 세계대전 메소포타미아 전선의 기록이다. 1917년, 영국군 장교로 복무한 그는 바그다드, 유프라테스 강 유역, 바스라 등 고대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에서 근대 전쟁이 고대 유산 위를 짓밟고 지나가는 광경을 목격하며, 그 모든 것을 단호하면서도 문학적인 필치로 기록했다.

이 책은 단순한 전쟁 회고록이 아니다. 그 속에는 문명의 아이러니, 제국주의의 자가당착, 역사적 풍경과 전쟁의 모순적 병치가 담겨 있다. 저자는 이라크 땅을 ‘에덴의 정원’이라 부르며, 수천 년 전 인류 문명의 발상지였던 이곳이 이제는 포탄과 참호, 제국의 군대가 뒤엉킨 전쟁터로 변해버렸다고 탄식한다. 그의 문장에는 상실감이, 묘사에는 생생한 고통이, 그리고 기록 전체에는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깔려 있다.

루스벨트는 고고학적 유적지 위에 세워진 군영, 유프라테스 강변을 따라 운반되는 보급품, 사막을 건너며 숨이 막히는 병사들의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그는 전투보다 그 전투가 벌어지는 공간이 지닌 역사성과 정신성에 더 주목한다. 그렇기에 『에덴에 떨어진 포탄』은 전쟁기록임과 동시에 역사 에세이, 문명비평, 철학적 여행기로서도 읽힌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라크를 둘러싼 국제 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메소포타미아는 ‘문명의 요람’이라는 이름과 동시에 ‘전쟁의 땅’이라는 낙인을 동시에 지닌다. 그런 현실 속에서 이 책은 단지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지금도 똑같은 방식으로 문명을 소모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게 한다. 『에덴에 떨어진 포탄』은 문명이란 무엇인가, 전쟁은 무엇을 파괴하고 있는가에 대한 한 지식인의 날것 그대로의 답변이다.

출판사 서평

『에덴에 떨어진 포탄』은 전쟁 문학이자 동시에 문명과 역사에 대한 성찰이다. 우리는 전쟁을 종종 시간의 흐름 속 사건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커밋 루스벨트의 이 기록은 그것이 ‘공간’의 기억이기도 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유프라테스 강, 바빌론의 유적지, 니네베의 폐허, 모래와 먼지 위에 놓인 오스만 제국의 흔적들. 루스벨트는 그 공간에서 전쟁을 ‘겪는’ 것이 아니라, 문명의 퇴적층 위를 지나며 그것을 ‘이해하려 한’ 병사였다.

출판사는 이 책을 단순한 전쟁 회고록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에덴에 떨어진 포탄』은 지금 우리가 ‘문명’이라 부르는 것들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으며,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무감하게 소모되는지를 경고하는 역사적 메타포다. 현대 사회는 여전히 전쟁을 기술하고 있지만, 전쟁이 문명과 인간 내면을 어떻게 훼손하는지에 대해서는 점점 더 말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침묵을 깨우는 목소리다.

이 책은 또 다른 방식의 ‘동양 기록’이기도 하다. 서구 제국주의의 정점에 있었던 미국의 대통령 아들이 중동의 땅에서 존경과 경외, 슬픔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쓴 이 기록은, 현재의 독자에게도 다층적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제국은 언제나 에덴에 포탄을 떨어뜨린다. 그 포탄이 남긴 흔적은 단순히 땅의 파괴가 아니라, 인간성의 상실이다.

『에덴에 떨어진 포탄』은 결국 이렇게 묻는다.

“문명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한다면, 전쟁이 문명을 파괴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이 질문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매일 뉴스를 통해 마주하고 있는 오늘의 문제이기도 하다. 출판사는 이 책이 그 질문에 다시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정보

저자(글) 커밋 루스벨트

커밋 루스벨트(Kermit Roosevelt, 1889–1943)는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둘째 아들이자, 탐험가이자 군인이며, 동시에 뛰어난 기록자로 남은 인물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아버지와 함께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를 탐험하며 젊은 시절을 보낸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보다 먼저 참전한 영국군에 자원입대하여 메소포타미아 전선에서 복무했다.

루스벨트는 단지 전투에 참가한 군인이 아니었다. 그는 당대의 고전 교양과 정치 감각, 역사의식을 지닌 ‘문명 속의 병사’였다. 그의 시선은 늘 자신이 밟고 선 땅의 역사, 문화, 그리고 그 위에서 벌어지는 오늘의 전쟁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에덴에 떨어진 포탄』은 전쟁터에서 쓰인 일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문명과 인간이 일으킨 전쟁이 얼마나 기묘하게 충돌하는지를 기록한 문화비평이자 철학적 증언이다.

전쟁 후 그는 CIA의 전신이 되는 OSS의 설립에 기여했고, 제2차 세계대전에도 복무하였으며, 생애 말기에는 중동과 국제정치에 대한 강연과 기고를 통해 미국 외교정책의 동방 이해 부족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한 경력 속에서도 『에덴에 떨어진 포탄』은 그가 남긴 유일하고도 가장 내밀한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문장은 냉정하면서도 깊은 감정이 깔려 있다. 아버지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정열적 기질을 물려받은 동시에, 교육을 통해 형성된 고전주의적 감각은 그의 글에 담담하지만 강한 힘을 부여한다. 오늘날, 커밋 루스벨트는 종종 ‘잊힌 대통령의 아들’로 불리지만, 이 책을 통해 그는 우리에게 하나의 독립된 증언자이자 작가로서, 묵직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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