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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가 다른 핑크

문학동네시인선 236
이예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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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6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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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0.77MB)   |  약 2.6만 자
ISBN 97911416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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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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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 236번으로 이예진의 『장르가 다른 핑크』를 펴낸다. “선명하고 정직”한 언어로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진술들”과 “괄목할 만한” 이미지를 펼치며 “가계와 욕망과 폭력 같은 유구한 것들의 민낯을 기록”한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202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시인의 첫 시집이다. 그간 시인이 부지런히 발표한 시 50편이 엮인 『장르가 다른 핑크』에는 자신을 “테두리가 없는 퍼즐 조각”(「지진 파티」)으로 인식하는 화자가 “일정한 모양의 퍼즐 조각이 되기를 요구하는 세계”에 “포획되지 않겠다”(해설, 김미정)고 선언하는 의지 어린 목소리가 담겨 있다. ‘학교’ ‘선생님’ ‘선배’ ‘아버지’ 등으로 표상되는 세계로부터 가해지는 규율과 억압에 부대끼며 “수시로 말이나 감정을 삼키는”(해설) 이예진의 시 속 화자는 대개 여자아이, 혹은 그런 여자아이가 성장한 성인이다. 동세대의 여성과 ‘언니’로 대표되는 선대 여성의 모습을 성찰하는 시선으로 그려낸 이번 시집을 문학평론가 김미정은 “특정 세대 여성으로서의 자기 맥락을 섬세하게 포착한 자문화기술지(autobiography)의 일종”이자 “한국 문화예술에서 약진해온 여성 성장물의 계보를 잇는 시집”이라고 평한다. 『장르가 다른 핑크』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한 번이라도 불화해본 이라면, 자신의 미래를 언제나 다른 색깔로 칠하고 싶어하는 이라면 누구든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방과후 실험관찰 친구들은 금붕어를 액체질소에 담가본 적이 있다 드라이아이스를 삼키면 서로를 오래도록 기억할 거라는 말을 하며 웃었다 수업을 째고 눈사람을 만들러 간 선배 둘이

눈이 되어 돌아왔대

전자레인지의 문을 열고
이 안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
머리를 들이밀었다

얼었던 것을 녹이기 위해 빛은 회전할 것이다
우리가 믿었던 선생으로부터
사랑과 우정을 이런 식으로 배울 줄은 몰랐지

(…)

어느 날 선생은 우리 모두에게 눈을 감으라고 시켰다 누구든 거수해서 사실대로 말하면 우리는 무사히 집에 돌아갈 거라고

실눈뜬 거 다 보인다고
우리는 질끈 감았지만

그래도 다 보인다
전자레인지 내부를 환하게 밝히는 빛처럼
이 교실 안에도 환하게 빛나는

불온하게 꿈틀대는
암묵적인 것들

창문 밖으로
작게 쪼개진 선배들이
반짝이며 흩날리고
_「우리 모두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귀를 뚫었다」 부분

시집의 문을 여는 「우리 모두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귀를 뚫었다」는 1부 ‘살던 집에 불을 붙이는 건 어떤 마음일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한다. “금붕어”를 “액체질소”에 담그는 “친구들”, “사랑과 우정”을 “불온”한 방식으로 배우게 하는 “선생”이 있는 교실 풍경은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주요한 시기인 십대 시절이 크고 작은 폭력성으로 가득차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폭력성의 세계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것을” “바지에서 꺼내 보여주”(「방학」)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길가’, “화가 나면 사포질을” 하는 “아버지”가 있는 ‘집’ 또한 마찬가지로 화자에게 놓인 난관의 공간이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화자가 “배운 걸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주입식 선과 악을 잘 흡수하는”(「낭만을 먹고 자란 돼지는」) 순응적인 사람으로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자는 누구도 피해 입히지 않고 차라리 자신의 “테두리”(「지진 파티」)를 지움으로써 자신을 억압하는 “미숙했던 시절”(「다정과 과정」)로부터, “발전과 발명과 발견의 강박”(「낭만을 먹고 자란 돼지는」)으로부터 탈주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집을”(「방학」) 거듭 허물며 자기 갱신을 단행한다.

그 시절 썼던 시는 휴지통에 넣고
나는 새로 적는다
_「다정과 과정」 부분

화자의 이러한 태도는 2부 ‘주인공은 세계를 꼭 구해야 하는 걸까’로 연결, 확장되는 듯하다. 2부의 화자는 “빵집”과 “패스트푸드점”(「그땐 프렌치블랙을 피웠다 같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프렌치블랙 난민들이라 불렀다」), “피자집”(「피자 커터」)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살다보면 싸울지 말지를,/ 말할지 말지를 고민”(「수건이 쌓여 무덤을 만들었어」)하며 성장한 “어른”(「장르가 다른 핑크」)이다. 가게 밖에서는 여느 동료 시민일 따름인 손님들은 화자에게 가혹하게 굴고, 그런 취약한 노동 현장에서 화자는 고통받는다.

가르칠 게 없다는 말은
이제 내 장면은 내가 책임지라는 거겠지

창고에 살던 무언가는
학교가 폐교된 뒤로 봉인되어 있다

오래전
줄을 넘던 그 운동장에서
우리는 모래구름을 만들며 정의를 약속했다

정의는 다음 사람에게
창고를 조심하라고 일러주는 거야

이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우리는 기를 모았다

세계의 작은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_「존재의 성립」 부분

그러나 화자는 누군가를, 혹은 세계를 비난하기보다 그런 세계의 폭력성에 잠깐이나마 물들어 있던 자신을 먼저 성찰하는 윤리적인 태도를 보이며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러한 화자의 태도는 이번 시집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존재의 성립」에서 또 한번 아름답게 빛난다. 화자는 “오래전” “누구가” “매질하는 소리”가 들려오곤 하던 “학교”의 “체육관 창고”를 떠올리면서, “정의”란 “다음 사람에게/ 창고를 조심하라고 일러주는 거”라고 말한다. 그 정의란 한 명의 주인공이 “세계를 구해야 하는”(「장르가 다른 핑크」) 영웅 중심적 세상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부”로 둔 “네 살 많은 언니”가 화자에게 일러준 것처럼, “내 장면은 내가 책임지”(「존재의 성립」)는 것임을 깨닫는 데서부터 비롯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와 나는 오 년째 같이 살고 있다
평생을 약속한
믿음 하나로

현재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나는 통조림 공장에 간다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뚜껑을 잠그다 돌아온다

(…)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다

이제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술에 취한 미래가
담벼락에 오줌을 누는 것을 본다

(…)

미래는 우리집에
꽁초를 버리는 언니의 이름

나는 미래의 벗은 몸을 생각하다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안으로
손을 넣을 뻔한 적이 있다
_「오랜 미래」 부분

3부 ‘우리는 기울어진 시소에서 내려올 수 없겠다’에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시편들이 담겨 있다. 이예진 시 속 ‘사랑’하고 있는 이들은 각자 마음의 “무게”가 달라서 “기울어진 시소”(「영화부」)처럼 관계가 어긋나 있는 듯하다. “오 년째 같이 살고 있”는 현재와 ‘나’의 이야기를 그린 「오랜 미래」에서 이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현재,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는 ‘나’는 현재가 가르치는 한 아이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데, 현재는 그 아이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치는 “심상치 않은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열을 맞춰 서 있는 통조림”을 떠올릴 뿐이다.
이처럼 “금간 얼음 위에 서 있는 연인”(「스노볼」) 사이의 몰이해, 균열은 화자로 하여금 자신의 “한계는 무엇일까”(「러브 앤 에너지」)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애인”을 “이해”하기 위해, 한때 “‘사랑’이 포함된 제목의 시집을 찾아”(「사랑이 누리고 간 자리」)다니기도 했던 화자는, 이제 “지루”하고 “익숙”(「러브 앤 에너지」)하고 낡게 느껴지는 사랑에 얽매이기보다는, “이런 이야기는/ 무엇을 끌어오는 힘이 있나요?”(「러브 앤 에너지」)라고 생각의 회로를 바꾸며 관계 속에서 한 발짝 떨어져나와 자신과 타인이 누리고 간 ‘사랑의 자리’에 대해서 묘사하는 성숙한 시선을 획득한다.

내가 어릴 때, 동화를 쓴 적이 있다 내가 언니의 숙제장을 찢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언니도 화
시인의 말

1부 살던 집에 불을 붙이는 건 어떤 마음일까
우리 모두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귀를 뚫었다/ 장마/ 빙상/ 테러범/ 지진 파티/ 레크리에이션/ 목제/ 방학/ 낭만을 먹고 자란 돼지는/ 놀이터/ 부력/ ■/ 다정과 과정

2부 주인공은 꼭 세계를 구해야 하는 걸까
그땐 프렌치블랙을 피웠다 같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프렌치블랙 난민들이라 불렀다/ 기초 명암/ 그럼에도 거리의 나무들은 적당히 자란다/ 피자 커터/ 수건이 쌓여 무덤을 만들었어/ 사방치기/ 닌자는 스키장에서도 기척을 숨길 수 있을까/ 어쩌면 대박 날지도 모르는/ 산행/ 존재의 성립/ 장르가 다른 핑크

3부 우리는 기울어진 시소에서 내려올 수 없겠다
오랜 미래/ 사랑의 시대/ 자유로운 영혼과 리듬/ 피아노/ 불협화음/ 영화부/ 신년/ 크리스마스/ 스노볼/ 세한빌라/ 전당포/ 산책로/ 러브 앤 에너지/ 사랑이 누리고 간 자리

4부 칼을 숨긴 사람들은 왜 울면서 웃고 있었는지
나의 마을이 설원이 되는 동안/ 우는 돌/ 구정/ 밤새/ 빛이 좋아서 어둠을 반으로 그었다/ 흰토끼 검은 똥/ 그 시절 몰래 스도쿠를 풀다 혼났고/ 미세/ 스릴러/ 나는 호랑이띠라서/ 밥집/ 이 소저는 큰 힘이 여기서 나온다고 믿었다

해설 | ‘구멍이 빼곡한 시’에 대한 한 개의 주석
김미정(문학평론가)

나는 뛰고 싶어
혹은 죽은 척
모르는 척해보고 싶다

태어날 나라를 잘못 고른 거 같아서
꿈에서는 여권 사진을 또 찍으러 갔지

나는 테두리가 없는 퍼즐 조각이야
_「지진 파티」 부분


내가 널 사랑해서 네 말을 들어주는 거야

두 달 사귄 애인을 차단했을 땐
그런 문장도 쓸 줄 알게 되었지

그 시절의 나는
고집도 슬픔도 애정도 과했다
거기서만 올 수 있는 문장들이
이젠 너무 낯설게 보여
_「그땐 프렌치블랙을 피웠다 같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프렌치블랙 난민들이라 불렀다」 부분


나는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어
살다보면 싸울지 말지를,
말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일이 잦고

종종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게
를 욕으로 썼어

싸우는 대신 베개를 때렸어
잠이 올까봐
꿈을 꿨어

(…)

맞아본 적 있는 베개가 시를 쓰고 있었어
너무 많은 꿈과 잠을 알아버렸어

미안해
_「수건이 쌓여 무덤을 만들었어」 부분


이 나라에서는 바보가 바보를 위로하고
어른은 잘한다 잘한다 하면 어린이가
자라는 줄만 알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
나도 유치한 것은
유치하다고 생각하지만

완성하고 나면

나의
어설픈 핑크가
_「장르가 다른 핑크」 부분


‘사랑’이 포함된 제목의 시집을 찾아다녔다
그러면 애인을 이해할 수도 있을 거라고

만약에 전시회를 열게 된다면 뭘 전시할 거야?

나는 내가 뱉은 가장 악한 말들을 전시하고 싶어
_「사랑이 누리고 간 자리」 부분


영화가 반전을 준비할수록
몸은 소파 속으로 가라앉고

너는 뭉친 은박지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단물 빠진 살인자의 뇌를
턱이 비대해질 때까지
질겅질겅 씹었어

그렇다면 우리는 야만인인가?

밖이 어두워질 때까지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밤에는 무엇이 날았는지

칼을 숨긴 사람들은
왜 울면서 웃고 있었는지
_「스릴러」 부분


한입만 달라고 하면서
매일 아무것도 안 가져오는 애는
사실 다들 티를 안 낼 뿐이지
조금은 미워하거든

숟가락이 부딪칠 때마다
각자의 침이 닿고

용맹한 어른으로 자라고 싶거든
밖에서 탁탁 어린 동생들이 줄을 넘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밥을 비벼 먹을 때
유독 소시지와 계란만 골라 먹던 친구도 있었을 텐데

침 닿은 반찬들은 쉽게 쉬어버리고

올해에는 동네의 늙은 개가
손자의 손자를 볼 수도 있겠지
_「그 시절 몰래 스도쿠를 풀다 혼났고」 부분


나는 호랑이띠라서 성질 죽여야 했지

집을 나간 적은 없었다 여름이 지나 겨울이 올 때까지 첫눈이 우리의 이마에 내려앉을 때까지 심한 장난이 칼바람처럼 되돌아와도

밤마다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매일매일
묻고 물릴 날을 기다렸지
_「나는 호랑이띠라서」 부분

■ 이예진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장르가 다른 핑크』는 시인님의 첫 시집입니다. 첫 시집을 펴내는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반갑습니다. 시를 처음으로 쓰던 때엔 감히 상상할 수 없던 지금을 오래도록 되새기고 싶어요. 시집을 묶으면서 그동안 통과해온 시간을 다시 느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이 시집이 여러분을 핑크로 물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Q2. 1부의 문을 여는 「우리 모두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귀를 뚫었다」는 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그린 시예요. 「장마」에는 “물에 떠내려”간 “선생님” 이야기가 나오고, 자신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집”(「방학」)을 허무는 화자도 등장한다는 점에서 1부는 ‘성장’을 테마로 한다고 느껴졌어요.

제 시에서 학교에 남은 화자는 아직 졸업하기 싫나봐요. 교실 밖 복도에는 여전히 우산이 펼쳐진 채 마르고 있을 것 같고, 다 함께 미워하던 선생님은 아직도 재미없는 농담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을까요? 이제는 지나온 순간들이지만, 미처 졸업하지 못한 마음들이 남아 시로 쓰인 것 같아요. 『장르가 다른 핑크』에는 그만큼 학교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눈여겨 읽어보는 것을 추천해봅니다.

Q3. 표제 시 「장르가 다른 핑크」에서 “주인공은 꼭 세계를 구해야 하는 걸까”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닌 어른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성찰이 담긴 듯도 하고요. 이 시는 어떻게 쓰게 되었나요?

예전에 본 영화를 다시 보면 그때와 지금의 시차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요. 당시에는 몰랐던 장면을 발견하는 것처럼요. 혹은 악역을 미워할 수 없게 되는 것, 영화가 끝난 뒤 이후를 걱정하게 되는 것처럼요. 때로는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위안을 얻기도 해요. 「장르가 다른 핑크」는 영화를 다시 본 뒤 남겨진 그런 마음이 담겨 있어요. 어릴 때 DVD로 몇 번을 돌려본 영화를 다시 보고 있으면 그 시절의 어린 나를 발견하기도 해요.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다시 만난 영화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균열을 마주하는 것 아닐까요.

Q4. 3부는 주로 사랑과 관계의 풍경을 그린 듯해요. “‘사랑’이 포함된 제목의 시집을 찾아다녔다”(「사랑이 누리고 간 자리」)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이번 시집에서 특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사랑은 읽을 때마다 다르게 읽히는 문장처럼 느껴져요. 세상엔 사랑에 관한 문장이 많아서 때로는 내가 쓴 것이 사랑이 맞는지 의심해보기도 하고요. 사전을 뒤적여도 사랑의 의미는 언제나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아마 온전히 헤아릴 수 없어서 그런가봐요. 아끼는 시로는 「존재의 성립」을 뽑고 싶어요. 영화 〈쿵푸팬더〉가 개봉했을 때 동네의 아이들은 줄넘기를 쌍절곤처럼 휘둘렀거든요.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아도 놀이터에서 알아서 모이던 시기가 있었어요. 우리끼리의 무언가를 도모하는 것은 어른들은 모르는 비밀 작전 같은 것이었죠. 사소한 것을 굳건한 믿음으로 약속하던 시절을 시 안에 펼쳐두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세계의 작은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기를 모으고 싶네요.

Q5. 시집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시 「이 소저는 큰 힘이 여기서 나온다고 믿었다」는 이렇게 끝나요. “먼 옛날 어딘가에서 힘을 모으던 소저의 후손이/ 당신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덮는 독자에게 건네는 이야기처럼 들렸어요. 시인님의 첫 시집을 읽을 독자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장르가 다른 핑크』에 초대할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애틋하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건네어보아요. 이후의 이야기를 함께 상상하기 위해, 책을 덮어도 우리의 장르는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예진

이예진. 202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가의 말

여기는 학교야
지하실엔 귀신이 살지
교장 선생님은 대머리
문제를 푸는 대신
만드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

예언자의 문장을 찾고 싶었다 미래를 예견해주세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세계에 방송을 틀고 기다리다보면
점심시간이 금세 끝나버린다

시를 짓던 아이들은 각자 무엇을 찾아냈을까?
꾸준히 불투명한 곳에서

2025년 초여름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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